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재해율 0%의 진실 KBC광주방송
재해율 0%의 진실
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우리 직원들은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화순광업소 측의 말입니다. 화순탄광에서 일을 하다 다쳐도 산업재해가 아닌 일반 의료보험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듣게 됐습니다. 자신들이 치료비도 내주고, 일도 쉬게 해준다며 산재를 신청하지 않아도 광산 노동자들이 불만이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원해서 산업재해 신청 안 한 거예요. 인터뷰는 못합니다.” 화순광산 노동자의 말입니다. 탄광에서 일을 하다 인대를 크게 다쳐 집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치료는 의료보험으로 받았습니다. 어렵게 수소문 해 사정을 알고 연락처를 알았지만 돌아온 답변이었습니다. 온 몸에 힘이 빠졌습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탄광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 중에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습니다. 이들이 농사일, 건설 일용직을 놔두고 고된 광산 일을 하는 이유는 ‘학비’입니다. 광산 노동자들에게는 국가에서 자식들의 학비를 보조해 줍니다. 자식이 대학이라도 다니고 있다면, 제 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광산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소중합니다. 어떤 대우를 받든 어떤 과정을 거치든 일단 광산에서 일을 해야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당한 자신의 대우는 뒷전입니다. 혹여 윗사람에게 잘 못 보일까 쉽게 자신의 일을 고발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래서 화순탄광의 문제는 단순 산업재해 은폐 의미를 넘습니다. 산업재해를 은폐해서 회사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상을 받고, 임원들은 성과급을 받습니다. 산업재해를 은폐해서 노동조합은 채용에 일부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산업재해를 알리려 하지 않아야 노동자들은 학비를 보조 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강요하고, 누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강요를 받아들입니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조합 측과 회사 측의 촘촘한 부정의 고리. 한 명의 힘은 미약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체념하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에게 용기를 내 준 한명의 근로자, 그리고 그를 따라 도와준 또 다른 한명. 만일 이번 보도로 이 취약한 탄광 노동자들의 지위가 다소라도 개선될 수 있다면, 이 한명 한명의 용기가 해낸 것이라 믿습니다.
대기업이 독차지한 급식카드 가맹점 TJB대전방송
대기업이 독차지한 급식카드 가맹점
TJB대전방송 노동현 기자
“이 편의점에서 급식카드 결재가 되는지 한번 긁어볼 수 있을까요? 만약 되면 이 학생이 앞으로 여기서 삼각김밥 같은 거 사먹을 수 있게 해주려고요”
“안돼요, 그런 급식카드 본 적도 없고 여튼 확인해드릴 수 없어요”
지난 7월 초, 급식카드를 사용 중인 중학생 ‘연지’를 데리고 충남 부여의 GS편의점을 찾았을 때였다. 업주는 급식카드 사용이 가능한 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며 발뺌했다. 취재진이 GS리테일 본사로부터 독점계약 사실을 확인한 뒤였지만 업주는 완강하게 취재를 거부했다. 숨기려는 팩트를 캐내야 하는 기자에게는 늘상 벌어지는 언쟁과 실랑이, 하지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15살 여중생의 눈에는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까?
가뜩이나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급식카드 사용 가능 여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은, 급식카드 왠만하면 쓰지 말라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을까? GS편의점의 급식카드 가맹점 독점 문제를 폭로하고 불합리한 독점 관행이 깨지도록 제도 개선을 이끌어낸 한달여간의 보도가 가능케 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독점 문제를 은폐하려는 편의점 주인의 모습에 상처받았을지도 모를 ‘연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었다.
급식카드 담당 공무원들의 무관심도 취재진을 분노하게 했다. GS측이 가맹편의점을 독차지하기 위한 독점계약 사실을 인정했다고 알려줘도 뭔가 잘못 알아보신 게 아니냐며 오히려 취재진을 나무라기도 했다. 만약 내 아이가 사용하는 급식카드라고 생각했다면 과연 그렇게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까? 아이들이 급식카드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이 불편한지, 어디에서 급식카드를 많이 사용하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공무원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취재가 일단락되고 나면 기쁜 마음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많이 앞선다. 취재과정에서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의 위치 정보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지만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 아울러 지역방송의 취재여건상 급식카드를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다양하게 많이 만나보지 못한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보도 이후 GS가 독차지했던 충남지역의 급식카드 가맹편의점이 이제는 세븐일레븐과 바이더웨이 등 다른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큰 성과다. 덕분에 급식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집에서 멀리 떨어진 GS편의점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던 ‘연지’도 이제는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을 수 있게 됐다.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 방법으로 은혜를 베풀어주시는 하나님께 먼저 감사드리고, 하나뿐인 아들의 미래를 위해 늘 기도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열악한 취재여건 속에서도 늘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TJB 대전방송 보도팀 식구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한겨레신문
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한겨레신문 김기태 기자
“병원이 멀쩡한 환자의 허리를 갈라 굳이 수술한다고 하더라”
“레지던트가 졸다가 환자 몸 속에 수술용 가위를 두고 봉합을 했다더라”
“요즘 대형병원들은 새벽 3시에도 환자를 불러 수술을 한다더라”
병원을 둘러싼 흉흉한 괴담들입니다. 사실일까요? 아니 땐 굴뚝에서 난 연기일까요? 그냥 지나치기에, 연기는 이미 매캐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병원 현장의 괴담을 입증할 길은 요원해보였습니다.
‘병원에 가짜 환자로 잠입해보자’
병원 현장의 실태를 규명하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떠올린 방법이 ‘가짜 환자’ 실험이었습니다. 치료 건수가 많고,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병원들을 골라서 환자로 직접 처방을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정의료를 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공병원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병원들의 처방 내용을 비교했습니다. 그렇게 척추 병원 2곳, 치과 의원 3곳, 치질 병원 2곳, 무릎 수술 병원 2곳을 환자로 찾았습니다.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한 곳 병원에 두세번씩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의료 분야는 매우 전문적이고 배타적인 영역이라서, 현장의 상업화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현장에서는 과잉 진단, 과잉 시술의 관행이 놀라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으로 단독으로 받은 자료들은 문제를 통계로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의료상업화.
문제의 근본 원인에도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빅5’ 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무한경쟁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의료상업화의 거센 폭풍은 의료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잘 고치는 병원이 아니라, 무리하게 시술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병원이 훌륭한 병원으로 둔갑했습니다. 공공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강원도 삼척의료원을 찾기도 했습니다. 2박3일의 현장 르뽀를 통해서 공공병원의 문제점을 부각했습니다. 공공의료의 아성이라는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의 실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두차례에 걸친 간호사, 전공의 익명 좌담을 통해서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업화의 실태를 당사자의 입을 빌어 전했습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병원 주변에서 나도는 ‘괴담’의 실체가 조금씩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밖에 병원이 투자에 소홀해서 한해 1만7천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통계를 소개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료상업화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자본은 우리 사회에서 의료영역을 계속 시장으로 떠밀고 있었습니다.
지난 1980년 미국에서 도입된 ‘의산복합체’ 개념을 통해, 한국의 의료상업화 추진 세력을 조망했습니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의료 상업화를 부추기고, 대자본은 이미 의료영역을 미래의 수익원으로 점 찍었습니다. 우리의 건강은? 뒷전이었습니다.
의료상업화의 실태와 문제는 너무나 커서, 지면으로 담기에 벅찼습니다. 기획은 <한겨레21>의 귀한 공간을 적지 않게 차지했습니다. 기획 자체가 책 한권이 될 정도로 방대했습니다. 지난 5월7일(<한겨레21> 909호)에 시작한 기획은 7월16일(918호)까지 8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무수한 전문가들과 <한겨레21>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귀한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에도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과 생명의 논리도 시장의 힘에 거칠게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이 그 위험한 흐름에, 시끄럽게 울리는 경종이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대만 투자보장협정 맺는다 서울경제신문
한국-대만 투자보장협정 맺는다
서울경제신문 김영필 기자
‘대만과의 투자보장협정(BIT) 체결을 위한 전문가 추천.’
우리나라가 대만과 BIT를 맺는다는 이번 기사는 기자가 우연히 알게 된 이 문구에서 시작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듣지도,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한 팩트 확인 작업을 해야 만했다.
통상 분야는 취재가 어렵다. 취재가 쉬운 곳은 없지만 통상은 좀더 유별나다. 외국 정부와 국익을 건 협상을 하는 까닭에 작은 팩트 확인조차도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대만과의 BIT 체결 기사 때도 그랬다. 주무 부처인 통상교섭본부와 기획재정부 등을 통해 수차례 알아봤지만 나오는 게 없었다. 실제로 정부는 대만과 지난 6월 BIT 체결을 위한 1차 협상까지 했지만 이를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한ㆍ중ㆍ일 BIT 협상 때는 1차 협상 때부터 국민들에게 알리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중국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국회에까지 확인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외교 쪽을 담당하는 관계자에게 전화를 했다가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면 뭐라도 하나 건진다”는 선배들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때다.
이후 다시 재취재에 들어갔다.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씩 퍼즐을 맞춰갔다. 1차 협상을 6월에 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고 2차 협상을 10월께 하겠다는 것과, 대만이 공식적으로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BIT 체결시 형식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핵심적인 팩트 확인 후 기사 작성작업에 들어갔다. 기사에 의미를 불어넣어준 것은 데스크였다. 데스크는 20년 만에 대만과 경제수교를 하게 된다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심하게 따지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데스크의 말에 기사에 힘이 붙을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다시 한번 팩트를 확인한 후 기사를 송고했다. 다른 매체들의 후속 보도가 이어졌고 해당 기사가 실린 조간 신문이 배달된 날, 통상교섭본부는 기사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번을 기회로 다시 한번 취재시 기본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연차에 상관 없이 취재 중 알게 된 내용이나 작은 자료들도 반드시 확인하고 일일이 점검해야 한다는 점 말이다.
데스크의 도움으로 기사가 보다 힘을 받은 것도 기자로서는 행운이고 감사하는 부분이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검증 추적 한겨레신문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검증 추적
한겨레신문 박현철 기자
‘그’와 비슷한 대법관이 언젠가는 한 명 더 임명될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
4년 전 2008년이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가한 많은 시민들이 집시법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습니다. 그는 ‘촛불재판’을 맡고 있던 형사단독판사들에게 수시로 이메일을 보내 재판을 독촉했습니다. 야간집회 금지 법률 등에 대한 위헌심판이 제청된 상황이었는데도, 그는 ‘대외비’를 강조하며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선고를 재촉했습니다. “재판상 언행으로 쓸데없는 물의가 빚어지지 않도록 해 주시면 좋겠다”고도 했습니다.
얼마 뒤 그는 대법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 뒤 그가 법원장 시절 보낸 이메일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대한민국 사법 역사상 유례없는 법원장의 ‘재판압력’이었습니다.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입니다. 헌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버텼습니다. 후배 판사들이 실명을 걸고 사퇴를 요구했지만 그는 그냥 버텼습니다. 그의 임기는 아직 3년 가까이 남았습니다.
`그'를 비롯해 여러 고관대작들은 숱한 흠결을 버티기로 돌파하며 자리에 올랐습니다. 어느새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있었습니다. 고위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무뎌졌습니다. `아무리 비판해도 소용없다'는 나쁜 학습효과도 기자들 사이에서 누적됐습니다.
그러나 넋놓고 바라보기에는 대법관의 자리가 너무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법관의 임기는 6년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가 대법관이라 생각했습니다. 인사청문 제도 도입 초기, 날이 시퍼렇게 서있던 언론의 모습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김병화 전 대법관 후보자는 억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김 전 후보자는 지난 7월26일 자진사퇴를 하면서 “끝까지 결백함을 밝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일저축은행 브로커와의 막역한 관계 등 의혹이 적지 않았던 김 전 후보자가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임은 따로 있습니다. 여러 흠결에도 이미 대법관에 오른 '그'와 그를 비롯한 여러 부적격 고관대작들을 임명한 정부입니다.
상식이 뒷걸음질치는 세상에서 언론의 역할이 막중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고자 한 저희의 작은 노력에 큰 격려를 보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안철수,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 CBS
안철수,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
CBS 조은정 기자
정치부 기자로서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을 바라보는 심정은 최근까지도 복잡했다.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인으로 규정짓기에는 난해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책을 발간하며 차곡차곡 정치 행보를 이어가는 것을 보며 점차 이런 고민들이 무색해 졌다. ‘안철수의 생각’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그가 더 이상 학자나 유명인사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안 원장은 대선을 염두해 둔 정치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검증은 필수였다.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어떤 행적을 걸어왔는지 기자로서 알아봐야 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안 원장이 수년 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취재원으로부터 접하게 됐다. 정치권 인사가 아닌 중립지대 인물이었기에 제보에 더욱 신뢰가 갔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사실 확인이 부족한 네거티브 검증 기사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것을 알았기에 철저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드디어 기사가 나갔고 안 원장은 반나절 만에 사실을 시인했다. 그리고 잘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여느 정치인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기사의 반향은 기대 이상으로 컸다. 이제는 검증할 때가 됐다, 이제는 그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다는 대중들의 욕구가 그만큼 쌓여있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기사는 안 원장에 대한 검증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는 점을 기자협회가 의미를 인정해준 것으로 생각한다. 당사자가 발 빠르게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는 점도 보기 드문 일이었기에 수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안 원장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개인적으로는 재벌 공화국을 가능케 했던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안 원장 같은 유명 인사들과 기존 정치인들의 철저한 공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 그리고 이 같은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더 뿌듯함을 찾고 있다.
최근에도 안 원장에 대한 검증 공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로 확인된 것들 보다는 소문이나 카더라 식 설이 많다. 앞으로도 사실 관계에 따른 철저한 검증으로 안 원장에 대해 더 연구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바쁘고 힘든 와중에도 서로 믿고 의지하며 버팀목이 돼 주고 있는 CBS 정치부 팀원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저축은행 금품수수 한…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 저축은행 금품수수
한국일보 강철원 기자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한 취재는 편견을 깨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을 15년 동안 근접 보좌하며 동고동락한 최측근 인사입니다. 김 실장에 대해 지인들은 비교적 청렴하고 권력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 평가했기 때문에 그가 부실저축은행 대주주에게서 1억8000만원이나 되는 거액을 받았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친분이 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때마침 그의 행보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대통령과 대부분의 일정을 같이 하는 부속실장이 별도로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포착된 겁니다. 다각도의 취재 끝에 그가 거액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보도 초기 잠시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청와대가 보도내용을 부인하고 검찰도 김 실장 수사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 거부하면서 다른 언론사들이 한때 한국일보 보도 내용에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변할 수 없는 ‘팩트’를 이미 확인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대응했습니다.
실제로 보도가 나온 당일 오후 김희중 실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금품수수 의혹은 반나절 만에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김 실장은 보도 열흘 만에 검찰에 구속됐고, 이 대통령은 이 사건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측근과 친인척 비리에 대해 대국민사과까지 했습니다.
자평하자면 언론보도로 촉발된 김 실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통령 사과까지 굵직한 일정이 신속하게 이뤄진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항의를 받거나 단 한 번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점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이번 수상이 한국일보의 단독 보도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기보다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더욱 충실히 하라는 메시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파수꾼 역할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