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이명박 대통령에 유서 남기고 자살-
광주일보 사회부 김호기자
사건체크를 위해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광주서부경찰서를 찾은 지난 5월 26일 오전. 당직 형사팀장의 책상 위에는 1장 짜리 ‘변사사건 발생 보고서’가 놓여있었다.
보고서의 제목은 ‘최근 교수임용에 탈락한 시간강사가 자신의 집 안방에서 연탄을 피우고 자살한 사건’이었다. 보고서를 보게 된 뒤 형사팀장에게 가장 먼저 물었던 것이 유서의 분량과 내용이었다. 팀장은 기자의 질문에 “유서는 A4용지 2매 분량이며, 주로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언제·어느 대학에 탈락한 것이냐, 시간강사가 교수 임용에 탈락하는 일은 자주 발생하는 일인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팀장은 “특별한 사항은 없다. 시간강사들이 신변비관으로 자살하는 일은 이전에도 있었는데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 묻냐”고 대답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더이상 경찰서에서는 취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병원 영안실에 있는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고인의 유가족 등 10여명만 외롭게 빈소를 지키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신분을 밝히고 방문 이유와 취재 목적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충격에 휩싸인 유가족은 쉽게 유서를 건네주지 않았다.
빈소에 도착한 지 2시간쯤 흐른 뒤 유가족들로부터 어렵게 유서를 건네받을 수 있었다. 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A4 2매라던 유서는 총 5매였으며, 특별한 내용이 없다던 유서에는 ‘이명박 대통령께’라는 말과 함께 ‘모 대학에서 6천만원, 또 다른 대학에서 1억원을 교수 채용 조건으로 제안받은 적이 있다’는 믿기 어려운 말이 적혀있었다. 또 ‘논문 대필’과 관련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곧장 사건캡에게 유서의 내용을 보고한 뒤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유서에서 등장한 대학이 실제로 죽은 시간강사에게 채용을 빌미로 돈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 시간강사가 논문대필을 지시했다고 밝힌 교수를 직접 만나 유서의 내용을 언급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하지만 대학과 교수 모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7일 광주일보 1면에 ‘교수 되려면 1억 내라고 했다’는 제목으로 전날 발생한 시간강사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가 소개됐다. 전날까지 수사계획이 없다던 경찰은 유서 내용을 토대로 대학과 교수를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담당한 광주서부경찰서는 보고 누락으로 광주지방경찰청에 진상보고를 했다. 당직 형사팀장의 말처럼 평범한 시간강사의 죽음으로 기사를 썼던 타사의 기자들이 유서를 확보하기 위해 새롭게 취재를 시작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난 7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경찰의 수사결과는 발표되지 않았고, 월 80만원으로 생활하던 시간강사들의 생활이 확연히 나아진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하마터면 묻힐 뻔 했던 한 시간강사의 유서가 세상에 공개됨으로써 시간강사들의 처우가 조금씩 개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회차 심사평
제237회 전체 총평
제23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박승준 인천대 초빙교수
제237회 이 달의 기자상 심사에서는 취재보도 부문 2편의 수상작이 모두 김정일 북한 조선노동당 국방위원장의 5월초 중국 방문 관련 보도에서 선정됐다. 연합뉴스 조성대 베이징 지사장과 인교준, 홍제성 베이징 특파원, 박종국 선양특파원 등 4명의 명의로 출품된 ‘북 여객열차 단둥 도착…특별열차인 듯’과 KBS 원종진 상하이 특파원 명의로 출품된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 징후 단독 포착’은 중국이라는 어려운 취재환경에서 한국기자들이 기자정신으로 건져 올린 대형 특종급 수상작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국제3부 소속 특파원들은 김정일의 중국 방문과 관련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끈질긴 취재로 김정일이 실제 중국 방문에 나서 압록강을 건너 단둥, 다롄, 톈진을 거쳐 베이징으로 향하는 이동 경로를 정확히 보도했으며, 일본과 미국, 유럽의 통신과 신문들이 연합뉴스의 보도를 인용해서 김정일의 방중을 보도하게 함으로써 한국 언론의 국제적인 성가를 높였다.
KBS 원종진 특파원의 ‘김정일 위원장 건강 이상 징후 단독 포착’은 김정일이 방중 첫날인 5월3일 밤 다롄 푸리화 호텔에서 이동하는 화면을 맞은 편 호텔에서 5시간 잠복 끝에 촬영한 것으로, 세계적인 특종이라 할 만하다. 이 화면은 김정일의 방중 사실을 국제사회에 사실로 확인 보도한 화면일뿐만 아니라, 김정일이 지난 2008년 9월9일 북한정부수립 기념행사에 불참함으로써 그의 건강에 관한 각종 미확인 보도가 나도는 가운데 그가 다롄 푸리화호텔에서 15초 가까이 왼쪽다리를 끌며 이동하는 화면을 촬영함으로써 김정일의 건강에 관한 가장 확실한 팩트로 인정될 보도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은 지난 2006년 1월 방중때도 광둥성 광저우의 호텔 로비에서 이동하는 장면이 일본 TV 취재진에 의해 촬영된 일이 있으나, 당시는 건강이상이 발생하기 이전이었다. KBS 원 특파원의 보도는 김정일의 건강과 관련, 북한과 중국이라는 권위적인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조정되지 않은 생생한 정보를 담은 화면을 취재했다는 점에서 글로벌한 특종이라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번 237회 기자상 심사에 올라온 26편의 후보작 가운데 지역취재보도 부문의 광주일보 사회부 김호,양수현 기자의 ‘대학 시간강사 유서남기고 자살’과 제주MBC 조인호, 강흥주 기자의의 ‘현명관 제주도 지사 후보 동생 돈봉투 사건 특종 보도’는 심사위원들의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수상작이다. 특히 광주방송의 ‘대학 시간강사 자살’은 사건취재 기자들이 흔히 ‘가십성 변사사건’이라고 말하는 대학 시간강사의 자살을 전국의 대학들이 구조적으로 안고있는 문제이지만 소문과 비리의 벽 뒤쪽에 감추어져 있던 사학들의 대학 교수 채용 조건 금품 요구 사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도록 채찍질을 가했다는 공로를 인정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제주MBC의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 돈봉투 사건 보도’에 대해서는 특히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 나선 후보의 실명을 적시해서 보도한 점이 다른 관련 보도들과 달랐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는 심사의견이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부문의 경향신문 사회부 최민영, 김기범 기자와 정치부 이주영, 전국부 임아영 기자의 ‘특별 기획 어디 사세요-주거의 사회학’은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한 깊이와 넓이로 다룬 데다가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이 서울을 안고 있는 경기도의 사회구조적 변화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취재 보도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본심까지 올라온 후보작이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글로벌한 특종으로 평가할 만한 보도내용이 포함돼있는데다가, 취재의 기초를 충실히 지키는 높은 기자정신을 담은 작품들이 많아 수상작을 가리기 위한 심사위원들 사이의 토론 열기의 상당한 고온이었다는 점을 아울러 기록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