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6편
「美」, 독도 표기 변경 관련 연속 보도 KBS
위대한 그녀들이 있기에....
경찰이 시민의 제보가 없으면 범인을 잡기가 어렵듯이 기자도 혼자 힘으로는 특종을 하기 참 어렵다. 이번 특종도 해외에서 살고 있는 우리 한국 여성들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미 의회도서관이 독도 표기를 고치려고 한다는 제보를 해 준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책임사서 김하나씨가 그 가운데 한 분이다. 그녀는 토론토 총영사관에 제보했지만 대응이 신통치 않자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에 공문을 보내면서 조지워싱턴대학교 김영기 교수를 통해 특파원에게도 이메일로 제보를 한 것이다. 지난 7월 14일 밤 (이하 미국 시간) 국제팀 후배의 도움을 받아 김하나씨를 전화 인터뷰해서 밤샘 작업을 거쳐 9시뉴스에 리포트를 했다. 7월 15일 아침 이 리포트를 본 교민들이 미국 의원들과 각계에 항의를 전달하고 대사관도 부랴부랴 나서서 7월 16일로 예정됐던 의회도서관의 회의는 잠정 취소됐다.
이렇게 일이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2-3일 후 도쿄의 후배 특파원이 인터뷰 부탁을 해왔다. 이 분이면 되겠다 싶은 분이 있어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결정적인 말씀은 이리저리 잘도 피해서 애를 먹였다. 실망이 컸는데, 다음날 미안했던지 전화로 놀라운 얘기를 하는게 아닌가? 미 국립지리원이 독도를 한국령에서 공해상의 섬으로 바꾸려 한다고. 그러나 자기에게 알려준 미국 관계자의 입장 때문에 인터뷰는 못하겠다고. 그분의 말 한마디로는 리포트하기가 어려워 고민 끝에 대사관에 알려서 막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미 국립지리원과 접촉을 하고 있던 A씨와 다른 실무 직원에게 내용을 알려주고 대처하라고 했다.
그러던 중 7월 25일 A씨가 미 국립지리원 관계자를 만나고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전화로 확인했더니 정작 그 내용은 물어보지 않았다는 답변이었다. 정말 실망스러워서 벌컥 화를 내고 혹시나 해서 다시 지명 검색 사이트를 검색해 봤더니 독도의 한국령 표기가 사라진 것이 아닌가? 대사관에 다시 전화를 해서 바뀐 사실을 알려주고 다음날 새벽 리포트를 제작해 9시뉴스에 방송했다. 이어 단순한 데이터 베이스 정리라는 미국측 해명에 대해 쿠릴열도나 센카구 열도의 사례를 찾아내 반박한 리포트, 미 지명위원회 위원 전원과 전화 통화를 해서 적어도 1년 전에 이 작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리포트 한 것 등 특종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부시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에서 독도 표기를 원상 복구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직접 듣고 한국 시간 새벽 5시에 뉴스속보로 방송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긴급 속보를 위해 백악관에서 KBS 워싱턴지국 사무실로 달려갈 때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이 과정에서 후배 이현주 특파원은 이태식 대사가 부시 대통령과 만났다는 사실을, 정인석 특파원은 독도 표기 변경 추진 문서를 특종 보도해 특종 시리즈를 이어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심껏 지원해준 서울의 국제팀 선후배 기자들과 편집 요원들에게는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번 일련의 특종 보도로 미국에서 독도 표기가 바뀔 뻔 한 것을 결과적으로 막게 돼 기자로서 보람이 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해외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항상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 덕분이었다. 특히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여성은 국가에서 훈장을 줘도 모자랄 것이다. 이들은 지금도 독도를 지키기 위해 인터넷 상에서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 특히 외교 당국의 태도는 아직도 나에게 분노와 실망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저지하거나 원상회복을 이룬 것은 아주 잘 한 일이지만 반성해야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적어도 1년 이상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진정으로 반성하고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묻지마 보험료’ 천국 기획시리즈 서울경제…
<수상소감> 우승호 서울경제 금융부
‘놀랍고, 놀랍고, 놀라웠다.’
생명보험상품의 보험료 속내를 들여다 보는 과정이 그랬다.
지난해 생보사가 거둬간 보험료만 75조원, 지금까진 누적 보험료는 수백 조원에 이른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인 2,000만 명이 생명보험 가입자로 계약 건수만 수 억 건에 달한다. 하지만 보험료에 대한 문제제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보험은 연간 민원 건수가 3만 건이 넘고, 소송은 1만 건, 소송금액만 3조원이 넘는 대표적 ‘민원(民怨) 산업’이다. 그러나 보험료에 대한 민원이나 소송은 단 한 건도 없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보험료와 관련된 건 전부 비밀이다. 보험료 산정의 기초통계가 되는 ‘경험생명표’ 부터 대외비다. 단순통계 자료인데 비밀이다. 보험료 구성 내역은 말할 것도 없고, 상품을 몇 개 만들어 팔았는지도 비밀이다. 보험료는 ‘업계자율’이기 때문에 알려줄 것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는 것이 감독당국 입장이다. 카드나 펀드ㆍ은행 수수료 1~2%포인트에 칼날을 들이대는 것과는 딴판이지만 사실이다.
보험사에서 20년, 30년을 일했다는 베테랑들도 보험료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마진이 얼마인지 모른다. 보험상품을 관리 감독하는 관계자들도 “보험료처럼 어려운 건 묻지 말라”고 손사래를 친다. 보험정책을 담당하는 정부기관들은 “보험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관심조차 없다. 업계조차 “감독당국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무시한다. 그런데도 각종 보험관련 정책이 쏟아진다. 어이없지만 현실이다.
생보사들은 매년 수 천 개씩 신상품을 쏟아내고 계약자들은 수 십 조원의 보험료를 낸다. 보험료와 관련된 문제나 민원은 없고, 모든 게 비밀이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무 것도 모른다는 감독당국은 척척 정책을 내놓는다. 신기에 가깝다.
보험사와 계약자들은 매년 만 건이 넘는 소송을 한다. 결과는 가입자의 완패. 보험사들이 법의 울타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넓혀놨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가입 후 2년이 지나도 자살이면 보험금을 안 준다’고 법을 고치는 중이다. 가입 후 바로 자살하는 역선택을 막기 위해 2년이라는 기한을 뒀지만, 그 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다. 우울증 등 질병으로 자살해도 보험금은 없다. 하지만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따지는 목소리는 개미소리 만하다. 계약자의 권익은 그렇게 사라져 왔다.
‘묻지마 보험료 천국’ 시리즈는 시작일 뿐이다. ‘생명보험은 어렵다. 복잡하다. 전문적이다’라는 장막을 거둬 낸 것이다. 누구든 캐내면 캐낼 수 있고, 캐낼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개인적으로 기자 생활 10년 동안 묵은 숙제 몇 가지를 했다는 것에 마음 한 켠이 홀가분하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는 서울경제신문이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을 기록에 남기고 싶다.
MB 인사실태보고 연속 보도 KBS
< MB 인사실태보고 연속 보도 >
김용진, 김웅규, 김명섭, 최경영, 김민철, 박중석, 이병도, 정수영, 박석호, 조현관 기자
“과거의 관행대로 (공공기관장 인선 회의를) 서면의결로 대신했습니다.” 취재팀이 현정부 들어 올해 6월까지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모두 서면의결이라는 파행 운영을 한 사실을 밝혀낸 뒤 위원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해 참여정부 당시 열린 14차례의 공공기관운영위 회의 가운데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법치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초법적인 사퇴압력과 보은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과 정부 부처의 감사도 기관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표적감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취재진은 공공기관장 인사가 과연 법과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지 그 실태를 하나하나 낱낱이 확인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 정부의 핵심 요직에 대한 인맥 분석을 시도했다.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 관련 기관의 임직원으로부터 대통령 선거 캠프, 인수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인맥도와 이명박 후보 시절의 후원금 파일을 입수해 이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현 정부 들어 4차례 열린 공공기관운영위 회의가 모두 편법적인 서면의결로 이뤄지는 한편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일부 민간위원들은 회의 자료조차 받지 못하고 의결권을 박탈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7월 초까지 74개 공공기관의 123명의 임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됐음을 확인했다.
부당하게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 임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와 감사원, 40여 개의 공공기관을 찾아 나섰다. 보은 인사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6월 말까지 선임된 공공기관장급 인사 68명에 대해 이 대통령이 과거 몸담았던 기관과 대선캠프, 외곽조직, 인수위 경력 등을 조사했다. 사퇴 압력을 받은 기관장들의 증언과 감사원과 정부부처의 감사 실태와 시기,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명을 퍼즐처럼 꿰어 맞춰 보았다. 결국 대통령 취임 한 달 뒤부터 시작한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청와대의 치밀하게 기획된 로드맵에 따라 착착 진행돼 왔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또 이명박 대선 후보의 후원금 분석을 기초로 한 인맥 분석을 통해 서울시향과 재단법인 ‘행복세상’ 등의 아무 관련 없이 보이는 두 기관의 임원들이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부터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요직을 나눠 맡게 되는지에 상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 논란은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탐사보도팀이 취재를 착수하고 난 뒤 준거로 삼은 틀은 지난해 여야의 합의로 입법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이었다. 현 정부가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지 않았다면 법과 법 정신에 입각한 인사 원칙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취재 내내 미래를 지향하는 선진화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을 발견할 수 없었다. 최근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KBS 탐사보도팀을 비롯한 여러 언론의 문제 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만의 리그’를 고수한 채 불안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깝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
연속기획 ‘빛바랜 BK21' KBS
유광석(KBS 문화복지팀)
쫓는 자와 쫓기는 자, 중앙아시아의 한복판 우즈베키스탄의 한 골프장에서 난데없는 추격전(?)이 벌어졌다.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발표가 진행되는 시간에 골프를 치는 이유를 따져 묻는 기자, 곤혹스런 질문에 연신 기자를 피하다 이내 달아나는 교수...
사실 해외 취재를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장면이 연출되리라고는 취재진도 예상하지 못했다. 취재의 시작은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학술대회가 이름과는 전혀 달리 ‘한국인들만의 학술대회’로 전락하고 있음을 밝히는 데 있었다. 그래서 사전에 학술대회 참가자 명단을 입수해 참가자의 4분의 3이 한국인인 사실을 확인했다. 관광과 골프 일정도 확인했다. 이제 참가자들과 최대한 가까이 밀착해 한국인들끼리 학술대회를 어떻게 진행하는지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학술대회를 주관하는 학회가 국내 IT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대회운영도 가장 잘 한다고 평가가 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외유 일정이 포함된 게 놀라울 뿐이었다.
우즈베키스탄 학술대회 현장에 가보니 놀라움은 눈앞에 현실로 나타났다. 참석자들 상당수가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단체 관광을 즐기고 있었다. 일부 교수들은 이른 새벽부터 골프장으로 향했다. KBS 취재진임을 밝히자 모두들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자신은 교수가 아니라고 발뺌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어떻게 방송국 취재진이 골프장에 들어올 수 있었냐며 골프장 측에 항의하는 바람에 취재진은 쫓겨나다시피 골프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우리를 골프장에 안내했던 가이드가 곤경에 빠져 매우 난감한 상황도 발생했다.
우리가 ‘빛바랜 BK21’ 시리즈를 통해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막대한 국가연구비를 사용하는 교수들의 연구윤리 부재였다. 실적 부풀리기에 국가연구비가 줄줄 새나가고,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BK21의 당초 취지와는 거꾸로 교수들의 윤리 불감증은 그대로 대학원생들에게 스며들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성과가 있어 보람도 있었다. 무엇보다 제도개선이 곧바로 이뤄졌다는 것.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례적으로 즉각 후속 조치계획을 내놓았고, 학부모단체의 감사청구에 의해 감사원의 감사가 곧 실시될 예정이다. 전국 대학 산학협력단협의회는 사과 성명을 내놓았다.
교육팀의 팀워크도 빛을 발했다. 단순히 엉터리 국제학술대회 현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적 부풀리기의 원인과 그로 인한 폐해까지 연속 보도할 수 있었던 건 개인이 아닌 팀의 힘이었다.
'두 얼굴의 변호사들’ 등 변호사 시리즈 연속기획 …
<취재후기>
시상식 때 기자협회장 선배가 “성역을 취재했다”고 했다. 사실 성역이 맞았다. 취재하기 어려운 성역이 아니라 변호사들이 만들어 놓은 성역이었다. 수임료만 받고 잠적한 유명 변호사도, 판사 접대비 명목으로 웃돈을 받은 전관 변호사도 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기에만 급급했다. 수천만원의 수임료를 받고 불성실 변론을 하면서도 의뢰인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안 하는 변호사들. ‘나는 힘들게 공부해서 어려운 사법고시 합격했다’ 하는 변호사들의 특권 의식은 정말 예외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의뢰인들이 돈을 갖다주면서도 변호사에게 머리를 조아려야 하는 이상한 현실을 보면서 이게 무슨 법률 ‘서비스’ 인가 할 정도였다. 제보가 넘쳐서 두 편으로 나눠서까지 보도할 때는 그때서야 뒤늦게 ‘이러다 변호사들 줄소송 들어오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도 다른 데 호소했을 땐 해결 안 됐는데 방송에 제보하니까 해결됐다며 역시 언론사가 힘이 세다는 의뢰인들의 얘기를 듣고는 ‘아 그래도 아직 힘이 있다고 생각 해 주시는구나’ 싶어서 없던 힘도 불끈 솟아올랐다. (요즘 워낙 기자들 힘 빠지게 하는 언론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라...^^) 지나칠 정도로 성역 없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투철한 고발 정신으로 항상 후배들을 채찍질 해 주시는 뉴스후 데스크들께 감사드린다.
장애아 거부하는 예술중학교 KBS부산
‘장애아들은 예술중학교에 입학 할 수 없다는 얘긴가?’
보도는 이처럼 아주 기본적인 물음에서 시작됐다. ‘그래도 학교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라며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을 충분히 더듬으며 취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의 입장은 의외로 단순하고도 꼿꼿했다. 학교는 ‘특수학교에 다녔던 아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교육청은 ‘특성화학교는 관여할 수 없다’는 논리로 학교의 주장을 두둔했다. 선진국을 지향한다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장애아를 대하는 뿌리깊은 편견... 장애아를 둔 어머니의 절박한 심정이 가슴에 와닿았고, 전국 2백만이 넘는 장애인을 대신해 어머니의 응어리라도 풀어줘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됐다.
발달장애 2급 아들을 둔 성민이 어머니의 사연인 즉, ‘아이가 실기시험을 쳐서 입학하면 난처해진다’며 예술중학교가 사실상 시험을 거부했다는 것.
전국미술대회에 여러 차례 입선할 정도로, 아이의 그림실력과 관찰력은 뛰어났다.
상담시 학교도 레슨 강사까지 추천해줄 정도로 실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성민이가 특수학급에 있다는 것을 안 뒤 학교의 태도는 돌변했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답변은 아이를 두 번 울렸다. ‘특성화학교는 모든 사항을 자체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 성민이의 질환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증 자폐에 해당하는 아스퍼거 증후군. 그러나 학교와 교육청은 성민이를 한번 만나 보지도 않은 채 입학하면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교육의 기회를 차단하고 있었다.
관련법규를 뒤졌다. ‘모든 학교는 특수교육 대상자를 위한 편의와 시설을 제공해야 하고, 국가는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교육청은 특성화 학교라서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와 교육청은 졸업 전에 ‘특수교육 대상자의 지정*배치 제도’에 관한 안내도 제대로 없었다.
KBS의 보도로 교육청은 결국 특수교육대상자 선정 절차부터 다시 시작했지만, 절차마다 가시밭길 이었다. 1차 특수교육 운영위원회 결과는 ‘일반중학교에 학적을 둔 채 적응기간을 거쳐 재심사하겠다’는 회괴한 결정이었다. ‘반인권적인 처사’라며 인권단체들이 반발했고, 논란은 후속보도로 이어졌다.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자 교육청은 재심사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성민이는 입학거부 당한지 9개월만에, 보도가 시작된 지 다섯달만에 예술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기장상을 받으러 가는날, 어머니로부터 무사히 첫 등교를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했다. ‘입학은 했지만, 학교와 교육청이 따뜻하게 보듬어 안을 수 있을까?’ ‘비장애 아이들과 다른 학부모들의 시선이 차갑지는 않을까?’ 그리하여 ‘성민이의 순수가 또다시 짓밟히지는 않을까?’...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편견.
세상에 빛을 본 성민이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비장애인들의 이른바 ‘의식장애’를 치유하는 길만이 더불어 사는 지름길임을 절감한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