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13편
‘열정+헌신’ 사진으로 보는 태극전사들의 몸 동…
전문보도부문
‘열정+헌신’ 사진으로 보는 태극전사들의 몸 (동아일보 사진부 강병기, 스포츠레저부 이헌재 기자)
스포츠계에도 이른바 양극화라는 게 있다. 부와 인기는 주로 프로 선수들의 몫이다. 음지에서 땀 흘리는 아마추어 선수들은 평소에는 거의 잊혀진 존재다. 그들이 잠시나마 주목을 받는 것은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같은 종합 대회 때다.
종합 대회가 가까워지면 선수들이 먼저 안다. 평소 얼굴 안 번 비치지 않던 기자들이 그 때부터 한둘 씩 태릉선수촌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본인 역시 도하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4년(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주기) 만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세 번 태릉선수촌을 찾을 때마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쏟는 노력과 열정이 정말 감동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별다른 보상이 없는 데도 그들은 묵묵히 땀을 흘렸다. 정말이지 아침, 점심, 저녁까지 쉬지 않고 훈련을 했다. 세계 톱10의 스포츠 강국 한국의 뒤에는 이처럼 음지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어떻게 해야 이들의 땀과 노력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선수들이나 주변의 말보다는 꾸준한 훈련으로 인해 일반인과 달라진 선수들의 특정 신체 부위를 직접 보여주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기사보다는 사진 한 장으로 선수들의 땀의 흔적을 찾아보자는 기획이었다.
스포츠레저부의 각 종목 담당 선후배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대상 선수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신체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스튜디오용 조명 장치가 필수였는데 선수촌 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플래시 3개를 이용해 다양한 광선을 사용하면서도 휴대가 간편한 조명 장비를 개발해 선수촌 현장에서 찍었으면서도 마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듯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었다.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아마추어 선수들의 노력을 조명하려 했지만 여전히 그들이 흘린 땀의 채 10%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노력은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프로 선수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아마추어 선수들에게도 비추는 풍토가 어서 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
송년특집 “하천은 숨쉬고 싶다” 대구MBC 보도…
지역기획 방송부문
송년특집 “하천은 숨쉬고 싶다” (대구MBC 보도국 심병철, 장성태 기자)
“전화로 하기에는 해야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하천생태 공학 전문가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이미 취재와 기획이 끝났고 1주일 안에 제작을 위해 일본으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의 진실성 실린 말에 취재진은 이미 KTX를 타고 있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대구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있는 고양시까지는 KTX를 타고도 3시간 반이나 걸렸다.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은 풍채의 하천생태 공학 전문가인 이삼희 박사는 만나자마자 댐 수문이 터지듯 열띤 강의를 쏟아냈다.
3시간에 걸친 강의는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요지는 이랬다. 하천은 자연적인 교란이 허용돼야 가장 자연스러운데 현재 하천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도 하천복원 방식은 이를 무시한 채 정원 가꾸기처럼 예쁜 하천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청계천 신드롬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청계천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박사의 설명을 듣고 취재진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하천복원 관련된 지식이 잘못됐고 표피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 모범으로 여겨졌던 일본의 하천복원 방식도 문제가 많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취재진은 큰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취재하고 기획했던 방향을 전면 수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작 일정과 섭외 등 모든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미 제작 일정 등은 데스크에게 보고가 돼 있다. 일본의 전문가와 관련 기관에는 이미 인터뷰와 취재 협조가 끝난 상태이다. 프로그램을 맡은 연출자로서 기존 계획을 전면 수정한다는 것은 참 자존심 상하고 스타일 구겨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잘못된 내용을 보도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전문가와 관련 기관에 전화를 걸어 제작 일정이 변경됐음을 알리고 양해와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원점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일본 하천복원 연구의 중심인 자연공생연구센터와 큐슈대학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하천의 자연적인 교란을 허용하는 방식의 하천복원에 연구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리고 기존 20여 년 동안의 하천복원 방식은 자연적인 교란을 무시한 채 이뤄져 하천의 육상화 등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하천에 물길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줘 자연적인 교란을 허용하는 방법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하천가의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을 매입해 유수지로 만들어 치수정책을 쓰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이 과거에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해 청계천을 복원했다. 그리고 이 방식은 국내 하천복원의 모범으로 여겨져 전국적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천편일률적으로 제 2의 청계천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편에서는 댐과 경관 목적의 수중보를 무분별하게 건설해 물길이 움직일 공간을 주지 않아 자연적인 교란이 멈춰 생태계가 기형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하천은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의 순리대로 흐를 때 가장 좋다는 사실이 취재결과 입증된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육상동물의 70%가 하천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하천이 죽으면 육상동물의 생존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개발과 그에 따른 이익에 눈이 멀어 스스로 하천을 죽이고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취재진의 이런 바람이 어느 정도 현실화된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다. 끝으로 졸작을 이달의 기자상에 선정해 주신 심사진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특별기획, 현장기록 - 사라지는 역사, ‘터’ KB…
지역기획 방송부문
△ 특별기획, 현장기록 - 사라지는 역사, ‘터’ (KBS순천 보도국 지창환, 김종윤, 이인수 기자)
지난해 여름,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언젠가 ‘저 명당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되겠나!’ 하며 안타까워했던 어떤 어르신한테서 온 전화인데, 그곳에서 조만간 발굴설명회가 있을 거라는 짤막한 전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곳에서 유물이 나왔다고 해서 발굴기관에 전화를 몇 번 돌려보긴 했지만 번번히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곧 아파트가 들어서기 때문에 관심을 보일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식의 답변뿐이었다. 고고학적인 배경이 없는 기자였지만 ‘뭔가 있다’는 의문이 마침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던 차였다.
아파트 공사를 눈앞에 두고 열린 최종 발굴 설명회, 예상대로 기자 한 명 없이 그네들만의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발굴기관과 아파트 개발업체가 ‘쉬쉬’하며 공개를 꺼려 이루어진 일이었다. 시행사로부터 용역비를 받은 발굴기관은 이번 발굴이 개발을 전제로 한 이른바 ‘구제발굴’이고, 또 보존하려 해도 재정부담 때문에 어려울 거라는 결론을 일찌감치 내리고 있었다. 발굴기관이 그런 의견을 갖고 있다면 문화재 보존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 기자는 바삐 설명회를 빠져나가는 고고학자들을 붙잡고 물었다. “너무 아깝다. 다양한 유구와 유물이 망라된 천년유적이다. 전례가 드문 유적이다”는 것이 그들의 결론이었다.
“왜 발굴기관과 고고학자들의 생각이 다를까?” 특별기획은 이렇게 시작됐다. 당장 덕암동 유적의 가치를 규명해야 했다. 발굴기관이 ‘쉬쉬’하는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비전문가인 기자가 규명하는 것은 고단한 일이었다. 수많은 서적을 뒤졌고 저명 고고학자들에 대한 인터뷰, 그리고 그들과의 자존심 상하는 토론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덕암동 유적이 천년에 걸친 국내 최대급 집자리 유적이고 환호는 국내 최장, 그리고 호남지역 가야문화의 전래와 영향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유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촬영기자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밤낮으로 덕암동을 오르기를 수십 번, 강행군을 계속했다.
방송이 나가고 큰 반향이 일었다.
우선 유적의 가치에 놀랐고 유적의 보존이 그 유적의 가치에 있지 않고 ‘보상’이 가능한 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발업자와 발굴기관의 유착 의혹에 발끈했던 것 같다. 또 유물을 모아놓은 박물관보다는 선조들의 생활사가 담긴 ‘터’를 중심으로 한 유구와 유적보존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급기야 시민사회에서 유적의 원형보존을 촉구하고 나섰고 순천시도 문화재청에 사적지 지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어쩌면 영상기록이라도 남겨보자고 시작한 일이 유적을 지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니 기쁘다.
해양경제 규모를 두 배로 국제신문 편집국 조진만…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
△ 해양경제 규모를 두 배로 (국제신문 편집국 조진만 기자)
부산하면 한국 제2의 도시, 항구도시가 연상된다. 우리나라 국토의 남쪽에 자리한 산과 바다, 강이 있고 기후가 온화하며, 일본 중국과도 가까운 이점을 가진 아름다운 도시다. 하지만 경제는 갈수록 활력을 잃어가고 있고 시민들의 살림살이는 팍팍하다.
이런 현실을 깨뜨릴 수 없을 까하는 생각이 늘 기자의 마음에 가득했다.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항에 버금가는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물음이 모아졌다. 해양 부문을 취재하는 전문기자로 발령받고 난 뒤 부산의 발전은 해양에서 찾아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다. 시리즈는 항만과 수산 부문에서 어떻게 수입을 늘리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도 개선은 물론이고 정책의 수정도 거론됐다.
거의 6개월에 걸쳐 이 시리즈물을 보도하면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 가장 큰 부담을 느꼈다. 시리즈 횟수를 거듭할수록 이런 부담은 강도를 더해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를 받았고 조언도 들었다.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컨테이너 무역항이고 항만 물류와 수산업이 발전한 도시여서 이 같은 기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부산에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갖가지 부당한 제약 때문에 경제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기업인을 만났고 제도를 지키지 않는 데 따른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
시리즈에 담긴 내용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이 현실화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기사에서 금어 규정의 준수를 거듭 강조했으나 현실은 따로 놀고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1월에는 대구를 잡지 못하는 시기이지만 시내 유통매장에서 국내산 대구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경제 부문의 큰 이익을 위해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SK뷰아파트 불법매립 추적보도 JTV전주방송
지역 취재보도부문
SK뷰아파트 불법매립 추적보도 (JTV전주방송 정윤성, 정희도 기자)
“파기를 잘 했어, 폐기물이 나와 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지.” 지난 17일 전주의 SK 뷰 아파트 사업부지에서 이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이 계약자는 자기가 살게 될 아파트의 공원부지 지하에 건축폐기물이 매립됐다는 보도 때문에 아파트 값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이제라도 그런 사실이 밝혀져 제대로 공사를 하게돼 다행이라며 기자에게 수고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진실’의 힘이었을까. 그랬다. 그것은 한 달이 넘는 기간, 취재를 끌고 갈 수 있었던 버팀목이었다. 공원부지에 묻혀있던 폐기물은 ‘팩트 (fact)’이자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의 힘이 다섯 번의 굴착과 업체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나름대로의 보람만큼이나 씁쓸한 맛도 지울 수 없었다. 불법매립을 확인하기 위해 포클레인을 들이댈 때까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눈을 흘기던 일부 공무원들 앞에서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허탈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지간히 하자’,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는 식의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럴수록,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이번 취재의 공공성을 높였다. 사업 승인과정, 폐기물의 실체, 성분분석, 사후처리, 사법수사, 제도개선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뤘다. 지금이라도 우리나라의 모든 공공 주택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상의 허점을 밝혀내 개선방안을 제시한 것은 작지 않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사는 자칫 ‘태산명동 서일필’ 에 그칠 수도 있었다. 고병악 보도국장께서는 그런 기사에 힘을 실어 고발기사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아울러 기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격려해주신 강혁구, 성지호 차장께도 감사를 드린다.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도 이번 취재를 배려해주신 김양호 차장과 마음으로 성원해준 이정헌 차장께도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
복마전 선문화타운 부산일보 사회부
지역취재보도부문
복마전 선문화타운 (부산일보 사회부 이상민, 박진국, 이현정 기자)
부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 불교, 그 중에서도 범어사는 부산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의 대표 사찰이다. 유감스럽게도 범어사는 몇년전부터 국고보조금을 횡령하고,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등 佛法을 빌미로 不法을 저질러 시민들을 안타깝게 한 적이 많았다.
선문화타운사업 역시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추진과정에서 불법과 불투명성이 드러나 사업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취재는 부산시가 매주 각 언론사에 배포하는 주간시정 일정을 검토하다 생긴 의문에서 시작됐다. 주간시정에는 곧 도시계획심의가 열리고 금정산 일대 10만여평에 대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안건이 포함돼 있었다.
금정산은 부산의 진산으로 최후의 녹지공간이다. 그린벨트 해제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한 취재진은 공무원들을 상대로 ‘도시계획심의 내용’에 대한 탐문취재에 들어갔다.
취재진은 이같은 작업을 통해 부산시가 범어사의 선문화타운 추진을 돕기 위해 금정산 자락의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공무원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부산시 유력인사들이 (사)선문화타운의 법인이사로 등기돼 있는 사실도 밝혀냈다.
10일간에 걸친 일련의 취재와 보도를 통해 본보는 금정산을 파괴하는 선문화타운은 안 된다는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다. 결국 부산시와 (사)선문화타운으로부터 선문화타운 부지는 물론 계획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낼 수 있었다.
사실 금정산은 기독교나 천주교가 상당한 면적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다. 불교계가 금정산 그린벨트를 용도변경하고 선문화타운을 조성하게 된다면 여타 종교도 형평성 문제를 들어 그린벨트를 용도변경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선문화타운이 착공되면 금정산 난개발의 길을 터주는 꼴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막아낸 것이다.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심사위원들도 일상의 작은 의문에서 시작된 보도가 결국 금정산을 지켜낼 수 있었던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유관, 그들만의 몫인가? 경인일보 인천본사
지역취재보도부문
송유관, 그들만의 몫인가?(경인일보 인천본사 사회부 송병원 기자, 정경부 김창훈 기자)
수도권에 속한 유일한 항구도시인 인천이기에 인천 연안에는 국내 모든 대형정유사의 저유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저유소들은 매립지 위에 둥지를 틀었고, 부두 돌핀과 저유소를 연결하는 땅 속에 묻힌 송유관들을 갖고 있다.
저유소가 많아서일까. 인천에선 어디어디에 폐송유관이 묻혀있다는 둥 폐송유관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인천에 오래 산 사람들로부터 송유관에 대한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폐쇄된 남구 용현동의 SK인천물류센터는 일제 강점기엔 일본기업의 창고였고, 해방 뒤 미군이 들어오고 나서는 미군의 저유소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천에서 송유관의 역사는 최소한 반세기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 저유소 시절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일을 안하고도 남부럽지 않게 먹고살았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그들은 부두에서 저유소까지 연결된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서 기름을 빼냈다고 한다. 당시 송유관들은 지금처럼 땅 속에 묻히지 않았고, 지상에 노출돼 있었다. 그랬던 송유관들이 인천연안이 급속도로 매립되며 어느 순간 땅속으로 숨어들었다. 무성한 소문만을 남긴 채.
지난 2005년 초 경인일보에선 송유관에 대한 소문을 좇아 달려든 적이 있었다. 당시 본인이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았었다. 그 때 시청과 관할 구청 등에서 자료를 찾으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저유소측에 자료를 요구하는 건 씨알도 안 먹힐 것이 뻔했고, 땅을 직접 파보는 것도 무리였다. 비용도 문제고,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만 믿고 굴착허가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접어야 했다.
포기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가 왔다. 마침 연안부두에서 하수도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공사가 폐송유관 때문에 중단됐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해당 저유소에서 폐송유관을 철거하기 위해 현장에 나온 날 단독취재에 성공했다. 그렇게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인천의 폐송유관을 수십년 만에 지상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수상 여부를 떠나 약 1년 반을 기다린 끝에 인천 연안에 묻혀있는 폐송유관에 대한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게 기쁘다. 반면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다. 또 다른 폐송유관이 더 묻혀있을 여지가 있지만 보다 깊이 파헤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가지로 부족함이 많은 기사에 이달의 기자상을 안겨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탐사기획 ‘주민등록에서 사라진 사람들’ 세계…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탐사기획 ‘주민등록에서 사라진 사람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채희창, 김형구, 우한울, 나기천 기자)
만일 누군가 당신의 지갑을 다짜고짜 빼앗아갔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의 물건임이 분명한 지갑이다. 처음엔 황당했다가, 이내 울화통이 치밀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임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주민등록을 이처럼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주민등록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정상적인 금융거래나 취업부터 어려워진다. 외국에 나갈 수도 없다. 출국에 필요한 여권이 발급될 리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생활의 불편 정도를 넘어, 사회복지망에서도 배제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기초생활 보장은 물론 각종 의료보호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채무독촉 등에 쫓겨 음지로 숨어 다니다 어쩔 수 없이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들이 무더기로 양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팀은 이 점에 주목하고, 주민등록 말소자들의 정확한 실태와 말소에 따른 부당한 인권 침해에 초점을 맞춰 취재를 벌였다. 확인 결과, 가족의 신고나 행정 당국의 직권으로 주민등록이 말소된 ‘비자발적 말소자’가 무려 64만여명에 달했다. 특히 쪽방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비자발적 말소 비율이 52%를 넘었다. 이들은 주민등록이 없어 막노동 자리마저 구하기 어려운 데다 온갖 질병과 차별에 시달리며 가난, 절망, 고립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실상을 좀더 정확하게 알아보려 했으나, ‘지워진 사람들’의 ‘지워진 흔적’을 찾는 과정이다 보니 취재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부 통계자료부터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된 당사자들이 대부분 장기 채무에 시달리며 도피생활을 하는 터라 이들을 찾아 만나는 것도 힘들었고, 이들이 떠올리기 싫은 과거를 기억하게 만드는 일도 고통스런 작업이었다.
하지만 때마침 주민등록 말소 문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이던 시민단체 빈곤문제연구소와 현장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주민등록 말소자, 무호적자들과 격의 없는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심층면접을 주선한 이들 현장 활동가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린다. 또한 어렵게 인터뷰에 응해준 주민등록 말소자, 무호적자들에게도 지면을 빌어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다.
'달동네에서 한달’ 시리즈 한겨레신문 국내뉴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김기태 기자 ‘달동네에서 한달’ 시리즈 (한겨레신문 국내뉴스 24시팀 김기태 기자)
“연말이면 많은 언론사들은 약속한 듯이 불우이웃 기사를 내놓는다. 접근은 대부분 비슷하다. 기자 1명이 불우한 이들을 찾아가서 취재를 하고, ‘찬바람이 불수록 추운 우리 이웃들’이란 분위기로 기사를 쓴다. 이 기사들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종종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단발성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11월, <한겨레> 24시팀은 이 질문을 가지고 고민을 했다. 이 질문의 과정에서 나온 기획이 ‘달동네에서 한달’ 기획이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24시팀의 박용현 팀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기자가 한 달 동안 빈곤 지역에 들어가서 살면서 그 속에서 기사를 써서 보낸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팀원 9명이 머리를 짜내면서 기획의 얼개를 잡았다. 더 생생하게, 더 깊숙하게 빈곤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기자가 직접 이불 짐을 싸들고 작년 11월18일 서울시 노원구 상계 4동 양지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곳의 허름한 8평 집을 잡았다. 양지마을은 2,283명의 빈곤 인구가 사는 무허가 주택촌이었다.
기획은 대강의 구성을 잡았지만 애당초 그 형식대로 갈 계획은 없었다. 직접 가서 볼 빈곤의 양태와 내용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미리 구성을 잡는다는 것이 무의미했다. 달리 말하면, 처음의 기획안은 내용이 대폭 수정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안’에 불과했다. 기획 연재의 횟수마저도 정해지지 않았다. 기획이 언제 시작된다는 확실한 계획도 없었다. 다만, 12월초에는 시작하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있었다. 실제로 기획의 첫 회는 이사를 들어간 지 약 2주일 뒤인 12월4일에나 나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획은 언론에서 간간이 시도되던 ‘하루 체험’류의 수준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였다. 주민으로서 한 마을에 장기체류 하다보니, 만날 수 있는 취재원의 폭과 깊이는 보장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문에 가명으로, 혹은 실명으로 소개된 이들만 50명이 넘었다. 또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구한 빈곤 문제 전문가의 수는 30여명을 훌쩍 넘었고, 그 가운데 신문에 인용한 수도 20여명이 넘었다.
내용과 함께 형식에도 파격을 주었다. 1면에 나가는 기사는 딱딱한 문체를 과감하게 버리고, 기자가 독자에게 양지마을의 이야기를 앞에서 마주 앉아서 전하듯이 존댓말로 써 내려갔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딱딱한 글쓰기로는 가난한 이웃들의 애환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인터넷 <한겨레>에서는 별도의 공간을 만들어서 기자의 취재일지를 거의 매일 올렸다.
그래픽에서도 신선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했다. 첫 회의 동네 풍경은 사진 표현보다 정감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어린이, 이혼 가정 등을 다룰 때도 기사의 성격상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취재 대상들을 그림으로 처리하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로써 취재대상의 초상권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독자들에게 이들의 앞모습을 사실성 있게 보여줄 수 있었다. 이 기획을 통해서 ‘근로빈곤’과 ‘상대빈곤’ 등 새로운 빈곤의 형태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노력했다. 이를 통해 생소한 빈곤 개념에 대한 사회적인 이해를 높였다고 자부한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1백만여명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을 새롭게 했다. 또 연말 국회의 2007년 복지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의제가 되었던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 사업이나 방문간호사 수 확대 사업 등을 소개하면서, 이 사업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측면지원을 했다.
장기간에 걸친 기획의 과정에서 취재 기자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양지마을 주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또 상계4동 나눔의 집 권춘택 신부님과 활동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에게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한다. 낯선 “기자 아저씨”를 친근하게 맞아준, 사랑스런 공부방 친구들, 그리고 취재의 대상으로 신문에 이름을 올린 많은 주민분들도 잊지 못할 듯 하다. 또 팀원 장기간 비워둔 자리를 묵묵히 채워준 한겨레 24시팀 선후배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진보개혁의 위기-길 잃은 한국 경향신문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진보개혁의 위기-길 잃은 한국 (경향신문 문화부 손제민 기자외 17명)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뤄낸 진보진영의 동력은 이제 소진된 듯 합니다. 앞으로 최소 20여년간은 진보개혁 진영은 숨죽이고 있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필자가 사석에서 진보학계 한 인사의 암울한 전망을 들은 것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직후였다. 그러고 보니 한숨 섞인 목소리는 어느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었다. 학계는 물론 시민운동과 노동운동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 빠르게 번져 가는 패배감과 위기의식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말로만 떠돌던 ‘진보개혁의 위기’ 담론이 투표라는 행위로 구체적으로 표출됐다는 의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법했다.
이것을 심층기획기사로 다뤄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물론 하루하루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장기자들에게서 나온 것은 아니다. 28회나 되는 장기 기획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시어머니’ 이대근 정치·국제담당 에디터가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했지만 사실 걱정도 많았다. 진보, 보수 얘기가 나오는 기사는 자칫 지루해져 독자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 단계에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외부의 시선으로 본 진보개혁의 피상적인 문제점이 아니라, 진영 내부의 자기고백과 성찰을 위주로 할 것’과 ‘진보는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곧 우리 생활의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의 목소리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 현장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더 중요했고 100% 기자의 현장 취재에 바탕해 쓰여져야 했다.
기사가 나간 3개월간은 참여 기자들에게 ‘악몽’에 가까웠다. 대부분 각자 부서에서 일하면서 기획을 위해 별도로 일해야 했다. 압권은 원고지 43매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를 한 호흡에 쓰도록 한다는 내부 방침이었다. 그나마 단 한번에 데스킹을 통과하는 법이 없었다. “이 부분, 저 부분을 이런 식으로 고쳐서 다시 써오도록.” ‘빨간펜’기사 원고를 받아든 기자들은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거의 새로 취재해서 다시 기사를 쓰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편집부서는 편집부서 대로 ‘이렇게 덩치 큰 기사로 어떻게 판을 짜야 하나’ 곤혹스러워했다.
끝이 보이지 않던 기획 연재였지만 어쨌든 마무리 됐다. 한국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고, ‘집중편집’이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지만 여전히 미련이 남는다. 장황한 문제제기와 원인분석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던 대안 제시가 마음에 걸린다. 그게 ‘진보개혁 진영’이 가진 역량의 현주소라는 점을 위안 삼아 보지만 영 개운치 않다.
정치인.사정 권력기관 유착비리 ‘김흥주 게이트’…
취재보도부문
정치인.사정 권력기관 유착비리 ‘김흥주 게이트’ 탐사 추적보도(조선일보 사회부 이진동, 김진 기자, 경제부 정철환 기자)
‘김흥주 게이트’ 는 조선일보 보도가 없었다면 사실상 단순 사기 횡령으로 묻힐 뻔한 그런 사건이었다. 사건 발생 시점도 김대중 정부 때로 과거여서 타 언론은 ‘한물 간 사건. 다 끝난 사건’으로 여겨 첫 보도가 나간 지 20여일동안 아예 무시하거나 소극적 보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수십명의 사정·권력기관 간부들이 ‘마피아’ 처럼 ‘형제모임’을 김흥주씨 주도로 만들어 부당하게 공권력을 동원한 ‘권력비리’에 초점을 맞춰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초기엔 검찰 간부와 금융감독원 간부 정도가 연루된 뇌물비리 수준으로 생각됐으나 ‘형제 모임’을 취재해 들어가자 ‘형님’ ‘아우’로 뭉친 권력기관 간부들의 권력 전횡이 고구마 줄기 캐 듯했다. 정상영업 중인 금고를 집어삼키기 위해 먼저 이뤄진 양수양도 계약을 파기시키는 등의 ‘있을 수 없는 일’이 하나씩 밝혀졌다. 총리실 암행감찰반에 걸린 고위 공직자 비위를 무마하고, 전화 한 통으로 수십억원의 무담보 대출을 받아준 일도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한번 판 땅의 평가액이 1천5백억원대로 뛰자 다시 되찾기 위해 소송사기를 벌인 일도 포착됐다. 법을 우습게 알고 사회정의를 농락한 권력기관 간부들의 타락상이 드러난 것이다.
이전의 게이트 사건이 주로 정권 실세나 대통령 측근 비리 였다면 이번 사건은 사정·권력기관 간부들이 의형제로 뭉쳐 권력 전횡을 일삼은 또 다른 유형의 ‘권력형 비리’ 였다. 여러 권력기관이 관련됐던 만큼, 취재대상 권력기관 간부들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보도초기부터 부장검사가 고소를 해왔고, 취재대상 권력기관 간부들로부터 “가만있지 않겠다”,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엄포에도 시달려야 했다.
수배중인 김흥주씨가 공항을 무사히 통과한 ‘입국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았다. ‘힘있는 기관’의 ‘역할’ 없이는 안되는 일이지만 속시원히 밝혀지진 않았다. 야당은 ‘김흥주 게이트’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을 추진한다고 한다. 특검이 나서서라도 진상을 낱낱히 밝혔으면 한다.
이필상 고려대 총장 논문 표절 의혹 단독보도 국…
취재보도부문
이필상 고려대 총장 논문 표절 의혹 단독보도 (국민일보 하윤해, 백민정, 김원철 기자)
본보 취재팀은 지난해 7월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 논문 표절 의혹 및 BK(두뇌한국) 21 연구실적 중복 기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후 본보 취재팀에 논문 표절, 연구실적 부풀리기, 연구비 횡령 등 학계의 부조리한 문제에 대한 학계 내부의 제보가 계속됐다. 신빙성있는 여러 제보를 접하며 연구윤리 감시 시스템이 학계 내부에서 가동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세 그룹의 학자집단으로부터 이필상 고려대 총장의 논문 의혹과 관련된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 쯤이었다. 제보에서 오는 가슴 떨림보다는 학계의 명망높은 학자까지 표절 의혹을 받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밀려 왔다.
먼저 사실 확인에 충실해야 했다. 본보 취재팀이 분석한 논문만 40여편이 넘었고 외국 원서를 포함한 책들도 20권 가량 됐다. 동일 문장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제자 논문과 똑같은 이 총장 문장 수를 일일이 세고 또 셌다.
표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전문가 몫이라는 판단 하에 교육부 관계자, 학계 인사,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금융 전문가들의 자문에 의존했다.
편집국 차원의 회의가 이어졌다. 김 전 부총리와 관련한 논문 의혹이 공직자 인사 검증 차원에서 의미가 있었다면 이 총장에 대한 기사는 학계 내부의 연구윤리에 관한 정당한 문제제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본보 취재팀은 일련의 논문 의혹 관련 기사가 학계 내부의 연구윤리 정착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를 진정으로 기원한다. 이는 지금도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는 다수의 학자들을 위한 언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도 1960년∼1980년대 연구윤리 부정이라는 아픈 과거를 딛고 학문윤리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본보 보도가 우리 학계가 관행이라는 굴레를 딛고 한단계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 의의를 둔다.
마지막으로 고생한 후배들에게 영광된 이 상을 함께 받을 수 있어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평택 ‘美 기지이전’ 5년 연기될 듯 연합뉴스 전…
취재보도부문
평택 ‘美 기지이전’ 5년 연기될 듯 (연합뉴스 전국부 김광호, 이우성 기자)
지난해 연초부터 미군기지가 이전해 올 평택 대추리, 도두리 지역에서는 거의 매주 주말 집회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주민, 시민단체-경찰간 충돌이 자주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추리는 여느 언론사와 마찬가지로 연합뉴스 경기지사에게도 늘 신경 쓰고 챙겨야할 주요 이슈지역이었다.
현장을 담당하는 이우성 기자는 언제나 소위 기자사회에서 말하는 ‘안테나’를 대추리 쪽으로 기울여 놓아야 했고 주말마다 이어지는 집회 등으로 인해 몇 달을 단 하루도 쉬지 못하는 고강도(?) 근무를 계속하며 경찰기자들이 매일 아침, 저녁 경찰서를 돌 듯 대추리 일대를 돌아야 했다.
그러나 이같은 취재활동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 지역 주재기자들이 국가중대 현안인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핵심사안에 접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니 언제나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의 발표내용을 바라보며 현장 반응, 경찰과 시민, 사회단체, 주민간 충돌 및 갈등을 기사화 하는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중순 평소 대추리 사태 취재와 관련해 안면을 익혀온 정부 관계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이 관계자로부터 “미군기지 평택이전이 5년 정도 연기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로 들을 수도 있는 말이었다. 이미 평택 현장에서는 현재 진행상황으로 미뤄 볼 때 미군기지 건설이 당초 목표대로 2008년 말 마무리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군기지 이전이 당초계획대로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단지 생각일 뿐 정부의 발표나 관계자들의 확실한 발언이 없는 상황에서 ‘미군기지 이전사업 연기’등의 기사를 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으며 쓴다 하더라도 단순한 추측성 기사에 불과할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정부 관계자의 ‘기지이전 연기’ 발언은 가볍게 듣고 넘길 내용이 아니었다. 물론 이 관계자 역시 ‘이미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안’이라는 판단과 함께 대수롭지 않게 이같은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으나 그동안 대추리 사태를 지켜 봐 온 기자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내용만을 역시 가볍게 추가 확인한 뒤 현장 취재를 담당해온 이우성 기자에게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관계 기관에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각 지자체의 관련 사업 등에 미칠 파장 등을 보충 취재한 뒤 기사를 작성하도록 토스했으며 이 기자는 발빠른 취재를 거쳐 지난달 13일 “평택 ‘美기지이전’5년 연기될 듯”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하게 됐다.
누구라도 그럴 것으로 생각되듯이 상은 언제나 받으면 좋은 것 같다. 다만 이같은 기쁨이 기사작성 당사자들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기사 작성과정은 물론 이같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준 홍성완 경기지사장을 비롯해 기사 출고 이후 많은 관련 후속기사로 뒷받침을 해 준 연합뉴스 통일외교팀 김귀근 기자 등 회사 동료 선, 후배들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와 함께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일본군과 미군에 2차례 삶의 터전을 내준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이전을 해야만 하는 대추리와 도두리 등 평택 미군기지 이전부지 내 주민들의 눈물과 아픔을 다시 한번 헤아려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