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천 억원 국비 사업 무용지물
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지난 10여년간 천 억원이 넘는 국비를 들여 물관리자동화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상당수가 부실한 설비를 들이고 방치해 두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주체인데, 일부 지사에서는 아는 후배 회사에게 공사권을 줬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고, 공사권을 업체끼리 매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혈세’ 사업은 결국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농어촌공사의 은폐였습니다. 현장 검증을 위해 취재를 요청할 때마다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며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설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작동 방식과 현장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습니다. 주변 취재부터 들어갔는데 운이 좋겠도 이 사업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많은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직한 직원과 현 직원, 관련 업계 관계자 의식이 깨어있는 많은 제보자들이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내부 직원의 증언에서 나왔습니다.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었는데, 이 직원은 사업과 시설 부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몇 번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시설 부실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고 현장 취재를 갔을 때도 취재진이 시설 부실을 제대로 검증해 낼 수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취재를 나간 시설 담당 직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취재로 자신의 승진 길이 막혔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에게 낯을 들 수 없었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조용한 회사에 취재진이 다녀가서 풍비박산이 났다는 말도 했습니다. 다른 시설도 대부분 부실한데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했고, 감시받지 않는 눈먼 돈은 유용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또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지않게 곳곳에 부패와 부실을 찾아 보도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도가 나갈 수 있게 어려운 제보를 해준 관계자들과 보도국 식구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회차 심사평
제264회 전체 총평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이번 평가처럼 심사위원들 간에 이견이 없었던 때도 없는 것같다. 출품작이 다른 때보다 많지 않았기도 했지만, 각 부문 공히 심사위원들을 고심케할 정도로 경합했던 기사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이유로 보여진다. 3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나오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다. 물론 휴가시즌이 막 끝난 시기라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연말 한국기자상 대상 심사가 얼마 남지않았다. 기자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매길 기대한다.
그래도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두 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장준하선생 두개골서 6㎝ 뻥뚫린 구멍…타살의혹 재점화’는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이장 현장을 유일하게 찾아가 현대사에서 묻혀질 뻔한 사안을 다시 문제제기했고, 과거사 논쟁을 이끈 계기가 됐다는 점이 평가됐다.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 기사였다.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지가 차후 과제다. 다만 많이 나왔던 문제였고 정치적 파장도 컸던 만큼 후속보도가 없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총선 민주당 공천헌금 명목 수십억원 투자금 받아’도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는 깨끗한 단독보도였다. 기사도 차분하게 잘 작성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정치권과의 밀착, 문자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 다소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알린다. 또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노조원 폭행사건 추적보도는 사적 폭력문제를 잘 규명해 상위권 점수를 받았지만, 타 매체도 많이 다룬 사안이어서 특종으로 보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에다 같은 언론사가 수상작을 내 선정되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부문에서는 ‘금배지 쌈짓돈 막장 풍경’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아 선정됐다. 상당히 품을 많이 들인 노작이고, 정치자금 관련 기사들이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상황에서 신선한 기획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가 뛰어든 종교인 소득세 공개 나홀로 소송’은 새로운 시도로서 평가받을 일은 했지만 심사대상이 될 기사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상 대상으로 추천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더 이상 지지는 없었다는 점을 밝힌다.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는 장학금에 치중하는 재단 문제와 새로운 기부문화를 제기해 참신하다는 데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기존의 보도에서 더 나가지 못했다는 의견과 함께 결론과 대안 제시도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 보도부문에서는 KBC 광주방송의 ‘수천억원 국비사업 무용지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았다. 사전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좋은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아울러 G1 강원민방의 ‘군부대 마트 불법영업’ 연속 보도도 일부 위원의 추천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ㆍ통신부문에서는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가 이견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다만 소요 재원은 얼마나 들고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 제기가 없어 아쉽고, 부산시 지원을 받아 대책ㆍ비판이 부족해지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는 점을 첨언한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도쿄 한일전서 펄럭인 일 군국주의 깃발>이 영예를 안았다. 유일하게 현장으로 달려가 일본의 우경화라는 시의성있는 문제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해파리의 침공’은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기준에는 아깝게 미치지 못했다. 끝으로 경제보도부문, 기획보도 방송부문, 지역 경제보도 부문 등은 수상기준을 충족하는 출품작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이번 심사에는 채널A로부터 앞서 선정됐던 수상작에 대해 자사의 선행보도가 있었다는 사정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이의제기가 있어 심사위원들 간에 깊은 토의가 있었다. 토의결과 해당 언론사는 후보작을 출품하지 않아 애당초 수상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던 만큼 문제 제기가 타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기회에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국기자협회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언론사와 기자에게도 특별상을 수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며, 연말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을 자격도 물론 부여돼있다는 사실을 거듭 공지하는 바다. 문호를 더 개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오해없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