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
시사저널 취재1팀 김지영 기자
<시사저널>의 ‘단독공개-퇴임 이후 ‘MB 사저’’ 보도 이후 후폭풍은 상당히 거셌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석연치 않은 부지 매입 과정 등이 논란의 불씨를 더 키웠다. 급기야 <시사저널>이 처음 보도(10월8일)한 지 열흘이 지난 후 청와대는 ‘내곡동 사저’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고, 김인종 경호처장은 사표를 냈다. ‘내곡동 사저 정국’은 10일 만에 그렇게 ‘제1막’을 내렸다.
하지만 사저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의문투성이인 내곡동 사저의 첫 입안자가 누구였으며, 그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매입 과정에서 편법과 불법적인 요소는 없었는지 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그런데 사저 보도의 ‘후폭풍’은 기자 개인에게도 불어 닥쳤다. 공교롭게도 최근 ‘나꼼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기사와 <시사저널> 보도 시점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는 ‘누구의 특종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나꼼수의 잘못된 방송 내용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마치 <시사저널>이 <시사인>의 특종을 가로채기라도 한 것처럼 왜곡되기 시작했다. <시사저널>은 11월8일자 편집장의 칼럼(‘나꼼수’의 도 넘은 왜곡과 비방)을 통해 나꼼수 측에 엄중히 항의했다. 하지만 나꼼수는 침묵으로 일관했고, 이 사이에 주 기자의 팬들은 기자의 블로그와 전자메일 등을 통해 거세게 항의하며, 해명을 요구했다. ‘‘내곡동 사저’ 특종은 주 기자의 것인데, 왜 김 기자가 가로챘느냐’는 것이었다.
기자는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혀둔다. 기자는 이번 내곡동 사저 취재 과정에서 그 누구에게도 비난 받을만한 ‘짓’을 한 적이 결코 없다. 기자가 내곡동을 취재할 당시 주 기자도 그것을 취재하고 있었다는 것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기자는 추천공적서를 통해 취재과정을 최대한 상세하게 밝혔다. 15년 이상 기자직에 몸담아오면서 지금껏 ‘정석’대로 취재했고, 보도했을 뿐이다. 솔직히 ‘항의자들’에게 무엇을 해명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겠다.
이번 ‘내곡동 사저’ 보도로 여권의 지지자들이 기자를 비난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주 기자의 일부 팬들에게까지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일부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진실을 왜곡하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기자에게는 사랑하는 다섯 살 배기 딸 체령이가 있다. 그 애가 사리분별을 할 나이가 되면 기자는 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항상 아빠는 독자와 진실만을 보고, 감춰진 사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 왔다”라고. “보도 이후 늘 남는 아쉬움은 ‘왜 좀 더 확실하게 낱낱이 밝혀내지 못했을까’ 하는 것일 뿐, 취재과정에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늘 당당하고자 애썼다”라고.
회차 심사평
제254회 전체 총평
제25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정필모 KBS 해설위원
권력에 대한 제도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이달의 기자상’에도 최근 몇 년 동안 권부의 비리나 부정을 집요하게 파헤친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출품됐던 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모두 44편의 출품작 가운데 취재보도부문에서 모처럼 권력 핵심부와 관련된 기사가 2편이나 본심에 올라왔다.
하나는 시사IN의 ‘MB 아들, 내곡동 50억 대 집 샀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시사저널의 ‘단독 공개, 퇴임 이후 MB 사저’이다. “청와대를 고정으로 출입하는 수많은 거대 매체 기자들을 쑥스럽게 했다”는 한 언론사 정치부 기자의 고백처럼 두말이 필요 없는 특종다운 특종이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재환경이 열악한 시사주간지 기자들이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끄집어낸 특종은 때 마침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물론 정치권 전체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왔다.
다만 같은 소재의 특종기사가 공교롭게도 경쟁관계에 있는 두 주간지에서 본지 기준으로 같은 날 발행되고 이례적으로 본지 보도에 앞서 인터넷과 팟캐스트에 경쟁적으로 먼저 보도한 배경 등을 놓고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논의와 평가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뜨거웠다.
결국 수상작으로는 시사저널 기사가 뽑혔다. 보도 시점이나 내용면에서 보다 후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 기사는 인터넷판 게재시점이 한 발 앞섰고 ‘MB의 퇴임 후 사저용’이라는 점을 밝혀내는 등 내용면에서도 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시사IN 기사는 매입한 집의 철거 전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미뤄 취재를 먼저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들 이시형씨를 단독 인터뷰한 것은 돋보였지만 종합적인 평가에서 아쉽게도 함께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고의가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공적서에 기사 게재시점을 일주일 앞당겨 표기하고도 스스로 조기에 바로잡지 않은 것은 감점의 요인이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상작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시사IN이 출품한 ‘나경원 후보의 피부클리닉 출입논란’ 기사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MBC의 ‘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14년 만에 덜미 미국 법원 구속’ 기사도 취재보도부문에서 예심을 통과했으나 본심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미궁에 빠졌던 사건에 대해 국내 사법당국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경제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유일하게 예심을 통과한 SBS의 ‘짝퉁 파는 소셜 커머스’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기사는 실험 등을 통해 신뢰도를 높인 생활밀착형 보도로 파장도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6편 가운데 한겨레신문의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과 서울신문의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이 중 ‘뉴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기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여론의 관심사가 된 시점에서 풍부한 사례를 통해 경찰 수사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잘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핵심을 잘 잡아 밀도 있게 취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새롭게 제기된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YTN의 ‘10·26 재보궐선거 뉴스특보’가 유일하게 본선에 올라왔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PC를 이용한 출구조사 등 YTN의 선거보도가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가장 많은 10편이 출품돼 그 중에서 3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그러나 수상작은 경기신문의 ‘용인시 용인경전철(주) 비리 의혹’ 1편뿐이었다. 이 기사는 향후 수지타산문제로 완공 후 운행 중단 상태에 있는 용인경전철 건설을 둘러싼 비리를 최초로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중부일보의 ‘황우석 박사, 코요테 복제 성공했나’는 제목에서 보듯이 최초 보도에서 다소 확신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받아 수상작에 선정되지 못했다. 대구MBC의 ‘사상 최초 초등학교 축구 승부조작’은 의혹 보도로 축구협회가 조사에 나서 진상을 밝히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역시 아쉽게도 최종 수상작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서는 출품작 4편 가운데 무등일보의 ‘영구임대 20년…삶의 질을 고민하자’와 전남일보의 ‘영산강 고대문화 600년 대탐사:이제는 마한이다’ 등 2편이 본선에 올라왔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백제권으로 간주돼왔던 영산강 유역의 고대문화를 마한문화로 새롭게 조명했다는 평가를 받은 전남일보의 기사가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는 5편의 출품작 가운데 G1강원민방의 ‘지역 갈등, 보이지 않는 실체를 밝힌다’와 TBC(대구방송)의 ‘석면 지붕 언제까지…’ 등 2편이 예심을 통과했으나 최종 수상작을 내지는 못했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출품작 3편 가운데 조선일보의 ‘국회의원에게 날아온 인사청탁 문자메시지(사진부문)’가 본선에 올라왔으나 아쉽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후속 취재 여하에 따라서는 파장이 클 수 있는 내용이지만 보충취재가 더 이뤄졌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청탁받은 의원을 굳이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달에는 모두 44편의 출품돼 그 가운데 5편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출품작 수가 많지도 않았지만, 출품작 중에서도 좋은 작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달의 기사장’ 심사 때 흔히 나오는 말은 “역시 언론이 언론다우려면 힘 있는 곳의 비리와 부정에 대해 감시, 고발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에 몰려 황폐해진 언론환경을 뛰어넘는 특종다운 특종기사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