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도쿄 한일전서 펄럭인 日 군국주의 깃발 동아일보
도쿄 한일전서 펄럭인 日 군국주의 깃발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역사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한 뒤 “아키히토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일왕에게 요구 했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코리아타운에서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땅“, ”조센진(한국인을 낮춰 부르는 말)은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구호를 외치며 주말마다 극우세력들이 반한 시위를 통해 한국인들을 위협하며 자행하고 있었다.
FIFA U-20 여자월드컵 개최국인 일본이 한국과의 경기를 앞두고 “욱일승천기를 들고 대대적인 응원전을 펼치자”라는 선동적인 글들이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통해 떠돌자 부장은 오전 데스크회의를 마치고 경기가 치러지는 하루 전날 1박2일로 일본 해외출장 지시를 내렸다.
해외출장에 있어 사진부는 통상적으로 부원들이 순번제로 돌아가는데 “하필 그 많은 해외출장 중에 1박2일이 나한테 걸리지?” 라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속으로 내며 부장의 지시를 받아들였다. 경기장에서 욱일승천기가 나오면 분명 한.일간 충돌이 불가피하며 FIFA 규정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상황을 인지했다.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 미디어센터에 도착해 비표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데 FIFA미디어매니저는 “한국사진기자는 당신 혼자다”라는 말을 하고 웃으면서 비표를 내주었다.
경기에 앞서 나이지리아와 멕시코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일본 응원단들은 경기장에 속속 들어오면서 액체류에 대해서만 검색을 강화하고 있었다.
경비관계자가 일본 응원단이 들고 오는 '욱일승천기‘에 대해서 반입을 허용하자 ’한국사진기자 스타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 렌즈와 스트로보에 ’東亞日報‘ 로고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조센진 뭐하는 건가“ ”조센진“ 등을 연발하며 사진를 취재하는 기자를 위협하며 거기다 경기장 경비는 기자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게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험악한 분위기속에 지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위기를 벗어나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만약 극우세력과 몸싸움을 하거나 폭행을 당했으면 경기장 안에서 펼쳐지는 더 큰 만행은 보도 할 수 없을 뻔했다.
험악한 분위기이었지만 사진을 삭제해주고 사진기자실로 들어가 복구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 복구를 마쳤다. 경기장에서 일본 사진기자들은 축구 경기 사진을 취재하지만 관중석으로 뒤돌아 앉아 펄럭이는 욱일승천기에 흥분한 일본인들을 파인더에 담은 기자는 일본인에게 당한 수모와 현장 상황 등을 보며 자세하게 지면에 보도 할 수 있었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진기자는 항상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으며,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마감이 앞당겨 진 상황에서도 지면에 많은 도움을 준 편집국 부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부산일보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정신없이 헐떡이며 산을 오르다 문득 주위를 본다. 구름바다가 흐르는 절경이 눈앞에 탁 펼쳐진다. 2012년 부산일보를 관통한 기획보도 ‘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가 달려온 과정이 그랬다.
“얼마나 급한 일이 많은데 또 환경이야. 강? 연어? 벌써 지나간 트렌드 아닌가. 수영강, 온천천도 그만하면 됐지 뭐.”
수영강을 되살리자는 아이템을 놓고 심층기획팀 안팎에서 터져 나온 얘기들에 주눅들고 말았다면?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다.
부산에서 가장 큰 지방하천 수영강과 그 지류 온천천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었다. ‘돈 먹는 하마’ 같았다. 그런데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정작 강물은, 그 속에 사는 생명은 고사 직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류식 하수처리나 비점오염원 제거에는 한없이 미온적이었다. ‘정치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야속한 판단이었다. 무늬만 생태하천이었다.
철저하게 ‘현장’과 ‘대안’에 천착했다. 일시적인 비판 보도로는 승부를 걸 수 없었다. 연어전문가 향토사학자 토목공학 환경운동가 등 지역 전문가 8명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수영강 특공대’에 기꺼이 동참했다. 그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마흔 번이 넘는 장기 보도는 애초에 불가능했다.
기자를 비롯한 심층기획팀 이재희 팀장과 이자영 기자는 자문단과 함께 두 다리로, 자전거로, 혹은 배를 타고 수도 없이 수영강과 온천천을 헤매고 다녔다. 직접 생태조사도 해냈다. 도심하천에서 이례적으로 수달의 서식 흔적도 발견해 알렸다.
국내에서 오염된 강을 자연하천으로 되살렸거나 연어가 돌아오는 강, 그리고 연어 양식장을 모조리 훑었다. 캐나다와 미국 시애틀, 일본 홋카이도까지 찾아가 ‘수영강의 길’을 물었다. 이를 종합해 앞으로 민·관이 실천해야 할 ‘액션 플랜’을 과감히 제시했다.
마음을 울리는 끈질긴 보도의 힘은 대단했다. 부산시는 투박하지만 '수영강 생태복원 2020 프로젝트'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수영강 살리기에 나섰다. 시민대토론회도 열었다.
시는 나아가 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앞으로는 '생태성 복원의 질적 개념'을 도입한 정책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시민들도 힘을 합해 포럼 형태의 수영강 복원 운동을 시작했다.
부산일보 편집국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잇따른 징계와 소송의 와중에서도 애정을 쏟아준 이정호 편집국장과 이상민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는 가장 힘찬 동력이 되었다.
갈 길은 아직 멀다. 숙제가 계속 남아 있다. ‘(가칭)수영강 시민 포럼’을 제대로 출범시키고, 의미 있는 민·관 협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취재팀은 곧 시민, 전문가와 함께 양양 남대천 등지를 다시 둘러볼 계획이다. 수영강을 토론하는 밤을 또 수없이 보낼 것이다. 연어가 돌아오는 수영강에서 아이들이 물장구 치며 노는 그날까지.
수 천 억원 국비 사업 무용지물 KBC광주방송
수 천 억원 국비 사업 무용지물
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지난 10여년간 천 억원이 넘는 국비를 들여 물관리자동화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상당수가 부실한 설비를 들이고 방치해 두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주체인데, 일부 지사에서는 아는 후배 회사에게 공사권을 줬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고, 공사권을 업체끼리 매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혈세’ 사업은 결국 부패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농어촌공사의 은폐였습니다. 현장 검증을 위해 취재를 요청할 때마다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며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설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작동 방식과 현장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습니다. 주변 취재부터 들어갔는데 운이 좋겠도 이 사업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많은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직한 직원과 현 직원, 관련 업계 관계자 의식이 깨어있는 많은 제보자들이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내부 직원의 증언에서 나왔습니다.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었는데, 이 직원은 사업과 시설 부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몇 번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시설 부실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고 현장 취재를 갔을 때도 취재진이 시설 부실을 제대로 검증해 낼 수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취재를 나간 시설 담당 직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취재로 자신의 승진 길이 막혔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에게 낯을 들 수 없었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조용한 회사에 취재진이 다녀가서 풍비박산이 났다는 말도 했습니다. 다른 시설도 대부분 부실한데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했고, 감시받지 않는 눈먼 돈은 유용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또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지않게 곳곳에 부패와 부실을 찾아 보도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도가 나갈 수 있게 어려운 제보를 해준 관계자들과 보도국 식구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금배지 쌈짓돈 막장 풍경 아시아경제신문
금배지 쌈짓돈 막장 풍경
아시아경제신문 이민우 기자
정치의 위기다. 국민들은 도통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냉소가 대의제를 위협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정치후원금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뇌물 등 불법행위 보도를 보며 국민들은 멀미를 느낀다. 자연스레 국민들의 소액후원은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4·11 총선이 지난 직후 김문수 경기지사의 당내 경선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차명진 전 의원은 "정치후원금이 남아서 빨리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자신도 모르게 정치후원금에 대한 인식수준을 드러냈다고 판단했다. 차 의원처럼 선거에서 낙선한 의원들의 정치후원금 지출 실태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취재 과정에서 발목을 잡은 것은 이를 감시해야 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였다. 정치후원금 수입·지출보고서 열람을 요청하자 선관위는 자료 준비시간과 정보공개 청구 등을 요구하며 지연시켰다. 정보공개 관련한 법조항을 들이대자 그제서야 자료를 공개했다.
3개월 간의 자료요청과 전직 보좌진의 도움을 통해 분석한 자료는 충격적이었다.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쌈짓돈처럼 다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달에 간담회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지출했고, 국가로부터 공무원연금을 받게 되는 보좌진들에게 수천만원의 퇴직금 잔치를 벌였다. 임기만료 의원 177명은 평소 1년간 지출하는 돈을 5개월 만에 다 썼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에 인계한 잔여 후원액은 1인당 7만원 꼴에 불과했다.
정치후원금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스스로 '목에 방울달기'를 주저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자료를 바탕으로 모두 실명을 담았다. 단순히 기사에 거론된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취재를 진행하며 국회의원 스스로 인식을 전환하고 법 개정에 나서주길 바라는 일관된 자세를 유지했다.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정치후원금은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필요적 비용이며,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의 중요한 연결고리다. 투명한 정치후원 문화를 개선해나가기 위해 앞으로도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2012년 9월, 여야의 대선후보와 지도부는 한결같이 정치 쇄신을 말한다. 정치 쇄신은 각종 제도의 변화뿐 아니라 권력과 민의(民義)를 사유화하는 의원들의 태도 변화도 중요하다.
'금배지 쌈짓돈 막장풍경' 시리즈를 통해 국민들의 소중한 후원금이 국민을 대변하는 진정한 의정활동을 위해 투명하게 사용되는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 또한 투명한 정치후원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바램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취재에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신 아시아경제신문 선배·동료들과 백우진 부장, 김영무 편집국장, 이세정 사장께 감사드린다.
장준하 선생 두개골서 6Cm 뻥뚫린 구멍…타살의혹…
장준하 선생 두개골서 6Cm 뻥뚫린 구멍…타살의혹 재점화
한겨레신문 박경만 기자
장준하 선생과 인연을 맺은 것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로로 빽빽하게 적힌 <돌베개>에서 받은 감동이 육군 일병인 아들의 이름을 ‘준하’라 짓게 만들었다.
편집기자로 20년을 보낸 뒤 늦깎이 취재기자가 돼 장준하선생을 다시 만나게 됐다. 솔직히 지난해 여름 전까지만 해도 선생의 묘소가 파주에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그러나 선생을 따르던 사람들은 선생이 가신지 37년이 지났지만 작은 것 하나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하면 이긴다’고 했던가, 그들은 진실 규명을 서두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도 않았다. 묵묵히 준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지난해 8월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선생의 묘소가 홍수로 무너져 내렸다는 제보를 받았다. 가슴에 평생 장 선생을 담고 살아온, 투박한 인상을 가진 60대 제보자를 이후 여러 차례 만났다. 장준하 추모공원을 추진하던 제보자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거나 기자실에 찾아와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고, 어떻게 하면 일이 잘 풀릴지 상의하려 했다. 제보자는 내가 <한겨레>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신뢰하고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8월14일 아침, 사흘 뒤로 예정된 파주 통일동산의 ‘장준하공원’ 제막식 준비가 잘 돼가고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궁금해 전화기를 들었다. 제보자는 한참동안 다른 얘기를 하다가 최근 선생의 묘소를 통일동산으로 이장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번개처럼 무언가 스쳐갔다. 유골을 봤냐, 상태가 어떻더냐는 물음에 그는 주저하듯 유골의 모양새를 띄엄띄엄 얘기해줬다. 사내 집배신에 메모를 올렸더니 편집국 고위간부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장준하추모공원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유족 등과 인터뷰를 통해 오른쪽 귀 뒷부분 후두부에 망치 같은 것으로 맞은 듯한 6㎝ 크기의 원형으로 함몰된 흔적과 서울대 의대 법의학 교수가 유골검증에 참여해 ‘자연적으로 생기기 힘든 상처’라는 소견을 냈다는 구체적인 팩트를 챙겼다.
‘운칠기삼’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유족 등은 함몰된 유골에 대해 2주 동안 함구하면서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가 뜻밖에 나를 만난 것이다.
이후론 일사천리였다. 편집국장은 지면을 활짝 열어줬고,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취재로 지면을 채워갔다. 선생의 장남 인터뷰를 통해 가장을 잃고 억압받으며 살아온 가족의 설움과, 의문사에 대한 전면 재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제2기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의 장준하 선생 전담 조사관을 만나 ‘단순 추락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당시 조사결과도 실었다. 민주당에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가 설치됐고 암살의혹 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결성되는 등 파장이 커졌다.
한 달 여 동안 정신없이 쫓아다니다 보니 어느 날 ‘장준하 전문기자’ 쯤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진상규명을 해낼지는 모르겠지만, 역사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민주언론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책무라고 생각한다. 귀한 상까지 받고 보니 책임감이 더욱 느껴진다.
총선 민주당 공천헌금 명목 수십억원 투자금 받아 …
총선 민주당 공천헌금 명목 수십억원 투자금 받아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친노 매체인 라디오21 양경숙 전 대표의 전격 체포로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 수사를 보도함에 있어 어디까지가 의혹이고, 어디부터가 사실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사실이라면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에 버금가는 대형 사건으로 불거질 수 있지만, 수사 초기 제기된 의혹만 갖고 함부로 사안의 실체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지난 총선을 즈음해 공천을 빙자해 돈이 오갔고, 돈을 받은 양경숙씨가 민주당 대표경선과 총선의 선거 홍보에 깊숙이 관여하고 친노 인사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 그리고 양경숙씨의 동선 언저리에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의 실세 정치인들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직접 나서 양씨는 물론 양씨에게 공천헌금 명목으로 돈을 준 투자자들을 한꺼번에 체포하고 이들의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는 것과 모든 수사가 일사천리로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양씨가 공천헌금을 핑계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1보에서 양씨를 포함한 4명이 대검 중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되고, 일단은 공천헌금 혐의를 두고 있지만 투자 사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는 등 최대한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기사화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일보의 첫 보도가 나온 이후 언론의 관심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러 실세 정치인의 연루 의혹을 밝히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실제로 양씨가 박 원내대표와 주고받았다는 비정상적인 횟수의 문자와 통화 내역 등에 비춰 양씨의 배후에 ‘누군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문자메시지 대부분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 원내대표 등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혐의도 아직까지 제대로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검찰은 여전히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뭐가 더 나올 거 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양경숙씨 주변으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단 한 번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점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듯, 취재 수첩 가득히 들어찬 활자가 모두 기사화될 수 없다는 걸 배운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한국일보가 가장 먼저 단독 보도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민주당 공천 헌금 비리 의혹 수사를 가장 균형적으로 다루며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다했다는 격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향후 수사를 지켜보며, 검찰이 어떤 의도로 수사를 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파수꾼 역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