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시사보도팀 박종훈, 영상취재팀 이상훈
취재진은 한미 FTA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시작한 취재는 FTA에 대한 정부나 국책연구소의 공식 보고서들을 분석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40편이 넘는 공식 보고서를 수집하고 이를 꼼꼼히 따져봤다. 그리고 정부의 공식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만든 홍보자료들을 검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부의 홍보자료는 정부의 내부 보고서나 국책연구소의 연구 자료와 너무나도 달랐다. 국책연구소의 논문에는 일방적인 FTA의 장점만 나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캐나다, 멕시코에서 실패한 분야도 많았고 그 원인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또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나 전망이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자료들은 이 같은 부정적인 전망을 쏙 빼놓고 오직 장밋빛 자료만으로 국민들을 현혹해 왔던 것이다. 더구나, 정부의 홍보 자료 가운데 상당수는 국책연구소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정반대였다.
예를 들어 국책연구소들은 멕시코의 섬유 산업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처럼 실패한 멕시코 섬유 산업을 놓고 한국이 본받아야할 대표적인 성공사례라며 FTA 홍보 수단으로 사용돼 왔던 것이다.
캐나다 경제성장률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직후 크게 떨어졌지만 우리 정부는 NAFTA를 기준으로 계산해 놓고도 이를 FTA 효과라며 우리 국민들을 상대로 거짓 홍보를 해 왔던 것이다. 즉 유리한 숫자만을 골라 만든 자료들로 FTA의 효과를 과대포장해 왔던 것이다.
또한 우리 경제 고위 관료들은 FTA만 체결하면 장기적으로 7.75%나 추가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논문을 작성했다는 연구원들이 모두 작성 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누가 작성했는지도 모를 ‘얼굴 없는 보고서’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초자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부의 장밋빛 주장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데는 다양한 CAR (Computer Assisted Reporting) 기법이 사용됐다. 덕분에 시사기획 ‘쌈’ 1편을 통해 방송된 것처럼 모두 6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왜곡과 조작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이 땅에서 FTA에 대한 건전한 비판의 목소리가 막혀있다는 점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표적인 민간 연구소들이나 경제 석학들이 차례로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그러나, 이 보고서들의 연구 내용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이제 진실을 향해 싸움을 시작한 기자들의 다큐멘터리 ‘시사기획 쌈’이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시사기획 쌈’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정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회차 심사평
제195회 전체 총평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고승우 심사위원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3건이 출품돼 25건이 예선을 통과해 10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작의 수가 지난 수개월의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은 단순히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던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도 높았다. 이는 전국의 기자 일꾼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중한 증거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서 흘린 땀이 그 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재보도부문의 ‘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경제과학팀 박중석 기자·영상취재팀 조영천 기자)는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가 관련자들을 경징계로 마무리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로 미흡하며 후속보도가 그런 부분을 파헤치는 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5.16이 혁명 -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CBS 사회부 육덕수 기자)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특히 관련 자료 입수와 분석 시간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사회팀 신호철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언론이 소홀히 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총수가 ‘사상 최대의 로비사건’이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겸재 그림 21점, 80년 만에 환국했다’(중앙일보 국제부 유권하 기자 외 2명)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다룬 좋은 기사라는 평이었으나 좀 더 내용이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5편 가운데 유일하게 ‘대입 논술, 신화 그리고 진실은(1부 상·중·하)’(중앙일보 정책사회부 양영유 차장·강홍준·김은하·박수련 기자)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논술 사교육의 효용성, 비용 부담문제와 출제 대학의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다룬 것으로 매우 유익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시사기획<쌈>이 휩쓸었다.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KBS 탐사보도팀 이경희·임장원·한승복, 영상취재팀 윤기현·이중우·오범석·홍병국 기자)와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KBS 시사보도팀 박종훈·이상훈 기자)가 수상작이 되었다. 전자는 우리 사회의 단골메뉴인 병역문제를 치밀하게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삼성 등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사유 등을 치밀하게 분석한 것이 많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했다. 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민 FTA 협상에 대한 대국민홍보에서 드러난 통계 조작이나 왜곡 등을 차분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본선에서 탈락한 ‘뉴스후 연예인은 유령대학생?’(MBC 기획취재팀 이재훈 기자)은 언론이 침묵하던 공공연한 교육계 부조리를 비판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12건이 출품되어 경합을 벌여 6건이 예심을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두 건이 영예를 안았다.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차장·정욱진 기자)는 타 시도의 경우와 비교하는 등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파헤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경인일보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호 부국장, 사진부 임순석 차장, 인천본사 사회부 임성훈·송병원 차장·김장훈·정경부 목동훈·김창훈 기자)는 강화군 교동면을 중심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10회에 걸쳐 다룬 것은 역사바로잡기에 기여한 기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본선에 올랐으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동생들 부산 땅 투기 고발’은 권력층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1건이 출품되어 5건이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 기자, 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가 영예를 안았다. 본선에서 좌절한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 두 바퀴 세상’, ‘’고난의 역사 현장 - 일제 전적지를 가다‘, ’강원도 기업유치, 희망인가 신기루인가‘ 등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쉽게 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10건이 출품되어 4건이 본선에 올라 ‘바다 미생물’(여수MBC 보도국 박민주·이복현 기자)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미생물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그 자원화 가능성 등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류도 육종시대’, ‘ 서른아홉 노총각의 선택’, ‘하의도 350년 투쟁’이 예선을 통과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