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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제271회 · 2013년 3월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출품 4-06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조선일보 사회부

취재후기

(271회)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 조선일보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가 100% 번역 수준으로 표절했다.” 믿을 수 없는 정보였다. 공개 취재에 착수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했다. 제보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한 달에 걸친 취재가 수포로 돌아갈 즈음이었다. 한 취재원의 입에서 “정치외교학부의 한 교수가 최근 사직했다”는 말이 나왔다. 하마터면 영영 묻힐 뻔했던, 서울대 교수 논문 표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은 그렇게 드러났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한번 시작된 논문 표절 사건은 서울대를 중심으로 교수 사회를 뒤흔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연구논문으로부터 시작된 표절 의혹이 학위 논문으로까지 옮겨갔다. “표절자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한 취재원의 말이 계기였다. 그렇게 시작해 표절이 의심되는 수십 편의 석·박사 학위 논문을 검증하다 나온 결실이 ‘스타 강사’ 김미경씨의 논문 표절이다. 한참 주가를 높이던 김씨를 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우리 시대에 힐링 메시지를 던져주는 강사’와 ‘논문 표절자’ 두 가지 사실 중 어떤 것이 우리 사회 발전에 더 큰 영향을 주느냐는 고민이었다. 일주일 후 결론은 ‘표절’을 바탕으로 한 힐링은 ‘거짓’이라는 것이었다. 김씨의 표절 보도 이후 취재진은 한 달여 동안 수백 편의 논문과 씨름해야 했다. 매일같이 밤을 새워가며, 깨알 같은 크기로 인쇄된 논문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학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의 성원이 있었고, 기획을 허망하게 멈추기엔 이미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이 너무 커졌다. 참고문헌 자료들을 교묘히 어휘만 바꿔 베낀 논문들이 절대다수였다. 그러나 100% ‘복사’ 수준으로 표절한 논문이 아니면 보도할 수 없다는 것이 취재진이 세운 ‘철칙’이었다. 빗발치는 제보들의 옥석을 가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사사로운 원한에 근거한 제보가 몰려왔다. 자신의 적(敵)들에게 어떻게든 타격을 입히려는 취재원들의 눈빛을 보며 우리는 판단해야 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욕망인지. 둘 사이의 경계는 모호했다. 밤새 토론했고, 팩트가 함유된 정보 몇 조각만을 보도하기로 했다. “사회에 희망을 주던 김미경씨를 왜 몰락시켰는가” “십수년전 논문을 걸고넘어지는 것은 마녀사냥이자 인민재판이다” 취재과정에서 들은 볼멘소리들이다. 많은 기성세대의 생각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수긍이 갔다. 그렇다고 교수·목사·스타 강사까지 표절로 출세하는 우리나라가 정상은 아니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반칙을 일삼는 자들이 명성과 부를 차지하고, 원칙을 지킨 사람들이 패배자가 되는 게 제대로 된 것인가? 기사 몇 편으로 사회가 바뀐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제 막 작은 씨앗을 뿌렸을 뿐이다. 함께 고생한 이옥진, 원선우 기자와 데스크, 끊임없이 성원한 독자들에게 감사한다.

회차 심사평

제271회 전체 총평

KBS춘천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투자협상 허상 파헤쳐 제271회 이달의 기자상에 출품된 기사 건수는 총 30건. 평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인사 검증 보도 등이 쏟아졌던 연초와 달리 기자사회가 숨 고르기에 접어든 양상이다. 이달의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된 것은 7편. 이중 가장 경합이 치열했던 분야는 취재보도 부문이었다. 심사 대상에 오른 8건 중 3건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는데, 이중에서도 ‘한만수, 국외에 수십억 비자금 계좌’(한겨레신문) 보도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애초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종합소득세 탈루 의혹을 보도한 것은 YTN이었다. 그러나 단순 의혹 제기에 그친 YTN과 달리 한겨레는 이것이 한 후보자가 운용하던 해외 비자금 계좌와 관련돼 있었음을 파헤침으로써 추적 보도의 모범을 보여주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기업을 오랫동안 출입한 전문기자(곽정수 선임기자)가 해당 특종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기자사회에 귀감을 보여주었다는 평도 있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말씀 단독보도’(한겨레) 또한 깔끔한 특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록 국회의원의 도움을 일부 받기는 했지만, 국정원 사내 게시판에 오른 ‘원장 지시말씀’이라는 명백한 물증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다시금 환기시키고 여기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연루돼 있음을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 이 보도 이후 검찰이 원 전 국정원장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또한 가점 요소가 됐다. 또 하나의 수상작인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연속보도’(TV조선)는 증권가 정보지에 떠돌던 루머 수준의 첩보를 끈질긴 추적을 통해 처음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아직 사안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을 주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일부 있었으나, 이른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그 기여를 높이 사기로 했다. 한편 성접대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당사자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채널A 또한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김 전 차관이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 반론 보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 등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상에는 아쉽게 미치지 못했다. 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두 편의 수상작이 나왔다. ‘편의점 불공정 계약문제 연속 보도’(경향신문)는 점주의 자살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편의점 계약의 불공정성 문제를 시의적절하고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하나의 수상작으로 결정된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조선일보)은 앞의 편의점 기획 보도와 마찬가지로 주제 자체가 참신한 것은 아니나 입체감 있는 기획과 구성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을 받았다. 단, 국가 차원의 지식 관리 시스템 부재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 점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어주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경제보도 부문에서는 오랜만에 수상작이 나왔다. ‘ISS 보고서 단독 보도 외 지배구조 관련 연속보도’(서울경제신문)는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외국인 주주들이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발 빠르게 포착해 기사화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외국계 투자 자문기관(ISS)의 보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이 눈에 거슬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모두 8편이 출품된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MOU 실적 조작 연속보도’(KBS 춘천)가 유일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강원도가 외국 기업 128곳과 체결했다는 투자 협약의 이면을 파고든 이 기사는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현장 취재를 마다하지 않고 그 부실한 허상을 드러냄으로써 지역 여론을 환기시키고 결국 감사원의 예비 감사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았다. 단, MOU라는 것이 특성상 확정된 투자 계약서는 아닌 만큼 강원도가 투자 실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인지, 단지 과잉 홍보한 것인지의 문제를 명쾌하게 가려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이 회차 수상작 2013년 3월

제271회(2013년 3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취재보도부문 · 3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말씀 단독보도
1-02 한겨레신문 정환봉·엄지원·최유빈
사회 지도층 성접대 의혹 연속보도
1-06 TV조선 안형영·서주민·하누리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국외에 수십억 비자금 계좌
한겨레신문 곽정수
경제보도부문 · 1편
ISS 보고서 단독보도외 지배구조 관련 연속보도
3-01 서울경제신문 우승호·김민형·김영필·임세원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 2편
편의점 불공정 계약문제 연속보도
4-01 경향신문 박순봉·박홍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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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KBS춘천 박상용·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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