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압력 의혹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여성 연예인과 그를 구속했던 현직 검사, 이들 중간에 낀 의사, 그리고 프로포폴. 일명 ‘해결사 검사’ 사건은 세간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소재들이 여럿 섞여있다. 처음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리 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들떠있었다. 검찰 인사 등으로 새로운 사건 수사 진행이 없어 법조팀으로서는 ‘기사 비수기’를 걱정할 때였다. 우리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처럼 출고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연속 보도가 나가는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던 기사는 드물었던 것 같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법조팀 막내기자가 어디선가 ‘정보’를 물고 오면서 취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에이미’와 ‘검사’, ‘감찰 중인 것 같다’ 정도의 단편적 수준이었다. ‘에이미 사건은 꽤 오래전 일인데, 왜 지금 문제가 되지?’ ‘검사는 왜 문제가 된 거지?’
과거의 기사와 전국 검사 배치표 등을 찾아 해당 검사의 실명과 그가 현재도 춘천지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 내의 여러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에이미도 여러 차례 만났고, 성형외과 원장과 전직 병원 직원 등도 접촉했다.
팩트의 조각들을 엮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자 우리는 해당 검사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검사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소송을 운운하며 위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차분하게 그간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잘못했다. 다만 감찰 결과가 나온 뒤에 보도를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인간적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를 돕고 싶었다”는 검사의 해명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물론 검사가 사실을 감추려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는 출고를 앞두고 한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기사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가 ‘검사’이기 때문이었다.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사가 사적인 일처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한 일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브로커 검사’ 등의 검찰 추문은 모두 막강한 검찰권이 부른 일이었고, 이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3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온갖 기사들이 생산됐고, 거기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렸다. 여기서 우리는 또 고민했다. 여성 연예인과 검사의 관계가 아니라 검사와 의사간에 있었던 일, 검사의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려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선정적인 얘기들로 가득했다. 사건의 핵심이라 여겼던 일들은 뒤로 밀려나고, 자극적인 소재들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역시 취재한 내용을 모두 내놓고 ‘이런 것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도 생겼다. 그러나 법조팀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사 품격’은 유지하면서 가자고 서로 얘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비리 방지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기사들이 출고되는 데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 준 전석운 사회부장과 법조팀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남도영 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회차 심사평
제281회 전체 총평
제28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경기일보 ‘유류 수입업계 수천억 탈세’ 지역문제 다뤘지만 전국적 사안 의미 부여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었다. 16인의 전체 심사위원 가운데 심사의 연속성을 위해 8인은 유임되었고 8인만이 새로 위촉되었다. 위원들은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보다 더 공정하고 한층 더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을 다짐했다. 심사방식은 전과 동일하게, 자사 작품에 대해서는 채점이나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채점에서 평균 8점이 넘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장단점에 대해 논의한 후 수상작 여부 찬반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찬성표를 얻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2014년 1월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281회 이달의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40편이었고, 이 가운데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9편의 출품작 가운데 국민일보의 ‘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압력 의혹’ 보도가 유일하게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해당검사의 권력남용을 잘 파헤친 수작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연예인의 인적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해당 검사가 제도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행한 잘못은 있으나 나름대로 정의실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 큰 비리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취재보도2 부문에는 TV조선의 ‘일 정부 앙굴렘 국제 만화제 위안부전 방해’ 보도가 유일하게 출품되어 당당히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국제 만화제에서의 위안부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해공작을 관심을 가지고 계속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까지 얻어내는 등 노력을 들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7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경향신문의 ‘간접고용의 눈물-노무사들과 함께 쓰는 현장 보고서’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과거 간접고용 문제가 언론에 자주 다루어졌으나 대개 단편적으로 조명된 반면, 경향신문의 이 작품은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 8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대구MBC의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방과 후 학교’는 교육계의 큰 비리 가운데 하나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경기일보의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는 유류 수입업자들의 알려지지 않는 탈세 행태를 잘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들 두 작품은 모두 지역에서의 문제를 다룬 것이지만 그 사안은 전국적인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부여되었다. 그러나 이 두 작품 모두 후속보도가 없거나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취재보도1 부문과 경제보도 부문에는 카드사와 은행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관한 작품이 8건이나 출품되었고 나름대로 다 좋은 작품들이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같은 사안으로 여러 작품이 각축을 벌이다 보니 표가 분산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쉽게도 한 작품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디지털타임스가 가장 빠른 보도를 했고, 매일경제가 발 빠른 후속보도를 내보냈다는 점은 인정을 받았으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다른 언론사들도 나름대로 기여를 해서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그 파장의 전모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정 작품만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