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강력범 159명 성장사 추적 리포트
중앙일보 박민제 기자
탐사팀에 오기 전 법원 출입을 2년간 했다.매일 같이 쌓이는 수 백 건의 판결문들. 꼼꼼히 읽어가며 ‘야마’를 잡고 기사를 썼다. 처음에는 분노하기만 했다.흉악한 범죄자들이 엄벌에 처해지길 바랐고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커졌다.
그러던 어느 순간 회의가 들었다.아무리 기사를 써도 억울한 피해자들은 계속 늘었다. 범죄자들이 벌 받았다는 얘기는 계속 썼는데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범죄는 계속됐고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든 의문이었다.강력범죄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늘 다 끝난 사건에 대해서 이러 쿵 저러 쿵 사후약방문만 쓰자니 답답했다.범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막으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제시하고 싶었다.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줄어들도록.더불어 벌 받는 사람도.
법조를 떠나 다른 부서를 다니면서도 이런 문제의식은 계속 가지고 갔다.기자 생활을 하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쓰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탐사팀에 오게 됐고 기회를 잡았다.
범죄의 근본원인을 파헤치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만나야 했다.왜 그들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성장과정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하지만 한 두 명이면 몰라도 대규모로 범죄자를 인터뷰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교정당국의 협조를 얻기도 힘들었고 협조를 얻었다 할 지라도 재소자들이 인터뷰에 동의해야 했다.
대안을 모색한 끝에 법원에 범죄자들의 성장배경 및 주변정황을 정리 해놓은 양형조사보고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했지만 대부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설득한 끝에 강력범죄를 막자는 큰 뜻에 공감한 수원지방법원에서 익명 처리 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자료를 범죄심리학자인 경기대 이수정 교수와 함께 분석했다.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강력범죄자의 66.7%가 가정환경의 문제를 겪었고 67.2%가 원만치 못한 학창시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적절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이들은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마지막 선을 넘어 범죄자가 됐다.실제 재소자와 출소자 인터뷰를 통해 분석내용을 보완했고 결국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를 되살려야 하며 분노를 조절 못하는 이들을 교육시키는 게 시급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간 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대안으로 제시한 가정방문 상담 서비스 등을 시행하겠다는 교정·복지기관의 문의가 잇달았으며 경기도에서는 분노조절 실패로 학교폭력에 이르는 청소년들의 원인과 치료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시리즈는 끝났지만 이 주제에 대한 취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기자 생활하는 내내 이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기사를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사 취지에 공감해 자료 확보에 결정적 도움을 주시고 조언 해주신 서기석 수원지방법원장께 깊이 감사 드리며 수상소감을 마친다.
회차 심사평
제261회 전체 총평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
권력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시민의 삶을 지키려는 기자정신은 언론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261회 이달의 기자상 출품작들 중에는 권력의 횡포와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비판하려는 감시견(Watchdog)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들이 많았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에 충실하려는 주제의식, 치밀하고 끈질긴 현장취재, 국민의 눈높이에서 밝혀낸 이면의 사실들을 다룬 수작들이 많았다. 그러나 권력의 일방통행과 불통, 국민 무시, 장기화된 언론사 파업의 현실은 언론인들이 과연 제대로 된 감시견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에 대해 성찰할 여지가 많으며, 언론인들의 분발과 적극적인 취재보도가 필요하다는 심사위원들의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취재보도부문에 선정된 동아일보의 ‘현대판 음서제 서울 구청 기능직 친인척 채용비리 연속보도’는 권력층의 만연한 부패현상에 대한 꼼꼼한 취재가 이뤄졌으며, 일반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에서 부패한 관행을 꼬집은 좋은 기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기존에 나왔던 다른 보도들과 비교할 때 깊이 있는 심층취재 및 후속보도가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 선정된 경인일보의 ‘북한 GPS 전파교란 공격 피해 단독.연속보도’는 심사위원들의 호평 속에 수상작에 선정됐다. 북한의 전파교란에 따른 민간항공기의 GPS 수신장애 피해라는 심각한 사회안보 상황을 단독으로 잘 보도했고, 내용도 꼼꼼하게 취재함으로써 특종보도의 진가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남일보는 2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에 출품된 ‘5.18특집-실종 32년, 우리는 그들을 잊었다’ 보도는 잊혀가는 역사를 잘 풀어낸 의미 있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5.18과 관련해 관행적인 보도 속에서 망각하고 있는 부분을 심층 추적한 기획의 참신성이 돋보였고, 32년이 지난 오늘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의미를 더욱 키우고 있는 5.18의 현재적 의미와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 선정된 ‘광주시 산성수돗물 대란 은폐 연속 취재보도’는 그동안 자주 보도되었고 시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못했던 수돗물 사건을 의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시사기획 창 ‘정의사회 구현’ 보도는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의 행태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와 다소 식상한 느낌이 있지만, 전씨 일가의 수상한 재산내역에 대해 인상적인 정보를 전달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정부당국과 국세청이 전씨에 대해 추징 의지가 없음을 확인시킴으로써 권력층에 약한 정부의 행태를 고발해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를 새삼 부각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후속보도를 통해 심층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한겨레21의 ‘특집기획-가난한 민주주의’ 보도는 최근 선거에서 계급성에 반하는 투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잘 조명했으며, 저소득층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이들의 사고방식을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설문대상이 70명에 그쳐 표본수가 엄밀한 검증을 하기는 어려웠다는 점과 함께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채 통념의 확인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제기됐다.
취재보도부문에 선정된 오마이뉴스의 ‘육사출신 현역대위 상관모욕죄 기소 단독보도’는 표현의 자유가 자주 무시되는 한국사회의 상황을 잘 포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약되고 있는 현역 군인에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기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 선정된 SBS의 ‘수수료 실적으로 채용...인턴 울린 증권사 보도’는 청년들을 착취하는 기업의 악용 현장을 취재함으로써 기업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으며, 기업의 잘못된 행태를 예방하는 측면에서 필요한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사안들이 흔하다는 점에서 심층보도 및 사회 전반의 청년층 착취 형태의 관행에 대한 취재로 지평을 넓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선정된 중앙일보의 ‘수원지법 강력범 159명 성장사 추적 리포트’는 심층분석을 통해 범죄자들의 성장사를 추적한 신선한 기획이었으나, 결론으로 성장과정에서 제대로 교육이 안된 점이 집중 부각되면서 ‘잘못 기르면 그렇다’라는 평범한 결론을 내린 것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법원의 양형보고서가 감형을 노린 경우가 많으며, 범죄의 본질을 지나치게 개인에게 귀속시켰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범죄의 원인을 다시 살피게 한 좋은 보도라는 평가도 받았다.
경제보도부문에 선정된 조선경제i의 ‘독버섯 기획소송 시리즈’는 기사 내용이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기획소송의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기업과 변호사간의 담합구조를 잘 지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기사가 어렵고, 다른 분야의 소송과 함께 심층취재가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매일신문의 ‘산사랑 &산사람’은 당초 지역기획 부문에 출품됐으나, 기자의 집념, 탄탄한 기획과 꼼꼼한 현장 기록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부문을 바꿔 특별상을 수상했다. 엄청난 분량을 다룬 기자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한 심사위원들의 배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