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캅스 - 수사버전을 올려라
서울신문 사회부 백민경 기자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지난 6월 형사소송법 제정으로 명문화되면서 경찰은 수사주체로 첫 인정받게 됐습니다.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2라운드’ 역시 몇 개월 남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법 조문을 통해 수사 주체로 선 경찰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지를 살펴보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를 담았습니다. 신고 및 수사 절차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나 미비한 시스템 등 수사 전반을 둘러싼 문제점을 짚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법을 같이 모색해 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자체적인 정화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포인트로 삼았습니다.
수사과정 상 총체적 악습과 피해를 조망하기 위해 사례 취재에 어렵게 공을 들였습니다. 경찰대학교 등 전공 교수들은 물론이고 인권연대 등 시민단체,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회, 개별 경찰서 등을 두루 돌며 실무자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국가배상소송리스트를 경찰청에서 입수해 각각의 사건별로 법원에서 판결문을 구한 뒤 이를 토대로 다시 피해자를 찾고 관련 경찰서를 대상으로 사실확인을 했습니다. 눈에띄는 케이스가 나오지 않아 경찰청을 상대로 감찰 내용을 개별 취재했습니다. 비리와 관련된 제보를 입수하고 다시 연관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추가 취재도 했습니다. 결국 경찰 부당수사와 과실, 인권침해 등을 개선하라는 권익위 시정권고 현황을 입수했습니다. 그 다음엔 기자 4명이 1대1로 권익위 조사관 6명을 개별 취재해 각각의 내용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를 종합한 결과에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경찰 수사에 관한 부분을 집중으로 설문조사하고 문제점과 실태, 현장 고발과 원인을 짚은 뒤 전문가 자문단의 제언을 제시해나갔습니다.
결국 경찰청은 본지 보도를 계기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고 짧은 시간동안 대안을 내놨습니다. (1)고소, 고발땐 무조건 입건 관행 철폐 (2)연말까지 사이버 민원처리 시스템을 바꿔 고발장, 신고서양식 게재 (3)사이버 피싱 의심 사이트는 전수 검사 뒤 도메인부터 차단 추진(4)112신고 뒤 경찰 도착시간 문자로 전달...순찰차 신속배치 시스템도 구축 (5)경찰청 증거물 관리센터 신설 (6)지방청별 장기미제전담팀 마련 등 작고 큰 대책들이 하나 둘씩 마련됐습니다.
아이디어 차원의 기획을 시리즈로 끌어올려 주신 사회부장과 여론조사 등 시원하게 도와주신 편집국장, 시리즈 기간동안 여러모로 도와주신 캡, 다른 경찰팀 후배들까지 모두에게 공을 돌립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아직 수사권 조정 역시 갈 길이 멉니다. 그럴수록 현장에서, 일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인권친화적 경찰이 될 수 있도록 이 기획이 그 시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254회 전체 총평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정필모 KBS 해설위원
권력에 대한 제도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이달의 기자상’에도 최근 몇 년 동안 권부의 비리나 부정을 집요하게 파헤친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출품됐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 44편의 출품작 가운데 취재보도부문에서 모처럼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기사가 2편이나 본심에 올라왔다.
하나는 시사IN의 ‘MB 아들, 내곡동 50억 대 집 샀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사저널의 ‘단독 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이다. “청와대를 고정으로 출입하는 수많은 거대 매체 기자들을 쑥스럽게 했다”는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의 고백처럼 두말이 필요 없는 특종다운 특종이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재환경이 열악한 시사주간지 기자들이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끄집어낸 특종은 때 마침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왔다.
다만 같은 소재의 특종기사가 공교롭게도 경쟁관계에 있는 두 주간지에서 본지 기준으로 같은 날 발행되고 이례적으로 본지 보도에 앞서 인터넷과 팟캐스트에 경쟁적으로 먼저 보도한 배경 등을 놓고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논의와 평가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뜨거웠다.
결국 수상작으로는 시사저널 기사가 뽑혔다. 보도 시점이나 내용면에서 보다 후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기사는 인터넷판 게재시점이 한 발 앞섰고 ‘MB의 퇴임 후 사저용’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등 내용면에서도 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시사IN 기사는 매입한 집의 철거 전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미뤄 취재를 먼저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들 이시형씨를 단독 인터뷰한 것은 돋보였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 아쉽게도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고의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적서에 기사 게재시점을 일주일 앞당겨 표기하고도 스스로 조기에 바로잡지 않은 것은 감점의 요인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작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시사IN이 출품한 ‘나경원 후보의 피부클리닉 출입논란’ 기사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MBC의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14년 만에 덜미 미국 법원 구속’ 기사도 취재보도부문에서 예심을 통과했으나 본심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에 대해 국내 사법당국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유일하게 예심을 통과한 SBS의 ‘짝퉁 파는 소셜 커머스’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기사는 실험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 생활밀착형 보도로 파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6편 가운데 한겨레신문의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과 서울신문의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이 중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기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여론의 관심사가 된 시점에서 풍부한 사례를 통해 경찰 수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잘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핵심을 잘 잡아 밀도 있게 취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YTN의 ‘10·26 재보궐선거 뉴스특보’가 유일하게 본선에 올라왔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PC를 이용한 출구조사 등 YTN의 선거보도가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10편이 출품돼 그 중에서 3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그러나 수상작은 경기신문의 ‘용인시 용인경전철(주) 비리 의혹’ 1편뿐이었다. 이 기사는 향후 수지타산문제로 완공 후 운행 중단 상태에 있는 용인경전철 건설을 둘러싼 비리를 최초로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중부일보의 ‘황우석 박사, 코요테 복제 성공했나’는 제목에서 보듯이 최초 보도에서 다소 확신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받아 수상작에 선정되지 못했다. 대구MBC의 ‘사상 최초 초등학교 축구 승부조작’은 의혹 보도로 축구협회가 조사에 나서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역시 아쉽게도 최종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무등일보의 ‘영구임대 20년…삶의 질을 고민하자’와 전남일보의 ‘영산강 고대문화 600년 대탐사:이제는 마한이다’ 등 2편이 본선에 올라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백제권으로 간주돼왔던 영산강 유역의 고대문화를 마한문화로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남일보의 기사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G1강원민방의 ‘지역 갈등, 보이지 않는 실체를 밝힌다’와 TBC(대구방송)의 ‘석면 지붕 언제까지…’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3편 가운데 조선일보의 ‘국회의원에게 날아온 인사청탁 문자메시지(사진부문)’가 본선에 올라왔으나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후속 취재 여하에 따라서는 파장이 클 수 있는 내용이지만 보충취재가 더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청탁받은 의원을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달에는 모두 44편의 출품돼 그 가운데 5편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품작 수가 많지도 않았지만, 출품작 중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의 기사장’ 심사 때 흔히 나오는 말은 “역시 언론이 언론다우려면 힘 있는 곳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감시, 고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에 몰려 황폐해진 언론환경을 뛰어넘는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