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한겨레신문 정환봉 기자
국정원 직원의 대선 여론 개입 의혹 사건은 유독 조용했다. 경찰은 대선 투표일 직전인 지난해 12월16일 밤 11시에 긴급하게 보도 자료를 내고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가 댓글을 쓴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밤늦은 시각에, 그것도 대선 3차 토론이 끝난 직후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경찰은 “국민적 관심사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그날 이후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최대한 피해왔다.
다른 주요 사건과 달리 수사와 관련해선 말 한마디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수사가 진전돼도 발표는 없었다. 지난해 12월16일 보도자료 배포, 17일 브리핑을 빼고 경찰의 공식 수사 발표는 1월3일 단 한차례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김씨의 혐의를 밝히기보다 혐의를 감추는 것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지난 1월31일 한겨레 보도로 김씨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글을 91개 작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때야 경찰은 해명성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닫았다.
1년이 갓 넘는 짧은 기간, 경찰 출입 기자로 지내면서 존경할만한 형사와 수사관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국정원 사건에서 경찰은 무명의 일선 경찰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공든 탑을 허물었다. 이번 사건의 최고 수사책임자인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주취 폭력을 근절한다며 일선 경찰서에 ‘주폭팀’까지 신설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심지어 주폭 100명을 구속했다는 보도 자료까지 냈다. 구속된 사람은 대부분 무직이나 일용직이었다. 경찰은 그들에 대한 수사에는 어떤 인정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이 개입된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모습은 달랐다. 마치 변호사와 같았다. 경찰이 민중의 지팡이가 될 것인지, 권력의 변호사가 될 것인지는 최종 수사결과 발표에서 결정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차 심사평
제269회 전체 총평
부산CBS ‘세제혜택 수단 전락한 푸드뱅크’ 식품관련 기업 위선 폭로
한국기자협회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된 지 만 1년이 되었다. 그 동안 몇 분의 심사위원이 신상의 변화로 교체되었지만 심사위원회 자체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심사 분야와 절차에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작품의 좀 더 엄정한 평가를 위해 응모 공적서에서 타 언론사의 선행보도 여부와 외부의 재정지원 여부를 밝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 달부터 응모 부문을 조금 조정하여 현실에 맞고 소외되는 부문이 없게 배려했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의 점수를 집계할 때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하여 더욱더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로 했다.
심사방식은 전과 동일하다. 심사위원들이 먼저 개별심사로 작품마다 6점에서 10점까지 점수를 매겨서 나온 평균점이 9점 이상이면 가부 투표 없이 최종 수상작이 되고, 8점 이상 9점 미만이면 평가 논의를 거친 후 수상 여부를 가부 투표로 결정한다. 심사위원은 소속사 출품작에 대해서는 점수를 매기거나 평가 발언을 하거나 수상 가부 투표를 하지 않는다.
이달에는 모두 38건의 작품이 출품되어 8건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취재보도부문에는 출품된 9개의 작품 가운데 4개의 작품이 8점을 넘겼고 이들은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가운데 KBS 사회2부 김시원, 김준범 기자의 ‘이동흡, 특정업무경비 본인 MMF 계좌 입금 등 연속보도’는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자의 인사검증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한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그러나 단발성 보도였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동아일보 사회부 정원수 기자 외 11명의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검증’은 다수로 팀을 꾸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고위공직자 검증작업을 벌인 점에서 호평을 받았으나 다른 언론사에서 하지 못한 특별한 검증 항목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 황방열, 이병한, 최지용, 박소희 기자의 ‘헌법 위의 이마트’ 연속보도는 이마트의 탈법적인 직원감시와 노조파괴 행태에 대해 일련의 치밀한 보도를 이어간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한겨레신문 사회부 정환봉 기자의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보도’는 한 기자의 끈질긴 추적으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라는 탈법행위를 밝혀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경제보도부문에는 1개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평균 8점을 넘기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부문에는 6개의 작품이 출품되어 국민일보 사회부 김유나, 정현수, 김미나 기자의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기를 버립니다’와 한겨레신문 사회부 김태규 외 4인의 검찰개혁 시리즈 ‘정치검찰의 민낯’이 8점을 넘겼다. 국민일보 작품은 현실을 무시한 입양특례법의 부작용을 연속보도를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언론의 사후점검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겨레의 작품은 정치검사들의 문제의 심각성을 시의 적절하게 환기했으나 분석력과 심층성이 좀 부족했다는 지적으로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는 네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8점을 넘긴 작품이 없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는 모두 열 개 작품이 출품되어 이 가운데 KNN 경남본부 송준우, 전성호, 박영준, 이원주 기자의 ‘어민 두 번 울리는 수산물재해보험’과 부산CBS 보도제작국 강동수, 강민정 기자의 ‘식품기업 재고처리와 세제 혜택 수단으로 전락한 푸드뱅크 실태’가 8점을 넘겼고 모두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KNN의 작품은 피해보험에 가입하고도 무지로 인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어민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부산CBS의 작품은 식품기업이 재고를 처리하고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먹기에 적절치 못한 음식을 푸드뱅크에 기부하는 위선적 행위를 증거로써 잘 폭로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 부문과 방송 부문에는 각각 한 편씩 출품되었으나 모두 8점을 넘기지 못했다. 전문보도 사진부문에는 모두 네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광주매일신문 사진부 김애리 기자의 ‘우주강국 향한 꿈의 궤적’만이 8점을 넘겼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위성발사체의 S자 궤적을 잘 포착했는데 이를 위해서 사전에 연구하고 준비하여 적절한 지점에서 오랫동안 대기함으로써 얻어낸 개가였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의 호평을 받았다. 기자협회 비회원 기자가 출품하는 특별상 부문에는 두 작품이 응모했으나 둘 다 8점을 넘지 못했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