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
올해 초 부터 시작한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 기획 시리즈는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일부에서 상당한 반발을 샀다.
시리즈를 시작하자마자 "경인일보, 그렇게 안봤는데 빨갱이냐"는 불만의 전화들이 걸려왔고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에는 `가뜩이나 정세가 흉흉한데 뭐하자는 소리냐"는 비난도 잇따랐다.
그럴때마다 취재의도와 방향에 대해 일일히 설명해야했다. 물론 시리즈 첫편에서 이미 기획의도와 방향을 밝혔지만 이들 독자는 이를 읽어 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기사는 아주 단순한 시각에서 시작됐다. 같은 한강인데 왜 서울쪽 한강변은 시민공원으로 꾸며져 있고 서울과 바로 맞닿은 김포시 구간 한강변은 육중한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을까하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또 신도시개발계획발표 등으로 기대심리가 한껏 부풀은 김포시 주민들 사이에서도 철책선 철거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철거 당위성을 주장하는 군 전문가들과 지역주민들의 논리는 아주 간단했다.
철책은 70년대 한강을 통해 수중 침투하는 간첩을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이후 한강 침투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는데다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국내 입국이 손쉬운 상황에서 더이상 철책의 존치는 무의미하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현재 건설중인 일산대교 수중 교각에 군이 사용중인 첨단 감시장비를 설치하면 물샐 틈 없는 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었다.
`철책선을 걷어내자'는 목소리를 낼 만큼의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 논리였다.
이런 설득력에 힘입어 기사는 철거 필요성이 제기된 인천과 파주등 다른 지역의 철책까지 포함해 시리즈물로 연재됐다. 그 결과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침내 인천과 김포시지역 일부 한강변 철책의 철거가 결정됐다.
이번 기획기사는 연재되는 동안 공교롭게도 북 핵사태가 발생하면서 기획의도에 대한 의심과 비난을 받는 등 주변 상황마저 녹녹치 않았다.
하지만 효용성을 상실한 채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철책을 철거해 달라는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여론은 이런 주변 분위기도 녹여 낼 만큼 충분히 거셌다.
"어릴적 꽁꽁 언 한강에서 썰매를 탔는데..."라며 어린시절을 회상했던 김포와 인천지역주민들에게 지난 40여년간 코앞에 두고도 갈수 없었던 한강과 서해안 앞바다를 돌려주게 돼 다행이다.
회차 심사평
제195회 전체 총평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고승우 심사위원
제195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53건이 출품돼 25건이 예선을 통과해 10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품작의 수가 지난 수개월의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은 것은 단순히 한 해의 마지막 달이었던 이유만은 아닌 듯하다. 출품된 작품들의 수준도 높았다. 이는 전국의 기자 일꾼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소중한 증거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면서 흘린 땀이 그 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재보도부문의 ‘공정위 조사직원, 현대차로부터 금품수수 단독보도’(KBS 경제과학팀 박중석 기자·영상취재팀 조영천 기자)는 언론의 사회적 감시기능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위가 관련자들을 경징계로 마무리한 것은 솜방망이 처벌로 미흡하며 후속보도가 그런 부분을 파헤치는 식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5.16이 혁명 - 뉴라이트 교과서 입수 및 분석’(CBS 사회부 육덕수 기자)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특히 관련 자료 입수와 분석 시간이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력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제이유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및 로비리스트 특종보도, 9개월 탐사보도’(시사저널 취재부 정희상 전문기자, 사회팀 신호철 기자)는 다른 대부분의 언론이 소홀히 한 문제를 집요하게 파헤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총수가 ‘사상 최대의 로비사건’이라고 말했던 것에 비해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는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은 여전히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사건이라는 데 심사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 본선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겸재 그림 21점, 80년 만에 환국했다’(중앙일보 국제부 유권하 기자 외 2명)는 약탈문화재의 반환을 다룬 좋은 기사라는 평이었으나 좀 더 내용이 충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 지적되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5편 가운데 유일하게 ‘대입 논술, 신화 그리고 진실은(1부 상·중·하)’(중앙일보 정책사회부 양영유 차장·강홍준·김은하·박수련 기자)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논술 사교육의 효용성, 비용 부담문제와 출제 대학의 문제점 등을 상세하게 다룬 것으로 매우 유익했다는 평을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은 KBS의 시사기획<쌈>이 휩쓸었다.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KBS 탐사보도팀 이경희·임장원·한승복, 영상취재팀 윤기현·이중우·오범석·홍병국 기자)와 ‘한미 FTA 정부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KBS 시사보도팀 박종훈·이상훈 기자)가 수상작이 되었다. 전자는 우리 사회의 단골메뉴인 병역문제를 치밀하게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삼성 등 거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석연치 않은 병역면제 사유 등을 치밀하게 분석한 것이 많은 점수를 받는데 기여했다. 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민 FTA 협상에 대한 대국민홍보에서 드러난 통계 조작이나 왜곡 등을 차분하게 정리했다는 평을 받았다. 본선에서 탈락한 ‘뉴스후 연예인은 유령대학생?’(MBC 기획취재팀 이재훈 기자)은 언론이 침묵하던 공공연한 교육계 부조리를 비판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는 12건이 출품되어 경합을 벌여 6건이 예심을 통과했고 최종적으로 두 건이 영예를 안았다. ‘경북도, 시외버스업체에 수백억대 묻지마 퍼붓기’(매일신문 사회2부 최정암 차장·정욱진 기자)는 타 시도의 경우와 비교하는 등 지역 현안을 심도 있게 파헤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6년전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의 진실을 찾아’(경인일보 인천본사 사회부 김종호 부국장, 사진부 임순석 차장, 인천본사 사회부 임성훈·송병원 차장·김장훈·정경부 목동훈·김창훈 기자)는 강화군 교동면을 중심으로 자행된 민간인 학살을 10회에 걸쳐 다룬 것은 역사바로잡기에 기여한 기사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본선에 올랐으나 최종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작품 가운데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동생들 부산 땅 투기 고발’은 권력층 비리를 집요하게 추적한 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는 11건이 출품되어 5건이 예선을 통과했고 결국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경인일보 사회부 왕정식·김도현 기자, 지역사회부 박현수·이종태·김요섭·사진부 한영호 기자)가 영예를 안았다. 본선에서 좌절한 ‘영산강을 생명의 강으로’, ‘공공저널리즘 프로젝트 - 두 바퀴 세상’, ‘’고난의 역사 현장 - 일제 전적지를 가다‘, ’강원도 기업유치, 희망인가 신기루인가‘ 등은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쉽게 되었다.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10건이 출품되어 4건이 본선에 올라 ‘바다 미생물’(여수MBC 보도국 박민주·이복현 기자)이 최종 승자가 되었다. 미생물에 대한 집중조명으로 그 자원화 가능성 등을 제시한 것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어류도 육종시대’, ‘ 서른아홉 노총각의 선택’, ‘하의도 350년 투쟁’이 예선을 통과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