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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성능 결함 탐사보도
취재후기
(210회)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 성능 결함 탐사보도 / 광주M…
처음 보는, 생소한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라는 장치에 관한 취재, 제보를 한 시각장애인을 따라가 현장을 확인하니 실제로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자칫 시각장애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런데 문제는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것을 보여주기만 해서는 달라질 게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타 지역에서도 이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한 두 차례 나간 적이 있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의 책임인지를 보다 명확하게 가려주어야 그나마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보다 깊이 파고들어가야 했지만 막막했다.
조언을 구할 전문가조차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생소한 전파공학에 관한 취재를 해야하는 상황, 그리고 업체와 발주처 조달청 국가인증기관과 사설인증기관 시각장애인단체의 이권과 책임소재가 얽히고 섥혀있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막막했다. 왜 타지역의 보도가 실태를 보여주는 선에서 끝이 났는지 이해가 됐다.
하지만 하다가 실패를 하더라도 시도는 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취재를 시작했다.
의지할 데가 없는 상황에서 나와 제보자는 서로를 믿고 협력하기로 했고 서로 아는 것을 털어놓고 모든 행동에 앞서 반드시 의논을 거쳤다.
서로 놓치거나 모르는 것을 일깨워주었고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알쏭달쏭한 공학지식을 하나 둘씩 이해해나갔으며 각자의 잇속을 위해 우리를 이용하고 속이려는 업체와 지자체 품질인증 기관들의 시도를 오히려 역이용해 우리가 그들을 이용해 나갔다.
품질 인증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광주시가 품질 재검증을 실시하는 것을 이용했고 도중에 품질 재인증을 포기하려는 광주시를 품질 재검증을 의뢰한 또 다른 발주처인철도청을 이용해 포기하지 못하도록 압박했다.
제조업체 간의 알력의 틈바구니에서 서로의 비방을 통해 이 장치의 성능결함에 대해 취재 할 수 있었고 인증기관과 업체의 떠넘기기 와중에서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었다.
무모하다고 생각했던 시도가 운 좋게 하나 둘씩 먹혀들어갔고 결국 문제의 뿌리까지 손을 뻗쳐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보도가 사회적으로 끼친 파급효과는 솔직히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문제제기를 해 봤다는 것 정도? 광주의 경우 어느정도 성능 개선이 이루어졌다지만 다른 지역의 경우 전국방송 한번 정도의 보도, 그냥 버티고 있을 게 뻔하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품질 인증 체계 개선도 이루어지지 않았다.시각 장애인의 안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명감에 불타는 보도였던가? 그도 아니다. 두 눈이 보이는 내가 눈이 안보이는 이들의 불편과 고충을 진정으로 알 수 없고 따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결국 내게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인 것이다.
그저 좋은 보도, 특종에 대한 욕심, 그리고 일반인으로써의 양심 정도를 가지고 취재에 임했을 뿐이다.
오히려 자신의 동족?을 위해 기꺼이 힘겨운 싸움을 불사하는 제보자가 사명감에 불타는 투사였으며 난 단지 그의 원군 요청에 응한 직업인, 용병일 뿐이었다.
하지만 햇병아리 기자인 내게 이 보도는 다른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가치를 갖는다.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한 명이 수많은 자료와 전문가들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며 용병으로써일 뿐이라 해도 나의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결국 타인에게도 도움을 주는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신뢰와 성실, 이것만으로도 특종하기엔 충분하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 준 보도였다고 생각한다.
제보자와 기자로 만나, 결국 친구가 된 그 시각장애인과 취재를 함께한 이정현 카메라 기자와 스텝분들 그리고 무모한 시도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준 직장 선배들께 이 영광을 돌린다.
이 회차 수상작 2008년 2월
제210회(2008년 2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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