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회)대구MBC 창사 44주년 특별기획 <흙> 2부작/대구MBC 보도국 심병철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천 년 전에 묻힌 씨앗도 싹을 틔울 수가 있어요. 흙은 바로 지구상 식물들의 종자은행이니까요” 나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천 년 전에 매몰된 종자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친분이 있어서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를 잘 알고 있고 , 그분이 절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김 교수의 말은 계속 됐다. “ 종자은행으로서 흙의 기능은 생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다만 싹을 틔울 수 있는 종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에요.” 나는 김 교수와 수 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눈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휴면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워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우연찮게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하게 된 취재진은 흙의 종자은행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흙이 지구의 물질순환에서 아주 중요한 매개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재앙인 지구온난화도 단순히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 때문이 아니라 탄소순환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도시화와 산업화로 탄소순환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국내외 자연과학자들은 땅 속에 보관돼 있어야 할 탄소가 대기 중에 많이 노출되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빚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건강한 흙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길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번 취재를 통해 그 동안 흙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를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뻤다. 이제까지 흙은 단순히 농업의 터전이자 생명의 공간으로만 인식돼 왔다. 물질순환의 매개체라는 흙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흙이 지구온난화 해법의 희망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취재진은 또한 천 백 년 전에 우포늪 바닥에 매몰된 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우는 일에 성공함으로써 흙이 매우 중요한 유전자원의 보고임을 입증해 냈다. 가치 있는 새로운 사실을 알리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데 언론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프로그램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보도국장과 보도제작부장 그리고 모든 보도국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05회 전체 총평
제20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박래부 심사위원(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9월 ‘이달의 기자상’의 출품작은 26편이었다. “다른 달에 비해 출품작 수가 적고, 기사의 수준도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각사 기자들의 관심이 신정아- 변양균 사건과 2차 남북정상회담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거나 중요한 사안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이나 IMF사태의 각각 10년을 돌아보는, 호흡이 길고 비중 있는 탐사보도가 호평을 받았고 수상작으로도 선정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출품작 중 특히 YTN의 ‘욕정에 눈 먼 70대의 공포의 해상 연쇄살인’은 심사위원 전원이 추천하여 수상작이 되었다. 사건기자의 뛰어난 추리능력과 감각, 집요하고도 신중한 취재 등이 빛난 우수한 기사였다. 이 기사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의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70대 노인의 성적 욕구에까지 새삼 관심을 갖게 하는 등 사회적 관심과 파장도 컸다.
세계일보의 ‘탐사보도, 정보공개 10년 대해부’는 그 동안 시민단체가 해온 성과를 취합하고 정리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낮은 사회적 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기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요즘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이라는 시의성도 반영하고 있다는 평도 있었다.
KBS의 ‘IMF 10년 특집기획- 최초공개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진실’은 IMF라는 국가적 재앙을 이용해 론스타 등 외국투기자본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유착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경제적 이득을 보았으며, 숱한 한국 채무자들을 고통에 빠뜨렸나를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등일보의 ‘더워지는 한반도, 기상재앙 대비하자’는 기상변화에 대한 지방지의 관점을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잘 부각 시켰다. 정밀한 진단과 대안 제시 등도 돋보였다. 대구MBC의 ‘창사 44주년 특별기획 흙 2부작’도 과학적으로 새로 밝혀 준 것도 많아 흥미로웠다. ‘기자상으로 적합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됐으나, 온난화와 관련된 독일의 예 등이 충격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연합뉴스 제주지사의 김호천 기자는 이번에 두 종의 사진을 출품했다. ‘흙탕물에 빠진 차 버리고 탈출’과 ‘화마에 휩싸인 제주 성산항’이다. 둘 다 기자의 적극성이 엿보이는 역동적인 사진이었으나, 순간을 포착한 ‘물’ 사진이 수상하게 되었다.
한편 KBS의 ‘충격고발! 포르말린에 절은 중국산 의류’는 쉽지 않은 취재과정 등이 인정되고 평가도 받았으나, 과거 ‘포르말린 통조림 무죄사건’의 예에 비춰 볼 때 포르말린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표현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상을 하지는 못했으나 동아일보의 KAIST 테뉴어 심사 관련 기사와 대통령 신당 선거인단 등록 기사, KBS의 노점상 횡포 고발, TBC대구방송의 사라진 지하철 환승주차장 보도, 충청투데이의 대덕연구원 주택 문제, JTV전주방송의 국보 복원의 낭비적 요소 고발, 광주일보의 다문화가정 리포트, 경인일보의 수도권의 땅값문제 등이 수상작 후보로서 심층적 논의과정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