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10편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KBS
(292회)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 KBS
KBS 홍성희
단 한 명이라도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목격자’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를 했지만, 누구에게 왜 사과하는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당한 회항 지시와 승무원에 대한 폭행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 박창진 사무장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차례 연락을 시도한 끝에 급작스럽게 박 사무장을 만나게 됐습니다. 박 사무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보고 겪은 사실을 담담히 얘기했습니다. 폭언과 폭행, 회항 지시 등은 없었다는 조 전 부사장의 해명은 거짓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측에서 조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증거를 은폐하려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진실이란 것에 거의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박 사무장은 그러나 방송 인터뷰를 완곡히 거절했습니다. 저는 박 사무장의 얼굴에 쓰여 있는 고뇌를 바라보며, 인터뷰를 하자고 감히 말할 수 없었습니다.
취재진은 박 사무장에게 무엇보다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보도 이후 모른 척 하지 않겠다는 믿음, 이 문제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말입니다. 이런 노력에 박 사무장은 고맙게도 용기로 화답해주었습니다. 지난해 12월 12일 KBS 9시 뉴스를 불과 한 시간 남짓 앞둔 상황에서 극적으로 인터뷰가 성사됐습니다. 충분치 않은 인터뷰 시간이었지만, 당시 기내에서 조 전 부사장이 폭언과 폭행을 했는지, 또 대한항공 측의 사건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중심으로 박 사무장의 증언을 담았습니다.
박 사무장의 두 번째 인터뷰는 첫 번째 인터뷰 때보다 훨씬 더 어렵게 성사됐습니다. 인터뷰 이후 취재 경쟁이 더 심해졌습니다. 박 사무장은 본인의 인생을 걸며 진실을 폭로했지만 당시 국토교통부의 조사는 여전히 대한항공에 대한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재벌 2,3세들의 이른바‘갑질’도 문제였지만, 그 횡포를 감싸는 정부 당국의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런 일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 사무장은 국토부 조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서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긴 설득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박 사무장은 이번에도 용기를 내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가 방송에 나간 다음날, 국토부는 담당 조사관들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
며칠 전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반나절에 가까운 긴 공판의 말미에 재판부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직권으로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유무죄 여부뿐 아니라, 박창진 사무장이 앞으로 대한항공에 계속 근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재판부는 언급했습니다. 아마도 박 사무장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도록 조 회장에게 확인을 받으려는 모양입니다. 박 사무장이 저희 인터뷰에서 했던 약속,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라는 그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랍니다.
원전회의록 – 그림으로 읽는 32가지 원전이야기 경…
원전회의록 – 그림으로 읽는 32가지 원전이야기 / 경향신문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 팀장 최민영
2014년에는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둘러싼 중요뉴스가 많았다. 원전부품 비리와 안전 소홀문제, 노후화를 비롯한 문제들이 잇따라 제기됐다. 문제는 언제나 독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듯했다. 내용을 풀어서 설명하기 녹록치 않은데다 지면의 한계까지 겹쳐 있었다. 이래서는 시민사회에서 널리 토론이 이뤄지기 쉽지 않았다.
이 ‘재미없는’ 원전뉴스를 ‘재미있는’ 뉴스로 만드는 것이 경향신문 디지털스토리텔링 ‘원전회의록’의 으뜸 과제였다. 쉬운 목표는 아니었지만 자신 있었다. 우리 팀은 앞서 국가기관의 2012년 대선개입 사건을 다룬 ‘그놈 손가락’, 아베 신조 정권 이후 급속도로 진행 중인 일본 우경화의 뿌리를 짚어본 ‘우경본색’ 등의 디지털스토리텔링으로 전문가들과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터였다.
방향을 놓고 고심한 끝에 지난 가을, ‘웹툰’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목도와 이해도를 높이는 데 최적의 방식이었다. 미디어기획팀 기자들이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김번 작가와 대본을 함께 구성하고 그림을 만들어 나갔다. 컨셉은 ‘경향이 미쳤어요’였다. 신문 매체의 딱딱한 문법을 뛰어넘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지난해 12월 4일 ‘원전회의록-32가지 그림으로 보는 원전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명태, 호랑이를 비롯한 동물들이 벌이는 난상토론에 독자들은 재밌고 유익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팀이 함께 일하면서 즐거우면 독자들도 즐겁다는 그간의 경험이 또 한 번 입증된 듯해서 기쁘다. 이번에도 그래픽 제작을 비롯해 헌신적으로 기여한 윤여경 아트디렉터에게 특별히 감사말씀을 전한다.
뇌물 누명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 부산일보
(292회)뇌물 누명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 / 부산일보
부산일보 박진국 기자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의 열정은 인정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천박한 에너지였을 뿐이다. 크고 작은 기자상들을 받았지만, 나는 더 교만해졌고 이내 모든 일에 심드렁해져 버렸다.
2009년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1년 동안 연수하면서 나른한 삶이 '전복'되는 경험을 했다. 미국 기자들의 비극과 이를 극복하는 열정을 목도하면서부터다. 금융위기 여파로 수 많은 기자들이 거리로 내몰렸음에도 그들의 저널리즘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느낀 바가 많았고, 각오도 굳혔다. 손톱만큼이라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계속 일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대쪽 해경의 억울한 파면' 기사는 이런 다짐의 산물이었다.
지난해 4월 말이었다. 새벽 1시께 퇴근해서 자고 있는 기자의 휴대폰이 사납게 울렸다. 술에 잔뜩 취한 50대 사내가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다"면서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전화한다"고 울먹였다.
누군지 감이 잡혔다. 몇 일전 만났던 전 해경 간부였다. 이 해경 간부는 지역 유지의 낚싯배를 면세유 부정사용 등의 혐의로 단속했다가 전격적으로 감찰을 받아, 200여만 원의 금품을 수뢰한 혐의로 파면됐다.
잠결에 "최선을 다해 진실을 밝혀 주겠다"고 약속해 버리고 말았다. 현장을 수 없이 답사하며, 8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탐문했다. 그 결과 해경 간부가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결국 재판에서도 승소했다. 판결 직후 해경 간부는 전화를 통해 "나와 내 가정을 살렸다"고 고마워했었다. 후배들로부터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내가 아직 열정을 유지하는 데는 이런 보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세계일보
(292회)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 세계일보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세계일보가 지난해 11월28일 불과 두 쪽에 불과한 청와대 문건을 일부 공개한 뒤 대한민국은 큰 충격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본지 보도 후 정치권과 언론계, 시민단체, 국민 여론 등 각계각층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규명을 촉구하며 특검과 국정조사, 청와대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취재팀은 박근혜 대통령 전 비서실장인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을 입수한 뒤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취재원을 통해 내용의 진위 등을 확인하는 지난한 작업을 거쳤습니다.
세계일보는 청와대 문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 박 대통령이 대대적 인적쇄신 등을 통해 청와대 난맥상이 정상화하고 국정운영도 제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 반응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문건의 의미를 축소했고, 청와대 문건 유출을 수사하던 검찰에 가인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의혹을 일으켰습니다.
본지 보도가 있은 뒤 두달이 흐른 2015년 2월 현재까지도 소위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은 건재한 상태입니다.
반면 기자들은 검찰에 줄줄이 불려나가 수사를 받았고 현재도 피의자 신분이며 신문사는 압수수색을 당할 뻔했습니다. 세계일보 모기업 계열사는 현재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은 물론이고 그 후에도 여러 일을 겪고 있지만 진실은 멀지 않은 장래에 밝혀지리가 생각합니다. 세계일보 압수수색 위기에서 보여준 기자협회와 동료 기자들 성원과 기대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전자신문
(292회)국가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 전자신문
전자신문 SW산업부 김인순 기자
‘무엇이 국가를 위한 길인가?’
처음 해커로부터 원전 기밀자료 유출 사실에 관련된 이메일을 받고 가장 먼저 나에게 질문했다. 해커가 대 놓고 기사를 쓰라고 자료를 던졌기 때문이다. 해커가 보낸 메일에 담긴 링크에서 원전 도면을 확인하고도 섣불리 기사 쓸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해커가 원한 데로 사회혼란이 가중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래도 과연 해당 도면이 진짜인지는 파악해야 했다. 당사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관련 메일을 보내고 수사기관에 신고를 종용했다. 메일을 받고 3시간이 흘렀지만 기사화 여부 결정은 쉽지 않았다.
한수원은 자료의 진위여부 파악은 해주지 않고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 기사화를 막는 데 열을 올렸다. 유출된 자료를 꼼꼼히 보고 공격자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기사를 안 쓸 수 없었다. 내가 침묵해도 그들은 다른 통로로 알리기를 시도할 것이 자명했다. 야생마처럼 날뛰는 해커를 보며 위험성과 심각성을 방치할 수 없었다. 국가 주요기반 시설에 보안구멍이 뚫렸으니 눈 감고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사실만 간결하게 전달하고 정보보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원전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 시설이다. 사이버테러가 물리적 테러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주제였다.
‘국가 기밀 원전 설계도 털렸다’ 기사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아직 공격자가 누구인지 밝혀내지 못했다. 해커 움직임이 잠잠해졌을 뿐이지 그들이 활동하면 또 다시 사회혼란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기자이기에 앞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원전 해킹사고와 같은 특종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
기적 그 후 40년, 위기의 숲 KBS춘천
(292회)기적 그 후 40년, 위기의 숲 / KBS춘천
KBS 춘천 보도국 김민성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친 뒤 화전이 성행하면서 ‘붉은 산’으로 불릴 정도로 산림을 황폐화되었다. 나무 한포기 풀한포기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 1960년대, 70년대 우리의 모습이었다.
산림청이 1967년 발족하고 1973년부터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이 2차례에 걸쳐 87년까지 이어지면서 산림이 점차 푸르게 변했고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불과 40년 만에 ‘붉은 산’에서 ‘푸른 산’으로 기적을 이룬 것이다. 전 세계에서도 단기간에 기적을 이뤘다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산림청은 푸르게 변한 산에 있는 나무를 목재로써 활용하겠다며 지난 2009년부터 벌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나무마다 다르지만 평균 4,50년이 지나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며 이를 베어낸 뒤 제재용이나 연료용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벌채를 하는 것이다.
2014년 현재 17%대에 불과한 순수 국산 목재자급률을 2017년까지 21%로 높이겠다는 것이 산림청의 계획이고 이에 따라 앞으로는 더욱 벌채 물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벌채 과정에서 산림청이 정확한 기준없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처음으로 밝혀냈다.
벌채지역이 처한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채 단순히 나무를 자르면 어느정도 경제적 가치가 있을지만 생각한채 벌채가 이뤄지고 있었다. 벌채 이후 토양, 수질 변화는 있는지 산림청은 물론 산하 연구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 조차 단 한번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정말 충격이었다. 더욱이 벌채지역 주변 지역주민들과의 사전협의도 없고 있다하더라도 사실상 일방적인 통보 수준에 그치지 않았다.
한 주민의 말이 생각난다.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은 국민들이 모두 관리를 못 하니까 산림청이라는 기관을 만들어 국민 대신 관리하라고 맡긴 것이지, 산림청이 원래 국유림 소유자는 아닌 만큼 벌채 사업을 할때도 당연히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또한 인간을 위한 벌채가 자칫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없었다.
벌채한 뒤 어는 수종을 심을 것인지 조림 정책도 주먹구구식이었다. 기후 환경 변화에 따라 앞으로는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소나무를 많이 심고, 3년 앞도 내다 보지 못하는 조림정책은 산림청이 과연 국가기관인가?라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게 했다.
보도 이후 산림청은 2015년 상반기까지 벌채 정책을 전면 수정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취재는 우리나라 산림구조상 20%대에 불과한 국유림으로 한정한 것이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하지만 국가 산림정책과 지방 산림정책의 큰 틀을 산림청이 관리하는 만큼 이번 취재를 계기로 벌채정책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져 우리 부모세대들이 애썬 가꾼 산림이 무분별하게 파괴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취재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전문가들과 12,500km의 거리를 이동하며 전국 곳곳을 누빈 취재팀 그리고 사랑하는 건희, 건형 등 우리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250개의 책상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슬픈 2014 한…
(292회)250개의 책상이 주인을 잃었습니다. 슬픈 2014 /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 김명진
지난 해 11월 단원고 재학생들의 학부모들이 ‘2학년 교실 정리’ 문제를 제기했다. 면학분위기 조성과 단원고에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 없어져 학교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학교⦁유가족⦁재학생학부모⦁경기도교육청은 2학년 교실의 정리 여부를 논의했고 2학년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는 교실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추모관이 생기면 자료를 그대로 옮기기로 정리가 됐다.
교실 정리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해가 가기 전에 아이들의 빈 책상과 교실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는 교실을 기록해 아이들이 부모들의 가슴속에 살아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취재과정은 일단 재학생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주말을 이용했고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유가족에게 취재 협조 부탁을 드려 학교 측의 취재 허락을 받았다. 숨진 학생들의 책상 하나하나를 찍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정한 사진 사이즈를 유지하고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 책상 위 1m 높이에서 수직으로 촬영을 했다.
책상에 담긴 의미도 남달랐다.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 선후배들이 남긴 편지들은 계속해서 켜켜이 책상에 쌓여 가고 있었다. 학교를 찾을 때마다 책상이 달라져 있었다. 바뀐 학생들의 책상을 재촬영 하기도 했다.
기획단계에서 지면과 온라인 동시 출고를 준비했다. 미리 기술팀과 의견을 나누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취재를 하면서 생긴 자료와 사진들을 기술팀에 넘기면서 기획을 진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2월 30일 오후 신문지면 출고를 하면서 동시에 <한겨레> 온라인 사이트에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공개할 수 있었다. 요즘 신문에서 흔히 말하는 ‘온-오프라인 통합’의 결과물이다.
아직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되지 않았는데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이번 안산 단원고 2학년 희생자들의 교실과 책상을 찍은 기획이 희생자들을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진상규명을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한겨레신문
(292회)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 /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 정치부 김외현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름도 어려운 어느 ‘땅콩’에 관한 서비스 때문에 사달이 나서 그 비행기에 탔던 어느 ‘높은’ 분이 분노했고, 급기야 거대한 비행기가 후진을 해서 승무원을 내려놓고 이륙했다는 황당한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만 해도,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사건 관련 소식은 ‘땅콩 한 봉지가 모든 걸 다 덮었다’는 비유처럼 모든 국내 뉴스보다 중요하게 다뤄져왔습니다. 전세계적으로도 큰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1월 30일 열렸던 사건 관련 2차 공판 내용은 CNN 기자의 현장 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방송됐습니다. ‘땅콩 회항’의 ‘위력’은 지금도 세계 언론을 ‘호령’하는 기사거리인 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는 뉴스의 최초 보도, 그리고 줄기차게 이어진 후속 보도를 눈부신 특종으로 수놓았던 <한겨레> 취재진의 일원이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인한 재벌 3세들의 비뚤어진 특권 의식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건강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져 결실을 맺기 바랍니다.
검찰은 첫 보도와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고, 자본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정한 검찰다운 태도로 거침없이 법적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땅콩 회항’과 비슷한 시기에 첫 보도가 나와 이번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에 함께 포함되기도 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과 우리 사회는 검찰이 정치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검찰다운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했고, 지금도 그 기대를 접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둡니다.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한겨레신문
(292회)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 한겨레신문
한겨레신문 하어영
“나쁜 사람이라더라”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대통령이 수첩을 보면서 한 말이다. 제보였다. 그 ‘나쁜 사람들’은 해당 부처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이 부처 국장과 과장의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것이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래지 않아 두 담당자가 2013년 5월 청와대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례적인 승마협회 조사의 담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장과 과장은 누군가의 말을 듣고 보고하라는 애초 지시와 달리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나쁜 사람의 신세가 됐고, 요직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승마협회는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 딸의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돼 논란이 된 바 있는 곳이었다. 따라서 비선실세 국정개입의 실체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아래 해당 부처 기자 등이 공조해 즉각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맨 땅으로 돌진했다. 한 달여의 취재 끝에 제보가 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과정 중 <세계일보>의 청와대 문건보도가 있었다. 취재해 오던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프레임은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문건유출의 진상으로 옮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12월2일, 대통령은 직접 나서서 “문건은 루머이며, 문건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밝히면서 프레임 전환은 기정사실처럼 됐다.
<한겨레>의 보도가 나온 것은 그 다음 날인 12월3일이었다. 12월4일...5일...연이은 보도로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생생한 속살을 드러냈다. 정치권을 비롯한 독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검찰도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다. 문체부 장관 관련 수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지금도 비선실세 의혹은 여전히 살아있는 주제다.
석진환 기자, 김원철 기자, 김외현 기자가 취재를 함께한 주인공들이다. 또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선·후배 등 많은 동료들의 협업이 보도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영광은 모두 그들의 몫이다.
기부금 제대로 쓰이나 한국일보
(292회)기부금 제대로 쓰이나 / 한국일보
한국일보 기획취재부 박관규
“내가 낸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독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부금 대다수가 몰리는 겨울철인데도 언론사 조차 기부를 촉진하는 기사만 낼 뿐, 제대로 된 기부단체가 어디인지에 대한 기사는 담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찜찜함이 남지 않도록 한다면 기부가 늘텐데도, 누구도 검증에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사전 취재에 나서보니 이유를 바로 알게 됐습니다. 기부단체들은 “기부금 끊을 일 있냐”는 차가운 반응으로 가득했습니다. 기부단체에 대한 검증은 우리 사회에선 이미 금기 시 돼 있던 거였습니다. 이들 단체가 투명성과 먼 존재로 국민에게 자리잡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철저히 기부자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단체에 기부하면 될지, 또 어떤 부분을 유념해 어떻게 기부해야 할지 가이드를 제공해 볼 요량이었습니다.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무모한 시도라고 했습니다. 실제 시작부터 막혔습니다. 비영리단체의 역사가 짧은 탓에 선진국처럼 기부단체를 검증할 공신력 있는 기관도, 검증 기준도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았습니다. 공시된 정보조차 제멋대로였습니다. 국내 최초로 검증한다는 사명감 아래 최대한 엄격하면서도, 논란이 없도록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살펴봤습니다.
결과적으로 운영비만도 상당할 걸로 짐작되지만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이를 알 수 없는 단체가 나왔고, 사업 성격상 인건비가 사업비의 대다수를 차지해 안타깝게 순위가 밀린 단체도 있었습니다. 규모가 작아 검증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단체가 생긴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번 조사가 지닌 한계입니다. 그럼에도 보도 후 격려와 함께 많은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그릇된 부분을 바로잡아달라는 요구이자, 기부에 대한 갈망일 겁니다. 물론 정비되지 않은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기부단체만 나무랄 문제는 아닙니다. 고맙게도 “기부자 입장에서 살펴보고 개선하겠다”는 기부단체가 생겨난 것처럼 이제라도 모두가 노력하면 됩니다. 기부단체 검증이 기부 활성화에 앞장서기 위한 언론의 역할이기에 올해도 이 무모한 짓을 또 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