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탐사 보도’
한겨레신문 한겨레21부 정은주 기자
2014년 4월20일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의 밤은 눈부시게 환했습니다. 앞쪽 무대에 놓인 대형 모니터가 컴컴한 바다를 비추지 않았다면 낮인지 밤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 환한 불빛 아래에서 엄마, 아빠들은 울다 쓰러지기를 반복하며 밤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 마감을 끝내고 2014년 4월19일 전남 진도행 첫 아침 버스를 탈 때만 해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을 당연히 취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 만에 기자는 이미 ‘기레기’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명함을 내미는 순간 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변했습니다. 단 한 명의 부모도 인터뷰하지 못하고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지난 1년 9개월은 그 취재 현장에서 무기력했던 나를 반성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14년 7~8월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38일간 800km(경기도 안산 단원고~진도 팽목항~대전 월드컵 경기장)를 걸었고, 2015년 4월 참사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진실을 발굴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3월 실제로 세월호 기록을 입수해보니 앞이 캄캄했습니다. 진실의 조각이 산산조각 깨져 그 실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흩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할 때 기꺼이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손들을 마주 잡고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나간 지 어느덧 10개월째입니다. ‘프로젝트팀’을 구성하지 못했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오늘도 하나씩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래도 ‘프로젝트팀’은 짙은 안갯속을 계속 헤맬 작정입니다. 이렇게 헤매는 것이 이 안개를 헤쳐나갈 유일한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힘겹고 버겁습니다. 도망가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선후배들께서 포기하지 말라고 다독여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고맙고, 고맙습니다. 끝까지 힘을 내보겠습니다.
회차 심사평
제304회 전체 총평
JTBC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 저널리즘 본령 상기 ‘호평’
‘홈런’급은 아니지만 ‘안타’급 작품들이 많았다. 출품작 수 대비 수상작 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304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작품은 42건, 평소보다 20% 정도 적었다. 반면 수상작 수는 평소보다 다소 많은 8건이었다.
본심에 단번에 올라가 수상작으로 선정된 건 4개, 딱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패자 부활전 격인 예선 재심 끝에 본심에 올라가 수상했다. 물론 전자 그룹과 후자 그룹간의 점수 차는 ‘간발’이었다.
수상작 절반인 4건이 취재보도 부문에서 나왔다. 그 중 2편이 사회적 파장이 컸던 영상 고발 작품들이었다. MBC의 ‘인천 11살 여아 아동학대 사건’은 아동학대의 주요 가해자는 친부모일 수 있다는 설을 실제로 확인해 준 보도였다. 이후 친부모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였다. 짧은 취재 시간에 관련 CCTV를 확보하고, 슈퍼마켓 등 피해 어린이의 주변을 취재한 점도 평가받았다. 다만 1보성 속보 보도라는 특성상, 친부의 폭행 원인 같은 구조적 분석이나 사회적 함의 같은 심층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YTN의 ‘선생님을 빗자루로 때리고 욕설하는 학생, 짓밟힌 교권’은 첫 발생에 이어, 후속 보도를 통해 교권 추락의 현실과 기간제 교사 문제, 대책의 실효성까지 짚어가며 공론화를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최근 일부 영상 매체의 무분별한 영상처리와 달리, 해당 영상을 절제해서 사용했다는 점도 평가 받았다.
경향신문의 ‘강남구청 댓글 부대 운영 의혹’은 인터넷과 SNS 등 새로운 여론 소통 공간이 악용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의미 있는 보도로 평가됐다. 댓글을 단 아이디를 추적해 댓글의 숫자와 시기, 부서와 근무시간 여부 등까지 취재하는 등 ‘발품’ 흔적도 돋보였다. 그러나 과연 그 규모가 ‘댓글부대’라고 할 정도인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과도하게 의미 부여가 된 기사는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JTBC의 ‘중공군 유해 송환 조작 의혹’은 국방부 스스로 조사에 나서게 할 정도로 취재가 정밀했고, ‘진실을 추구한 보도’였다는 점이 큰 평가를 받았다. 국정 감사장에서 언급됐지만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간 사안을 끝까지 추적 취재한 점은 저널리즘의 본령을 다시 상기시킨 작품으로 간주됐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현실화된 괴물 ISD’가 수상했다. 국가 간 투자자 소송(ISD)의 위험성에 대한 의식 없이 맺어진 과거 투자 협정인 BIT들을 일일이 전수 조사해, ISD의 위험성을 밝힌 시도가 돋보였다. 한·중 FTA에서 관련 독소 부분을 찾아내는 등 현실화된 ISD 위협에 대한 대응을 촉구한 점이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세월호 탐사 보도’가 선정됐다. 10만 쪽이 넘는 재판기록 등 입법, 행정, 사법부의 각종 세월호 기록을 단독 입수 분석해 꾸준히 발굴 보도를 이어나간 기자 정신이 빛났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남CBS의 ‘몽고식품 회장의 직원 상습 폭행’이 뽑혔다. 땅콩 회항 이후 잠잠해진 듯 했던 기업 총수의 갑을 관계 문제를 새로이 드러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이다.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는 KBS 부산 방송총국의 ‘원전 도시(Mega Nuke City)’가 수상했다. 원전 8기와 반경 30km에 동거하는 거대 도시라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그 안전과 미래 세대를 위한 극복 조건을 대안으로 제시한 수작이라는 평가였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