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망친 엉터리 복원공사」
대구MBC 뉴스취재부 도성진 기자
국보 1호 숭례문이 불길에 휩싸이는 광경을 지켜봐야했던 지난 2008년. 복원공사 과정에 드러난 대규모 비리는 국민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문화재계에 이어져온 고질적인 비리구조, 과연 우리 주변은 괜찮을까? “경상감영이 엉망으로 방치되고 있어요”라는 추상적인 제보로 시작한 취재는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했다.
제보를 받고 처음으로 현장을 확인하며 영상에 담은 지난해 10월, 곳곳이 갈라지고 찢진 채 방치된 모습에서 구조적 비리를 예감할 수 있었다. 단발성 보도에 머물지 않기 위해 긴 호흡을 가지고 복원공사가 있었던 2010년으로 되돌아갔다. 대구시와 관할 구청을 상대로 공사 입찰과정에서부터 공사 당시 수리보고서, 시방서, 설계변경 내역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과 현장 확인을 이어갔다. 석 달여 동안 국가 사적급 문화재가 훼손된 채 방치된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 ‘문화재 돌봄사업’을 이른바 관피아가 7년째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전문가와의 현장조사를 통해 역사적 고증조차도 무시한 엉터리 복원공사의 구조적 문제를 들춰낼 수 있었다. 석 달여에 걸친 취재, 네 번에 걸친 연속보도가 나간 뒤 대구시는 특별점검을 통해 대대적인 개선책을 내놓았고 경찰도 수사하고 있다.
“저널리즘이란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 감추려고 하는 진실을 찾아내 보도하는 것이다. 그 나머지는 모두 홍보다”라는 BBC 브래드쇼 기자의 너무도 명쾌한 저널리즘 정의를 늘 가슴에 품고 살지만 그것을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뼈저리게 깨달은 지난 몇 년이었다. 저널리즘의 가치가 철저히 훼손되고 상식을 말하는 언론인이 변방으로 쫓겨나야 했던 어둠의 터널. 권력의 편에서 아부하지 않고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로 뛰며 어둠에 맞서는 기자들이 존중받는 언론환경으로 복구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회차 심사평
제318회 전체 총평
2017년 2월 ‘이달의 기자상’(318회)에는 TV조선의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 등 모두 7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통적인 특종기사가 경합하는 <취재보도1부문>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 모두 3건이 선정됐을 만큼 좋은 보도가 많았다. TV조선의 ‘김정남 암살 최초 보도 및 후속 보도’는 시간 특종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다각도로 사실 확인을 마쳤다는 점과 외국에서 발생한 사건임에도 국내언론이 먼저 보도한 점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취재보도1부문>에서는 이번 달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보도 2건이 수상을 차지했다. SBS의 ‘안종범, 선물 덕에 아내한테 점수 땄다…녹취록 공개’는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은 아니지만, 공직자에 대한 뇌물이 어떻게 오가는지 그리고 일그러진 지식인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보도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JTBC ‘최순실 모친, 삼성동 대통령 자택 계약 증언’은 박근혜-최순실 경제공동체 의혹을 풀 실마리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높게 받았다. 특히 수십년 전의 부동산 관련 자료와 인물을 샅샅이 뒤지는 등 발로 뛴 취재 과정도 박수를 받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게임산업 노동자 잔혹사’가 선정됐다. 게임산업의 열악한 실상과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이 혹사당하는 현실을 낱낱이 드러냄으로써 개선책을 이끌어낸 좋은 보도라는 평이 있었다. 다만, 기사의 초점이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데 대한 경제적인 보상에 맞춰진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주로 밤에 일하는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반대 견해도 있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경인일보의 ‘아스콘 공장발(發) 건강·주거권 경보’는 최초로 아스콘 공장의 피해를 다뤘을 뿐 아니라 종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경찰서의 이전까지 이끌어낸 공헌도를 인정받았다. 또, 문화재청의 무사안일과 대구시청의 무능, 복원업자의 후안무치 등 경상감영 복원사업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확인 취재한 대구MBC의 ‘문화재 망친 엉터리 복원공사’도 이 부문 수상작에 뽑혔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는 TBC의 ‘잠입취재 정신병원에서 무슨 일이’가 선정됐다. 2년 전의 보도 이후 현장에서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확인 점검하기 위한 기획 의도가 호평을 받았다. 또, 기자가 직접 정신병원에 보름간 머물면서 그 속에서 벌어지는 병원의 비리를 생생하게 보도한 것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병원에 잠입하는 과정에서 기자 신분을 속이고 환자를 가장한 점은 취재 윤리의 측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에 나온 한국일보의 ‘문빠 힘인가 독인가-양날의 칼 정치인 팬덤’과 <기획보도 방송부문>의 YTN ‘국민신문고-되돌릴 수 없는 낙인’은 최종 심사대상에 올랐으나, 아쉽게 최종 수상작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일보의 ‘정치인 팬덤’ 기사는 현실정치에서 벌어지는 ‘빠 현상’을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심층적으로 접근했다는 호평이 있었다. YTN의 ‘되돌릴 수 없는 낙인’ 역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문제점을 시의적절하게 잘 지적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