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5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박래부 심사위원(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9월 ‘이달의 기자상’의 출품작은 26편이었다. “다른 달에 비해 출품작 수가 적고, 기사의 수준도 그다지 높은 편은 아니다”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각사 기자들의 관심이 신정아- 변양균 사건과 2차 남북정상회담 등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거나 중요한 사안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보공개법이나 IMF사태의 각각 10년을 돌아보는, 호흡이 길고 비중 있는 탐사보도가 호평을 받았고 수상작으로도 선정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
출품작 중 특히 YTN의 ‘욕정에 눈 먼 70대의 공포의 해상 연쇄살인’은 심사위원 전원이 추천하여 수상작이 되었다. 사건기자의 뛰어난 추리능력과 감각, 집요하고도 신중한 취재 등이 빛난 우수한 기사였다. 이 기사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의 제3의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70대 노인의 성적 욕구에까지 새삼 관심을 갖게 하는 등 사회적 관심과 파장도 컸다.
세계일보의 ‘탐사보도, 정보공개 10년 대해부’는 그 동안 시민단체가 해온 성과를 취합하고 정리한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낮은 사회적 투명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만드는 좋은 기사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요즘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이라는 시의성도 반영하고 있다는 평도 있었다.
KBS의 ‘IMF 10년 특집기획- 최초공개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진실’은 IMF라는 국가적 재앙을 이용해 론스타 등 외국투기자본이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유착 관계를 맺으며 어떻게 경제적 이득을 보았으며, 숱한 한국 채무자들을 고통에 빠뜨렸나를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등일보의 ‘더워지는 한반도, 기상재앙 대비하자’는 기상변화에 대한 지방지의 관점을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잘 부각 시켰다. 정밀한 진단과 대안 제시 등도 돋보였다. 대구MBC의 ‘창사 44주년 특별기획 흙 2부작’도 과학적으로 새로 밝혀 준 것도 많아 흥미로웠다. ‘기자상으로 적합한가’라는 의문도 제기됐으나, 온난화와 관련된 독일의 예 등이 충격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연합뉴스 제주지사의 김호천 기자는 이번에 두 종의 사진을 출품했다. ‘흙탕물에 빠진 차 버리고 탈출’과 ‘화마에 휩싸인 제주 성산항’이다. 둘 다 기자의 적극성이 엿보이는 역동적인 사진이었으나, 순간을 포착한 ‘물’ 사진이 수상하게 되었다.
한편 KBS의 ‘충격고발! 포르말린에 절은 중국산 의류’는 쉽지 않은 취재과정 등이 인정되고 평가도 받았으나, 과거 ‘포르말린 통조림 무죄사건’의 예에 비춰 볼 때 포르말린의 위험성이 과도하게 표현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수상을 하지는 못했으나 동아일보의 KAIST 테뉴어 심사 관련 기사와 대통령 신당 선거인단 등록 기사, KBS의 노점상 횡포 고발, TBC대구방송의 사라진 지하철 환승주차장 보도, 충청투데이의 대덕연구원 주택 문제, JTV전주방송의 국보 복원의 낭비적 요소 고발, 광주일보의 다문화가정 리포트, 경인일보의 수도권의 땅값문제 등이 수상작 후보로서 심층적 논의과정을 거쳤다.
(205회)탐사보도 ‘정보공개 10년 대해부’/세계일보 경제팀 김용출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언론과 학계, 시민사회는 1996년 정보공개법이 제정될 당시 한국 사회를 바꿀 ‘3대 민주입법’‘행정 혁명을 몰고 올 법안’으로 평가했다. 실제 1998년부터 시행된 정보공개법은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왔다. 공공기관 장의 판공비가 투명하게 감시되기 시작했고, 예산 감시와 인권보호, 각종 생활정보 공개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10년새 행정부 등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는 상당 수준 나아졌지만 시민의 요구 수준이나 우리 사회의 발전수준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듯하다.
문제는 정부가 정보공개실태를 지나치게 안일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6월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참여정부에 와서 정보공개가 대단히 많이 확대됐다. 깊어지고 넓어졌다. 자화자찬 한 번 하자"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정보공개건수는 많아도 핵심 정보는 비공개되기 일쑤다. 공무원들의 자의적인 판단도 적지 않고, 비밀주의를 막을 정보공개심의회와 정보공개위원회 등 관리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게 현실 아닌가.
취재팀은 오래 전부터 정보공개를 활용, 그 의미와 함께 문제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보공개의 정확한 실상과 문제점, 한계 등을 보여줘 정부의 각성과 제도의 발전을 이끌고 싶었다.
수십개의 논문 등을 읽고, 관련 법령을 공부하는 데서 다시 시작했다. 중앙행정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정보목록을 뽑아 분석했고, 비공개기준 등을 검토했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탐사보도 기자들의 사례도 취합했다. 정보공개위원회 사람들과 접촉하며 관리시스템 문제를 파악하기도 했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함께 이렇게 1개월반 정도 취재한 후 기사를 내보냈다.
물론 현실은 아쉬운 점이 많다. 정보공개의 실상에 대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공감대는 여전히 미흡하고, 관련 제도 정비는 더디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는 사회의 투명성 제고만이 아니라 정보자원 공유를 통해 건강한 지식정보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현실을 제대로 보고 빨리 개선하자. 시간은 행동하려는 자만을 기다려줄 뿐이다.
IMF 10년 특집기획 ‘최초공개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205회)IMF 10년 특집기획 ‘최초공개 부실채권 국제매각의 진실’/KBS 탐사보도팀 김덕원
[기획보도 방송부문]
“여보세요 KBS 김덕원 기자입니다” “당신 기자 맞아요? 혹시 추심업자 아니예요?”
10년 전 쓰나미처럼 몰려 온 외환위기로 재산 대부분을 송두리째 날렸던 부실채권의 채무자들. 어렵게 찾아낸 그들이 취재진에게 보였던 첫 반응은 이처럼 싸늘한 경계의 말들 뿐이었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때의 빚이 남아 있었고 채권 추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무조건 만나자고 했다. 기자증까지 보여주면서 KBS 기자임을 확인시켰다. 그러면서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재산을 잃게 됐는지 등을 조금씩 물었다. 간신히 삼켜 왔던 고통을 또다시 되내이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끼던 부실채권의 채무자들. 그러나 조금씩 마음이 허물어지면서 당시 생생한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간곡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정식 인터뷰는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1년여 동안의 취재는 이처럼 어느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생소한 금융관련 전문용어들이 취재를 더욱 어렵게 했다. 본격적인 취재에 앞서 읽어야 했던 전문서적도 꽤 됐지만 금융전문가 특히 부실채권이라면 최고인 전문가들인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한 취재를 위해서는 사전 준비를 많이 해야 했다. 그들이 만든 공식 자료의 문제점과 허점을 파고 들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팩트 하나라도 틀리면 안된다는 각오 속에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취재팀은 역사를 새롭게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취재에 임했다. 특히 부실채권과 관련된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의 공식 자료는 부실채권의 성공적인 처분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훌륭히 극복했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진실을 외면한 잘못된 기록을 그냥 놔 둘 수는 없었다. 특히 비밀 자료까지 입수해 분석해 본 결과 캠코의 백서 등에 여러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쓰는 기사 한 줄, 찾아낸 팩트 하나 하나가 바로 새로운 역사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 수 밖에 없었다. (너무도 거창한 자아도취 아니냐고 따지면 뭐 할 말 없다. 다만 당시 이렇게라도 서로 위로하지 않고서는 하루하루를 넘기기 어려웠던 점을 이해해 달라)
수많은 관계자들을 만나 증언을 듣고 핵심 문건을 분석해 들어 갈수록 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10년 전 중소업체를 운영하던 그 때 그 사람들, 자기네들이 잘못한 거라고는 은행에서 돈을 빌린 것 뿐이고 그런데 당시 사업을 했던 사람들은 다 그렇게 했는데 아직까지 집도 절도 없이 거리를 헤매고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며 하소연했다. 그러나 그 한편에는 외환위기를 통해 잘 먹고 잘 살게 된 사람들 그리고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간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반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에게 외환위기는 절망이요 낭떠러지였지만 부실채권을 주물렀던 일부 국내외 사람들에게 외환위기는 도약의 기회였던 거였다. 그렇지만 일반 자영업자들과 서민들의 고통은 철저히 외면한 채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면 축배를 들지 않았던가.
아직도 빚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당시 부실채권 채무자들을 위해 우리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 많은 부분을 언급하지 못하고 넘어간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상 그리고 취재 여건상 여력이 없었던 점을 인정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마져 든다.
아울러 취재가 막힐 때마다 방향을 제시해 주었던 최문호 선배, 금융 관련 취재와 관련해 더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동기 이영섭 기자 그리고 코피 터지기 직전까지 갔던 촬영기자 조현관 선배와 김대원 기자, 방송 두 달 전부터 휴일을 모두 반납한 채 새벽 퇴근을 마다하지 않았던 동기 김바다씨를 비롯한 우리 스태프 모두가 영광의 주인공이다.
욕정에 눈 먼 70대의 공포의 해상 연쇄살인 YTN 사…
(205회)욕정에 눈 먼 70대의 공포의 해상 연쇄살인/YTN 사회2부 김범환
[지역취재보도부문]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떻게 70대 어민이 젊은 여성 셋을, 그 것도 건장한 청년까지 있었는데..."
공포의 해상 연쇄 살인사건 취재는 이렇듯 원초적 회의에서 시작됐다.
보성으로 놀러간 뒤 바다에서 잇따라 떠오른 남녀 대학생 시신 2구.
여학생은 외상 하나 없는 전형적인 익사체였고 남학생도 1차 부검결과는 직접 사인 불명.
다만 발목의 골절은 외부의 가격보다는 추락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는 부검의의 소견이 나왔다.
이렇듯 띄엄띄엄 발견된 시신은 언론의 관심대상이 아니었지만 체육교육과에 다니는 남학생은 만능스포츠맨이어서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다는 얘기가 들렸다.
그 때부터 이번 사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됐다. 행적 수사를 맡은 보성경찰서에 계속 상황을 문의하고 정확한 사망원인 등 여수해경의 수사진척 여부를 지켜봤지만 추락에 의한 익사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초기 취재에서 건진 것은 남학생의 발목 골절과 여학생이 마지막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는 것.
그러나 112가 아니고 목격자도 없어 범죄관련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 달 가까이 지난 추석 연휴에 같은 바다에서 20대 여성 여행객 2명이 실종됐다가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게다가 한 여성은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구조요청 메시지까지 보냈다.
이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4명의 휴대전화 마지막 위치가 같은 율포해수욕장 앞바다였기 때문이다. 곧바로 보성에 가 보니 경찰은 여성 2명을 배에 태웠다는 70대 어민의 신병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었다.
경찰은 용의자가 안전사고라며 혐의사실을 부인해 아무 것도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취재결과 실종된 곳과 시신 발견 장소가 같을 뿐만아니라 여자 시신에서도 발목 골절상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진짜 고민은 그 때부터 시작됐다. 뭔가 냄새는 나는데 어떻게 두 사건의 관련성을 캘 것이며 범행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70대와 여성 2명, 특히 건장한 1학년 남자 대학생을 연결시키는 것이었다. 동기는 성범죄 밖에 없을텐데 아무래도 무리였다. 그래서 용의자의 주변 취재에 들어갔다. 그런데 용의자가 뱃일을 오래해 나이나 체격에 비해 힘이 장사이고 자주 부인 대신 단골 식당 아주머니 등을 배에 태우고 어장에 갔다가 한 나절만에 돌아오는 등 여성 편력이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물증확보, 경찰서 주변 사진관을 뒤졌다. 역시 거기에 결정적 단서가 있었다. 경찰이 조서에 넣기 위해 현상을 맡겨 놓은 용의자의 알몸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촬영은 하지 않는 조건으로 설득해 어렵게 본 용의자의 알몸 사진에는 곳곳에 상처가 있었다.
상처는 타박상 뿐만 아니라 전형적으로 여자들에게 꼬집혔을 때 나타나는 상처가 많았다. 그리고 어선에서
여성들의 머리카락도 다수 발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런 취재결과를 토대로 과감하게 두 사건의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성범죄 가능성을 내비치며
기사를 쓰게 됐다. 리포트가 나가는 날까지도 용의자는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었고
경찰은 성범죄 가능성은 말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2차 피해자들과의 관련성만 캐고 있었지 1차 피해자 2명까지는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희대의 해상 연쇄살인 사건이 백일 하에 드러나긴 했지만 2차 피해를 막지 못한 점, 보성의 관광객 감소, 노인의 성 등 많은 것을 생각케 하고 아쉬움도 남는 취재였다.
더워지는 한반도, 기상재앙 대비하자 무등일보 사회…
(205회)더워지는 한반도, 기상재앙 대비하자/무등일보 사회부 윤한식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지난 3월 31일. 모두 단잠 속에 빠져들던 밤 1시께 굴비의 고장 영광 법성포는 기분 나쁜 적막감이 마을을 휘감고 있었다.
순간 '쓰나미'를 연상케 하는 대규모 해일이 몰아 닥쳤고, 방파제를 넘어 포구에 늘어서 있는 상가들을 덮쳤다. 유리창은 깨지고 집기들은 둥둥 떠나녔고 겨우 물살을 피해 2층으로 피신한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채 1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문은 가시지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던 4월 중순, 주말에 무등산에 올랐다. 하지만 과거 보던 무등산이 아니라 곳곳에서 소나무들이 시름시름 말라가고 있었다.
산 전체적으로 고사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원인이 병해충은 아닐 것이란 의문이 들었다. 그 순간 '법성포 해일 사건'이 뇌리를 스치면서 한반도 온난화의 영향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출근해 이 문제를 후배들과 논의했다. 후배 유지호 기자는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대비를 지금 하지 않으면 않된다"면서 "이를 심층 분석하고 대비책 마련을 지자체에 촉구해야 한다"고 적극 나섰다.
취재팀을 꾸리고 자료수집도 했다. 그리고 실태 파악을 위해 5월 제주부터 찾았다. 한라산의 식생변화와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의 산지를 분석했다. 해남 겨울배추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 모두 주산지는 이미 북쪽으로 멀리까지 올라가 있었다.
현실화 되는 피해들도 취재했다. 사라지는 소나무, 해파리와 불가사리의 급증, 남해안 갯녹음 현상, 증가하는 외래해충, 아열대 어종의 출현 등 곳곳에서 이미 아열대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심각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광역단체장들의 인터뷰를 통해 대응책을 이끌어 냈다. 시리즈는 이렇게 태동하고 마무리 됐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장장 6개월의 시간이 흐르면서 때론 힘들고 어려웠지만 팀원 모두가 의무감을 갖고 뛰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대책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있다.
대구MBC 창사 44주년 특별기획 <흙> 2부작 대구M…
(205회)대구MBC 창사 44주년 특별기획 <흙> 2부작/대구MBC 보도국 심병철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천 년 전에 묻힌 씨앗도 싹을 틔울 수가 있어요. 흙은 바로 지구상 식물들의 종자은행이니까요” 나는 처음에 귀를 의심했다. 어떻게 천 년 전에 매몰된 종자에서 싹을 틔울 수 있단 말인가? 평소 친분이 있어서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를 잘 알고 있고 , 그분이 절대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는 분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김 교수의 말은 계속 됐다. “ 종자은행으로서 흙의 기능은 생태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에요. 다만 싹을 틔울 수 있는 종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에요.” 나는 김 교수와 수 시간에 걸친 대화를 나눈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이미 내 머릿속에는 휴면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워보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렇게 우연찮게 프로그램 제작을 시작하게 된 취재진은 흙의 종자은행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흙이 지구의 물질순환에서 아주 중요한 매개체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현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재앙인 지구온난화도 단순히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 때문이 아니라 탄소순환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비롯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인간이 도시화와 산업화로 탄소순환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 지구온난화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것이다. 국내외 자연과학자들은 땅 속에 보관돼 있어야 할 탄소가 대기 중에 많이 노출되면서 현재의 위기상황이 빚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건강한 흙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길만이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면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번 취재를 통해 그 동안 흙에 대해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됨과 동시에 이를 시청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매우 기뻤다. 이제까지 흙은 단순히 농업의 터전이자 생명의 공간으로만 인식돼 왔다. 물질순환의 매개체라는 흙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기능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를 통해 흙이 지구온난화 해법의 희망임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취재진은 또한 천 백 년 전에 우포늪 바닥에 매몰된 종자를 찾아내 싹을 틔우는 일에 성공함으로써 흙이 매우 중요한 유전자원의 보고임을 입증해 냈다. 가치 있는 새로운 사실을 알리고 인류가 직면한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데 언론인으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끝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프로그램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보도국장과 보도제작부장 그리고 모든 보도국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흙탕물에 빠진 차 버리고 탈출 연합뉴스 제주 김호천
(205회)흙탕물에 빠진 차 버리고 탈출/연합뉴스 제주 김호천
[사진보도부문]
태풍 '나리'는 생각보다 일찍 제주로 들이닥쳤다. 새벽을 눈을 뜨자마자 집사람이 끓여 주는 라면을 먹고 전투복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제주시 월산동 주변 평화로 침수 취재를 마치고 애월읍 구엄리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10여분간 달렸을 때 누군가 길을 막아섰다. 그러나 급한 마음에 경고를 무시하고 회사차량인 코란도를 몰고 침수된 도로로 돌진했다. 아뿔싸...물을 먹은 코란도의 엔진은 풀풀거리다 이내 꺼지고 말았다.
견인차를 불러 타고 가다 애월읍 하귀리 일주도로에서 집사람이 끌고온 스포티지로 바꿔 탄 뒤 다시 취재를 시작했다. 시야를 가리는 강풍과 폭우를 뚫고 한림읍 수원리 입구 쯤에 다다랐을 때 침수된 반대편 도로에 흙탕물에 빠진 차량이 보였다.
이미 차량 침수의 경험을 한 나는 인도쪽으로 차를 올려 놓고 차량 안을 유심히 살펴봤다.
강풍을 타고 쏟아지는 폭우로 시야가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카메라 렌즈를 70∼200㎜로 바꾸고 최대한 당겨서 차량안을 보았다. 이번에는 렌즈에 김이 서려 잘 보이지 않았다. 얼른 휴지로 렌즈를 딱고 다시 차량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갑자기 한 여성이 차량에서 나와 탈출을 시도했다. 순간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멈춰선 나의 차량 뒤에 차를 세우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몇몇이 "어어.."하며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사이 다행히 그 여성은 침수된 왕복 4차선 도로를 건너왔다.
아마도 그 여성은 너무 무서워 차량에 앉아 있다가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알고 탈출을 시도한 것처럼 보였다. 길을 건너온 그 여성은 넋이 나간 듯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 운전자가 재빨리 그 여성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줬다.
나는 그 여성이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며 다시 취재 전선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다수의 중앙지가 그 사진은 실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집사람에게서 "보승이가 인터넷에 올라간 그 사진을 보고 '기자놈들은 사람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는다'는 댓글이 있었다"며 "'아빠가 사진기자 그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네티즌들의 말만 듣는다면 중학생인 예민한 우리 딸 뿐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사진기자 가족들이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진기자는 전후 사정을 모르고 내지르는 네티즌들의 비난처럼 비열하지 않고 목숨을 걸고 현장을 누비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