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4편
대구 동구, 북구 K2 공군기지 소음 피해 배상금 지연…
대구 동구, 북구 K2 공군기지 소음 피해 배상금 지연이자 수백억원 변호사 독식
매일신문 이창환 기자
대구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구시 동구의 K2 공군기지 소음 피해 배상 소송 지연이자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소송 대리인이 280억원이 넘는 지연이자를 독식하려는 의도는 매일신문의 보도로 좌절됐고, 이에 해당 소송 대리인은 지연이자의 절반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법적 투쟁을 통해 지연이자 전액을 돌려받겠다는 판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취재는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 7월 대법원이 대구시 동구 K2 공군기지 인근 주민 2만6천여 명에 대해 소음 피해 배상금 450억원가량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는 보도를 최초로 한 후 배상금에 대한 지연이자 금액이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지역 사회에 무성했다. 하지만 정확한 금액에 대해서는 국방부를 비롯해 어떠한 기관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9월 초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지연이자 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 금액은 상상을 초월했다.
보도가 나가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소송 대리인은 계약서에 지연이자는 변호사의 몫으로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고, 주민들은 계약 당시 지연이자에 대해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도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명쾌하게 잘잘못을 가리지 못한 채 두루뭉실하게 수사가 종결됐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민사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번 지연이자 문제를 취재하면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은 국방부의 태도다. 국방부가 지난해 말 앞선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상고를 하면서 지연이자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방부가 일찌감치 소음 피해 배상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 지연이자가 수백억원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현재의 갈등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액다수 소송에서 소송인과 소송 대리인 간 판결금액에 대한 지연이자를 두고 이처럼 사회 문제가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재 대구 동구와 북구, 경기 수원, 충남 서산, 경남 사천, 강원 원주 등 도심에 공군기지가 있는 도시에서는 수십만 주민들이 군소음 피해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들 주민들이 대구 동구의 지연이자 해결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지연이자 보도를 계기로 주민과 소송 대리인 간 합리적인 판결금 배분 기준을 만들어 수십년 동안 소음 피해를 당한 주민들이 또 다른 손해를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끝으로 훌륭한 경쟁 기사가 많았음에도 이달의 기자상으로 선정해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농약치는 염전 세계일보
농약치는 염전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신진호 기자
“일부 염전에 농약을 살포하고 있는데….”
2004년 여름, 약초 취재를 위해 전라남도에 갔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이야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생소한 ‘함초’ 등 염생식물이 소금 결정을 방해해 염전에 농약을 대량으로 뿌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염전 인근 주민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천일염 산업에 미칠 파장으로 쉬쉬하고 있다고 했다.
취재원을 따라 전남 영광군 A염전에 갔다. 증발지에 들어서자마자 제초제인 ‘그라목손’과 살충제인 ‘지오릭스’ 등 농약병 수십개와 함께 농약 살포에 쓰이는 고속분무기를 발견했다. 사진을 찍고 분석을 위해 소금을 구입했다. 하지만 모 연구원은 파장을 우려해 시료 분석을 거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재원도 돌연 취재협조를 거절했다.
전국 1100곳에 달하는 염전은 소금 전문가 또는 현지 주민이 아니고서는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도 심해 외지인이 쉽게 들어갈 수도 없다. 취재원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하니 취재를 포기해야만 했다. 아쉬움이 큰 만큼 다른 취재를 하면서도 항상 ‘농약 염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올해 3월 일본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 사고로 국내 천일염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소금생산 실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월초 사전 약속 없이 취재원이 있는 전남에 내려가 설득한 끝에 취재 협조를 약속받았다. 취재팀은 7월26일부터 4일 동안 전남 해남군과 신안군, 영광군에 있는 8개 염전을 찾아 취재할 결과, 모든 곳에서 7년 전과 동일하게 농약병과 함께 시커멓게 고사한 함초를 발견했다.
8월16일 보도 이후 파장이 커지자 농림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실을 알리기보다는 덮기에 급급했다. 정부는 토양조사를 외면한 채 소금에서 잔류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입장이었다. 정확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농식품부·지자체 관계자들과 공동으로 8월30일부터 이틀간 전남 8개 염전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8개 염전 가운데 상당수는 환경개선이 됐지만 해남의 한 염전에서는 7월26일 1차 취재할 때 발견한 그라목손, 지오릭스 병이 그대로 발견됐다.
증발지에는 여전히 말라죽은 함초를 목격할 수 있었다. 염전 8곳의 토양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3곳(37.5%)에서 살충제 성분인 ‘엔도설판(상품명 지오릭스)’이 검출돼 세계일보의 보도가 사실임이 입증됐다. 취재팀은 60일간의 ‘농약 염전’을 취재하면서 지자체의 민·형사상 소송, 염전업자의 살해 위협 등 온갖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사회감시 기능이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감으로 묵묵히 취재·보도했다.
신묘년도 저물어 간다. 임진년 새해에는 먹을거리 공포가 없는 안전에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 “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십억…
이국철 SLS그룹 회장 “신재민 전 차관에게 수십억 건넸다”
김지영 시사저널 취재1팀 기자
SLS 그룹과 기자의 ‘첫 인연’은 2년 전인 2009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LS 그룹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업의 변론을 맡은 이는 다름 아닌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었다. 총장직을 물러난 지 3개월도 채 안 된 전직 검찰총수가 이 사건의 변론을 맡았다는데 비중을 두고 최초 보도한 바 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고, 지난 8월 <시사저널> 편집국 데스크에 SLS그룹 이국철 회장과 관련해 정치권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한 정보 보고와 기획안이 연이어 올라갔다. ‘이 회장이 신재민 전 차관을 포함한 여권 실세들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이를 폭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9월1일 임채진 전 총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었고, 다음 날 이 회장을 신사동 SLS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직접 만났다. 그는 2009년 SLS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세 시간에 걸쳐 조목조목 지적했다. 하지만 신 전 차관에 대한 질문에는 “노코멘트”였다. 기자를 경계하는 눈치였다.
9월6일 저녁, SLS 사무실 부근의 한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가며 소주잔을 주고받았다. 이 회장은 어린 시절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다 부친의 사업 실패로 몰락했던 가정사 등을 담담하게 회고했다. 이날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고, 이 회장의 경계심도 조금 허물어진 듯했다.
기자는 이 회장을 만날수록 그에 대한 궁금증이 더 커졌다. 급기야 추석 연휴를 이용해 캠핑을 떠날 거라는 이 회장의 말에 “나도 함께 가고 싶다”고 따라붙었다. 그렇게 1박2일 동안 이 회장과 강원도 영월에서 함께 캠핑을 했다. 이 회장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앉아 예의 나직한 목소리로 SLS 사태와 자신이 그동안 금품을 전달한 여권 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기 시작했다. 신 전 차관은 물론 다른 여권 인사들의 실명도 밝혔다. 이 회장의 증언은 상당히 충격적이었고, 내용도 실로 방대했다. 좀 더 구체적인 확인취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데스크에 보고했고, 즉각 네 명의 취재기자로 특별취재팀이 꾸려졌다.
이 회장은 이후부터 제법 구체적으로 증언하기 시작했다. 많은 자료도 함께 건넸다. 거의 매일 3~4시간 이상씩 만났다. SLS 워크아웃 사태와 베일에 가려진 이 회장의 실체 그리고 이번 취재의 핵심인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을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 이 회장 증언과 자료 등의 신빙성을 하나씩 확인해 들어갔고, 여러 증언들 가운데서도 가장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된 신 전 차관 관련 부분을 우선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 회장 증언이 상당부분 사실이라면, 현재까지의 검찰 수사는 미진한 편이다. 이 회장이 그토록 바라던 SLS 워크아웃 사태의 진실 규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수사 초점이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이 뇌물을 주고받았는가에만 맞춰져 있다. 언론이 밝혀야 할 진실이 아직도 쌓여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거의 매일 심야 택시로 귀가해야 했던 특별취재팀 안성모․김회권․조해수 기자와 소종섭 편집장, 감명국 취재1팀장 등에게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한다.
안철수 교수 서울시장 출마결심 임박 오마이뉴스
안철수 교수 서울시장 출마결심 임박
오마이뉴스 정치팀 장윤선 기자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평소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던 그의 태도에 비춰볼 때, 이건 ‘진짜 뉴스’라는 예감이 먼저 뇌리를 스쳐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결심 임박’ 보도는 상상을 넘는 수준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1일 밤에 <오마이뉴스> 메인면 머릿기사로 올려진 그 기사는 한국사회에 이른바 안철수 현상을 불러일으킨 첫 번째 기사였다.
그로부터 사흘 후인 9월4일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안철수 원장을 2시간 동안 단독인터뷰했다. 그가 왜 서울시장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했는지, 예상출마자였던 박원순 변호사와의 관계, 그리고 ‘배후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윤여준씨와의 관계를 상세히 밝혔다. 무엇보다 안 원장은 이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을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인터뷰로 안철수 현상은 일시적 뉴스가 아니라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2012년 총선과 대선까지 이어지는 한국정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하게 주목해야할 요소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오마이뉴스>가 안철수 현상을 촉발시킨 이런 보도들을 앞서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청춘콘서트’ 초기부터 청년들이 안철수 원장에 거는 기대를 예상치 않은 흐름으로 포착하고 그와 관련된 취재원들을 관심 있게 접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보도 후 안철수 원장은 금새 한국정치의 주요 플레이어가 되었다. 특히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되기 전, 당시 5%대의 지지를 받던 박원순 변호사에게 50%대의 지지를 받던 안 원장이 양보했을 때, 선거 막판 박원순 지지방문과 응원편지 전달 때 안철수 원장의 뉴스가치로서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그동안 언론으로부터 차기 대선주자로 가장 주목받았던 박근혜씨에 버금가거나 그를 능가할 정도가 되었다. 고백하건데 <오마이뉴스> 취재팀은 처음 안철수 현상을 촉발시킨 보도를 내보낼 때 그 파장이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안철수 현상은 기성 정치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정치권에만 준 충격이 아니다. 어느 분야든 민심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언론계 입장에서는 독자들이 언제든 ‘너희가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바꾸겠다’고 선언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SNS로 시민이 미디어가 되는 흐름과 최근 진행되는 나꼼수 현상도 한 사례 중 하나다.
이 상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2010년 뒤늦게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한 후 처음 받는 것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기자협회의 언론동지들과 선의의 경쟁을 제대로 하라는 격려로 알고 기쁜 마음으로 감사히 받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