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맹꽁이를 구조하라 영남일보
「‘맹꽁이를 구조하라」
영남일보 사진부 박진관 기자
“박 기자, 맹꽁이인지 두꺼비인지 확실히는 모르겠는데 낙동강 둑 너머로 맹꽁이 새끼들이 수십 마리나 기어가고 있다. 와서 한번 확인해.”
8월1일 오전, 낙동강 달성습지에 있는 대경습지생태학교 교육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날 자정이 가까워올 무렵 취재차를 몰고 낙동강 부근 대명유수지 부근으로 갔다. 낙동강 둑 위에는 맹꽁이 새끼 수 천 마리가 낙동강변 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두꺼비 새끼는 보통 5월을 전후해 이동하는데 분명 맹꽁이 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시 방향을 바꿔 대구시 달서구 호림로 쪽으로 돌렸다. 맹꽁이 새끼 수 천 마리가 뒤엉켜 호림로 옆 인도 턱 위를 넘어가기 위해 바둥거리고 있었다.
새벽 2시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으로 맹꽁이를 검색했다. 맹꽁이는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적색목록에 등재한 국제보호종으로 국내에선 환경부가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포획을 금지하고 있는 귀중한 동물이 아닌가?
2일 오전 다시 아이와 함께 호림로를 찾았다.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아침에도 수 천 마리의 맹꽁이 새끼들이 10차선 도로를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이날 아이들과 함께 구조한 맹꽁이 새끼만도 수 백 마리. 4일까지 매일 맹꽁이를 취재하러 갔다. 5일자 영남일보 2면에 <낙동강 달성습지 부근이 국내최대 맹꽁이 번식지, 죽음의 대이동>이라는 기사가 큼지막한 사진과 함께 실렸다. 영남일보는 8월5일자 2면에 <국내최대 맹꽁이 번식지 발견, 죽음의 대이동>단독보도를 비롯 8월6일자 사회면 <새끼 맹꽁이를 지켜라>, 8월9일자 사설(社說) <달성습지 유수지 맹꽁이 적극 보호해야>, 8월9일자 취재수첩 <새끼 맹꽁이를 구조하라>, 8월10일자 사회면 <멸종위기 맹꽁이 보호안내간판 설치 토론>, 8월15일자 사회면 사진물<맹꽁이 살리기 특급작전>, 8월19일자 주말섹션 박진관 기자의 디스커버리 <맹꽁이의 죽음>, 8월23일자 <맹꽁이 1만8천여마리구조> 등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지역의 타 매체체들도 관심을 가지고 맹꽁이살리기에 동참했다.
맹꽁이 보도가 나간 직후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이 900여만원을 들여 대구시 달서구 성서공단 호안과 호림로 난간 경계 1.2km에 걸쳐 'L'자형 아연판과 안내간판을 설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대경습지생태학교 회원들과 대경늘푸른자원봉사단의 자원봉사자들은 휴일까지 반납하며 아연판을 설치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또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 공무원들은 7명씩 조를 이뤄 45일간 불침번을 서면서 약 3만여 마리의 맹꽁이 새끼들을 구조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과 이기로 함께 살아가야할 야생동물들이 멸종해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미력을 보탰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린다. 아울러 제보를 해 준 석 선생님, 지속보도가 가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편집국 선후배 동료들과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
‘씨랜드 참사 잊었나’ 또 둥지튼 불법시설 경인일…
‘씨랜드 참사 잊었나’ 또 둥지튼 불법시설
경인일보 최해민 기자
"쉽게 지나치지 마라"
지난8월 중순께 지인으로부터 화성시의 한 오토캠핑장을 소개받았다. 서해안 궁평낙조의 수려한 풍경과 인근의 먹거리촌까지 갖가지 설명을 듣던 중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2년 전 취재했던 한 현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마... 거기가 아직도?"
12년 전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등 23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화재참사. 2년 전 경인일보 취재진은 참사 10주기를 며칠 앞두고 현장 모습을 스케치하기 위해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로 향했었다. 당시 전국 주요 언론들도 현장에 모두 모였고, 10년간 방치돼 잡풀이 무성하던 씨랜드 현장을 르뽀형태로 보도했었다.
그러나 타 언론사와는 달리 취재진은 특이한 현상에 주목했다. 지저분하게 방치된 씨랜드 현장과 인접한 부지에 이국풍의 수련시설이 들어서 성업 중이었던 것.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을 벌인 결과, 황당한 말을 듣게 됐다. 씨랜드 부지 바로 옆에 있던 수련원 시설이 과거 씨랜드 참사의 장본인이던 원장 박모씨가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를 의심케 하는 주민들의 얘기를 듣고는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실제 명의는 원장 박씨의 형 소유로 돼 있었지만 실 운영자는 원장 박씨가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명의 기자로서도 그랬지만 한명의 인간으로서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번 피워보지도 못한 채 화마에 휩싸인 23명의 소중한 목숨 앞에서, 어찌 반성도 않은 채 또다시 이곳에다, 그것도 불법으로 수련시설을 만들어 운영할 수가 있을까. 보도 후 화성시는 혹여 있을 유족들의 반발을 의식, 성급히 불법시설을 모두 철거시켰고, 단 며칠 만에 일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취재진은 당시에도 이같은 후속조치 상황까지 추적해 보도했었다.
2년이 흐른 지난8월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그곳이 수련원과 오토캠핑장으로 성업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했을 때 그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특히 이번엔 화성시가 올해 초 해당 부지 주변에서 접수된 건축허가 변경 신청을 실사하며 현장조사까지 했지만 불법시설에 대해 방관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내 보도했다. 이로 인해 화성시는 불법시설에 대한 철거, 경찰고발, 관계자 징계 등 발빠른 후속조치에 돌입했고 신문과 방송 등 중앙언론에서도 씨랜드 옆 불법시설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현장 옆에 있던 불법시설을 '쉽게 지나치지 않았던' 기자적 호기심과 2년에 걸친 추적보도가 이번 특종을 나았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하루하루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과거 보도했던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게 어렵다. 하지만 이번 보도를 계기로 과거 한번 문제제기한 뒤 묻어뒀던 사안들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또다른 특종을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조선독립의 숨은주역 日本人 독립투사들 SBS
SBS 8.15특집다큐 '조선독립의 숨은주역 日本人 독립투사들'
SBS 보도제작부 이병태 기자
역사적 피해의식 때문일까?
“일본놈들” 하고 말하는 게 “일본사람들” 하는 것 보다 나는 훨씬 더 자연스럽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하이 하이”하면서도 철저하게 자기 잇속을 차리는 그들의 민족성 때문이기도 할 터이다.
‘그렇게 얄미운 일본인들 가운데도 정의로운 사람은 있기 마련이지...’하는 생각은 ‘혹시 일본인 가운데 조선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쟁한 사람도 있었을까?‘하는 데까지 미쳤다.
그런 호기심이 ‘8.15 특집다큐 조선독립의 숨은주역 日本人독립투사들‘의 기획 동기였다.
그리고 어렵사리 그런 일본인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희열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안중근의사의 이또히로부미 사살을 칭송하고 조선독립을 외치다 사형당한 고토쿠 슈스이, 천황과 황태자를 폭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채 체포됐지만 검사의 심문에 당당하게 “천황을 죽이려 했지만 천황은 병자인데다 여의치 않아 황태자 한 마리에게 폭탄을 던지려 했다”며 신격화 된 천황을 모욕한 뒤 의문사 당한 가네코 후미코, 2.8 독립운동으로 체포된 이들부터 독립투사들의 무료변호를 도맡아 했고 동양척식회사의 농지수탈사건에 이르기까지 조선인 변호에 앞장서다
두 차례의 투옥과 변호사자격까지 박탈 당했던 후세 다츠시, 이들 일본인 투사 세 명의 상상을 초월하는 행적을 찾아낼 때마다 오랜 세월 켜켜이 쌓인 한일간 두터운 담벼락 틈새로 희망의 빛이 엿보였다.
특히 이들의 정의로운 삶을 칭송하며 연구하고 기념하는 오늘날의 일본인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 희망의 빛은 더욱 선명해졌다.
무력으로 약자들을 짓밟는 자신들의 조국 일본에 목숨 걸고 항거하며 조선독립을 외쳤던 일본인 독립투사들, 그리고 그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21세기 일본인들이 꼬일 대로 꼬인 한일관계의 실마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전경련, 로비 대상 정치인 할당 파문’ 연속보도 매…
전경련, 로비 대상 정치인 할당 파문’ 연속보도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고재만 기자
이번 기사는 당초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과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 구조본부장(부회장)이 조찬간담회를 열어 재계 공동 사회공헌사업을 논의한다는 제보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최근 공생발전을 요구받고 있는 재계가 뜻깊은 일을 하는 것을 기사를 통해 널리 알리는 `좋은' 기사가 될 뻔 했습니다.
그러나 매일경제 보도 이후 전경련은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예정됐던 간담회를 전격 취소하고 "재계 공동 사회공헌사업은 실무선에서 논의하다가 현실성이 없어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경련이 4대 그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설익은 내용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재계 반발에 부딪히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었습니다.
기자는 사실과 다른 전경련의 주장을 기사화했고, 전경련의 한 간부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매경 보도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를 포함해 강력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전경련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반응을 보인 게 이상했습니다. 무언가 다른 배경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어 후속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수 명의 재계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전경련이 10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그룹 사회공헌 담당 임원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투자, 고용, 감세, 양극화 관련 향후 홍보계획'이란 항목이 적힌 문건을 배포한 것입니다. 대기업 임원 중 한 명에게 해당 문건을 보여달라고 부탁했습지만 처음에는 거절당했습니다. 끈질기게 설득하고 한밤중에 집까지 찾아간 결과, 해당 문건을 확보했습니다. 문건의 내용은 놀라웠습니다.
전경련이 주도해 여야 핵심 정치인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로비 계획을 세우고 이를 회원사인 주요 그룹에 할당한 명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기자는 정치권 등까지 전방위로 취재해 해당 명단이 포함된 문건의 사진을 찍어 매일경제 8월 5일자 1면에 `전경련, 로비대상 정치인 할당 파문'이란 제목으로 톱기사로 단독 보도했습니다.
그 후 추가 취재를 통해 전경련의 거짓 해명도 밝혀냈습니다.
자칫 재계 공동 사회공헌사업 무산 해프닝이라는 평범한 기사로 끝날 뻔 했던 기사가 끈질긴 의구심과 기자정신으로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폭로하는 `나쁜' 기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과거 정경유착으로 인해 한국 정치와 경제는 큰 후퇴를 거듭한 바 있습니다. 21세기에도 장막 뒤에서 몰래 이런 일이 꾸미고 있었다는데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건강한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건전해 져야 합니다. 대기업의 부정과 탐욕을 견제하는 게 언론의 핵심가치라고 확신합니다.
큰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취재를 적극 도와주신 박재현 편집국장과 전병준 부국장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도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폐해가 드러나는 폭로성 특종기사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일부 시중은행 가계대출 전면중단 연합뉴스
‘일부 시중은행 가계대출 전면중단’
연합뉴스 경제부 금융팀 홍정규 기자
우리는 `빚 권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나면 내용보다는 중간 중간 반복적으로 노출된 대출광고가 뇌리에 박혀 있다. 인터넷을 접속해도, 지하철을 타도, 거리를 걸어도 사방에 대출광고다. 여기저기서 보증도 담보도 필요 없으니 자기네 돈 좀 빌려다 쓰라고 아우성이다. 자동차 할부를 빼면 아직 제대로 대출 한 번 받아보지 않은 나로선, 뿌듯하면서도 왠지 민망하다.
그들이 권한 대로, 우리는 빚더미에 앉았다. 가계부채가 (계산 방식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무려 900조원을 넘었다. `9' 뒤에 `0'이 14개나 붙은 무시무시한 숫자. 은혜와 원수와 빚은 꼭 갚으라던데 과연 이자라도 제때 갚을 수나 있을지 의문스러운 금액이다.
몇몇 시중은행에서 8월17일부터 가계대출이 전면 중단됐다. 비유하자면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긴 `블랙아웃(black out)'이 발생한 셈이다. 금융회사가 대출을 중단하다니. 대출을 해야 이자를 받고 직원들 월급도 줄 텐데, 잘 이해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을 출입하는 나는 물론이고 이번 사안을 같이 취재했던 안승섭, 이봉석, 최현석 기자 모두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라 당국과 은행들에 거듭 확인했고, 취재 결과 드러난 것은 900조원을 넘는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막장 드라마' 같은 현실이었다.
가계대출 중단 사태는 작게 보면 은행들의 `오버'와 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대응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가계대출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자, 금융위는 각 은행의 부행장들을 불러 다그쳤다. "각자 알아서 잘 조절하세요"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그러자 은행들은 일선 창구의 대출을 아예 끊어버렸다. 은행들의 행태가 두발 단속하는 교사에 반항하는 뜻으로 박박 밀고 나타난 불량학생 같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그 와중에 정작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도 연출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태로 흐르게 된 과정을 되밟아보면 우리 경제의 문제점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가깝게는 전세가격의 급등을 꼽을 수 있다.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다 보니 급한 대로 은행 대출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세가격 급등을 대출 `수요'로 이해한다면, 오랜 기간 유지된 저금리는 대출 `공급'을 늘렸다. 물가를 희생해서라도 성장하겠다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돈이 걷잡을 수 없이 풀렸고, 은행들이 이 돈으로 대출 경쟁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깊숙한 곳엔 탐욕이 자리 잡고 있다. 탐욕이야말로 자본주의 뼈대를 이루는 금융의 동력이다. `강남불패'의 신화 속에 탐욕을 추구하는 개인이 가계부채를 늘렸고, 경제의 건전한 발전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금융회사의 탐욕과 만나 어마어마한 `빚의 제국'을 만들었다. 한없이 커질 것만 같던 거품이 터지면 누가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지 여러 차례 똑똑히 목격했다. 이번 기사가 부채의 벼랑으로 향하는 우리의 발걸음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검찰, 곽노현 교육감 수사 보도 SBS
검찰, 곽노현 교육감 수사 보도
SBS 이한석 기자
취재가 시작된 건 1년도 지난 얘깁니다.
국새사기 사건 취재보다 오히려 시작은 한 달 더 빨랐습니다.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계에서는 여러 소문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귀에 박힌 건 진보 후보들이 단일화 합의를 맺으며 돈이 오갔다는 내용입니다.
첩보라고 하기엔 풍문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지나칠 수는 없는 얘기였습니다.
당시 사회부 기자였던 저는 곽노현 후보와 박명기 예비후보 주변 관계자들과 무작정 접촉을 시도했습니다. 여의치 않았습니다.
그렇게 묻히는 가 싶었습니다.
수십장을 돌린 제 명함이 무색해졌습니다.
한 두번 도 아닌 경험이라 시간낭비 였나라는 후회가 들었지만 실망하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반 년여가 지난 뒤 사건의 실체를 들여달 볼 수 있는 문건이 도착했습니다.
박명기 예비후보가 작성했다는 문건을 입수하게 된 겁니다.
출입처는 국방부로 바뀌었습니다만 곽노현 후보측과 만났던 구체적인 일시와 협의내용, 협의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과 극적인 합의, 박 후보가 작성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내밀한 내용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습니다.
높은 도덕적 수준을 요구하는 교육감 후보자들의 돈거래, 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돈이 오갔는지는 문건을 통해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워 봤습니다.
먼저, 문건을 작성하게 된 배경... 약속했던 보전금 7억원이 예정된 기일 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박 후보측에서 곽 후보 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가설은 가설에서 멈췄습니다.
기자에게는 계좌추적 권한도 통화내역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선출직 교육감을 상대로 명확한 근거없이 취재에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문건은 중요한 단서였지만 취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8 달 뒤 주민투표를 열흘 정도 앞둔 시점에 검찰이 선관위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교육감 후보자 단일화 의혹과 관련한 금품 거래 내사에 착수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피내사자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나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할 지가 변수였습니다.
무상급식이라는 사상 초유의 주민투표 결과를 앞두고 검찰의 결단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10여일이 흘렀고 무상급식 투표가 무산 된 이틀 뒤 검찰은 박명기 예비후보를 전격 체포합니다.
박 교수와 주변인들에 대한 계좌추적으로 석연치 않은 1억여원의 돈의 흐름을 검찰이 확인한 겁니다.
무상급식 투표 직후, 오세훈 시장이 사퇴한 시점에 검찰의 곽노현 교육감 관련 수사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올 것이 명확한 상황이었습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습니다.
법조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사건 관계인들의 집과 사무실 주변에서 법조팀 기자들 한사람 한사람이 며칠밤을 꼬박 세웠습니다.
그만큼 미묘한 사안이었기에 직접 확인해야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법조팀으로부터 박 교수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이어서 돈을 전달한 곽 교육감의 지인과 서울시교육청에 대한 취재가 극도의 보안속에 이뤄졌고 체포 11시간 뒤, 8시 뉴스 특종보도로 이어졌습니다.
법조팀의 조직력과 순발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곽노현 당시 후보와 박명기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과정, 진보 교육감 단일화에 이은 서울시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 실시.
진보세력의 정치적 결단은 이념적 갈등과 논란을 떠나 의미 있는 결과임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번 검찰 수사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따른 검찰의 표적수사, 야권 탄압...공안 검찰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셉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2억원의 돈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대가성이 없는 선의의 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곽 교육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수사를 해야 한다는 곽 교육감 측 변호인들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범죄사실이 소명됐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을 이유로 곽 교육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물론 2억원의 대가성 여부는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때까지 유무죄를 판가름할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부분입니다.
교육감 후보자 단일화 금품거래 의혹을 1년 넘게 취재해오면서 가진 의문이 있습니다.
선거법이 엄격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굳이 이들은 돈거래를 해야만 했을까...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인데 합법적으로 충분한 선거비용을 마련하기란 교육자들에게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교육자들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거에서 떨어지면 이들을 기다리는 건 감당할 수 없는 채무, 결국 채무에 대한 부담이 도덕적으로 가정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교육계 인사들로 하여금 선출직 공무원 시대의 신종 매관매직을 자행하도록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현실과 타협하지 못한 선거법의 비현실적인 규제가 되려 교육계을 개혁하려는 참된 교육자들의 발목을 잡게 된 게 아니었을까,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말 지독한 선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