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TV조선 정치부 엄성섭 기자
TV조선 외교안보팀은 지난 2월14일 아침 외교가에서 '김정남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근거는 명확지 않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중요 정보였다.
끈질긴 취재 끝에 각종 경로로 김정남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여성 용의자들에 의해 독살됐다는 팩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정남 암살이 남북 관계는 물론 동북아를 둘러싼 외교 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보도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거듭된 회의 끝에 팩트가 확인된 만큼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도하기로 했다.
그 이후 로이터와 AP, AFP 등 주요 국제 통신사들과 뉴욕타임스·요미우리·CCTV 등 각국 언론이 TV조선 보도를 인용해 속보를 전했다. 말레이시아 사법 당국도 뒤늦게 이를 확인해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세계적 특종이었다.
이후에도 TV조선은 특별취재팀을 꾸려 단독 보도를 이어갔다. 말레이시아와 마카오, 프라하 현지 취재에 들어갔다. 김정남 암살과 북한의 연결고리가 하나둘씩 드러났다. 왜 북한이 김정남을 암살했는지,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 인물은 누구인지, 김정남을 독살한 물질은 뭐였는지 등에 대해 연속으로 단독 보도했다.
결국 말레이시아가 북한 주재 본국 대사를 불러들이고,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는 한편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를 강제 추방하는 등 외교 갈등까지 빚어졌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선 반북 감정이 고조됐다. 김정은 정권의 민낯이 전 세계에 드러난 것이다.
정치부 맏형으로 각종 상황을 진두지휘해준 강상구 차장과 배성규 부장, 그리고 보도본부 식구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소식들은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에 의해 국내에 타전됐을 것이다.
회차 심사평
제318회 전체 총평
2017년 2월 ‘이달의 기자상’(318회)에는 TV조선의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등 모두 7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통적인 특종기사가 경합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모두 3건이 선정됐을 만큼 좋은 보도가 많았다. TV조선의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는 시간 특종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다각도로 사실 확인을 마쳤다는 점과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국내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이번 달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보도 2건이 수상을 차지했다. SBS의 ‘안종범, 선물 덕에 아내한테 점수 땄다…녹취록 공개’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아니지만, 공직자에 대한 뇌물이 어떻게 오가는지 그리고 일그러진 지식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 ‘최순실 모친, 삼성동 대통령 자택 계약 증언’은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을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받았다. 특히 수십년 전의 부동산 관련 자료와 인물을 샅샅이 뒤지는 등 발로 뛴 취재 과정도 박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가 선정됐다. 게임산업의 열악한 실상과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혹사당하는 현실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개선책을 이끌어낸 좋은 보도라는 평이 있었다. 다만, 기사의 초점이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데 대한 경제적인 보상에 맞춰진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주로 밤에 일하는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대 견해도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경인일보의 ‘아스콘 공장발(發) 건강·주거권 경보’는 최초로 아스콘 공장의 피해를 다뤘을 뿐 아니라 종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경찰서의 이전까지 이끌어낸 공헌도를 인정받았다. 또, 문화재청의 무사안일과 대구시청의 무능, 복원업자의 후안무치 등 경상감영 복원사업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확인 취재한 대구MBC의 ‘문화재 망친 엉터리 복원공사’도 이 부문 수상작에 뽑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TBC의 ‘잠입취재 정신병원에서 무슨 일이’가 선정됐다. 2년 전의 보도 이후 현장에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 점검하기 위한 기획 의도가 호평을 받았다. 또, 기자가 직접 정신병원에 보름간 머물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병원의 비리를 생생하게 보도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병원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기자 신분을 속이고 환자를 가장한 점은 취재 윤리의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나온 한국일보의 ‘문빠 힘인가 독인가-양날의 칼 정치인 팬덤’과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YTN ‘국민신문고-되돌릴 수 없는 낙인’은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으나, 아쉽게 최종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정치인 팬덤’ 기사는 현실정치에서 벌어지는 ‘빠 현상’을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했다는 호평이 있었다. YTN의 ‘되돌릴 수 없는 낙인’ 역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잘 지적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