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9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계획 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계획
연합뉴스 그래픽뉴스팀 반종빈 기자
먼저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하나님 곁에서 기뻐하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하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석양의 붉은 노을빛이 가슴에 물 들어옴을 느낀다.
약 5개월 전 한국프레스센터에 있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첫 취재를 갈 때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먼저 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후 취재장소까지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기에 도보를 이용했다.
걷는 동안 취재질문내용이 꼼꼼히 적힌 수첩을 손에 쥐고 질문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또 빠진 내용이 없는지 수차례 들춰봤다.
하지만 항상 그랬듯이 이미 그것들은 내 머릿속에 아주 생생하게 정리돼 있었다.
글이 아닌 일러스트(그림)로.
삼수에 도전하는 평창올림픽유치에 대한 기대는 전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었다.
오랜 기간 기다려온 것만큼 나 또한 그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일찍부터 기사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유치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고 연거푸 낙방을 한 과거 경력으로 봤을 때 그래픽기획기사 톱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 계획’을 내세운다는 것은 적지 않은 모험이었다.
그래픽기사는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제작시간과 준비, 그리고 잔손이 많이 간다.
특히 기획기사는 기사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그 예측한 내용이 팩트와 맞아떨어질 때 세상에 보이게 된다.
만일 반전이 생긴다면 빠른 대처가 쉽지 않고 더군다나 기획이다 보니 Yes와 No 두 가지 상황을 모두 준비하기가 어렵다.
평창올림픽은 처음부터 Yes라고 못 박고 2개월간을 준비했다. 버려질 것을 각오하고.
유치위원회의 홈페이지에 나온 정보만 가지고는 삼수생을 소개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정보수집과 자료 정리 등 뼈대만 세우는 시간이 1개월가량 소요되고 회사와 집 등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제작과 수정, 작업의 반복 등이 1개월가량 흘렀을 때 몸이 아프다는 것도 잠시 잊었다. 덕분에 병원에서 경고성 주의를 받았다.
갓 들어온 인턴에게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3D MAX 프로그램을 활용할 특명을 과감히 전달하고 실무와 학습 두 가지를 병해하게 했다.
가능성 의심은 잠시였고 성실히 그래픽작업을 수행한 후배가 대견스러웠다.
지난 7월7일 새벽 평창의 11년 꿈이 현실이 되는 감동 속에서 준비했던 수건의 그래픽기사를 떨리는 손으로(?) 차례차례 송고했다.
무엇보다 쓰레기통으로 안 들어가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번 수상의 영광을 항상 물심양면으로 밀어주신 회사 상무님과 통합뉴스국 국장님, 에디터께 돌리고 싶다.
그리고 그래픽뉴스 팀장과 팀원들, 특히 힘들게 교육받으면서도 경청을 특기로 내세우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함께 땀 흘린 장예진 인턴기자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또 아빠의 수상 소식을 듣고 이벤트까지 열어준 우리 큰 아들 시우에게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다.
몸살 날 '국민영웅' 김연아 연합뉴스
몸살 날 '국민영웅' 김연아
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평창이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2018동계올림픽 유치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중의 한 사람, 피겨퀸 김연아의 활약은 대단했다. 평창 유치위 홍보대사를 맡은 김연아는 대한민국 평창을 IOC 위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몇 달 전부터 백방으로 뛰었다. 특히 총회에서 보여 준 여유로우면서도 호소력 깊은 프레젠테이션은 IOC 위원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유치가 확정된 뒤 김연아는 인터뷰를 통해 “온 나라를 어깨에 짊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실수로 큰일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매우 부담을 느꼈다”라고 털어놓았다. 세 번이나 도전하는데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죽했겠나.
21살의 나이에 난생 처음 겪는 국가적 대사의 부담감은 심신의 피로를 증가시키기에 충분했다. 김연아는 유치 확정 다음날부터 마침내 조금씩 몸의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심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을 느끼던 그녀는 유치를 달성하게 되자 갑자기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쌓인 피로가 겹쳐 몸살이 생긴 것이다. 유치위 관계자들과 함께 전세기를 타고 방콕에서 중간 기착했을 당시 김연아는 벤치에 길게 누워 있었다. 지치고 힘든 표정이 기존의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게 보였다.
더반의 유치 전과정을 따라 다니느라 나도 몹시 피곤했으나 계속 김연아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움직였다. 그러다가 환영식장이 마련된 인천공항 입국장 근처에서 잠시 짐을 기다리던 중 한 귀퉁이에서 축 처진 채 한숨을 내쉬며 앉아 있는 김연아가 다시 내 눈에 크게 띄었다.
상당히 불편한 모습이었다. 마치 100m를 전력 질주해 결승선을 통과한 뒤 바닥에 쓰러져 거친 숨을 내쉬는 선수처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연아의 지친 모습은 수개월 동안 그녀를 포함한 유치위 전원이 느낀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심적 압박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각고의 노력이 어떠했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가방에서 망원 렌즈를 들고 조용히 한컷 한컷 심신 지친 국민 영웅을 촬영했다.
5-6년 동안 김연아 관련 크고 작은 취재를 서너번 했다. 덕분에 해외 출장도 여러번 다녀왔고, 결과도 좋았던 적이 많았다. 더구나 이번에는 기자생활 처음으로 한국기자협회에서 주는 기자상을 받는 행운도 얻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이제는 김연아가 많은 대내외 활동보다는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대학생으로서의 삶, 평범한 자연인으로서의 삶도 느끼고 체험했으면 하는 생각을 가져봤다.
백화점 공시지가, 구멍가게 10분의 1 TBC대…
‘백화점 공시지가, 구멍가게 10분의 1’
TBC 대구방송 박철희
대구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좋게 말해 점잖하고 수줍음도 많다.
대구 지역 방송기자들은 잘 안다. 인터뷰는 물론이고 얼굴 한컷 찍히는 것조차 꺼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방송기간 내내 시장 상인도, 도심 행인도, 방송국에 전화 주신 이름모를 시민들도
너나없이 행정당국을 성토했다
어떻게 대구 최대 백화점의 공시지가가 주변 구멍가게의 10분의 1에 불과하냐며
마이크 앞에서 거침이 없었고 취재진에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할 당시 터무니없는 롯데백화점 공시지가에 대한
담당 공무원과 감정평가사의 답변은 냉랭했다
철도용지인 대구역 부지에 들어섰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낮은 것도, 비교표준지가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조세불균형의 극치였다
한해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고도 지방세를 쥐꼬리만큼 내는 호화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 이후 상권이 몰락했지만 자꾸만 오르는 공시지가 탓에 세금 내기가
힘겨운 영세상인들,
조세행정의 뿌리인 공시지가는 땅위의 현실과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대구지역 다른 대형상업시설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시지가는 항상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었고 주변 필지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불공정한 조세행정에 분노한 민심이 마그마가 되어
이번 공시지가 연속보도를 분출시켰다고 생각한다
해당 자치단체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공시지가를 최고 13배까지 올리고 대구시가 대형상업용 건물에 대한 공시지가 관리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성난 민심이 이끌어낸 반향이다
그러나 거창한 시스템보다 우선하는 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기초한 공시지가
산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시지가 취재가 처음이었고 복잡한 내용을 시청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마트 주변만 지나가도 그 일대 공시지가가
얼마인지, 머릿속에 훤하게 떠오를 정도가 됐고 비교대상이 됐던
수도권 민자역사 부근도 마찬가지다
TBC 대구방송은 지난 2006년 이후 공시지가 관련보도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이런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물심양면 도와주신 동료들과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아직 공시지가와 관련해 다뤄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보도는 시작일 뿐이다
국우터널 무료화 관련 연속보도 대구일보
국우터널 무료화 관련 연속보도
대구일보 배준수 기자
7월5일. 대구시의 국우터널 무료화 결정 발표 이후 시민들이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또한 그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평소 시내에서 북구 칠곡(강북지역)을 빠르게 가르면 민자로 건설된 유료도로인 국우터널의 요금소에 늘 500원을 던져넣어야 했습니다. 2012년 8월1일이면 500원 동전을 더 이상 넣지 않아도 된다는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말입니다.
그런데 그 기대감을 단숨에 깨버리는 일이 생겼습니다. 재정이 열학한 대구시가 13년 가까이 기다려온 시민들의 염원을 저버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국우터널 운영권자인 군인공제회에 유료운영기간 만료일인 7월31일까지 지급해야 할 280억원(추정치)을 마련할 길이 없어 5년 더 유료로 운영해 그 돈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 들려왔습니다.
군인공제회 국우터널 사업소 관리팀장을 만나기 전까지는 믿지 않았습니다. 어떤 약속인데 그렇게 쉽게 저버릴 수 있을까 의심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 꿈은 곧바로 깨졌습니다.
관리팀장은 “대구시가 일시불로 280억원을 지급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알아서 5년 더 운영하면서 280억원 받아 가겠다는 겁니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대구시 해당 부서에 물어보니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말로 암묵적으로 이를 시인했습니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국우터널 무료화가 5년간 연장될 시 시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얼마나 더 지출돼야 하는지에서부터 국우터널사업소가 매년 6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는데도 대구시가 갚아야 할 잔금이 수백억원에 머물러 있는 점 등에 착안해 대구시와 군인공제회간의 협약의 문제점, 이자율의 문제점, 방만한 사업소 운영의 문제점, 국우터널사업소 직원들에 대한 통행료 특혜 등을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다 유료화가 5년 더 연장될 경우 우리 시민들이 부담해야 할 통행료를 운행형태와 횟수별로 구분해 표까지 상세히 그려가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구 북구의회 의원들이 국우터널 무료화 추진 특별위원회를 결성해 주민들과 함께 무료화를 촉구하고 나섰고, 대구시의원들, 지역구 국회의원까지 가세했습니다.
대구 북구지역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야권과 시민단체도 합세해 1천명 주민서명운동 등 힘을 결집해 나갔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회의원과 함께 대구시와 군인공제회를 압박했고, 부족한 재원에도 280억원을 상환할 나름의 해법도 제시해 나갔습니다. 그결과 지난 7월5일 대구시는 군인공제회에 투자금 잔금 280억원을 5년간 분할 상환하고, 내년 8월1일부터 통행료를 받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국회의원도 민자도로 건설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관련 법 개정안도 제출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내기까지 수많은 지면을 할애해 준 대구일보 편집국장님과 힘을 보태준 동료, 북구지역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 시민 모두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돈 되는 치료만 합니다 SBS
돈 되는 치료만 합니다
SBS 보도국 김요한 기자
돈을 위한 치료, 사람을 위한 치료
고등학생 시절, 치과에 다녀오셨던 아버지의 표정을아직도잊을수가없다. 돈 없는 형편에 수백만 원 치료비가 막막하셨던. 결국 아버지는 그 후 몇 년 동안을 한쪽 어금니 없이 생활하셨다. 어쩔 도리도 방법도 없어 막막했던 그 때 그 기억. 돈 없는 사람들에게 치과의 문턱이 높다는 사실은 내게 생소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반값 임플란트의 등장이 더없이 반가웠다. 적어도 그 속사정을 자세히 알기 전까지는.
당초 기획 취지는 ‘어떻게 반값 임플란트가 가능한가’에 대한 경위를 따지는 것이었다. 반값이 가능하다면 다른 시술 역시도 상식적인 수준의 가격 책정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확인 과정에서 전혀 엉뚱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값 임플란트 시술 환자들에게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으며, 특히 몇몇 프랜차이즈 치과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렵사리 피해자들을 만났다. 피해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피해의 원인은 돈만 좇는 엉터리 시술 때문이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그저 환자에게 돈을 받아내는 데 집중하는 시스템. 해당 치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가격에 특히 민감한 서민들이었는데, 부실한 진료 때문에 결국 더 큰 병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치과계 내부의 자정작용도, 감독당국의 지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구조적인 문제였다.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될 수 있는 사안.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무엇보다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했다. 예상보다 취재가 길어졌다. 치과대학병원은 물론 다양한 소속의 치과 의사들을 만났고,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치과의 의사와 직원 등도 만났다. 피해자를 모시고 여러 병원을 돌면서 직접 진료도 받기도 하고, 문제가 될 내부 문서도 확보했다.
그렇게 확보한 피해사례와 내부 증언, 증거들을 가지고 문제의 프랜차이즈 치과 대표를 만났다. 1시간 반 넘게 진행된 인터뷰. 해당 대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와 함께 잘못을 감추고 덮기에만 급급했다. 불리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빠져나갔고,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방송 직전까지 꽤 여러 차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접촉을 시도해왔다. 보도 이후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가는 내용을 들이대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비겁하고 저열한 대응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여러 변호사와 판사 분들에게 검토를 받은 후 방송을 했다. 뉴스 홈페이지를 통해 취재 경위와 법적인 문제점 등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후 보도국에는 유사한 피해를 호소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해당 치과들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지만, 해당 사안에 대한 여러 매체의 추가 보도가 잇따랐고 경찰과 검찰도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도의 목적은 간명하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인 가격에 질 높은 치료를 받게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금도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는 어금니 없이 밥을 드시며 식구들의 생계를 짊어지고 계실 터. 수준 높은 치료에 대한 비용이 턱없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상식 이하의 진료가 이루어져서도 안 된다. 그러지 않도록 잘 지켜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 아니던가. 보도 이후 지금까지도 밥그릇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치과계가 부디 치료의 대상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양심적인 치료에 매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길 기대해 본다.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 공익신고 36건 전수조…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 공익신고 36건 전수조사
한겨레신문 한겨레21 고나무 기자
<한겨레21> 869호 표지이야기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 공익신고 36건 전수조사 - 신고자 20명 해직 비리혐의자 유죄 12건뿐’ 기획은 ‘다르게보기’에서 시작됐습니다. 불의에 주저하지 않았던 내부고발자들에 힘입어 ‘공익신고자보호법’이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단신들을 읽었습니다. 내부고발문제를 다뤄왔던 기존 기획기사도 읽었습니다. 대부분 ‘내부고발자의 이후 고생담’에 취재 포인트가 맞춰져 있었습니다. 문득 자문했습니다.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대표적 내부고발 사건들의 이후 조사, 수사, 판결 결과는 무엇인가?’‘내부고발자가 고생하는 건 모두 안다. 그렇다면 당시 내부고발의 대상이 된 비리 혐의자와 책임자는 지금 어떻게 살고있는가’에 주목했습니다. 법 통과 당시 대다수 언론이 단신으로 다룬데 그친 점도 취재착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내부고발 사건의 총체적 조망을 위해 전수조사 방식을 택했습니다.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과 참여연대가 1990년 이후 대표적 공익신고사건으로 꼽은 사건 리스트를 바탕으로 36건의 중요 공익신고 사건을 추렸습니다. 각각의 사건마다 내부고발사건 처리 결과-비리 혐의자 근황-내부고발자 근황 등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팩트 확인의 엄밀함을 위해, 15개 국가기관에 모두 19건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한 문서 확인에 그치지 않고 정보공개받은 사건이든 그렇지 않은 사건이든 관련자를 모두 만나거나 전화 취재했습니다.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로 보고 내러티브 저널리즘 서술을 시도한 ‘해인원 내부고발 사건’의 경우, 취재를 위해 두차례 경기도 광주시 현장을 찾고, 법원, 검찰, 경찰, 비리 혐의자, 지자체 등 모든 관련자를 접촉했습니다. 내부고발자가 ‘정의의 화신’이 아니라 고민하고 주저하는 합리적 이성과 양심을 가진 보통 사람임을 보여주기 위해, 문서(정보공개 및 판결)-대면 취재-현장 취재를 망라했습니다.
결과는 역시 충격이었습니다. 유죄 판결, 행정처분을 이끌어낸 케이스는 적었고, 그때문에 비리 혐의자·책임자들은 사건 이후 사회적 성공에 장애를 겪지않았습니다. 정의는 유리처럼 맑고 투명하지만 깨지기 쉽고 진보는 쫓겨난 내부고발자의 비루한 일상을 밟고 겨우 한걸음 나가는 것이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기획에 대한 노력이 상으로 보상받아 기분좋습니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립니다. 김훈 선생은 한때 “기자는 염탐꾼”이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염탐꾼은 상을 받지만, 17년전 복지법인 해인원 내부고발을 하고 감옥에 갔던 정광용씨는 어떤 단체와 기관도 근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분이 명예를 회복하시길 빕니다.
사외이사 작년 열흘 회의에 급여는 최고 1억 외 연합…
사외이사 작년 열흘 회의에 급여는 최고 1억 외
연합뉴스 증권부 강종훈 기자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기자협회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연합뉴스 증권부는 편법과 위법으로 얼룩진 기업 생태계를 개선하려고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했다. 재벌의 비상장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재래시장 무한 잠식, 비상장사 대주주 고배당, 경제력 집중 문제 등을 최근 수개월 동안 연속해서 고발했다.
황대일 부장과 윤근영 부장대우를 비롯한 모든 부원이 건강한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 위주의 반칙과 부정이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원칙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탐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만 비로소 권선징악과 억강부약이라는 언론의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라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으로 상징되는 정글에서 대기업에 맞서 불공정 관행을 탐사해 폭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펜이 칼보다 강할지 모르지만, 휘두르는 것은 절대 간단치 않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대기업들의 불편한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은 모래 속 바늘 찾기처럼 어려웠고, 광고주인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을 때 닥칠 역풍도 솔직히 두려웠던 탓이다.
하지만, 재벌의 무한탐욕으로 중소기업의 성장이 좌절되고 갈등이 쌓인다면 사회적 저항을 촉발해 시장경제체제가 심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르자 언론의 의무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로 했다.
산업계의 환부를 제대로 진단하고 알린다면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에도 양약이 된다는 생각도 용기를 내는데 일조했다.
이런 고민 끝에 고질적인 대기업 병의 원인을 찾기로 하고 사외이사 문제를 천착하기로 했다.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문제점을 미리 걸러내고 통제하는 임무를 회피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의욕은 앞섰지만, 탐사ㆍ고발 보도의 진입로 찾기는 만만찮았다. 회사 측이 사외이사 활동 실태를 순순히 설명해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차례 회의 끝에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재무제표를 모두 분석하기로 했다. 한 걸음부터 뚜벅뚜벅 내디디다 보면 천릿길을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이때부터 1주일간 밤낮없는 강행군이 이뤄졌다. 100개 업체의 사업보고서를 일일이 열어보고 이사회는 어떻게 구성됐으며, 사외이사들은 안건마다 어떤 견해를 보였는지 조사했다.
모든 금융기관과 주요 상장사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과정도 파악했다. 사외이사들이 `감시견' 역할을 포기한 채 경영진과 최대주주의 `애완견'으로 전락한 과정을 알아보는 작업이었다.
역시 1주일의 탐사 끝에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누가 추천하며, 주총 결정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후 전관예우로 의심될 만한 공직자들이 대거 사외이사로 진출한 사실을 고발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사외이사제도 개선작업에 착수했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기업 생태계의 검은 고리를 단순히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제도 보완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고치도록 압박해야겠다는 목적에서다.
연합뉴스 증권부는 사외이사제도의 왜곡 실태를 3주 동안 9건의 기사로 고발함으로써 목탁 수준을 넘어 공기로서 책임을 다하는 언론의 종결자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강자들이 솔선수범해서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할 것임을 다짐한다. 보도의 방향을 잃고 방황할 일이 생기면 헌법 제119조 2항을 나침반으로 삼을 계획이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서초구, 산림청 산사태 예보 경고 묵살' 등 연속보도…
'서초구, 산림청 산사태 예보 경고 묵살' 등 연속보도
CBS 사회부 김수영 기자
폭우가 중부지방 곳곳을 할퀸 다음 날인 7월 28일 오전. 전국곳곳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에서 끊임없이 전해지는 인명피해 소식에 점차 무감각해지기 시작하던 즈음, 우리의 귀를 잡아끌던 뉴스가 있었습니다.
"산림청이 산사태 경보와 주의보 발령 지역을 32개 시군에서 77개 시군으로 확대하고, 산사태 위험지역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사람들이 무더기로 흙더미에 깔려 죽은 채 실려 나오는 현장과 오버랩되면서 이 뉴스는 우리에게 묘한 분노감을 자극했습니다. 산사태 예보제도가 있었는데 이렇게 됐단 말야? 산사태 관리 시스템에 대한 취재는 이 같은 평범한 뉴스보도에 대한 직관적인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산림청의 통보기록과 지자체의 특보 발령 기록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그 결과 서초구청이 수십차례의 산림청 권고에도 불구하고 특보를 발령하지 않은 사실을 처음 확인했고 다른 지자체들 역시 늑장 발령으로 화를 키운 정황들을 포착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이를 특종 보도했습니다.
서초구청의 문제는 심각했습니다. 1년 전에 똑같은 사고를 당하고도 원인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4년에 걸친 산림청의 산사태 관련 행정 지도를 깡그리 무시했습니다. 안전불감증은 서초구청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산사태 경보 발령을 내린 지자체 재난담당 공무원들조차 경보 발령 사실을 몰랐고 산사태 예보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알지 못했습니다.
산림청이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구축한 '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의 예측력은 현저히 떨어졌고, 지자체의 전임자들이나 심지어 퇴직 공무원들에게 SMS로 전달하는 등 정보 전달에 치명적인 맹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관리 중인 산사태위험지역 가운데는 이번 폭우때 산사태 300여건이 발생한 서울경기지역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는 등 허술함 투성이었습니다.
이 같은 여러 방면의 문제점을 지적한 특종을 연이어 생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해 우리의 연말 기획 보도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여름철의 다양한 재난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인 정황들을 지난해 12월 광범위하게 짚었습니다. 그 당시에도 우면산 산사태 문제를 조망했지만 계절 탓인지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7개월 전의 보도 경험은 이번 폭우 취재에 큰 자산이 됐습니다. 이번 비피해의 핵심이 산사태라는 점을 직시하면서도 우면산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것, 발 빠르게 산사태 전문가들을 확보해 맥을 짚어갔던 것이 바로 선험적 학습 효과 덕분이었다고 판단합니다.
우리의 연속보도 이후 다른 언론사의 지적 역시 이어졌고, 전국 지자체와 산림청이 결국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산림청은 산사태위험관리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발표했고, 산사태의 피해를 키웠던 토석류관리지도도 내놓았습니다. 산림과학원은 산사태 예보 산악 기상망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고, 각 지자체들은 개발행위허가 제도개선 TF팀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폭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는데 몇 개월 뒤면 또 다시 폭설의 계절이 다가옵니다. 폭설 역시 '100년만의 폭설'식으로 규정짓는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악몽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전례없는 폭설 피해,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종류의 기사가 다시 특종기사로 생산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수험생 둔 학부모가 수능시험 출제' 연속보도 KB…
'수험생 둔 학부모가 수능시험 출제' 연속보도
KBS 정치외교부 박태서 기자
특종은 '운칠기삼'이라고 하나요. 제아무리 유능한 기자라도 운이 따르지 않으면 특종을 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이번 ‘수험생 학부모가 수능시험출제’ 보도가 꼭 그랬습니다. 문제의 취재원을 만난 것은 별 생각없이 한 끼 떼우려갔던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낮술 깨나 들어간 뒤에 들은 한 마디, "수능시험 출제위원 가운데 수험생 학부모가 끼어있는 것 같다"가 이 정도의 파문을 불러올지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건데스크를 포함해 17년간의 폭넓은 취재 경험을 통해 직감적으로 "뭔가 있고, 이거 얘기가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용 취재망을 총동원했습니다. 사흘 만에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문제의 사실, 출제위원 가운데 수험생 학부모가 상당수 껴있다는 사실이 적발됐음을 확인했습니다. 교육부와 감사원을 출입하는 유광석, 송영석 두 후배들에게도 보강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적이 없다"며 출제요원들이 거짓 서약서까지 썼다는 충격적 사실이 확인됐고, 나아가 이들을 통해 문제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방송을 미룰 이유가 없었습니다.
7월 18일, 9시 뉴스가 방송되기 직전까지 뉴스큐시트에는 리포트 제목도 붙지 않았습니다. 보안유지가 필요하다는 정치부장과 편집진의 판단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단독취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9시 뉴스 맨 첫번째, 두번째 꼭지로 연달아 나갔습니다. 70만 수험생과 가족, 친인척, 입시관계 분야 종사자 등 전국민적인 관심사인 수능시험, 그 출제요원들의 부정한 행위를 다룬 뉴스였던만큼 반향은 컸고 울림은 길었습니다. 교육부가 진상파악에 나섰고 교육과정평가원에는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습니다. 출제위원에 선정되면 학원 강사 선정 등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는 등의 후속보도가 이어졌고, 이어 출제요원 관리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고 문제은행화를 통해 수능출제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대책도 나왔습니다. 뉴스가 비리고발에 그치지 않고 제도개선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평가원직원들의 비리와 교육방송 EBS의 교재관리 부실 등이 초점이었고, 출제위원 분야는 중점 감사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을 전해들었습니다. ‘수험생 학부모가 수능출제위원’ 파문이 자칫 평범한 기사로 묻힐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보람이 컸습니다. 취재부터 방송까지 전폭적으로 믿고 맡겨준 이강덕 부장과 김환주 반장, 취재지시를 역시 믿고 따라준 유광석, 송영석 후배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