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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제187회 · 2006년 3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논문, 고도성장의 그늘

취재후기

취재후기(187회)-논문, 고도성장의 그늘

187회 이달의 기자상(기획보도 부문) / 중앙일보 - “논문, 고도성장의 그늘” 중앙일보 탐사기획 부문 박수련 기자 학자는 논문으로 말한다고 한다. ‘결과로 평가해달라’는 프로들의 각오이자 약속이다. 그러나 학계의 현실은 프로답지 못했다. 지난해 황우석 교수팀 논문 조작 사건은 기본 원칙을 어긴 학자들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믿었던 학자에 대한 애증이 한껏 부풀어오른 그 즈음, 취재팀은 한국 논문의 현주소를 짚어보기로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한국 논문이 실렸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의 빠른 성장이 얼마나 내실을 갖췄는지 살펴보자는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논문 표절과 공저자 끼워넣기, 대필 등 악습의 뿌리도 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 결과 한국의 논문은 ‘양적 성장, 그러나 질적 빈곤’으로 요약됐다. 한해 동안 세계 유명학술지에 실리는 한국 논문 수는 1989년 1300여 편(세계 34위)에서 2002년 1만5000편으로 늘어 세계 13위에 올랐다. 하지만 논문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피인용지수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 논문의 인기는 미미했다. 해가 갈수록 순위가 떨어져 2004년엔 세계 33위에 그쳤다. 고도성장이 남긴 그늘은 공저자 끼워넣기, 논문 표절 같은 악습이 여전히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는 데서 더욱 짙어졌다. 이번 취재에서 거둔 수확 중 하나는 공저자 끼워넣기 관행이 실질적인 수치로 확인됐다는 점이었다. 교수 7만 6500명이 2003년~2005년 동안 발표했다고 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한 연구논문을 분석해보니 한해 51편 이상 논문을 발표한 사람이 262명이나 됐다. 149편에 자기 이름을 올린 교수도 있었다. 논문을 심사하는 학회 편집위원들마저도 이런 관행을 인정하고 있었다. 취재원들의 얘기를 들을수록 충격은 더해갔다. 한 대학원생은 지도교수 이름을 넣은 학술지 논문을 2편 이상 내지 않으면 박사 논문 심사 통과가 안된다고 호소했다. 그런가하면 한 대학강사는 대학원 동기의 박사 논문을 수정해 지도교수와 함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고도 요약ㆍ발췌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며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또 1990년 이후 논문 표절 시비에 오른 교수 27명을 추적해보니 이중 6명만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중에는 자신의 논문도 많이 표절당했지만 문제삼지 않는 것이라며 항변하는 교수, 자신은 아직도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었다. 학교나 동료 교수들은 쉬쉬하며 얘기를 꺼내기 꺼려했다. 지도교수 지시로 대필 경험이 있는 한 대학원생은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면 ‘모든 게 끝장’이라며 인터뷰 내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논문 악습’은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척 하는 얘기였다. 학계에서 스스로 문제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보도가 나간 후 사회 각계에서 전화와 메일이 들어왔다. 또다른 표절 경험, 해외 박사 학위 매매 등 논문과 관련해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참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적해줘서 고맙다’는 노교수의 전화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표절 안하기 운동을 함께 펼치자고 제안한 학자도 있었다. 짧지 않은 취재기간 동안 쌓인 피로를 가시게 하는 최고의 상이었다. 남의 들보를 들춰내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들보 들추기를 해야한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나서겠다고 다짐한다. 덧붙여,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는 말만큼은 무색하지 않도록 살겠다는 다짐도 함께.

회차 심사평

제187회 전체 총평

류용규 대전일보 논설위원 /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제187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은 모두 5편이 엄선됐다. 총 응모작이 48편이었고,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 오른 작품이 절반에 가까운 21편이었음을 감안하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수상작은 의외로 적었다고 할 수 있다. 지역방송사의 출품이 많았지만 카메라고발성 및 단발성 작품이 상당수여서 전체적으로 작품의 밀도가 떨어지고 수준이 높다고 할 만한 작품이 적었다. 그렇지만 지역방송사의 출품이 많다는 것은 지방화시대를 맞아 취재 일선에서 기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고 의욕이 높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상대적으로 출품작 수가 적은 지방신문사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총 11편이 응모해 5편이 예심을 통과한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YTN(기동취재부 김승재 기자)의 ‘이명박 시장 황제테니스 논란’과 부산일보(손영신 기자 외)의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 두 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YTN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았으나, 부산일보 ‘이해찬 총리 골프 파문’ 기사의 경우 사실보도를 가장 먼저 함으로써 타 매체의 속보경쟁을 유발하는 기여를 하긴 했지만 1보 이후 후속보도에서 당연히 파헤쳐야 할 아이템을 먼저 보도하지 못했다는 결함이 지적됐으나 다수 심사위원들의 지지로 수상작에 선정됐다. 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중앙일보(특별취재팀 허귀식 기자 외)의 ‘논문, 고도성장의 그늘’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7만여명의 대학교수 논문들을 분석하는 수고도 수고지만 남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무임승차하는 관행을 비롯해 표절 등이 안고 있는 문제점 전반과 다양한 비리의 파장, 개선방향을 심도 있게 제시한 노력이 돋보였다. 기획보도방송 부문의 수상작 KBS(탐사보도팀 최문호 기자 외)의 KBS스페셜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은 근래 신문과 방송을 통틀어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역기획방송 부문의 수상작인 광주MBC(보도국 김낙곤 기자 외)의 ‘특집 HD다큐 길 2부작’은 기획에서의 발상은 물론 영상미도 좋았다는 호평을 받았다. 반면 지역취재보도 부문과 지역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에서는 수상작이 없었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의 경우 무려 13편이 응모하고 5편이 예심을 통과했지만 기사충실도 측면에서 상당수 작품은 밀도가 떨어지고 고만고만했다는 점에서 다수 심사위원들이 수상작을 지명하지 않아 최종 수상작은 한 편도 없었다. 지역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에서 최종심에 오른 대전일보의 ‘난개발 금남・금북정맥을 가다’와 경인일보의 ‘냉전의 흉터, 철책선 걷어내자’는 기획이 신선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좋은 평을 받았으나 최종 선정에서 탈락, 아쉬움을 낳았다. 이밖에도 취재보도 부문에 응모한 MBC의 ‘시장이 두 명?’과 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의 서울경제 ‘한미FTA 이것이 급소’ 시리즈 역시 아까운 작품이었다는 평이었으며, 기획보도방송 부문으로 응모한 YTN의 ‘토익 부정행위 확인’은 취재보도 부문으로 응모해도 좋은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차 수상작 2006년 3월

제187회(2006년 3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취재보도부문 · 2편
이명박 시장 ‘황제 테니스’ 논란
YTN 김승재
이해찬 총리 골프파문
부산일보 손영신·전창훈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1편
논문, 고도성장의 그늘 지금 보는 작품
중앙일보 허귀식·천인성·박수련·변선구·임미진
기획보도 방송부문 · 1편
KBS스페셜 ‘외환은행 매각의 비밀’
KBS 최문호·이영섭·이경구·윤희진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1편
특집 HD다큐 “길” 2부작
광주MBC 김낙곤·박재욱

같은 회차의 다른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