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정신없이 헐떡이며 산을 오르다 문득 주위를 본다. 구름바다가 흐르는 절경이 눈앞에 탁 펼쳐진다. 2012년 부산일보를 관통한 기획보도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가 달려온 과정이 그랬다.
“얼마나 급한 일이 많은데 또 환경이야. 강? 연어? 벌써 지나간 트렌드 아닌가. 수영강, 온천천도 그만하면 됐지 뭐.”
수영강을 되살리자는 아이템을 놓고 심층기획팀 안팎에서 터져 나온 얘기들에 주눅들고 말았다면?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다.
부산에서 가장 큰 지방하천 수영강과 그 지류 온천천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었다. ‘돈 먹는 하마’ 같았다. 그런데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정작 강물은, 그 속에 사는 생명은 고사 직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류식 하수처리나 비점오염원 제거에는 한없이 미온적이었다. ‘정치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야속한 판단이었다. 무늬만 생태하천이었다.
철저하게 ‘현장’과 ‘대안’에 천착했다. 일시적인 비판 보도로는 승부를 걸 수 없었다. 연어전문가 향토사학자 토목공학 환경운동가 등 지역 전문가 8명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수영강 특공대’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마흔 번이 넘는 장기 보도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기자를 비롯한 심층기획팀 이재희 팀장과 이자영 기자는 자문단과 함께 두 다리로, 자전거로, 혹은 배를 타고 수도 없이 수영강과 온천천을 헤매고 다녔다. 직접 생태조사도 해냈다. 도심하천에서 이례적으로 수달의 서식 흔적도 발견해 알렸다.
국내에서 오염된 강을 자연하천으로 되살렸거나 연어가 돌아오는 강, 그리고 연어 양식장을 모조리 훑었다. 캐나다와 미국 시애틀, 일본 홋카이도까지 찾아가 ‘수영강의 길’을 물었다. 이를 종합해 앞으로 민·관이 실천해야 할 ‘액션 플랜’을 과감히 제시했다.
마음을 울리는 끈질긴 보도의 힘은 대단했다. 부산시는 투박하지만 '수영강 생태복원 2020 프로젝트'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수영강 살리기에 나섰다. 시민대토론회도 열었다.
시는 나아가 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앞으로는 '생태성 복원의 질적 개념'을 도입한 정책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시민들도 힘을 합해 포럼 형태의 수영강 복원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일보 편집국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잇따른 징계와 소송의 와중에서도 애정을 쏟아준 이정호 편집국장과 이상민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는 가장 힘찬 동력이 되었다.
갈 길은 아직 멀다. 숙제가 계속 남아 있다. ‘(가칭)수영강 시민 포럼’을 제대로 출범시키고, 의미 있는 민·관 협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취재팀은 곧 시민, 전문가와 함께 양양 남대천 등지를 다시 둘러볼 계획이다. 수영강을 토론하는 밤을 또 수없이 보낼 것이다. 연어가 돌아오는 수영강에서 아이들이 물장구 치며 노는 그날까지.
회차 심사평
제264회 전체 총평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기자상 심사위원회
이번 평가처럼 심사위원들 간에 이견이 없었던 때도 없는 것같다. 출품작이 다른 때보다 많지 않았기도 했지만, 각 부문 공히 심사위원들을 고심케할 정도로 경합했던 기사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 더 큰 이유로 보여진다. 3개 부문에서 수상작이 나오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다. 물론 휴가시즌이 막 끝난 시기라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다. 연말 한국기자상 대상 심사가 얼마 남지않았다. 기자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조여매길 기대한다.
그래도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두 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장준하선생 두개골서 6㎝ 뻥뚫린 구멍…타살의혹 재점화’는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이장 현장을 유일하게 찾아가 현대사에서 묻혀질 뻔한 사안을 다시 문제제기했고, 과거사 논쟁을 이끈 계기가 됐다는 점이 평가됐다. 한 장의 사진이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 기사였다. 사인을 규명할 수 있는지가 차후 과제다. 다만 많이 나왔던 문제였고 정치적 파장도 컸던 만큼 후속보도가 없어 아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
‘총선 민주당 공천헌금 명목 수십억원 투자금 받아’도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는 깨끗한 단독보도였다. 기사도 차분하게 잘 작성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다만 정치권과의 밀착, 문자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이 다소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알린다. 또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 노조원 폭행사건 추적보도는 사적 폭력문제를 잘 규명해 상위권 점수를 받았지만, 타 매체도 많이 다룬 사안이어서 특종으로 보기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에다 같은 언론사가 수상작을 내 선정되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ㆍ통신부문에서는 ‘금배지 쌈짓돈 막장 풍경’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아 선정됐다. 상당히 품을 많이 들인 노작이고, 정치자금 관련 기사들이 입구는 있으나 출구는 없는 상황에서 신선한 기획이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자가 뛰어든 종교인 소득세 공개 나홀로 소송’은 새로운 시도로서 평가받을 일은 했지만 심사대상이 될 기사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별상 대상으로 추천하는 의견도 나왔지만 더 이상 지지는 없었다는 점을 밝힌다.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는 장학금에 치중하는 재단 문제와 새로운 기부문화를 제기해 참신하다는 데 많은 공감을 얻었지만 기존의 보도에서 더 나가지 못했다는 의견과 함께 결론과 대안 제시도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취재 보도부문에서는 KBC 광주방송의 ‘수천억원 국비사업 무용지물’이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받았다. 사전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국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좋은 기사라는 데 이의가 없었다. 아울러 G1 강원민방의 ‘군부대 마트 불법영업’ 연속 보도도 일부 위원의 추천이 있었지만 수상작으로는 선정되지 못했다. 지역기획 신문ㆍ통신부문에서는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가 이견없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다만 소요 재원은 얼마나 들고 어떻게 조달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 제기가 없어 아쉽고, 부산시 지원을 받아 대책ㆍ비판이 부족해지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일부 있었다는 점을 첨언한다.
전문보도부문에서는 <도쿄 한일전서 펄럭인 일 군국주의 깃발>이 영예를 안았다. 유일하게 현장으로 달려가 일본의 우경화라는 시의성있는 문제를 포착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해파리의 침공’은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상기준에는 아깝게 미치지 못했다. 끝으로 경제보도부문, 기획보도 방송부문, 지역 경제보도 부문 등은 수상기준을 충족하는 출품작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이번 심사에는 채널A로부터 앞서 선정됐던 수상작에 대해 자사의 선행보도가 있었다는 사정이 감안되지 않았다는 이의제기가 있어 심사위원들 간에 깊은 토의가 있었다. 토의결과 해당 언론사는 후보작을 출품하지 않아 애당초 수상자격을 충족하지 못했던 만큼 문제 제기가 타당하지 않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기회에 기자상 심사위원회는 한국기자협회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언론사와 기자에게도 특별상을 수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며, 연말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을 자격도 물론 부여돼있다는 사실을 거듭 공지하는 바다. 문호를 더 개방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이다. 오해없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