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 돈 봉투 사건'
제주 MBC 조인호 기자
파업이 한달 째를 맞은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출근 시간 선전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동료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선 뒤였습니다. 주말을 앞둔 나른한 오후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긴급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주 MBC 노동조합 선거보도지원팀’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숨 가쁜 며칠이 지나갔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반응도 빨랐습니다.
돈 봉투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이번 지방선거는 현명관 후보의 승리로 사실상 끝났다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다음날 실시된 여론조사부터 지지도는 역전됐습니다. 결국, 한나라당은 나흘 만에 공천을 취소하고 말았습니다. 취재를 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평소에는 둔감한 듯 보였던 민심이 얼마나 민감하고 무서운지, 여론을 형성시킬 수 있는 언론의 보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이번 사건은 매우 단순한 사건이었습니다. 선거 때면 심심찮게 발생하는 금품살포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언론사들이 취재에 나섰고, 원칙적으로 특종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머뭇거렸습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다른 언론사들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MBC가 특종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배경을 따지거나 파장을 계산하기에 앞서,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사건 당시 저희는 MBC 노동조합의 전국적인 파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공영방송으로서 지역 주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선거에 대해서만은 최소한의 취재인력을 지원한다는 지역 MBC 노동조합 19개 지부장단의 결의에 따라 취재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볼 때 저희는 ‘불법파업 참가자’일 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달의 기자상을 출품하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만약, 기자협회 지회장이 아닌 회사의 추천을 받아야 했다면 저희들의 이름으로 출품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파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 점 때문에 한국기자협회도 심사과정에서 고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해 내려준 협회의 결정이 더 고맙고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합니다.
물론,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것은 기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큰 영광입니다. 하지만, 저희들이 출품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위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한달이 넘는 파업으로 뉴스가 단축되고 심각한 파행을 겪는 와중에서도 MBC는 지방선거의 흐름을 바꾸는 특종보도를 했습니다. 그 배경에 어떤 힘이 있었는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번 보도에서 저희들이 한 역할은 매우 작습니다. 제보자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고, 동료 기자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MBC가 아직까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사실은 사실대로 전달한다는 기본적인 명제는 지켜졌습니다. MBC 파업을 둘러싼 시각은 다양하고 논란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 MBC를 왜 지켜야 하는지’ 이번 사건 보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설명되었다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방송, 불의를 고발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방송, 그래서 국민들이 사랑하는 방송을 만들자”던 이근행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장님, 파업기간 동안 함께 고민했던 동료 조합원들, 어려운 시기에도 MBC를 믿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237회 전체 총평
제23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박승준 인천대 초빙교수
제237회 이 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취재보도 부문 2편의 수상작이 모두 김정일 북한 조선노동당 국방위원장의 5월초 중국 방문 관련 보도에서 선정됐다. 연합뉴스 조성대 베이징 지사장과 인교준, 홍제성 베이징 특파원, 박종국 선양특파원 등 4명의 명의로 출품된 ‘북 여객열차 단둥 도착…특별열차인 듯’과 KBS 원종진 상하이 특파원 명의로 출품된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 징후 단독 포착’은 중국이라는 어려운 취재환경에서 한국기자들이 기자정신으로 건져 올린 대형 특종급 수상작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국제3부 소속 특파원들은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관련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끈질긴 취재로 김정일이 실제 중국 방문에 나서 압록강을 건너 단둥, 다롄, 톈진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하는 이동 경로를 정확히 보도했으며, 일본과 미국, 유럽의 통신과 신문들이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해서 김정일의 방중을 보도하게 함으로써 한국 언론의 국제적인 성가를 높였다.
KBS 원종진 특파원의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 징후 단독 포착’은 김정일이 방중 첫날인 5월3일 밤 다롄 푸리화 호텔에서 이동하는 화면을 맞은 편 호텔에서 5시간 잠복 끝에 촬영한 것으로, 세계적인 특종이라 할 만하다. 이 화면은 김정일의 방중 사실을 국제사회에 사실로 확인 보도한 화면일뿐만 아니라, 김정일이 지난 2008년 9월9일 북한정부수립 기념행사에 불참함으로써 그의 건강에 관한 각종 미확인 보도가 나도는 가운데 그가 다롄 푸리화호텔에서 15초 가까이 왼쪽다리를 끌며 이동하는 화면을 촬영함으로써 김정일의 건강에 관한 가장 확실한 팩트로 인정될 보도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은 지난 2006년 1월 방중때도 광둥성 광저우의 호텔 로비에서 이동하는 장면이 일본 TV 취재진에 의해 촬영된 일이 있으나, 당시는 건강이상이 발생하기 이전이었다. KBS 원 특파원의 보도는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 북한과 중국이라는 권위적인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조정되지 않은 생생한 정보를 담은 화면을 취재했다는 점에서 글로벌한 특종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번 237회 기자상 심사에 올라온 26편의 후보작 가운데 지역취재보도 부문의 광주일보 사회부 김호,양수현 기자의 ‘대학 시간강사 유서남기고 자살’과 제주MBC 조인호, 강흥주 기자의의 ‘현명관 제주도 지사 후보 동생 돈봉투 사건 특종 보도’는 심사위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수상작이다. 특히 광주방송의 ‘대학 시간강사 자살’은 사건취재 기자들이 흔히 ‘가십성 변사사건’이라고 말하는 대학 시간강사의 자살을 전국의 대학들이 구조적으로 안고있는 문제이지만 소문과 비리의 벽 뒤쪽에 감추어져 있던 사학들의 대학 교수 채용 조건 금품 요구 사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도록 채찍질을 가했다는 공로를 인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제주MBC의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 돈봉투 사건 보도’에 대해서는 특히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 나선 후보의 실명을 적시해서 보도한 점이 다른 관련 보도들과 달랐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는 심사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부문의 경향신문 사회부 최민영, 김기범 기자와 정치부 이주영, 전국부 임아영 기자의 ‘특별 기획 어디 사세요-주거의 사회학’은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한 깊이와 넓이로 다룬 데다가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이 서울을 안고 있는 경기도의 사회구조적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취재 보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본심까지 올라온 후보작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글로벌한 특종으로 평가할 만한 보도내용이 포함돼있는데다가, 취재의 기초를 충실히 지키는 높은 기자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 수상작을 가리기 위한 심사위원들 사이의 토론 열기의 상당한 고온이었다는 점을 아울러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