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고승우 심사위원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3건이 출품돼 25건이 예선을 통과해 10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작의 수가 지난 수개월의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은 단순히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던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도 높았다. 이는 전국의 기자 일꾼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중한 증거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서 흘린 땀이 그 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재보도부문의 ‘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경제과학팀 박중석 기자·영상취재팀 조영천 기자)는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가 관련자들을 경징계로 마무리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로 미흡하며 후속보도가 그런 부분을 파헤치는 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5.16이 혁명 -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CBS 사회부 육덕수 기자)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특히 관련 자료 입수와 분석 시간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사회팀 신호철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언론이 소홀히 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총수가 ‘사상 최대의 로비사건’이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겸재 그림 21점, 80년 만에 환국했다’(중앙일보 국제부 유권하 기자 외 2명)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다룬 좋은 기사라는 평이었으나 좀 더 내용이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5편 가운데 유일하게 ‘대입 논술, 신화 그리고 진실은(1부 상·중·하)’(중앙일보 정책사회부 양영유 차장·강홍준·김은하·박수련 기자)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논술 사교육의 효용성, 비용 부담문제와 출제 대학의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다룬 것으로 매우 유익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시사기획<쌈>이 휩쓸었다.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KBS 탐사보도팀 이경희·임장원·한승복, 영상취재팀 윤기현·이중우·오범석·홍병국 기자)와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KBS 시사보도팀 박종훈·이상훈 기자)가 수상작이 되었다. 전자는 우리 사회의 단골메뉴인 병역문제를 치밀하게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삼성 등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사유 등을 치밀하게 분석한 것이 많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했다. 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민 FTA 협상에 대한 대국민홍보에서 드러난 통계 조작이나 왜곡 등을 차분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본선에서 탈락한 ‘뉴스후 연예인은 유령대학생?’(MBC 기획취재팀 이재훈 기자)은 언론이 침묵하던 공공연한 교육계 부조리를 비판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12건이 출품되어 경합을 벌여 6건이 예심을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두 건이 영예를 안았다.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차장·정욱진 기자)는 타 시도의 경우와 비교하는 등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파헤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경인일보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호 부국장, 사진부 임순석 차장, 인천본사 사회부 임성훈·송병원 차장·김장훈·정경부 목동훈·김창훈 기자)는 강화군 교동면을 중심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10회에 걸쳐 다룬 것은 역사바로잡기에 기여한 기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본선에 올랐으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동생들 부산 땅 투기 고발’은 권력층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1건이 출품되어 5건이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 기자, 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가 영예를 안았다. 본선에서 좌절한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 두 바퀴 세상’, ‘’고난의 역사 현장 - 일제 전적지를 가다‘, ’강원도 기업유치, 희망인가 신기루인가‘ 등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쉽게 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10건이 출품되어 4건이 본선에 올라 ‘바다 미생물’(여수MBC 보도국 박민주·이복현 기자)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미생물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그 자원화 가능성 등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류도 육종시대’, ‘ 서른아홉 노총각의 선택’, ‘하의도 350년 투쟁’이 예선을 통과한 작품이다.
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시사보도팀 박종훈, 영상취재팀 이상훈
취재진은 한미 FTA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취재는 FTA에 대한 정부나 국책연구소의 공식 보고서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40편이 넘는 공식 보고서를 수집하고 이를 꼼꼼히 따져봤다. 그리고 정부의 공식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만든 홍보자료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부의 홍보자료는 정부의 내부 보고서나 국책연구소의 연구 자료와 너무나도 달랐다. 국책연구소의 논문에는 일방적인 FTA의 장점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멕시코에서 실패한 분야도 많았고 그 원인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또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나 전망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자료들은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쏙 빼놓고 오직 장밋빛 자료만으로 국민들을 현혹해 왔던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홍보 자료 가운데 상당수는 국책연구소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정반대였다.
예를 들어 국책연구소들은 멕시코의 섬유 산업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처럼 실패한 멕시코 섬유 산업을 놓고 한국이 본받아야할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FTA 홍보 수단으로 사용돼 왔던 것이다.
캐나다 경제성장률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직후 크게 떨어졌지만 우리 정부는 NAFTA를 기준으로 계산해 놓고도 이를 FTA 효과라며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 홍보를 해 왔던 것이다. 즉 유리한 숫자만을 골라 만든 자료들로 FTA의 효과를 과대포장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 고위 관료들은 FTA만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7.75%나 추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논문을 작성했다는 연구원들이 모두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를 ‘얼굴 없는 보고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의 장밋빛 주장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데는 다양한 CAR (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이 사용됐다. 덕분에 시사기획 ‘쌈’ 1편을 통해 방송된 것처럼 모두 6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왜곡과 조작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이 땅에서 FTA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가 막혀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표적인 민간 연구소들이나 경제 석학들이 차례로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이 보고서들의 연구 내용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제 진실을 향해 싸움을 시작한 기자들의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쌈’이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시사기획 쌈’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5.16이 혁명?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 CBS 사…
5.16이 혁명?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CBS 사회부 육덕수
“휘어진 쇠막대를 바로 잡으려면 반대쪽으로 더 세게 휘어야 한다.” 이 글귀는 한때 대학가 운동권들 사이에서 폭력 투쟁의 당위성을 주장할 때 즐겨 쓰이던 말이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휘두르며 ‘한국사회’라는 막대를 왼쪽 끝으로 휘려했던 운동권들은 시민들의 외면 속에 사라지고 있다. 극단적인 좌편향으로 달려가던 이들은 시대에 부적응한 공룡이 될 처지이다.
수상소감 작성을 위해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 측이 발간한 문제의 대안 교과서 시안을 다시 넘겨보았다. 교과서를 읽다보니 교과서포럼의 미래와 대학가 운동권의 소멸하는 현재상이 겹쳐졌다. 교과서 시안에 나와 있는 “516혁명”, “일제 문화 통치는 르네상스” 등의 표현에서 교과서포럼의 미래까지 읽어내는 건 섣부른 생각일지 모른다. 하지만 독재시대의 가치를 미화하고 일제 시대에서 경제성장 가치를 주목하는 교과서포럼의 논리가 극단적인 우편향으로 달음질치고 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임이 분명하다.
“적은 적을 닮는다.”는 말이 있다. 좌편향된 사회를 바꾸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뉴라이트 진영의 교과서포럼이 1~2년 사이에 ‘적(敵)’으로 상정한 좌편향된 사람들과 양태가 똑같아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안이하게 두고 보기에는 ‘역사’를 겨냥한 교과서포럼의 극단적인 달음박질이 너무 위험스럽다. 우리들의 사회를 짊어지고 갈 청소년들이 교과서포럼의 극단적인 역사 바로 휘기의 최우선 대상이기 때문이다.
“갈등을 유발하는 역사관이다.” 교과서포럼의 역사관을 보고 한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419관련 단체가 심포지엄 장소에서 울분을 터Em리면서 이 진단은 현실이 됐다. 교과서포럼은 오는 3월까지 대안 교과서를 발간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역사와 미래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갈등은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힘든 고비마다 늘 넉넉한 친구와 가족이 되어준 CBS 경찰팀 식구들에게 우선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 성장통을 겪을 때 버팀목, 그 이상이 되어 주었던 『고대문화』동인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끝으로 ‘기자 아들’ 걱정에 늘 노심초사하시는 어머니께 수상의 모든 영광을 돌린다.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2006년 한해는 새삼 언론의 기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는 해였던 것 같다. 지난해 여름 불법 도박과 관련된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더라’라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듯한 뉴앙스로 발언한 적이 있다. 물론 당시 일부 언론은 도박 공화국의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의 이런 지적이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 제이유 그룹의 사기 피해와 각계 사회 지도층 인사 가족들의 특혜 회원가입, 정관계 로비의혹 등 이른바 ‘제이유 사태’도 따지고 보면 도박과 마찬가지로 경제 불황과 사회의 양극화가 가져다 준 2006년 한국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법 도박에 비해 제이유 사태는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훨씬 더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점과 ‘불법 영업’의 특혜 수혜자가 사회 지도층으로까지 확산된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이유 사태에서 파생된 크고 작은 사회 병리적 현상과 그 이면에 버티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은 분명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와 맥이 닿아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언론은 이 주제를 국가 사회적 아젠다로 부상시키는 데 소홀히 했다.
국정원의 ‘제이유 문제 정보보고 문건’과 ‘정관계 로비리스트’는 시사저널이 사실상 처음 입수해 10여일에 걸쳐 상세한 확인 취재를 거쳐 5월7일경 첫 보도를 내보냈다. 5월4일 권영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문건은 동아일보를 포함해 일부 언론이 문건 내용만 인용해 보도를 내보냈고, 정관계 로비리스트에 거론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인터넷신문 <폴리뉴스>에서 당사자 확인 취재를 생략한 채 이니셜로 보도한 적이 있다. 제이유에서는 동아일보와 인터넷신문 폴리뉴스에 대해 즉각 형사고소 했고, 이후 이 문제에 관한 모든 언론 보도는 잠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저널은 정관계 로비의혹과 로비리스트에 관한 첫 보도 이후 검찰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자 직접 제이유에서 정관계 돈심부름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지목되는 내부 인사들을 찾아내 만나고, 로비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관계 및 수사기관 인사들에게 연락해 확인 취재를 벌였다. 또 로비 자금 조성 수법과 조성책, 전달책, 은닉자금 규모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방식으로 9개월간 커버스토리 3회, 특집 1회, 일반기사 9회, 칼럼 1회 등으로 연쇄 추적 보도를 했다. 또 10월 중순 이사건 수사가 부진한 데는 검찰 경찰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 사이에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이상기류가 있다는 사실을 추적해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시사저널의 9개월 추적보도 전에도 제이유의 불법 영업방식과 사기 피해 호소에 대해서는 몇몇 언론이 주목해 다룬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단편적인 보도에 그쳤을 뿐 제이유를 받쳐주는 사회 각계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서 까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이 이 사태를 침묵한 배경을 놓고, 중앙의 몇몇 유력 언론사들과 제이유 그룹이 직간접적인 동업, 금전거래, 언론사 경영진의 가족회원 가입 등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점을 연결시키면 지나친 비약일까.
시사저널 기자들은 제이유 사태 연쇄 추적 보도가 이달의 기사장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언론계 내부에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편집권 독립을 둘러싼 시사저널 노사간의 갈등’이 해를 넘기는 순간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힘으로 따지면 상대적으로 미약한 독립 시사주간 매체이지만 그 어떤 ‘자본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편집권 독립 추구 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이런 수상의 영예도 찾아왔다고 자위하며, 격려의 채찍으로 삼고자 한다.
시사기획<쌈>, 제1편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
시사기획<쌈>, 제1편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KBS 시사보도팀 박종훈.이상훈
취재진은 한미 FTA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취재는 FTA에 대한 정부나 국책연구소의 공식 보고서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40편이 넘는 공식 보고서를 수집하고 이를 꼼꼼히 따져봤다. 그리고 정부의 공식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만든 홍보자료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부의 홍보자료는 정부의 내부 보고서나 국책연구소의 연구 자료와 너무나도 달랐다. 국책연구소의 논문에는 일방적인 FTA의 장점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멕시코에서 실패한 분야도 많았고 그 원인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또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나 전망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자료들은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쏙 빼놓고 오직 장밋빛 자료만으로 국민들을 현혹해 왔던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홍보 자료 가운데 상당수는 국책연구소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정반대였다.
예를 들어 국책연구소들은 멕시코의 섬유 산업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처럼 실패한 멕시코 섬유 산업을 놓고 한국이 본받아야할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FTA 홍보 수단으로 사용돼 왔던 것이다.
캐나다 경제성장률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직후 크게 떨어졌지만 우리 정부는 NAFTA를 기준으로 계산해 놓고도 이를 FTA 효과라며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 홍보를 해 왔던 것이다. 즉 유리한 숫자만을 골라 만든 자료들로 FTA의 효과를 과대포장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 고위 관료들은 FTA만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7.75%나 추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논문을 작성했다는 연구원들이 모두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를 ‘얼굴 없는 보고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의 장밋빛 주장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데는 다양한 CAR (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이 사용됐다. 덕분에 시사기획 ‘쌈’ 1편을 통해 방송된 것처럼 모두 6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왜곡과 조작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이 땅에서 FTA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가 막혀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표적인 민간 연구소들이나 경제 석학들이 차례로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이 보고서들의 연구 내용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제 진실을 향해 싸움을 시작한 기자들의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쌈’이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시사기획 쌈’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차장.정욱진 기자
"6년 동안 국정감사에서조차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고, 당사자인 버스업체들도 별다른 불만 없이 행해졌던 것인데 뭐가 문제냐?" "지원 기준도 건교부가 마련해준 것을 썼을 뿐인데 무슨 말이냐?"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 원 묻지마 퍼붓기 지원' 기사를 처음 썼을 때 경상북도의 반응이었다. 일부에서는 "옛날 일을 들추어서 지원예산이 깎이게 될 경우 버스업체들만 곤란할 수 있다."며 협박에 가까운 얘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쏟아져 나와 취재팀이 오히려 당황하기까지 했다.
건설교통부는 시외버스에 대한 지원을 2001년에 시작하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1대 1 비율로 비용을 대되 지방정부가 조례를 만들어 관리토록 했지만 유독 경북도만 부담 비율을 1대 2로 해 도비 지출을 두 배로 부풀렸으며, 당연히 있어야할 지원 관련 조례조차 만들지 않았다. 나아가 지원금 배분권에 대해서도 시외버스 사업자단체인 경북버스운송조합에 일임해 넘겼다. 버스조합에 지갑을 넘긴 셈이다. 또 지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에 대한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관련 자료조차 없었다.
게다가 지원금 지급기준도 다른 시․도와 달리 경북도는 유류 사용량 50%, 버스 보유대수 40%, 벽지노선거리 10%의 비율로 업체들에게 지원금을 나눠주고 있었다. 순전히 외형만 보고 지원하는 식으로, 규모가 큰 업체에 유리한 방식이었다. 실제로 해마다 지원금의 60%를 경북지역 상위 5개 시외버스 업체가 독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팀은 해마다 1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이렇게 무책임하게 썼는데도 6년 동안 아무런 제제가 없었는지 의아스러울 뿐이었다. 단순한 행정 착오들로만 보이지가 않았다.
때문에 취재팀은 경북도 내 15개 시외버스 업체들에 대한 지원금 지급실태를 집중취재했다. 또 경기도, 경남도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경북도의 무책임한 행정을 연이어 증명했다.
결국 보도 이후 경북도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국비와 도비 비율을 연차적으로 조정해 1:1 수준으로 맞추겠다고 했다. 또 어려운 업체는 더 많이 지원해주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덜 지원하는 합리적인 지원기준을 만드는 한편, 시내․농어촌버스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업체들의 지원금 사용 내역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북도와 도의회는 조례안을 제정중이다.
지난 6년간이 그러했듯 자칫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지만 이번 보도는 언론의 기본 역할이 무엇인지를 증명한 쾌거로 뿌듯한 느낌이 든다.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한 심사위원들도 이런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닌지 자평하고 있다.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 경인일…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경인일보 김창훈
바다를 끼고 있는 인천은 한국전쟁 때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상처를 입어야 했다. 세계 전쟁사에 한 획을 남긴 인천상륙작전의 무대였다는 게 증명하듯 전쟁의 아픔을 어느 지역보다 많이 짊어져야 했던 곳이 인천이다. 상처는 깊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는 근근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개인의 목소리는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공허한 메아리였을 뿐 가슴을 파고드는 비수는 되지 못했다.
경인일보의 보도 역시 공허하게 사라져 버릴 가능성이 다분했다. 반면 취재 강도는 셀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56년이 지나서야 유족과 목격자들을 찾는다는 건 매일 신문을 찍어야 하는 일간지의 특성상 쉽게 손대기 힘든 작업인 게 분명했다.
변수가 생겼다. 아니 기회였다. 지난 2월 26일 국가기록원에서 강화 교동도 학살과 관련된 문건이 발견됐다. 바로 '야만역사 강화 교동도 학살'이란 시리즈를 통해 교동 학살을 처음으로 집중보도했다. 두번째 시리즈로 '56년전 비극 진실 풀리나'에 착수했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프롤로그에 몇 차례 쓰겠다는 것을 못박지 않았다. 회수의 제약으로 더 많은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할까 우려됐다.
10번째 기사로 '마산행 배의 진실'을 보도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어 다른 매체들도 다루지 못했던 인천 앞바다 '선상재판'과 '수장'을 마지막 회로 선택한 건 두 가지 이유에서다. 인천에서 벌어진 학살 중 가장 규모가 클 수도 있는 수장을 파헤치지 않고서는 민간인 학살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게 그 첫 번째다. 또 하나는 수장의 진실이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는 한 이 보도를 멈출 수 없다는 사명감이었다.
민간이 학살에 대한 기사를 쓰며 가장 큰 문제는 과연 이게 진실인가를 검증해 줄 곳이 없다는 거였다. 취재원들의 증언을 쉽게 거짓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100% 진실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 중 그래도 진실인 부분을 가려내는 게 언론이기 때문에 가장 힘들었고, 가장 많은 고민이 녹아든 대목이다.
수상 소식을 접한 뒤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밀려왔다. 민간인 학살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군과 군경, 민간단체 등 가해자들까지 종합적으로 취재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진실에 한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 피해자가 아닌 나머지 반쪽, 학살 가해자들에 대한 취재가 과제로 남았다.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는 경인일보의 기획은 일단 쉼표를 찍었다. 마침표가 아닌 건 진실을 갈구하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한 절대로 끝낼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 경인일보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
올해 초 부터 시작한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 기획 시리즈는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일부에서 상당한 반발을 샀다.
시리즈를 시작하자마자 "경인일보, 그렇게 안봤는데 빨갱이냐"는 불만의 전화들이 걸려왔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가뜩이나 정세가 흉흉한데 뭐하자는 소리냐"는 비난도 잇따랐다.
그럴때마다 취재의도와 방향에 대해 일일히 설명해야했다. 물론 시리즈 첫편에서 이미 기획의도와 방향을 밝혔지만 이들 독자는 이를 읽어 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기사는 아주 단순한 시각에서 시작됐다. 같은 한강인데 왜 서울쪽 한강변은 시민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서울과 바로 맞닿은 김포시 구간 한강변은 육중한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을까하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또 신도시개발계획발표 등으로 기대심리가 한껏 부풀은 김포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철책선 철거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철거 당위성을 주장하는 군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의 논리는 아주 간단했다.
철책은 70년대 한강을 통해 수중 침투하는 간첩을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이후 한강 침투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는데다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국내 입국이 손쉬운 상황에서 더이상 철책의 존치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현재 건설중인 일산대교 수중 교각에 군이 사용중인 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하면 물샐 틈 없는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철책선을 걷어내자'는 목소리를 낼 만큼의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논리였다.
이런 설득력에 힘입어 기사는 철거 필요성이 제기된 인천과 파주등 다른 지역의 철책까지 포함해 시리즈물로 연재됐다. 그 결과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침내 인천과 김포시지역 일부 한강변 철책의 철거가 결정됐다.
이번 기획기사는 연재되는 동안 공교롭게도 북 핵사태가 발생하면서 기획의도에 대한 의심과 비난을 받는 등 주변 상황마저 녹녹치 않았다.
하지만 효용성을 상실한 채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철책을 철거해 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여론은 이런 주변 분위기도 녹여 낼 만큼 충분히 거셌다.
"어릴적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를 탔는데..."라며 어린시절을 회상했던 김포와 인천지역주민들에게 지난 40여년간 코앞에 두고도 갈수 없었던 한강과 서해안 앞바다를 돌려주게 돼 다행이다.
여수MBC HD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바다미생물’…
여수MBC HD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바다미생물’/여수MBC 보도국 박민주.이복현 기자
취재팀은 석유화학업체들이 몰려있는 (전남) 광양만의 퇴적토에서 발암물질인 PAH(다환방향족 탄화수소)가 생명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70PPM 수준으로 검출되고 있지만, 오염농도가 높아지지 않고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퇴적토에 살고 있는 바다 미생물이 인체에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보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했다.
취재팀은 지난 1995년 국내 최대 유류 오염사고로 기록됐던 씨프린스호 사고현장에서 발견된 석유분해미생물이 지금은 활용될 수 없는 현실, 남해안 치어 양식장에서 청소부 역할을 하는 광합성 미생물, 이 미생물을 활용한 실험결과 암모니아 등 유해물질이 15∼30% 저감된다는 사실 등을 밝혀냈다.
또한, 미래자동차로 주목받고 있는 연료전지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소를 만드는 미생물, 여름철 남해안을 휩쓸고 지나가는 적조를 잡는 미생물, 육상미생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항생제, 항암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양 방선균 등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바다 미생물의 미래 생명.에너지 원으로의 가능성을 부각시켰다.
인간의 눈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고배율의 현미경을 통해서만 관찰이 가능한 마이크로 세계의 바다미생물은 21C 미래 생명바이오나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이 가능한 유용한 생명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 미생물을 찾는 과정뿐만아니라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읽어내는 분석기술도 백신.의약품 등을 만들 수 있는 제2의 보물지도로 불리면서 한국은 물론 일본 등 세계각국이 전쟁이나 다름없는 수준으로 연구에 뛰어들고 있는 실태를 보고했다.
인간과 지구환경이 직면해있는 수많은 문제들의 해결 실마를 담고 있는 바다미생물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생명체...초미립의 세계 ‘바다미생물’ 10개월여 취재기간 바다 미생물이란 난해한 주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 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