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8편
부실 총판 어패류 종묘방류 사업
'부실 총판 어패류 종묘방류 사업' / KBS 강릉보도부 권혁일 기자
먼저 이달의 기자상 수상의 기쁨을 전해준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재단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부실 총판 어패류 종묘방류사업' 보도는 마무리됐지만 그 파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번 보도는 지난 7월 말 평소 친분이 있는 어민으로부터 받은 단편적인 사실에서 시작됐다. 내용은 한 달 전 바다에 뿌린 어린 전복이 무더기로 떼죽음했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은 그 동안 긍정적인 면만 부각된 어패류 종묘방류 사업 전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한 달 가까이 동해안 어패류 방류사업과 연관된 자료수집과 현지조사를 거쳤다.
종묘방류사업을 추진한 동해안 시.군과 일선 어촌계, 해양수산부 등이 주요 취재대상이었다. 취재과정에서 방류사업을 시행하는 일부 시.군이 자료제시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종묘가 뿌려지거나 놓아진 마을어장에 대한 수중촬영과정에서 일부 어민들이 취재에 따른 불이익 등을 우려해 취재를 가로막는 등 어려움도 많았다.
이런 과정에서도 일부 어촌계 어민들이 취재에 협조해 부실 방류 현장을 화면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취재진은 이어 각 시.군이 종묘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부정과 비리가 많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이 부분에 대한 취재도 병행했다.
취재진은 종묘생산업자를 접촉해 익명을 전제로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인터뷰와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관련 입찰 서류는 조달청 입! 찰사이트인‘나라장터’에서 입수해 분석이 이뤄졌다. 분석과정에서 상당부분 부정과 비리가 개입된 정황 증거가 속속 드러났다.
모든 화면과 인터뷰가 확보된 가운데 한 달 만인 지난 8월 말 보도가 시작됐다. 지역방송과 전국 방송을 통해 보도가 나간 직후 해양수산부는 실태를 조사해 보고하도록 강원도에 지시했다. 또 강원도는 긴급 대책회를 열고 각 시.군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해경은 종묘방류사업의 부정.비리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일부 종묘업자들의 범죄 혐의를 적발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단발성에 그칠 수 있는 사안을 장기간에 걸친 자료조사와 현장취재를 통해 종묘방류사업 이면에 가려졌던 부실과 부정. 비리를 추적 고발했다는 점에서 내.외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번 보도는 그 동안 긍정적인 면과 부각된 어패류 종묘방류사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취재진은 지역언론으로써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했다는 자평과 함께 이번 보도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까지 안팎으로 도와준 강릉방송국 보도부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 하고 싶다.
‘바다이야기’ 사건 특종보도 경향신문 최우규
'바다이야기’ 사건 특종보도 / 경향신문 최우규
지난달 20일 일요일 낮 경향신문 편집국 내 회의실에 7명이 모였다. 사회부 박래용 데스크를 팀장으로 한 `바다이야기' 취재팀. 정치·경제·산업·문화·사회부에서 차출된 6명의 팀원에게 떨어진 지시는 더도 덜도 말고 이랬다.
"각자 모든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팩트(Fact)를 찾아야 한다. 별명이 있을 때까지 바다이야기에만 전념한다. 참…, 매일 초판 마감 끝나고 나면 저녁 먹고 취재를 한 뒤 밤 10시30분에 회의를 합니다".
박 팀장은 마지막 말을 대수롭지 않은 듯 건넸다. 하지만, 팀원들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었다.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불법적 사행 사업에 대한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어떤 팀원들은 관련자 발언을 한마디 얻어내기 위해 누군가의 집이나 사무실 앞에서 며칠 밤샘을 했다. 어떤 이는 업계 관계자들의 은밀한 발언을 따내기 위해 이명 현상이 생길 정도로 전화기에 매달렸다. 점잖기로 정평있는 한 팀원은 몇년 몇월 어디 팀장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입에 담지 않던 거친 소리까지 했다.
신문으로서는 다행히, 그리고 우리 사회로서는 매우 불행하게도 업계와 관계, 정계의 검은 고리들이 속속 드러났다. 우리 사회의 제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도 명백해졌다.
돈 넣고 돈을 따먹는 명백한 `도박'이 게임의 탈을 쓰고 우리 사회 깊숙이 파고 든 현장은 특히 충격이었다. 도박의 늪에 빠져 재산은 물론 정신적·육체적 건강까지 탕진한 이들 앞에서, 인·허가권자들과 업자들은 여전히 "건전한 게임산업이다. 키워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공은 감사원과 검찰 등 당국으로 넘어갔다. 물론 이런 몹쓸 일이 벌어지게 한 이들이 누구인지 밝혀내 단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 간과돼서 안되는 대목이 있다. `왜 이렇게 됐는지'를 밝혀내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답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마지막 `제어 시스템'을 이번에는 믿어 보고 싶다.
도박공화국 집중추적 보도 취재 후기- 한겨레신문 유…
도박공화국 집중추적 보도 취재 후기- 한겨레신문 24시팀 유신재
모든 매체가 성인오락실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지난 8월20일 한 방송사가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가 바다이야기 제작사 지코프라임에 인수합병된 우전시스텍의 이사로 재직했다는 보도를 처음 내보내면서 부터였다. 하지만 <한겨레> 24시팀의 성인오락실 취재는 이미 지난 6월말에 시작됐다. 7월26일~8월1일 4차례에 걸친 ‘비상등켜진 도박공화국’ 기획기사를 보도한 뒤에도 후속취재를 계속하던 24시팀 기자들은 와 다른 매체들의 뒤이은 노지원씨 관련 보도에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물론 우리도 2달여에 걸친 취재과정에서 소문으로 떠돌던 정치권 유착설에 대해 끈질긴 확인작업을 벌였기에 ‘물을 먹을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다. 다만 성인오락실 문제가 정치싸움으로 변질돼 문제의 본질이 가려질까 두려웠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리고 정공법을 택했다. 성인오락기 심의를 맡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비상식적인 운영행태와 비리사슬에 초점을 맞춰 뚝심있게 기사를 써나갔다. 수많은 매체들이 며칠씩 정치권 인사들의 근거없는 의혹제기를 겹따옴표로 인용해 보도하는 것을 보며 우리가 선택한 보도방향에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자신감은 일선기자 3명과 인턴기자 6명이 투입돼 2달동안 취재를 벌였다는 데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2003년 부산 성인오락실 검·경 상납비리 사건과 2005년 여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비리 의혹 보도 등 3년여에 걸쳐 성인오락실 문제를 계속 주시해왔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자신감이었다. 2003년 부산에서 조직폭력배의 위협까지 받았던 양상우 선배가 이번에는 24시팀장으로서 취재를 진두지휘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배경지식과 풍부한 취재원 덕분에 어느 매체보다도 적절한 시점에 꼭 필요한 현장과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자부한다.
한국의 중앙일간지가 한 가지 사안에 2달이 넘게 일선기자 3명을 배치한 경우는 흔치 않다. 한 가지 사안을 3년 넘게 끈질기게 추적한 경우는 더욱 드물다. 1년만에 되살아나기는 했지만, 2003년 보도로 부산 성인오락실이 한때 모두 문을 닫았고, 검·경 직원과 오락실 업주 등 65명이 구속·수배됐고 345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2005년 보도로 영등위 심의위원이 전원 교체됐고, 게임물등급위원회 신설 등의 대책이 나왔다. 2006년 보도로 전국의 성인오락실 대부분이 문을 닫은 상태고, 정부와 정치권은 모두 상품권 폐지, 성인오락기 퇴출 등 강력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아직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히 <한겨레>의 끈질긴 보도가 성인오락실 문제를 조금씩 해결해왔다고 믿고, 앞으로도 <한겨레>의 보도는 계속될 것이다.
끝으로, 1년에 걸쳐 보도한 기사를 제출해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형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출품작에 상을 주기로 결정한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남보다 조금 앞서는 보도보다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꾸는 보도가 가치있다는 판단 끝에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 원인 추적 보도 - 한겨레 이재명
아시아나항공 사고 원인 추적보도 취재후기- 한겨레신문 24시팀 이재명 기자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서 극적인 비상착륙의 `후반부'만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던 지난 6월 중순 어느날, 데스크와 선배 기자들은 강한 의문을 잇따라 던졌다. "왜 `전반전'의 얘기는 없지?" "사고 원인이 석연치 않은데" 선배들의 의문이 강도높은 취재 지시로 바뀌기까지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첨단기계는 그저 경이로움의 대상일뿐이다. 활주로를 이륙해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기를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 초짜 기자가 그것도 기초지식도 없는 항공분야에 대한 취재라니. 막막했지만 취재가 진행될수록 `의문'은 점점 더 커졌다. 다른 항공기들과 달리 왜 사고항공기만 구름의 오른쪽으로 운항했을까. 조종사노조들과 일선 조종사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기 시작했고, 그러던 중 몇몇 조종사들로부터 다양한 도움말이 쏟아졌다. 수십년 비행경력의 전직 조종사에서부터 사고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현직 조종사에 이르기까지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조종사들 대부분은 단호하고도 명쾌한 설명과 조언을 내놓았다. 동시에 취재팀에는 표준정규항로, 기상도, 항적도, 조종사의 습관, 비행 관행, 회피비행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과 정보도 하나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사실의 확인은 명쾌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사고조사를 이유로 관련기관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아시아나항공이나 건설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 등 당사자들의 입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것은 그동안 어렵게 수집한 사고 항공기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재조립하고 분석하는 일이 남았다. 이를 통해 사고기의 항적도는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정규항로와 당시의 구름위치, 사고기의 고도와 속도 등을 토대로 항적도의 대강이 완성됐다. 여기에 뒤늦게 아시아나쪽은 어설프게 나마 사고기의 항적도를 취재진에 털어놨다. 취재팀이 그린 항적도와 정확히 일치했다.
사고장소와 시각도 바로잡았다. 여기에 같은 한겨레신문 24시팀원인 임인택 기자가 기상청에서 사고 당시 고도의 레이더 기상영상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사고당시의 항적도과 기상영상도를 포개놓자 사고원인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고기가 우박이 쏟아지는 비구름대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비슷한 시기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홈페이지에 ‘로그북, 고도 1만1천피트 속도 320노트’ 라는 짤막한 글이 실렸다.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또다시 취재가 이어졌다. 누군가 사고 항공기 조종사가 작성한 로그북을 보고 이 글을 올린 것이었다. 아시아나쪽에 직접 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시아나쪽은 “우박 사고로 조종실 전자제어장치가 꺼지면서 속도가 증가해 320노트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얼마후 이를 번복해 “사고로 전자제어장치가 꺼지면 사고전의 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명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사고직전 속도가 밝혀진 것이다.
보도 후 두달이 지나 사고조사를 발표한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는 사고기가 사고당시 구름사이를 통과하고 있었고, 사고당시 속도가 지나치게 높았다고 결론 내렸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 귀찮게 했지만 마다하지 않고 도움을 준 조종사분들께 거듭 고마움을 표한다
연속기획 "접도지역 이대로 좋은가?" JTV전주방송…
(192회) 연속기획 "접도지역 이대로 좋은가?" / JTV전주방송 이승환
지난 3월에 기획했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와 이어진 민선
4기의 출범은 한동안 분주하게 뉴스를 쏟아내며 다른 틈을 주지 않았다.
취재를 더 미룰 수 없게 한 것은 순창군청에서 들려온 소식이었다.
다른지역으로 이주해 출퇴근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돌아오면 인사에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인구 3만 명 유지가 군의 최대 현안인 터에, 이런 방침이 나올 정도면
지역 실정이 오죽할까 싶었다.
순창을 비롯해서 다른 시도와 접해있는 무주, 고창의 현실은 심각했다.
순창은 군청 공무원의 20%가 전북을 버리고 광주를 택할 정도였다.
자녀 교육 때문이었다. 무주도 다름이 없었다.
순창과 무주 초등학생들은 4,5학년이 되면 전주가 아닌 광주,대전으로
전학하고, 남더라도 대학 진학때 결국 그곳으로 향했다.
남아 있는 이들도 여가를 즐기거나 물건을 살때면 하나같이 광주,대전에
가서 돈을 쓴다. 사람과 돈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건 상권붕괴와 상인
들의 한숨 뿐. 이같은 현실은 도내 경제는 물론 지역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도 이후 전라북도 정책에도 다소나마 자극제가 된 듯 싶다. 사람과 돈을
되돌리기 위한 대책을 검토한다고 한다. 전주를 잇는 길을 넓히고, 교육과
문화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법도 찾고 있다고 한다.
유출과 종속의 시간을 한 번에 되돌리기는 쉽지 않겠지만,
이번 취재가 이같은 새로운 고민의 출발점이 됐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짧은 시간 욕심껏 밀어부친 취재 일정에도 묵묵히 따라준 후배 이동녕은
방송취재에 있어서 팀웍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준 훌륭한 파트너였다.
항상 ‘좋은 기자’의 아내이기를 소망하는 안민정에게 감사한다.
좋은 기사 많이 쓰라며 때마침 선물해준 펜이 행운을 부른 것 같다.
불 못 끄는 소화기 SBS 하대석
불 못 끄는 소화기/ SBS 하대석
“수십만대 소화기가 불을 못 끈다.” 믿기 어려운 제보였다. 모든 소화기는 사전검사를 받고 필증을 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업체 입장에서 불량품을 대량생산한다는 것은 무모한 모험 아닌가. 하지만 장난전화나 음해성 제보로 치부하기엔 제보자가 제시하는 정황이 너무 상세했다. 소화기 샘플검사 때마다 교묘한 ‘바꿔치기’로 불량품에 합격필증을 받아왔다는 증언이었다.
시중에 파는 청운소방 2.5Kg 소화기 두 개를 사들고 소방검정공사를 찾아갔다. 소화기 공인 검사기관인데다 불을 꺼보는 ‘소화 실험’ 시설이 유일하게 갖춰진 곳이다. 바쁘다며 소화기 성능 실험을 극구 꺼리는 검정공사 직원들을 가까스로 설득했다. 첫 실험. 제보자 말대로 불이 꺼지기는 커녕 소화기가 뿜는 공기압으로 불길이 더욱 커질 뿐이었다. 직원들은 소화기 작동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실험결과를 못 믿겠다는 눈치였다. 이번엔 청운소방 직영판매점에 직접 가, 가장 많이 쓰이는 3.5Kg 소화기 세 대를 구입해 추가 실험을 해봤다. 결과는 마찬가지. 소화기는 전혀 불을 끄지 못했다. 정밀 성분 검사를 맡기고 며칠 뒤, 청운소방 소화기에 들어있는 약품의 실체가 드러났다. 불을 끄는 필수성분인 제1 인산암모늄은 단 1g도 검출되지 않았다.
곧장 청운소방 공장을 찾아갔다. 시종일관 부인하던 사장은 실험결과를 제시하자 약품 조작 사실을 털어놨다. 인산암모늄 대신 넣은 약품은 황산암모늄. 소화성능이 떨어져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약품이다. 소화기 업계 불황으로 약품가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웠다고 사장은 시인했다.
정밀한 검사 체계를 자랑하던 검정공사 직원들이 그제야 검사 때마다 업체에 속을 수밖에 없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화장실 간 사이, 사장과 커피 한잔 하는 사이, 언제든 샘플링된 소화기를 미리 준비해둔 정상 소화기로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방방재청은 브리핑에서 소방검정 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약속했다.
불량소화기는 진행형이다. 검정공사의 검사만 빠져나가면 그만이다. 사용 시 불이 안 꺼져도 소화기를 제대로 못 쓴 사람을 탓하며 넘어가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방치된 무용지물 소화기도 넘친다. 불량소화기에 대한 후속보도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 지면을 빌려 취재에 큰 힘이 되어준 남승모 선배, 남주현 선배와 사건팀 선후배에게 감사 말씀을 전한다.
'도심속 외딴섬' 영구임대아파트 심층 취재·보도 충…
'도심속 외딴섬' 영구임대아파트 심층 취재·보도/충청투데이 전진식
"집 없는 사람도 많은데 아파트라도 있는 사람들 아니냐" "정부에서 다달이 몇 십만원 씩 받지 않느냐"
'깊어지는 빈곤의 수렁-4단지 사람들' 기사를 처음 썼을 때 주변의 반응이다.
'그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는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살 집도 있는데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고 했던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그같은 지적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빈곤으로 인한 각종 문제-방치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탈선 등 교육적인 문제가 심각하고, 성인들은 알코올 문제와 주변 분위기로 인한 나태, 독거노인 역시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 있는 등-는 물론, 빈곤층 밀집으로 인한 슬럼화를 불러오고 있었다.
4단지의 문제는 아파트 구성원 만의 문제가 아닌 인근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었던 것이다.
비근한 예로 교육환경 열악으로 인한 인구 급감을 들 수 있는데, 판암2동에 있는 대암초등학교의 경우 10년 전에는 전교생이 1400명이었지만 현재는 800여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몰랐을 수도 있다.
4단지 내 복지관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다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모르거나 알아도 '문제는 있는데, 해결책이 뭐냐'는 식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처음 기사 계획은 3번 정도였다.
선행 기사들처럼 마찬가지로 현상만 묶어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복지관 관계자를 만나고, 현장을 수차례 취재한 결과 몇 번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차례 연재를 계획, 취재하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취재·보도를 병행하며 기획물을 진행하고, 물리적 지원의 한계 등으로 거주민들의 속살을 깊게 살펴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미흡함에도 불구, 기사가 나간 이후 대전시가 테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고,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마련 하는 등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점은 큰 성과로 남는다.
박성효 대전시장이 '4단지 사람들' 기사를 눈여겨 봤는지, 주공 4단지를 기화로 대전지역 빈곤층에 대한 문제 해결을 장담하고 나선 것이다.
10월 중순께 종합 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벤트적이고 물량적으로 보이는 대전시의 대책이 썩 흡족하지 않지만, 그리고 여러 우려점들이 없진 않지만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4단지가 일단 시선을 끌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인 것이다.
대전시의 4단지를 비롯한 영구임대아파트, 나아가 대전지역 빈곤층 밀집지에 대한 문제 해결 과정 등이 기대된다.
그리고 문제의식을 갖고 쓴 기사로 말미암아 4단지 문제의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뿌듯한 느낌이 든다.
생애 첫 음식, 분유에 관한 보고서 KBS 김명섭
생애 첫 음식, 분유에 관한 보고서/ KBS 탐사보도팀 김명섭
국내 아기들의 70% 이상이 첫 먹거리로 의존하고 있는 분유, 지난 2월 한 외국산 수입분유에서 금속 이물질이 검출된 뒤 소비자단체에 여러 종류의 분유에 대해 이물질 신고가 계속 이어졌다. 신고한 이물질의 상당수는 대부분 자석에 반응했고 눈으로 보기에도 영락없는 금속성 물질이었다. 그러나 분유업체들의 분석 결과는 사뭇 달랐다. 공정과정에서 분유가루가 타서 만들어진 ‘초분’이 이물질의 정체라는 것이다. 분유 종류와 신고인만 달랐을 뿐 각 업체의 이물질 분석 성적서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명은 마치 복사를 해 놓은 듯 하나같이 똑같았다. KBS탐사보도팀은 이물질의 정체를 객관적인 방법에 의해 파악해보기로 했다.
취재팀은 소비자단체에 ‘소비자시민의 모임’에 가장 이물질 신고가 많이 접수된 분유와 이유식 종류를 중심으로 해당 제조연월일이 같은 제품을 구입한 뒤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공인시험기관에 분석을 맡겼다. 3주 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33개 제품가운데 10개 제품에서 알루미늄합금 등 금속성 이물질이 검출됐다. 외국계 제품에서 이물질 검출 빈도가 훨씬 높았다.
취재팀은 전 세계적으로 이물질 검출 사건 못지않게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병원성 대장균인 사카자키균 오염 사례를 조사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세계보건기구 등에서는 규제기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을 정도로 아기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세균으로 분류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4년부터 분유나 이유식에 대해 사카자키균 오염 조사를 벌였지만 사카자키균이 검출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관련 논문과 식품 관련 연구소를 뒤졌다. 지난해와 올해 초 두 곳의 대학연구소에서 분유와 이유식에서 사카자키균을 검출했다는 자료를 발견했다. 사카자키균에 대해 본격적으로 취재가 시작되자 식품의약품 안전청에서 5월말 뒤늦게 지난해 말 이유식 등에서 사카자키균을 검출했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조제분유를 담당하고 있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8월부터 사카자키균에 대한 조사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분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보도와 프로그램이 나간 뒤인 9월 초 수의과학검역원에서 한 업체의 제품에서 사카자키균이 검출됐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분유 업체들은 보도 이후 서둘러 공정 개선에 들어갔고, 농림부에서는 9월 중순부터 조제분유 전 제품에 대한 이물조사와 사카자키균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물질과 사카자키균 검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방송이 나간 뒤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KBS가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분유를 제조되도록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KBS 탐사보도팀은 아기들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어떻게 분유의 안전성이 개선되어 가는지에 대한 기록과 감시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끝으로 국내 탐사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위해 함께 도전했던 김의철 팀장과 스탭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