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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취재후기
(263회) 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 한겨레신문
병원OTL - 의료 상업화 보고서
한겨레신문 김기태 기자
“병원이 멀쩡한 환자의 허리를 갈라 굳이 수술한다고 하더라”
“레지던트가 졸다가 환자 몸 속에 수술용 가위를 두고 봉합을 했다더라”
“요즘 대형병원들은 새벽 3시에도 환자를 불러 수술을 한다더라”
병원을 둘러싼 흉흉한 괴담들입니다. 사실일까요? 아니 땐 굴뚝에서 난 연기일까요? 그냥 지나치기에, 연기는 이미 매캐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병원 현장의 괴담을 입증할 길은 요원해보였습니다.
‘병원에 가짜 환자로 잠입해보자’
병원 현장의 실태를 규명하려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떠올린 방법이 ‘가짜 환자’ 실험이었습니다. 치료 건수가 많고,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병원들을 골라서 환자로 직접 처방을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적정의료를 할 것으로 추정되는 공공병원도 찾았습니다.
그리고 병원들의 처방 내용을 비교했습니다. 그렇게 척추 병원 2곳, 치과 의원 3곳, 치질 병원 2곳, 무릎 수술 병원 2곳을 환자로 찾았습니다.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한 곳 병원에 두세번씩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의료 분야는 매우 전문적이고 배타적인 영역이라서, 현장의 상업화를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현장에서는 과잉 진단, 과잉 시술의 관행이 놀라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등으로 단독으로 받은 자료들은 문제를 통계로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의료상업화.
문제의 근본 원인에도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바 ‘빅5’ 병원부터 동네의원까지 무한경쟁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의료상업화의 거센 폭풍은 의료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잘 고치는 병원이 아니라, 무리하게 시술을 해서 돈을 많이 버는 병원이 훌륭한 병원으로 둔갑했습니다. 공공의료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강원도 삼척의료원을 찾기도 했습니다. 2박3일의 현장 르뽀를 통해서 공공병원의 문제점을 부각했습니다. 공공의료의 아성이라는 서울대병원이나 국립중앙의료원의 실태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내부 고발자의 목소리도 담았습니다. 두차례에 걸친 간호사, 전공의 익명 좌담을 통해서 의료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업화의 실태를 당사자의 입을 빌어 전했습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병원 주변에서 나도는 ‘괴담’의 실체가 조금씩 수면위로 드러났습니다. 그밖에 병원이 투자에 소홀해서 한해 1만7천명의 환자가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통계를 소개했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의료상업화를 통해서 이득을 보는 자본은 우리 사회에서 의료영역을 계속 시장으로 떠밀고 있었습니다.
지난 1980년 미국에서 도입된 ‘의산복합체’ 개념을 통해, 한국의 의료상업화 추진 세력을 조망했습니다. 정부는 ‘서비스 산업 선진화’라는 명목으로 의료 상업화를 부추기고, 대자본은 이미 의료영역을 미래의 수익원으로 점 찍었습니다. 우리의 건강은? 뒷전이었습니다.
의료상업화의 실태와 문제는 너무나 커서, 지면으로 담기에 벅찼습니다. 기획은 <한겨레21>의 귀한 공간을 적지 않게 차지했습니다. 기획 자체가 책 한권이 될 정도로 방대했습니다. 지난 5월7일(<한겨레21> 909호)에 시작한 기획은 7월16일(918호)까지 8차례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기획 과정에서 도움을 준 무수한 전문가들과 <한겨레21>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귀한 상을 주신 한국기자협회에도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이 상품으로 거래되는 세상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과 생명의 논리도 시장의 힘에 거칠게 잠식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획이 그 위험한 흐름에, 시끄럽게 울리는 경종이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회차 수상작 2012년 7월
제263회(2012년 7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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