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으로

제239회 (2010년 7월)

수상작 5편 · 출품 후보작 32편

← 제238회 → 제240회 협회 원문 ↗

수상작 5편

심사평

23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조호연 경향신문 출판국장 제 239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37편이었다. 이 가운데 5편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출품작 규모도, 수상작 숫자도 평균치보다 적었다. 다음달 부터는 출품작도 수상작도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수상작은 공교롭게도 5개 분야에서 1편씩 선정됐다. 취재보도 부문 수상작 ‘강용석 의원, 국회 대학생 토론대회 뒤풀이서 성희롱 발언 파문’(중앙일보)은 본심 참석 심사위원 전원의 표를 얻었다. 흔한 보도 주제이긴 하지만, 은밀히 이뤄지는 사안이어서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성희롱 취재 장벽을 뛰어넘은 역작이란 평이었다. 현역 국회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해당 언론사에 로비를 하는 상황에서 나온 용기있는 보도라는 점도 높은 평가를 얻는 데 기여했다. 취재보도 부문의 나머지 출품작 가운데 3~4편도 주목을 끌었지만 상 감으로는 다소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으면서 아깝게 수상작에서 제외됐다. 예컨대 ‘총리실 현역의원도 사찰’은 특종성이 높고 사회적 파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해당 언론사의 관련 후속보도가 없었고 의원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점수를 잃었다. ‘어느 대리기사의 억울한 죽음’도 대리기사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위상·처우에 대한 사회적 파장을 이끈 공로는 인정받았지만 해당 언론의 최초 보도보다 20여일 전에 인터넷 언론이 사건의 뼈대를 자세히 보도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 끝에 상을 받지 못했다.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은 지역방송과 지역신문이 동시에 출품했으나 경찰의 브리핑 후 기사화돼, 속보를 주요 심사 기준으로 삼는 취재부문 특성을 감안할 때 상 감이 될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았다. 경제보도 부문의 ‘헛도는 대·중소기업 상생…납품단가 부당인하’(매일경제신문)는 익숙한 주제이지만 3300개 기업의 영업이익률 분석을 통한 기업 양극화 입증 등 과학적 접근방식을 활용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으로 출품된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는 많은 현장을 누비며 발품을 많이 팔았고, 보도 직후 정부의 관련 대책이 나오는 등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쉽게 수상작으로 뽑히지 못했다. 기획보도 분야에선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국민일보)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취재보도 부문의 성희롱 사건 보도와 마찬가지로 만장일치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 동안 일제 만행을 다룬 보도가 수없이 많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 등 소위 ‘전범기업’을 겨냥해 그들의 불의와 비행을 다룬 것은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보도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근로정신대 출신 할머니와의 협상에 응하겠다고 나서는 등 큰 반응을 이끈 공로도 인정받았다. ‘빚 시한폭탄 LH 시리즈 및 후속기사’ 제목의 기획보도도 주목을 끌었지만 많은 언론사들이 같은 주제를 다뤘고, 이들 보도와 차별성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지역취재부문의 ‘태안 군용보트 전복사고 베일을 벗기다’(대전MBC)은 높은 특종성이 돋보였다. 단순 레저보트 전복사고 보도자료를 맹신하지 않고 석연찮은 경찰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끈질긴 확인 작업 끝에 군인에 의한 군용보트 사고임을 확인해 보도한데다, 짙은 안개 등을 뚫고 유일하게 현장에 접근해 화면을 내보내는 등 치열한 기자정신도 상 감으로 꼽혔다. 지역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인 ‘수질오염사각 동천강 대해부’는 강 상류의 오염원을 그대로 둔 채 하류만 정비해 수질을 높이겠다는 시장 공약의 비현실성과 허구성을 현장 취재로 잘 고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 과정에서 폐공장의 오염원을 특종고발한 것도 두드러졌다. 오랫만에 특별상 후보로 추천된 ‘사정 1500Km 토마호크급 순항미사일 현무-3C 실전배치 사실 단독보도’는 “중국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훌륭한 단독보도”라는 평가와 “다수 언론이 추종 보도하지 않은 미확인보도”라는 평가가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끝내 수상작으로 뽑히지 못했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사정 1500Km’ 토마호크級 순항미사일 ‘현무-3C’ 실전배치! 사실 단독보도
후보 10-01 특별상부문 월간조선 오동룡*
어느 대리기사의 억울한 죽음 추적 보도
후보 1-01 취재보도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고찬유·허정헌·김현우*
총리실 현역 의원도 사찰
후보 1-02 취재보도부문 SBS 사회2부 김요한*·손승욱*
베트남 신부 살해사건 연속보도
후보 1-03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공웅조·노준철·허선귀·류석민
친딸 성폭행한 아버지에게 성매수 혐의 적용
후보 1-04 취재보도부문 CBS 사회부 조은정·이지혜*·김정남
공군장성 실수로 F15K '공중부양‘ … 수십억대 파손
후보 1-05 취재보도부문 CBS 사회부 이재준·이지혜*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피해자, 또 있다
후보 1-06 취재보도부문 프레시안 편집국 여정민
<리비아 한인 목사 구속> 보도
후보 1-08 취재보도부문 MBC 사회2부 염규현
마티즈 변속기 결함 연속 단독 보도
후보 2-01 경제보도부문 KBS 경제부 박진영*·김종우*
가수 비, 제이튠서 손해? 200억대 벌었다
후보 2-03 경제보도부문 머니투데이 증권부 김건우*·김동하*
B세대 1315
후보 3-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고찬유·허정헌·이성기·남상욱*·김현우*·김혜영*
빚 시한폭탄 LH 시리즈 및 후속기사
후보 3-02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 조성근
대원외고 2004년 졸업 해외유학반 61명 지금 어디에 …
후보 3-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동아일보 사회부 김지현*·강경석*
양극화, 대한민국이 갈라진다
후보 3-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한국일보 산업부 박일근
<대한민국 미혼모 보고서> 기획시리즈
후보 3-06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정성호*·이정진·신재우·김동규*·문원철·이경욱·김성용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후보 3-07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서울신문 사회부 정은주*·임주형
입학사정관, 숨은 인재를 찾아라
후보 4-01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탐사제작부 유원중·이병권
한국 최초의 정지궤도위성, 7년의 기록
후보 4-02 기획보도 방송부문 TJB대전방송 취재팀 강진원*·윤상훈
베트남 새댁 살인사건 집중 보도
후보 5-01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성화선*·황석하
양양 해양레저단지 부실 의혹 연속보도
후보 5-02 지역 취재보도부문 강릉MBC 보도제작국 김인성·박민석
상이군경회 ‘허락된 비리’
후보 5-03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MBC 뉴스총괄팀 조영익·김효섭*
수영 못하는 ‘인명구조원’
후보 5-04 지역 취재보도부문 KCTV제주방송 보도국 김찬년*·김용민*
미국 법원 판결문 단독 입수 - 특별감사 실시 결정
후보 5-05 지역 취재보도부문 JIBS제주방송 보도국 이용탁·윤인수*
이명박-김두관 누가 더 정치 잘하나
후보 5-06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남신문 사회부 김진호*
안전 못 지키는 ‘불량 삼각대’ 시중 판매
후보 5-07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청주 사회부 이정훈*
여대생 납치피살...부실수사가 부른 비극
후보 5-09 지역 취재보도부문 대구MBC 뉴스취재팀 도성진*·이동삼
신라면세점, 중국인 잔돈은 어디로?
후보 5-10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MBC 보도팀 권혁태
연중시리즈 ‘맛’
후보 7-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매일신문 사회2부 권동순·최재수·김병구·강병서·엄재진
위협받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후보 7-03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경인일보 지역사회부 김환기·이종태*·오연근·최재훈*·추성남*·사정원
‘일그러진 상아탑’ - 외국인 유학생에 학위 장사
후보 8-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전북CBS 보도국 이균형
7.28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 검증
후보 8-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삼척MBC 보도부 유인호·조규한·장성호
고독한 도시의 총잡이 ‘대리운전기사’ (사진보도)
후보 9-01 전문보도부문 한국일보 사진부 류효진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수질오염 사각지대 동천강 대해부 울산신문
수질오염 사각지대 동천강 대해부 울산신문 사회부 최재필기자 거의 1년 만의 달콤한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 함께 취재에 나섰던 후배 기자의 다소 흥분된 전화를 받고서야 '오늘의 기자상' 수상을 알게 됐다. 하지만 수상의 기쁨보다는 '정말?'이라는 의문이 먼저였다. 노력은 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과분하고, 무거운 수상일 수밖에 없다. 지난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취재반에 차출됐을 때, 정치부 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별로 탐탁지 않았다. '팩트'에 대한 세밀한 취재보다는 '말의 성찬'에 살을 붙여야 할 때가 많은 선거기사는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달여간의 짧은 선거취재 경험이 기자상을 받게 된 단초가 될 줄이야. 3선 광역시장에 도전하던 박맹우 시장은 환경관련 공약을 통해 '울산 4대강 정비'를 약속했다. 정부의 4대강 선도모델인 태화강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정비가 진행 중인 태화강을 비롯, 동천강과 회야강, 외황강 등 울산의 4대강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모두 생명이 넘치는 강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동천강은 울산시와 경북 경주시 등 2곳의 행정구역을 관통하는 하천이어서 지자체간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자칫 수많은 예산을 날릴 수도 있지 않을까. 취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시작됐다. 취재 중 부도가 난 후 15년간 방치된 (구)태화방직 공장의 오염실태는 상상을 초월했다. 폐건물 안에는 특정오염물질인 수만 톤의 폐주물사와 각종 화공약품들은 방치되어 있었고, 유류탱크 내 기름은 흘러나와 그대로 동천강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창고에는 트럭이 드나든 흔적까지 발견돼 최근까지 공장 폐기물을 옮겨 놓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들게 했다. 그런데도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경주시는 부도난 위탁처리업체와 그동안 몇 번 바뀐 공장부지 소유자들에게 몇 차례 경고조치만 했을 뿐 지난 10여 년 동안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밖에 7개 공단, 100개에 가까운 공장이 들어선 동천강 상류지역에 공단 폐수를 처리하는 처리장 하나 갖추고 있지 않았다. 경주시가 공단유치에만 열을 올렸을 뿐. 하류 지역의 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한달 동안 '울산신문' 지면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가 나간 후 울산시와 경주시, 대구지방환경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특히 지역환경단체가 태화방직 부지의 폐기물을 방치한 부지 소유주와 경주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기획보도를 마무리하면서 동천강 수계를 담당하고 있는 울산시와 경주시, 그리고 대구지방환경청이 참여하는 '동천강수질관리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모두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 놓았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지역의 환경 문제를 보다 심층적으로 접근하는 환경담당 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끝으로 설익은 결과물에 ‘기자상’의 영예를 주신 심사위원님, 귀중한 지면을 열어준 김진영 편집국장님, 기획안을 세심히 검토해준 강정원 사회부장님, 함께 취재한 윤수은 기자와 울산신문 선후배 기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태안 군용보트 전복사고...베일을 벗기다 대전MBC
<태안 군용보트 전복사고...베일을 벗기다> 대전 MBC 사회팀 임소정 기자 천안함이 침몰한 지 꼭 백 일 째, 46용사 추도식을 담기 위해 대전현충원에 다녀온 날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회사로부터 태안 모항항 앞 바다에서 '레저보트'가 전복됐으니 알아보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보트에 탄 인원은 13명, 모두 구조됐지만 일부는 중상이었다. 일단 촬영요원을 현장에 보내 응급실과 사고현장 촬영을 부탁했다. 그런데 해경과 소방, 현장 촬영요원 등과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사고당시는 어두운 저녁, 해상에는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안개가 끼어있었는데 대체 어떤 '레저보트'가 사람들을 태우고 해상에 나갈 수 있었을까. 의문을 키운 건, 현지에 나갔던 촬영요원의 말이었다. 응급실은 어렵사리 촬영했지만, 사고현장에는 접근 자체를 통제하더라는 것이었다. 현장이 위험하기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지만, "군사 통제 지역이라는 것 같아요"라는 한 마디가 생각을 뒤집어놓았다. 다음 날, 해경에 확인을 하기 시작했다. "어떤 레저보트가 안개가 낀 상황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군사 통제 지역을 활보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계속된 추궁에 해경의 입에선 마침내 한 마디가 나왔다. "그 선박이...사실은 인근 부대의 군용보트입니다." 확인결과, 해당 부대는 사람들에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특수부대. 단순 안전사고가 특수부대의 '군용보트' 전복사고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특수부대 군용보트에 어린이와 여성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타고 밤중에 운항을 했다? 바로 휴일 데스크와 본사 데스크에게 보고를 한 뒤, 현지에 취재팀이 급파됐고, 군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특수부대의 작전용 고속단정이 천안함 침몰 100일째 되던 날 뱃놀이를 하다 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사고현장, 특수부대의 항공 촬영 그림과 함께 보도되자 국방부는 바로 다음 날, 사과하고 진상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 천안함 사고 당시 축소 발표 논란 등으로 비판을 받던 군은 바뀌지 않았다. 자체조사를 하겠다며 해경에 알린 탑승인원과 민간인의 수는 거듭 바뀌었고, 이번 사고는 특수부대의 문제일 뿐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던 해군은 대령이 고속정 출항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의문을 제기할 때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군은 취재를 통제하기 위해 소방서부터 병원까지 모든 기관에 함구령을 내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상자를 키운 미흡한 초동조치와 은폐 시도, 안전규정 위반과 과거의 추가운항까지. 보도를 하면서 추가사실들이 줄줄이 드러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남았고, 정확한 사고경위는 규명되지 않고 있다. 우리 팀이 놓지 말아야 할 숙제다. 수많은 사건사고를 취재하면서 사상자 수에만 신경을 쓰고, 사고 원인이나 경위, 그 뒷이야기에 대해서는 가끔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번 사고는 내게 ‘ 어떤 사건사고든 끝까지 의문을 거두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 점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늦어진 팩트 확인에도 불구하고 신속하게 현장을 담아 주신 김훈 선배님, 속보 취재에 지쳐가는 나를 채찍질하며 이번 취재를 이끌어주신 조형찬 선배님과 데스크, 함께한 동기 고병권 기자. 깜깜하게 가로막힌 현장에서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국민일보
잊혀진 만행, 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김호경 기자 지난해 10월 국민일보 편집국에 특별기획팀이 새로 꾸려졌다. 그 일원이 돼 기계적으로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무심코 연합뉴스 지방 면을 뒤적이는데, 광주 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라는 단체가 미쓰비시자동차 광주전시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시장 철거를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할머니들과 아픔을 함께 해달라”고 시민들에게 관심을 호소했다는 2매짜리 단신 기사. 근로정신대와 미쓰비시?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직감적으로 ‘기사는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들 사연 취재하고, 시민모임 관계자 인터뷰하고, 집회 현장 스케치하면 1개면은 어렵지 않게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 차례 관심을 호소하는 정도. 잘 하면 2개면도 가능할까? 그러나 취재에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미쓰비시 외에도 미쓰이, 스미토모, 일본제철, 후지코시, 아소 등 일본 굴지의 기업들이 태평양 전쟁 때 조선인 강제동원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금씩 어림잡을 수 있었다. 하나하나 베일을 벗기는 기분. 피해자와 전문가들 입에서 ‘미불임금’이니 ‘공탁금’이니 ‘후생연금’이니 하는 용어들이 쏟아지고, ‘청구권 수혜기업 포스코’에 대한 성토까지 제기됐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나 단발성으로 쓸 사안은 아니었다. 징용 피해자와 전범기업들에 대한 이야기. 본격적인 탐사보도가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잊혀진 만행…일본 전범기업을 추적한다’ 시리즈를 3월 1일부터 시작했다. 처음에 1∼2개면짜리 일회성 기사로 생각했던 사안이 매회 종합면 2개면 이상을 차지하는 18회짜리 중대형 기획으로 발전했다. 시간과 예산상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국내는 물론 일본 본토 곳곳, 나아가 러시아 사할린과 남양군도, 독일과 중국까지 발로 뛰었다. 관성적인 ‘지면 기여’ 차원에서 접근했던 발상이 어느새 사명감으로 변화했다. 광복 65년이 지났음에도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일본 대기업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체가 공론화된 적이 없던 한국 사회에서 언론이 분명한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이번 시리즈가 문제 해결에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를 했는지, 또는 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역할을 한 데 대해 감히 자부심을 간직한다. 시리즈를 함께 이끌어 온 권기석‧우성규 기자에게 새삼 고마움을 전한다. 늘 아카데믹하고 진정성 있는 면모로 기획안의 짜임새를 더욱 촘촘하게 엮어나갔던 이들로 인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국무총리 산하 강제동원조사위 관계자들과 일본 현지의 풀뿌리 활동가들, 이 분들의 헌신적인 협조가 아니었다면 이번 기획은 진행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각의 냉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임순만 편집국장과 박정태 특집기획부장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헛도는 대·중소기업 상생…납품단가 부당인하’…
‘헛도는 대·중소기업 상생…납품단가 부당인하’ 백순기 매일경제신문 중소기업부 차장 매일경제신문 중소기업부가 기획 보도한 ‘헛도는 대·중소기업 상생…납품단가 부당인하’시리즈의 출발점은 올해 초로 거슬로 올라간다. 신년기획으로 ‘기업가정신을 깨우자’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취재팀이 만난 중소·벤처기업인들은 기업가정신이 쇠퇴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한결같이 대기업의 상생 노력 부족을 지적했다. 그들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뽑아야만 꺼져가는 창업 의욕을 되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때부터 취재팀간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 문제를 심층 분석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런 와중에 대기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라는 발표가 나왔다. 취재팀은 ‘대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데 그들과 거래하는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어떨까’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취재에 돌입했다. 1차로 경상북도 구미공단와 경상남도 사천일반산업단지, 인천 남동공단 등지를 직접 찾아가서 현지 중소기업 실태를 취재했다. 우리가 만난 기업인들은 “이익은 커녕 먹고살기 조차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취재팀은 6월17일자로 ‘대기업 사상최대 이익인데…MB정부 중소기업과 소통 시급’이라는 타이틀로 보도했다. 이어 우리나라 대표적인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와 협력업체간 영업이익률을 분석하기로 하고 증권 정보 업체 FN가이드와 공동으로 일주일간 상장사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물은 우리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대기업은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는 반면 중소기업은 적자를 내면서도 납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사실이 통계로도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업계의 현장 목소리를 담은 결과물을 시리즈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IT와 유통 같은 상생 사각지대의 실태도 자세히 다뤘고,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원가계산서를 요구하고 특허를 공유하자는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도 가감없이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와 2주간의 작업 과정을 거쳐 3000여 개 기업을 분석해 대기업과 1,2,3차 협력업체간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비교했으며,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해법 마련을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매경의 보도이후 숱한 매체가 앞다퉈 다뤘고, 정부도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상생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미완의 과제이다. 매경은 앞으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가로막는 요인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다른 매체보다 한발 빠르고 더 깊게 보도할 것을 약속 드린다. 끝으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 현장 곳곳을 누비면서 심도있는 취재를 해준 노현 이상덕 서진우 강다영 기자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리고 사실 이번 보도는 전호림 중소기업부장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재 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특유의 추진력으로 취재팀을 이끌었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사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끝까지 취재팀을 믿고 격려해준 조현재 편집국장과 박재현 국차장, 여러 편집국 선·후배들께도 이자리를 빌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강용석 의원, 국회 대학생 토론대회 뒤풀이서 성희롱…
「강용석 의원, 국회 대학생 토론대회 뒤풀이서 성희롱 발언 파문」 중앙일보 사회부 심서현 기자 “국회의원들은 다 그런가?” 7월 중순의 저녁,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 한 마디로 취재가 시작됐다. 그는 강용석 의원의 7월 16일 성희롱 발언에 대한 분노를 초년병 기자인 나에게 토로했다. 현장에 있었던 대학생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발언, 대통령과 영부인에 대한 언급, 학생들의 외모에 대한 발언들이 속속 확인됐다. 사회 진출을 꿈꾸는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국회의장배 토론대회의 심사위원이자 현직 국회의원이 한 말이라고는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이틀 여에 걸친 취재는 쉽지 않았다. “(사건에)연루되고 싶지 않다”는 답변을 몇 차례 들어야 했다. 현직 국회의원에 상처가 될 수 있는 증언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취재원 보호에 대한 짐도 컸다. 기사 출고를 앞두고 강 의원의 입장을 들었다.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뒤이어 강 의원의 변호인이라는 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명예훼손의 법적 요건을 설명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소송 걸면 기자님이 지십니다.” '소송을 각오하고 기사를 쓴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회사 선배들과 보도 이후의 상황을 논의했다. 7월 20일자로 기사가 나가고, 예상대로 강 의원은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희롱 발언을 부인했고, 중앙일보가 허위 왜곡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왔다."너 괜찮은 거지?" 기자라는 직업이, 팩트와 진실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외롭고 두려운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자로서 흥미로운 취재이기도 했지만, 인간적으로는 불쾌감도 느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감정은, 보도 다음 날인 21일 오후에 말끔히 사라졌다. “중앙일보 기사에 언급된 강용석 의원의 발언들은 실제 있었다”는 대학생들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이다. 술자리에 있었던 학생들은 강 의원의 거짓말을 지켜보다가 회의를 했고, 힘든 결정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했다. 7·28 선거를 8일 앞둔 시점이었다. 누가 봐도 명백해졌다. 그럼에도 송사는 예고대로 진행됐다. 강 의원은 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 2일 서부지검은 강 의원의 거짓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을 무고와 명예훼손, 모욕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같은 날 강 의원을 제명했다. 성희롱은 권력을 가진 이가 저지른다. 강한 자는 손쉽게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린다. 강 의원의 경우처럼, 권력자들이 비리 보도에 일단 부인하고 버티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진실은 승리한다고 믿는다. 소송 걸겠다는 강 의원 측 전화를 받은 내게, 사건팀장이 해준 한 마디를 잊을 수 없다. “사실의 힘을 믿자.” 막내 기자가 그 명제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사건사회부장과 선배들께 감사드린다. 심서현 중앙일보 사건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