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2006년 한해는 새삼 언론의 기능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되는 해였던 것 같다. 지난해 여름 불법 도박과 관련된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더라’라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듯한 뉴앙스로 발언한 적이 있다. 물론 당시 일부 언론은 도박 공화국의 폐해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의 이런 지적이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불법 다단계 업체 제이유 그룹의 사기 피해와 각계 사회 지도층 인사 가족들의 특혜 회원가입, 정관계 로비의혹 등 이른바 ‘제이유 사태’도 따지고 보면 도박과 마찬가지로 경제 불황과 사회의 양극화가 가져다 준 2006년 한국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차이가 있다면 불법 도박에 비해 제이유 사태는 선량한 시민들을 상대로 훨씬 더 심각하고 무차별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점과 ‘불법 영업’의 특혜 수혜자가 사회 지도층으로까지 확산된 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제이유 사태에서 파생된 크고 작은 사회 병리적 현상과 그 이면에 버티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은 분명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와 맥이 닿아 있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언론은 이 주제를 국가 사회적 아젠다로 부상시키는 데 소홀히 했다.
국정원의 ‘제이유 문제 정보보고 문건’과 ‘정관계 로비리스트’는 시사저널이 사실상 처음 입수해 10여일에 걸쳐 상세한 확인 취재를 거쳐 5월7일경 첫 보도를 내보냈다. 5월4일 권영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문건은 동아일보를 포함해 일부 언론이 문건 내용만 인용해 보도를 내보냈고, 정관계 로비리스트에 거론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서는 인터넷신문 <폴리뉴스>에서 당사자 확인 취재를 생략한 채 이니셜로 보도한 적이 있다. 제이유에서는 동아일보와 인터넷신문 폴리뉴스에 대해 즉각 형사고소 했고, 이후 이 문제에 관한 모든 언론 보도는 잠재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저널은 정관계 로비의혹과 로비리스트에 관한 첫 보도 이후 검찰이 이 문제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자 직접 제이유에서 정관계 돈심부름 역할을 맡은 것으로 지목되는 내부 인사들을 찾아내 만나고, 로비 리스트에 등장하는 정관계 및 수사기관 인사들에게 연락해 확인 취재를 벌였다. 또 로비 자금 조성 수법과 조성책, 전달책, 은닉자금 규모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방식으로 9개월간 커버스토리 3회, 특집 1회, 일반기사 9회, 칼럼 1회 등으로 연쇄 추적 보도를 했다. 또 10월 중순 이사건 수사가 부진한 데는 검찰 경찰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 사이에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과 이상기류가 있다는 사실을 추적해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시사저널의 9개월 추적보도 전에도 제이유의 불법 영업방식과 사기 피해 호소에 대해서는 몇몇 언론이 주목해 다룬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단편적인 보도에 그쳤을 뿐 제이유를 받쳐주는 사회 각계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서 까지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다수 언론이 이 사태를 침묵한 배경을 놓고, 중앙의 몇몇 유력 언론사들과 제이유 그룹이 직간접적인 동업, 금전거래, 언론사 경영진의 가족회원 가입 등으로 인연을 맺고 있었다는 점을 연결시키면 지나친 비약일까.
시사저널 기자들은 제이유 사태 연쇄 추적 보도가 이달의 기사장 수상작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언론계 내부에 뜨거운 이슈가 되었던 ‘편집권 독립을 둘러싼 시사저널 노사간의 갈등’이 해를 넘기는 순간까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힘으로 따지면 상대적으로 미약한 독립 시사주간 매체이지만 그 어떤 ‘자본 권력’ 앞에서도 무릎 꿇지 않는 편집권 독립 추구 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이런 수상의 영예도 찾아왔다고 자위하며, 격려의 채찍으로 삼고자 한다.
회차 심사평
제195회 전체 총평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고승우 심사위원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3건이 출품돼 25건이 예선을 통과해 10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작의 수가 지난 수개월의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은 단순히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던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도 높았다. 이는 전국의 기자 일꾼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중한 증거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서 흘린 땀이 그 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재보도부문의 ‘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경제과학팀 박중석 기자·영상취재팀 조영천 기자)는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가 관련자들을 경징계로 마무리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로 미흡하며 후속보도가 그런 부분을 파헤치는 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5.16이 혁명 -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CBS 사회부 육덕수 기자)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특히 관련 자료 입수와 분석 시간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사회팀 신호철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언론이 소홀히 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총수가 ‘사상 최대의 로비사건’이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겸재 그림 21점, 80년 만에 환국했다’(중앙일보 국제부 유권하 기자 외 2명)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다룬 좋은 기사라는 평이었으나 좀 더 내용이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5편 가운데 유일하게 ‘대입 논술, 신화 그리고 진실은(1부 상·중·하)’(중앙일보 정책사회부 양영유 차장·강홍준·김은하·박수련 기자)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논술 사교육의 효용성, 비용 부담문제와 출제 대학의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다룬 것으로 매우 유익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시사기획<쌈>이 휩쓸었다.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KBS 탐사보도팀 이경희·임장원·한승복, 영상취재팀 윤기현·이중우·오범석·홍병국 기자)와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KBS 시사보도팀 박종훈·이상훈 기자)가 수상작이 되었다. 전자는 우리 사회의 단골메뉴인 병역문제를 치밀하게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삼성 등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사유 등을 치밀하게 분석한 것이 많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했다. 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민 FTA 협상에 대한 대국민홍보에서 드러난 통계 조작이나 왜곡 등을 차분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본선에서 탈락한 ‘뉴스후 연예인은 유령대학생?’(MBC 기획취재팀 이재훈 기자)은 언론이 침묵하던 공공연한 교육계 부조리를 비판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12건이 출품되어 경합을 벌여 6건이 예심을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두 건이 영예를 안았다.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차장·정욱진 기자)는 타 시도의 경우와 비교하는 등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파헤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경인일보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호 부국장, 사진부 임순석 차장, 인천본사 사회부 임성훈·송병원 차장·김장훈·정경부 목동훈·김창훈 기자)는 강화군 교동면을 중심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10회에 걸쳐 다룬 것은 역사바로잡기에 기여한 기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본선에 올랐으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동생들 부산 땅 투기 고발’은 권력층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1건이 출품되어 5건이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 기자, 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가 영예를 안았다. 본선에서 좌절한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 두 바퀴 세상’, ‘’고난의 역사 현장 - 일제 전적지를 가다‘, ’강원도 기업유치, 희망인가 신기루인가‘ 등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쉽게 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10건이 출품되어 4건이 본선에 올라 ‘바다 미생물’(여수MBC 보도국 박민주·이복현 기자)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미생물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그 자원화 가능성 등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류도 육종시대’, ‘ 서른아홉 노총각의 선택’, ‘하의도 350년 투쟁’이 예선을 통과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