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방과후 학교
대구MBC 도성진 기자
❏ 교장 가족의 돈벌이 수단이 된 방과후 학교.
겨울 방학인데도 초등학교는 수업 중이었다. 영어에 과학교재를 손에 든 어린 학생들이 복도를 오가는 모습을 쉬 볼 수 있었고, 운동장에는 축구 수업이 한창이었다. 지난 2006년 사교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방과후학교가 엄연히 우리 공교육의 한 축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취재는 대구 모 초등학교에서 불거진 특혜 의혹으로 시작했다. 이 학교 방과후 학교 과학수업을 맡은 업체를 교장 가족이 운영한다는 지인의 제보에서 비롯됐는데, 취재가 거듭될수록 문제는 간단치 않았다. 교장 딸이 실질적인 운영을 하며 아내는 속칭 바지사장으로 등록한 업체는 단기간에 대구시내 수십 개 학교에 진출해 세를 불렸고, 그 과정에 ‘현직 교장의 힘’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었다. 한 교장의 비위일 것이라 여겼지만 다른 학교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교장 동생, 아내, 친척 등이 방과후 학교 업체를 운영하며 특혜를 받고 있는 사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방과후학교가 비양심적인 일부 교장과 그 가족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교육계에도 ‘전관예우’, 비리에 눈감은 교육청.
이런 문제를 극복하겠다며 대구교육청이 대기업 지원을 받아 만든 방과후 학교 재단은 전 대구교육연수원장, 전직 교장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대구지역 방과후 학교 시장의 30% 이상을 독식하며 전관예우의 통로가 됐고, 잇단 잡음에도 교육청은 사전심의 제도를 없애는 등 규제 완화와 비리 덮기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 방과후 학교 업체 선정 과정은 불공정했고, 결과는 온갖 특혜와 비리로 이어졌다. 교장에게 뇌물을 주다 적발된 한 방과후 학교 업체는 제재는커녕 이듬해부터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고, 출판사 창고에 쌓인 싸구려 교재를 사들여 학생들에게 3배 이상의 폭리를 취하며 팔고 있었다. “계약 성사 한 건에 수백만 원, 수시로 교장에게 향응 제공, 전직 교장을 활용한 부적절한 영업활동” 등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교육청은 알고 있었지만 칼을 빼들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일부 업체는 공룡처럼 몸집을 불려 교장 인맥을 등에 업은 공고한 진입장벽을 만들었다. 제대로 교육하려는 업체들에겐 참여의 기회를, 학생들에겐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 교육계에도 있는 노예계약, 노동 착취당하는 방과후 학교 강사.
대형 업체들이 장악한 시장에서 방과후 학교 강사들이 일자리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학교와 계약을 하려면 이른바 인력 중개업체에 적게는 30%대에서 많게는 50%이상의 과도한 수수료를 떼이며 ‘노예계약’을 맺고 있었고, 이런 행위가 공식적으로는 금지된 것이다 보니 학교에는 이를 숨기는 이중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이런 노예계약은 대학 체육학과 학생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체육 강좌에서 많았는데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사회의 부조리를, 그것도 교육 현장에서 서둘러 경험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컸던 취재였다.
❏ 수치 놀음에 불과한 평가가 우리 교육을 병들게 하다.
수치로 보면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전국 교육청 청렴도 평가에서 전체 2위, 광역교육청 1위를 차지했지만 방과후 학교를 둘러싼 비리만 봐도 현실과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방과후 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많게는 수백 개의 강좌가 열리고 있어, 역시 수치로만 봐서는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을 대신하고 있는 듯 하지만 팽창을 거듭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을 감안하면 이 또한 현실을 애써 외면한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교육 평가는 강압과 왜곡을 만들고 이는 곧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번 기획보도로 대구교육청이 방과후 학교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안을 마련했고, 감사원도 다각적인 감사를 예고하고 있으니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그 결과에 기대를 걸어본다. 보도 말미에는 지독한 몸살에 걸릴 만큼 힘들었던 이번 기획취재에 늘 함께하며 현장을 누비고 고민을 나눈 한보욱 선배와 양관희 기자에게 이번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보도국 선후배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회차 심사평
제281회 전체 총평
제28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경기일보 ‘유류 수입업계 수천억 탈세’ 지역문제 다뤘지만 전국적 사안 의미 부여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회가 새로 구성되었다. 16인의 전체 심사위원 가운데 심사의 연속성을 위해 8인은 유임되었고 8인만이 새로 위촉되었다. 위원들은 이달의 기자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보다 더 공정하고 한층 더 엄격한 심사를 할 것을 다짐했다. 심사방식은 전과 동일하게, 자사 작품에 대해서는 채점이나 논의에 참여하지 않고, 채점에서 평균 8점이 넘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장단점에 대해 논의한 후 수상작 여부 찬반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찬성표를 얻은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2014년 1월의 기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제281회 이달의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40편이었고, 이 가운데 5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취재보도1 부문에서는 9편의 출품작 가운데 국민일보의 ‘프로포폴 연예인 구속 검사, 성형 의사에 수술비 반환 압력 의혹’ 보도가 유일하게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작품은 해당검사의 권력남용을 잘 파헤친 수작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연예인의 인적사항을 공개함으로써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고, 해당 검사가 제도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행한 잘못은 있으나 나름대로 정의실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 큰 비리라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취재보도2 부문에는 TV조선의 ‘일 정부 앙굴렘 국제 만화제 위안부전 방해’ 보도가 유일하게 출품되어 당당히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국제 만화제에서의 위안부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방해공작을 관심을 가지고 계속 보도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반응까지 얻어내는 등 노력을 들인 수작으로 평가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는 7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나 경향신문의 ‘간접고용의 눈물-노무사들과 함께 쓰는 현장 보고서’만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과거 간접고용 문제가 언론에 자주 다루어졌으나 대개 단편적으로 조명된 반면, 경향신문의 이 작품은 간접고용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역 취재보도 부문에서 8편의 작품이 출품되어 2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먼저 대구MBC의 ‘비리 온상으로 전락한 방과 후 학교’는 교육계의 큰 비리 가운데 하나를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경기일보의 ‘유류 수입업계의 수천억 탈세’는 유류 수입업자들의 알려지지 않는 탈세 행태를 잘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이들 두 작품은 모두 지역에서의 문제를 다룬 것이지만 그 사안은 전국적인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부여되었다. 그러나 이 두 작품 모두 후속보도가 없거나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취재보도1 부문과 경제보도 부문에는 카드사와 은행의 고객정보 유출사건에 관한 작품이 8건이나 출품되었고 나름대로 다 좋은 작품들이어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같은 사안으로 여러 작품이 각축을 벌이다 보니 표가 분산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아쉽게도 한 작품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디지털타임스가 가장 빠른 보도를 했고, 매일경제가 발 빠른 후속보도를 내보냈다는 점은 인정을 받았으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었고, 다른 언론사들도 나름대로 기여를 해서 금융권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그 파장의 전모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정 작품만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