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압력 의혹
국민일보 지호일 기자
여성 연예인과 그를 구속했던 현직 검사, 이들 중간에 낀 의사, 그리고 프로포폴. 일명 ‘해결사 검사’ 사건은 세간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소재들이 여럿 섞여있다. 처음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우리 팀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다소 들떠있었다. 검찰 인사 등으로 새로운 사건 수사 진행이 없어 법조팀으로서는 ‘기사 비수기’를 걱정할 때였다. 우리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
그런데 이번 기사처럼 출고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연속 보도가 나가는 와중에도 고민을 계속했던 기사는 드물었던 것 같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달 초 법조팀 막내기자가 어디선가 ‘정보’를 물고 오면서 취재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에이미’와 ‘검사’, ‘감찰 중인 것 같다’ 정도의 단편적 수준이었다. ‘에이미 사건은 꽤 오래전 일인데, 왜 지금 문제가 되지?’ ‘검사는 왜 문제가 된 거지?’
과거의 기사와 전국 검사 배치표 등을 찾아 해당 검사의 실명과 그가 현재도 춘천지검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 내의 여러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에이미도 여러 차례 만났고, 성형외과 원장과 전직 병원 직원 등도 접촉했다.
팩트의 조각들을 엮어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자 우리는 해당 검사와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검사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소송을 운운하며 위압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차분하게 그간의 사정을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잘못했다. 다만 감찰 결과가 나온 뒤에 보도를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다.
인간적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를 돕고 싶었다”는 검사의 해명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물론 검사가 사실을 감추려한 부분도 있었다). 우리는 출고를 앞두고 한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기사를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가 ‘검사’이기 때문이었다. 수사·기소권을 독점하는 검사가 사적인 일처리를 위해 권한을 남용한 일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최근 몇 년간 벌어진 ‘성추문 검사’ ‘뇌물 검사’ ‘브로커 검사’ 등의 검찰 추문은 모두 막강한 검찰권이 부른 일이었고, 이 사건 역시 본질적으로 같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3일 첫 보도가 나간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인터넷상에서 온갖 기사들이 생산됐고, 거기에는 엄청난 댓글들이 달렸다. 여기서 우리는 또 고민했다. 여성 연예인과 검사의 관계가 아니라 검사와 의사간에 있었던 일, 검사의 불법 행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려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이미 선정적인 얘기들로 가득했다. 사건의 핵심이라 여겼던 일들은 뒤로 밀려나고, 자극적인 소재들만 부각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역시 취재한 내용을 모두 내놓고 ‘이런 것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유혹도 생겼다. 그러나 법조팀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사 품격’은 유지하면서 가자고 서로 얘기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 비리 방지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 주길 기대한다. 끝으로 이 기사들이 출고되는 데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 준 전석운 사회부장과 법조팀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남도영 팀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日 정부, 앙굴렘 국제 만화제 위안부展 방해 TV조선
日 정부, 앙굴렘 국제 만화제 위안부展 방해
TV조선 전병남 기자
“프랑스 앙굴렘 만화제에서 위안부 특별전을 열 계획인데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프랑스 앙굴렘 만화제는 세계 최고의 만화축제입니다. 우리 정부는 만화제에서 일본군 위안부 특별전을 열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당초 행사를 ‘주최’하려던 여성가족부가 은근슬쩍 ‘후원’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석연치 않았습니다.
당사자인 여성가족부와 외교부는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취재를 거부했습니다. 외교 문제가 될 사안이라면 분명 일본 정부가 개입됐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본 외무성과 프랑스 행사 사무국 등으로 취재를 넓혔습니다.
처음엔 응대조차 않던 일본 정부. 끈질긴 설득과 취재 끝에 결국 “한국 정부와 프랑스 사무국에 위안부 특별전을 열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TV조선에 정부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우익 단체도 아닌,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 위안부 국제 행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시인한 겁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을 확보하니 일본 우익과 프랑스 현지 관계자, 한국 정부 등 다른 취재도 급물살을 탔습니다. 결국 묻힐 뻔 했던 치졸한 방해 공작의 전말은 모두 10여개 리포트로 제작, 방송됐습니다.
반향은 중국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환구시보의 추종보도에 중국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TV조선의 보도 내용을 일본어로 번역해 프랑스 주재 일본 대사관에 보낼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곧 한국을 포함한 각 국 언론에서 후속보도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프랑크 봉두 앙굴렘 국제만화제 조직위원장도 “일본 정부가 행사 철회를 요구해왔다”며 TV조선의 보도를 확인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일본 관방 장관까지 진화에 나서야 할 정도였습니다.
일본 정부는 망신만 톡톡히 당했고, 위안부 특별전은 큰 관심 속에 무사히 끝났습니다.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취재 전선을 국제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여성들의 삶을 다룬 출품작들을 미리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만화가 김광성 선생님은 “출품작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인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셨습니다.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는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도 요원합니다. 이젠 아예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역사에서 지울 태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특종으로 상을 받는 마음 한편은 솔직히, 무겁습니다. 기자로서 더 많은 힘을 보태라는 의미로 상을 주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끝으로 취재 전 과정을 이끌어주신 이진동 사회부장께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만행의 진실이,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간접고용의 눈물 - 노무사들과 함께 하는 현장보고서…
간접고용의 눈물 - 노무사들과 함께 하는 현장보고서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
<간접고용의 눈물> 시리즈는 ‘야만의 사회’로 변질되가는 우리 노동시장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실험이었다. ‘경영합리화’니‘아웃소싱’이니 하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화장기를 제거하고 나면 사실 간접고용은 야만과 폭력의 전근대적 착취구조에 그대로 맞닿아 있다. 문제는 간접고용이 우리 일상에 광범위하게 자리잡아 다들 노동의 극단적인 비인간화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본 기획을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노무사들의 현장체험이라는 색다른 기획의 시도를 하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처음부터 평범한 접근으로는 ‘또 그 얘기야’하는 반응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노동법의 시각에서 위장도급 혹은 불법파견의 요소를 적절
하게 끄집어내 현장을 고발해 내는 측면에 있어서도 노무사들의 현장체험은 의미있는 실험이었다. 하지만 한달씩 간접고용 현장을 체험할 노무사들을 만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수습까지 3개월 정도 공백이 있던 22기 수습노무사들의 카페에 들어가 공지글을 올리고 개인적으로 아는 노무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간접고용 시리즈에 동행할 5명의 노무사를 모집하는데 성공했다. 천군만마가 따로 없었다. ‘경향신문이 간접고용을 비판하기 위해 노무사들을 간접 고용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11월초부터 12월말까지 5명의 노무사들과 수시로 편집국 회의실에서 만나 서로의 체험을 공유하고 어떤식으로 수를 채워나갈지 논의하면서 시리즈의 틀은 완성돼 나갔다. 노무사들이 현장을 맡는 대신 나는 간접고용 문제 전반을 포괄하는 기획을 책임졌다.중앙노동위원회 사건검색 정보, 알바천국구인정보 등 그동안 연구자들의 손길이 닿지 않던 정보들을 주로 이용했다. 그렇게 2달간 준비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1월6일 간접고용의 눈물 시리즈 첫 회를 출고했다. 다행히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포털 다음과 네이버에는 매번 탑(Top)기사로 소개가 됐고 다양한 업종의 간접고용 노동자들로부터 제보가 쇄도했다.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던 억울한 사연들이 줄을 이었다. 편집국 선후배들도 응원을 해줬다. 그럴수록 부담은 더 늘어났다. 시리즈가 나갈때 마다 매번 작두를 타는 무당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리즈의 부담에서 해방됐다는 느낌보다 더 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아픔을 소개하지 못한것에 대한 죄스러움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20년 기자생활동안 가장 감정적 소모가 많은 작업이었다. 바람이 있다면 이 기사가 당장은 아니라도 우리사회 무관심의 장벽에 균열을 가져오는 의미있는 기록이 됐으면 한다. 5명의 노무사들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방과후 학교 대구MBC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방과후 학교
대구MBC 도성진 기자
❏ 교장 가족의 돈벌이 수단이 된 방과후 학교.
겨울 방학인데도 초등학교는 수업 중이었다. 영어에 과학교재를 손에 든 어린 학생들이 복도를 오가는 모습을 쉬 볼 수 있었고, 운동장에는 축구 수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2006년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방과후학교가 엄연히 우리 공교육의 한 축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취재는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으로 시작했다. 이 학교 방과후 학교 과학수업을 맡은 업체를 교장 가족이 운영한다는 지인의 제보에서 비롯됐는데, 취재가 거듭될수록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교장 딸이 실질적인 운영을 하며 아내는 속칭 바지사장으로 등록한 업체는 단기간에 대구시내 수십 개 학교에 진출해 세를 불렸고, 그 과정에 ‘현직 교장의 힘’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 교장의 비위일 것이라 여겼지만 다른 학교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교장 동생, 아내, 친척 등이 방과후 학교 업체를 운영하며 특혜를 받고 있는 사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방과후학교가 비양심적인 일부 교장과 그 가족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교육계에도 ‘전관예우’, 비리에 눈감은 교육청.
이런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대구교육청이 대기업 지원을 받아 만든 방과후 학교 재단은 전 대구교육연수원장, 전직 교장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대구지역 방과후 학교 시장의 30% 이상을 독식하며 전관예우의 통로가 됐고, 잇단 잡음에도 교육청은 사전심의 제도를 없애는 등 규제 완화와 비리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방과후 학교 업체 선정 과정은 불공정했고, 결과는 온갖 특혜와 비리로 이어졌다. 교장에게 뇌물을 주다 적발된 한 방과후 학교 업체는 제재는커녕 이듬해부터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고, 출판사 창고에 쌓인 싸구려 교재를 사들여 학생들에게 3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며 팔고 있었다. “계약 성사 한 건에 수백만 원, 수시로 교장에게 향응 제공, 전직 교장을 활용한 부적절한 영업활동” 등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교육청은 알고 있었지만 칼을 빼들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일부 업체는 공룡처럼 몸집을 불려 교장 인맥을 등에 업은 공고한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제대로 교육하려는 업체들에겐 참여의 기회를, 학생들에겐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 교육계에도 있는 노예계약, 노동 착취당하는 방과후 학교 강사.
대형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방과후 학교 강사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학교와 계약을 하려면 이른바 인력 중개업체에 적게는 30%대에서 많게는 50%이상의 과도한 수수료를 떼이며 ‘노예계약’을 맺고 있었고, 이런 행위가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것이다 보니 학교에는 이를 숨기는 이중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이런 노예계약은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체육 강좌에서 많았는데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사회의 부조리를, 그것도 교육 현장에서 서둘러 경험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던 취재였다.
❏ 수치 놀음에 불과한 평가가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하다.
수치로 보면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전국 교육청 청렴도 평가에서 전체 2위, 광역교육청 1위를 차지했지만 방과후 학교를 둘러싼 비리만 봐도 현실과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많게는 수백 개의 강좌가 열리고 있어, 역시 수치로만 봐서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을 대신하고 있는 듯 하지만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을 감안하면 이 또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 평가는 강압과 왜곡을 만들고 이는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기획보도로 대구교육청이 방과후 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안을 마련했고, 감사원도 다각적인 감사를 예고하고 있으니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그 결과에 기대를 걸어본다. 보도 말미에는 지독한 몸살에 걸릴 만큼 힘들었던 이번 기획취재에 늘 함께하며 현장을 누비고 고민을 나눈 한보욱 선배와 양관희 기자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보도국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유류 수입업계 수천억원 탈세 경기일보
유류 수입업계 수천억원 탈세
경기일보 안영국 기자
“세상에 이런 블루오션이 있는 줄 알았으면 내가 먼저 할 걸 그랬어요”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 행위에 대해 취재를 시작한 뒤 한 세무 관계자가 우스갯 소리로 기자에게 한 말이다.
비록 농담이지만 그 만큼 유류 수입업계가 법과 정부당국의 감시망을 피해 탈세로 너무나도 손 쉽게 돈을 벌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는 꼬박꼬박 정당하게 세금 내며 살아가는 선량한 소시민들이 더이상 억울하지 않도록, 탈세를 일삼는 범죄자들이 더 이상 활개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록된 석유 수입업체는 50여개다.
이 가운데 단 3개 업체만이 십여년간 꾸준히 석유를 수입해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1~2년, 2~3년 혹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등록과 폐업을 반복했다. 속칭 ‘바지사장’을 두고 운영했으며 법률 상 2년이 지나면 관련 법을 어겼던 일에 면죄부를 받았기에 거리낌이 없었다.
행정당국과 세무당국이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단 한차례도 탈세 업자들은 수사를 받지 않았다. 수입 후 판매, 탈세, 폐업, 다시 등록, 수입 후 판매, 탈세라는 고질적인 탈세 범죄가 판을 쳤다. 범죄자가 활개를 치고 다녔던 것이다.
범죄의 시작은 탈세의 주체인 석유 수입업체들이지만 이 같은 일이 가능하도록 방치한 정부당국의 소홀함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2000년 주행세를 지방세에 편입시킨 정부, 즉 안전행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업무를 떠 넘겼고, 지방자치단체는 어느 업체로부터 얼마의 지방세를 걷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2009년 감사원에 지적을 받을 때 까지 일이다. 2009년 이후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업체가 내는 세금만 받아왔다. 징수가 아닌 납부만 받아왔던 것이다.
대한민국은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석유가 국내 산업과 일상 생활 속 쓰이지 않는 곳이 없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석유를 전량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한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가공해 판매하는 정유사와 원유 및 석유제품(경유 등)을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가 있다.
하지만 국제 정세, 환율 등에 의해 석유값은 항상 요동쳤다. 안정된 가격으로 공급받지 못하는 자원빈국의 애환이랄까. 정부는 그동안 석유 수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줘 가며 석유값 안정화를 도모했다.
실제 석유 수입업체들의 항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유사의 독점에 따른 석유값 불안정을 석유 수입업체가 일정부분 억제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유 수입업체들이 수천억원의 지방세와 국세를 탈세했다는 것이 면죄 받을 수는 없다. 정부가 석유 수입업체들의 범죄 행위를 방관했다는 점 역시 눈 감고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보도 이후 정부당국은 유류 수입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 조사에 들어갔고, 지방세 및 국세에 대한 탈세 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국회와 함께 허술했던 유류 수입업계 관련 법안을 개정하기로 결정, 현재 개정 절차를 밝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 보도가 유류 수입업계의 자정화, 선진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끝으로 부족한 이번 보도를 ‘이달의 기자상’ 후보에 추천해준 편집국 선후배들과 어리석은 후배 기자를 이끌어 주신 김재민 부장님과 최해영 차장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특히 취재를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이 넘는 전화를 불평 한마디 없이 친절히 답변해 주신 업계 관계자들과 세무사 A씨 등 취재원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