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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매거진 2580 ‘공포의 집합 1~2’ 편
취재후기
(248회) 시사매거진 2580 ‘공포의 집합 1~2’ 편 / MBC
시사매거진 2580 ‘공포의 집합’
MBC 시사매거진 2580 김재용
방송 직후 2580 사무실은 전화벨 소리로 요란해졌다. 십여 대의 전화기가 동시에 울려댔다. ‘도대체 학교가 어디냐? 엄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식의 항의가 빗발쳤다. 수화기 너머로 분노의 기운이 가득했다.
분노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가? 방송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매질이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폭력의 최대치였기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언론에 가끔 등장하는 ‘용역들의 폭력’은 얼마나 끔찍한가? 대학 내 폭력과는 비교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세간을 달군 분노의 의미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선 대학에서 벌어진 폭력상황이 그간 접해왔던 '엿보기 수준'을 넘어서 낱낱이 드러난 것에 대한 당혹감이 꼽히지 않을까 싶다. ‘大學’. 합리와 순수만이 존재할 것 같고, 또 그래야만 하는 곳. 그래서 폭력이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울려서도 안 되는 곳에서 발생한 폭력상황은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줬을 것이다.
후속 보도를 준비하면서 매질을 했던 학생들을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다. 축 처진 어깨, 푹 떨군 얼굴. 이들은 흐느꼈다. 방송에서는 모자이크로 가렸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잘 알아볼 수 없었지만, 이들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 그리곤 “죽을죄를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간의 따가운 비판을 감당하기 너무도 어려워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을까?
우리는 가끔 사진이나 동영상에 찍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색해한다. 타자화된 자신을 마주할 때 느끼는 생경함이 한 요인이다. 평소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자신의 동작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모조리 객관화되고 적나라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객관화의 광경이 폭력상황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가행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당시 현장에 있던 후배 학생들, 즉 피해자들조차도 "평소엔 그냥 힘들다는 생각만 해왔을 뿐인데, 방송으로 보니까 너무나 끔찍했습니다."라며 놀라워했다. '폭력은 너무나 끔찍한 것이라는 것을 화면을 보고서 더 뼈저리게 느꼈다'는 것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쏟는 학생들. 이들의 눈물은 바로 이런 발가벗겨진 폭력성에 대한 충격적인 자괴감을 드러낸다. 심지어 한 학생은 결코 작성해선 안 될 ‘문서(?)’까지 써놨다가, 이 문서가 동기들에게 발견돼, 요즘 동기들로부터 24시간 밀착감시까지 당하고 있다고 했다. 내 마음도 너무 무겁다. 이 대목은 나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정도의 문제일 뿐 일종의 공격성을 품고 사는 건 아닌지 냉정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보다 위에 있고 싶고, 명령하고 싶고, 또 지배하고 싶은 근원적인 공격성 말이다. 그러나 평소엔 이걸 잘 인식하지 못하고 늘 정당화한다.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예절을 지키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휘두른 폭력이었다’라는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서열구조 속에서 폭력에 대한 핑계를 찾는 것이다.
지금도 어느 대학에선가 공포의 집합을 하고 있을 선배들이 그렇고, 술에 취해 자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이 그렇고, 또 매질을 해놓고 '사랑의 매였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선생님들도 그렇다. 그러나 폭력을 당해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결코 '사랑의 매'가 될 수 없다. 다만 쉽게 반박하고 대들 수 없기 때문에 숨죽일 뿐이다. 공포심이 그만큼 큰 것이다.
취재 중 만난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는 '우리 사회가 너무도 공격적인 사회'라고 표현했다. 실제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의 상당 부분이 욕이고, 운전하다 다른 운전자가 조금만 답답하게 운전해도 욕이 튀어나오고, 하다못해 내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헛발질을 하거나 헛스윙을 할 때도 가끔 거친 단어가 튀어나온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잘못한 사람은 좀 맞아야지’, '응징이 필요해'라는 도식이 우리 머릿속에 깔려지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입장을 바꿔, 내가 맞는 사람이 됐을 때 얼마나 괴롭고 공포스러울지는 잘 따져보지 않는다. 하지만 따져보면 우리의 일상사에서 폭력을 당해도 마땅할 정도의 잘못과 어긋남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우리는 이런 공포의 감정을 위계질서, 서열구조 속에선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한때 피해자였다가도 서열의 상층부에 오르게 되면 얼마 전까지 느꼈던 공포심을 잊고 각종 유무형의 폭력을 휘두른다. 폭력이 대물림되는 과정은 그래서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군대에서 이른바 ‘뺑뺑이’와 ‘줄빠따’가 퇴색하기 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렸나 생각해보면 자명하다. 이제 이런 폭력의 대물림, 악순환의 구조를 깨야할 때다.
그리고 이 작업은 어른들이 먼저 해야 한다. 인터뷰를 한사코 거부했던 용인대 김정행 총장, 그리고 원로 교수들. 또 대학에 이런 문제로 개입하기 어렵다며 매우 부담스러워했던 교육과학기술부까지……. 교육계에 남아있는 폭력의 잔재를 깨기 위해선 적어도 이들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방송에서 시범케이스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학생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폭력을 대물림해준 어른들이 크게 반성하지 않는다면 이런 공포의 인습은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회차 수상작 2011년 4월
제248회(2011년 4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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