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215회) MB 인사실태보고 연속 보도 / KBS
< MB 인사실태보고 연속 보도 >
김용진, 김웅규, 김명섭, 최경영, 김민철, 박중석, 이병도, 정수영, 박석호, 조현관 기자
“과거의 관행대로 (공공기관장 인선 회의를) 서면의결로 대신했습니다.” 취재팀이 현정부 들어 올해 6월까지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모두 서면의결이라는 파행 운영을 한 사실을 밝혀낸 뒤 위원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명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해 참여정부 당시 열린 14차례의 공공기관운영위 회의 가운데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위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법치를 부르짖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지면서 초법적인 사퇴압력과 보은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원과 정부 부처의 감사도 기관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표적감사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취재진은 공공기관장 인사가 과연 법과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이뤄지는지 그 실태를 하나하나 낱낱이 확인하기로 했다. 여기에 현 정부의 핵심 요직에 대한 인맥 분석을 시도했다. 이명박 서울 시장 시절 관련 기관의 임직원으로부터 대통령 선거 캠프, 인수위로 이어지는 일련의 인맥도와 이명박 후보 시절의 후원금 파일을 입수해 이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였다.
현 정부 들어 4차례 열린 공공기관운영위 회의가 모두 편법적인 서면의결로 이뤄지는 한편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일부 민간위원들은 회의 자료조차 받지 못하고 의결권을 박탈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7월 초까지 74개 공공기관의 123명의 임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됐음을 확인했다.
부당하게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공공기관 임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와 감사원, 40여 개의 공공기관을 찾아 나섰다. 보은 인사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6월 말까지 선임된 공공기관장급 인사 68명에 대해 이 대통령이 과거 몸담았던 기관과 대선캠프, 외곽조직, 인수위 경력 등을 조사했다. 사퇴 압력을 받은 기관장들의 증언과 감사원과 정부부처의 감사 실태와 시기,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들의 해명을 퍼즐처럼 꿰어 맞춰 보았다. 결국 대통령 취임 한 달 뒤부터 시작한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청와대의 치밀하게 기획된 로드맵에 따라 착착 진행돼 왔음을 밝혀낼 수 있었다. 또 이명박 대선 후보의 후원금 분석을 기초로 한 인맥 분석을 통해 서울시향과 재단법인 ‘행복세상’ 등의 아무 관련 없이 보이는 두 기관의 임원들이 어떻게 이명박 정부의 인수위에서부터 청와대와 정부의 주요 요직을 나눠 맡게 되는지에 상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낙하산 인사와 보은 인사 논란은 이번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탐사보도팀이 취재를 착수하고 난 뒤 준거로 삼은 틀은 지난해 여야의 합의로 입법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이었다. 현 정부가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지 않았다면 법과 법 정신에 입각한 인사 원칙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취재 내내 미래를 지향하는 선진화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현 정부의 노력을 발견할 수 없었다. 최근까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KBS 탐사보도팀을 비롯한 여러 언론의 문제 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만의 리그’를 고수한 채 불안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안타깝고 안쓰러울 따름이다. @@@@
이 회차 수상작 2008년 7월
제215회(2008년 7월)에서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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