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시(Mega Nuke City)'
KBS부산 양희진 기자
“우리 곁에 원전이 그렇게 많았나요? 정말 몰랐습니다.” 방송이 나가고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부산권역 안에 8기나 되는 원전이 이미 들어서 있고, 최소 2기가 더 건설계획이란 사실은 기자 중에도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우리 프로그램의 영어 제목 ‘Mega Nuke City’는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으로부터 불과 20킬로미터 거리에 세계에서 가장 큰 원전단지가 있고 부산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세계 최대 원전도시가 됐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이 불편한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 우리 프로그램은 목표를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다.
광활한 국토의 이점이 있긴 하지만 세계 최고 원전대국 미국의 원전 건설 원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미국은 ‘환경적 공평성’이란 원칙 아래 어떤 위험시설도 한 지역에 몰아서 짓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의 원전은 한 지역에 1~2기가 대부분이고, 많아야 3기뿐이다. 이미 8기의 원전이 있는 지역에 또 원전을 더 짓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상은 “이미 버린 몸이니까 너희가 좀 희생하면 안 되겠니?”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개발의 시대, 원전은 우리에게 희망의 빛이었지만 이제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시대고 원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원전 진흥주의자들은 ‘청정에너지 원전론’을 앞세워 계속해서 불도저를 밀어붙일 뿐 공론화의 문은 닫아 놓고 있다. 변화는 철장 너머에 가려져 있던 원전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년 전 함께 하겠다고 용기 있게 나서준 후배 노준철 기자, 묵묵히 자료조사와 구성을 맡아준 조경남 작가, 그리고 탁월한 작품 해석력과 예술적인 편집 솜씨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해준 이동훈 편집감독, 멋진 그림을 찍어준 한석규, 허선귀 두 촬영기자와 함께 영광스러운 이 상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304회 전체 총평
JTBC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 저널리즘 본령 상기 ‘호평’
‘홈런’급은 아니지만 ‘안타’급 작품들이 많았다. 출품작 수 대비 수상작 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304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작품은 42건, 평소보다 20% 정도 적었다. 반면 수상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많은 8건이었다.
본심에 단번에 올라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4개, 딱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패자 부활전 격인 예선 재심 끝에 본심에 올라가 수상했다. 물론 전자 그룹과 후자 그룹간의 점수 차는 ‘간발’이었다.
수상작 절반인 4건이 취재보도 부문에서 나왔다. 그 중 2편이 사회적 파장이 컸던 영상 고발 작품들이었다. MBC의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학대의 주요 가해자는 친부모일 수 있다는 설을 실제로 확인해 준 보도였다. 이후 친부모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 짧은 취재 시간에 관련 CCTV를 확보하고, 슈퍼마켓 등 피해 어린이의 주변을 취재한 점도 평가받았다. 다만 1보성 속보 보도라는 특성상, 친부의 폭행 원인 같은 구조적 분석이나 사회적 함의 같은 심층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YTN의 ‘선생님을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은 첫 발생에 이어, 후속 보도를 통해 교권 추락의 현실과 기간제 교사 문제, 대책의 실효성까지 짚어가며 공론화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일부 영상 매체의 무분별한 영상처리와 달리, 해당 영상을 절제해서 사용했다는 점도 평가 받았다.
경향신문의 ‘강남구청 댓글 부대 운영 의혹’은 인터넷과 SNS 등 새로운 여론 소통 공간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의미 있는 보도로 평가됐다. 댓글을 단 아이디를 추적해 댓글의 숫자와 시기, 부서와 근무시간 여부 등까지 취재하는 등 ‘발품’ 흔적도 돋보였다. 그러나 과연 그 규모가 ‘댓글부대’라고 할 정도인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과도하게 의미 부여가 된 기사는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JTBC의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은 국방부 스스로 조사에 나서게 할 정도로 취재가 정밀했고, ‘진실을 추구한 보도’였다는 점이 큰 평가를 받았다. 국정 감사장에서 언급됐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간 사안을 끝까지 추적 취재한 점은 저널리즘의 본령을 다시 상기시킨 작품으로 간주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현실화된 괴물 ISD’가 수상했다. 국가 간 투자자 소송(ISD)의 위험성에 대한 의식 없이 맺어진 과거 투자 협정인 BIT들을 일일이 전수 조사해, ISD의 위험성을 밝힌 시도가 돋보였다. 한·중 FTA에서 관련 독소 부분을 찾아내는 등 현실화된 ISD 위협에 대한 대응을 촉구한 점이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세월호 탐사 보도’가 선정됐다. 10만 쪽이 넘는 재판기록 등 입법, 행정, 사법부의 각종 세월호 기록을 단독 입수 분석해 꾸준히 발굴 보도를 이어나간 기자 정신이 빛났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남CBS의 ‘몽고식품 회장의 직원 상습 폭행’이 뽑혔다. 땅콩 회항 이후 잠잠해진 듯 했던 기업 총수의 갑을 관계 문제를 새로이 드러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이다.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 부산 방송총국의 ‘원전 도시(Mega Nuke City)’가 수상했다. 원전 8기와 반경 30km에 동거하는 거대 도시라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그 안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극복 조건을 대안으로 제시한 수작이라는 평가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