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으로

제216회 (2008년 8월)

수상작 7편 · 출품 후보작 31편

← 제215회 → 제217회 협회 원문 ↗

수상작 7편

심사평

제21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허승호(동아일보) 제216회(8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7개 부문 37건의 기사가 출품돼 7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체 37건의 작품 중 예심을 통과한 것은 19건이다. 11건이 출품된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청와대, KBS사장 인선 비밀대책회의’, 중앙일보의 ‘레나테 홍 할머니 47년 만에 평양에서 남편 상봉’, 한겨레신문의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등 3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KBS 비밀대책회의 보도의 경우 첩보를 접한 취재팀이 끈질긴 취재 끝에 부적절한 형태의 모임이 열렸음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으며 급기야 모임에서 오간 대화 내용까지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전형적인 특종 보도로 16명 심사의원이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레나테 홍’과 ‘군 불온서적’ 보도는 각각 13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표를 얻었다. 레나테 홍 보도의 경우 2006년 11월 중앙일보가 첫 보도를 한 이래 2007년, 2008년에 걸쳐 총 59건의 관련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덕분에 남북 이산가족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으며, 결국 가족 상봉을 이뤄내는 결실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 불온서적 보도는 대학교재나 문화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사실을 취재한 사회적 파장이 큰 기사였다고 평가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유치인의 자살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끈이 있는 브래지어를 압류하는 경찰의 규정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경찰, 촛불집회 여성연행자 속옷 탈의 강요’(한겨레신문) 기사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이에 대해 브래지어 탈의는 촛불집회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연행자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적어도 이를 문제 삼으려면 여성유치인 인권 일반의 문제로 보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해당 규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반론이 많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정부수립 60주년, 국가를 묻는다’와 국민일보의 ‘벌금 90만 원의 비밀-정치인 재판 대 해부’ 등 2편의 기사가 각각 12표를 얻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가를 묻는다’ 기사는 ‘인물선정이 작위적이고 접근방식이 단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국가-개인의 관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웃이나 주변인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터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뒤집지 못했다. ‘정치인 재판’ 기사는 그동안 각 매체에서 수 없이 지적돼온 문제이지만 전수(全數) 조사에 가까운 400개의 판결문 수집을 통해 정치적 면죄부 판결이 이뤄지고 있음을 계량적으로 확인시켰다는 대목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수상작이 없었다. 제주MBC의 ‘여름철의 공포, 중국 가시파래’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훌륭한 기획이라는데 이견이 없었으나, 가시파래가 과연 환경오염과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문제인지 분명치 않아 긴 논란 끝에 탈락했다. 지역방송부문에서 전북CBS의 ‘조류독감 기획리포트, 앵무새의 경고’가 15표, KNN의 ‘낙동강 불법매립 탐사보도’가 12표를 각각 얻어 2편의 수상작이 결정됐다. 전형적인 탐사기획보도인 ‘앵무새의 경고’는 지역언론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든 심도와 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발견된 조류독감(AI)이 남방형으로 밝혀진 만큼 당국은 AI와 앵무새 등 관상조류 밀수와의 관련성을 밝혀내고, 밀수를 근절시켜야 할 책임이 있음을 적절히 제시했다는 점도 돋보였다. ‘낙동강 불법매립’은 부산일보가 출품했으나 탈락한 ‘무단점용 불법형질변경’과 취재원 및 분석방법이 같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두 기사가 독립적으로 진행된 별개의 보도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각 기사의 완성도만 따지기로 했다. 그 결과 ‘낙동강’ 기사가 하천부지라는 소재의 신선함, 불법매립과 형질변경 과정에 대한 취재의 치밀성, 당국의 묵인 및 유착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낸 점에서 좀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

출품 후보작

수상하지 못한 작품까지. 원본 사이트에서는 따로 찾아 들어가야 보입니다.

안성시 골프장 인허가 비리 의혹 연속보도
후보 1-01 취재보도부문 KBS 사회팀 송명희*·노동수
‘이어도 중국 영토 표기’ 관련 연속 보도
후보 1-02 취재보도부문 KBS 국제팀 정인성
공안당국, 이명박 정부들어 첫 간첩체포
후보 1-03 취재보도부문 BBS불교방송 사회문화팀 박성용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 보도
후보 1-04 취재보도부문 경향신문 미디어팀 김정섭*·이고은
수도권 신도시 2개 추가 지정
후보 1-06 취재보도부문 연합뉴스 산업부 박성제*
‘양정례 미스테리’ 의혹 보도
후보 1-07 취재보도부문 국민일보 사회부 김원철*
김옥희씨 공천장사 비리 연속보도
후보 1-08 취재보도부문 KBS 사회팀 최서희·김귀수*·황현택*·노윤정
경찰, 촛불집회 여성 연행자 속옷 탈의 강요
후보 1-09 취재보도부문 한겨레신문 24시팀 최현준·노현웅·황춘화
김옥희씨 10번이상 부탁, 한나라에 김종원씨 공천 추천
후보 1-11 취재보도부문 한겨레신문 24시팀 송경화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후보 2-01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분 서울신문 미래생활부 박건형
키워드로 본 촛불시위 3개월
후보 2-04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분 헤럴드경제 조동석 박승윤·신창훈·김형곤·최상현·권남근·박영훈*·조동석*·양춘병
新대마도 인문지리서
후보 2-05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분 국민일보 문화부 전정희·이동희*
대한민국 60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후보 3-01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 시사도보팀 박영관·조현진*·김진환·김준우
학교급식 납품 축산물 등급 위·변조 의혹 단독보도 및 후속보도
후보 4-01 지역 취재보도부문 인천일보 사회부 최모란*·유길용·김장중
제민포커스 / 클린하우스 행정 ‘제멋대로’
후보 4-02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민일보 정치부 현민철·박민호
엉터리 단체에 새 나간 혈세
후보 4-03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박영하*·권태일
어청수 경찰청장 동생 성매매 시설 운영 사기공매 의혹
후보 4-04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부산 KBS부 최재훈*·강성원·권태일
여름철 공포, 중국 가시파래
후보 4-05 지역 취재보도부문 제주MBC 보도국 송문희·강석태·홍수현
폐기물로 전락한 ‘인공어초’
후보 4-06 지역 취재보도부문 KBS대전 보도팀 최선중·이동훈*
긴급 보도 ‘광주 동구청장 비밀리에 개성유람’
후보 4-07 지역 취재보도부문 광주MBC 취재부 윤순진·이계상
무단점용, 불법형질변경에 공공의 자산이 좀먹는다
후보 4-08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사회부 이호진*·이대성*
경기도의회 전국최고 보수 불구 의정활동 바닥
후보 4-09 지역 취재보도부문 경기신문 정일형*
바다는 공동의 재산이다
후보 5-01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인천일보 사회부 노형래·이재필·박영권
무인도 송골매의 탄생 성장 비상 100일의 기록
후보 5-02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부문 국제신문 정보자료팀 백한기
지방의원 공약 검증
후보 6-01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춘천MBC 보도팀 박대용
1억 명의 비밀!
후보 6-02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춘천 보도팀 김민성*·조중기
푸른황금을 잡아라 2부작
후보 6-04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목포MBC 보도부 신광하·정상철
긴급점검, 광양만 기후 ‘이상’
후보 6-05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KBS순천 보도팀 윤수희·정길훈·임병수·유지향·명관웅·서재덕
“무너져 내리는 북극빙벽” (사진부문)
후보 7-01 전문 보도부문 국제신문 사진부 박수현*
Yongsan International School Admits Unqualified Students (영자부문)
후보 7-02 전문 보도부문 코리아타임스 사회부 강신후*
“軍 침투 간첩용의자 50여명” (사진부문)
후보 7-03 전문 보도부문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7편

청와대 ‘KBS 사장 인선 비밀 대책회의’ 경향신…
경향신문 김정섭 기자 수상의 기쁨보다 씁쓸함이 앞선다. 상을 받게된 기사의 내용이 말해주듯 '민주화'를 넘어 '밀레니엄'을 운위한지 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후진적인 사회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는 자괴감에서다. 어느날 귓가에 다가온 "청와대가 KBS 사장 인선을 위해 유력 후보들과 서울 시내 호텔에서 비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한마디의 소문.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 미디어업계를 취재 영역으로 삼고 있는 기자로서는 참으로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역대 정권에서 공영방송 사장 선임시 정권의 의중을 반영했다는 말은 더러 들었어도 실제 청와대가 후보들을 불러 대책회의까지 벌였다는 얘기는 '울트라 첨단 버전'이었다. 품격 사회를 소망하는 기자는 처음에는 후진 사회임을 자인하고 싶지않아 사실이 아니길 바랬다. 그러나 소문은 교차 확인 등의 취재를 통해 점차 사실로 무르익어 갔다. 청와대의 '비밀 대책회의'는 사장후보 공모에 앞서 이뤄진 것으로 방송 장악의 방증이자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위법·탈법이 응축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방송법상 KBS이사회는 권력과 독립적으로 사장후보를 제청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사회가 추천한 사장후보 1인에 대해 임명을 할뿐 후보 선임 과정에 개입할수 없다. 하물며 방송통신위원장은 KBS 사장 선임에 관여할 어떤 법적 권한도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의 측근인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이동관 대변인, 사실상 '권력의 2인자'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책회의를 기획·주선했다. 유재천 KBS이사장은 언론학자의 양심을 내팽개치고 회의를 주도했다. 참석한 방송계 인사들조차 '인생 최대의 모욕'으로 느꼈다고 한다. 청와대는 비밀 대책회의 이후 본지가 먼저 'KBS사장 선임 청와대 개입설'을 보도하자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다음날 비밀 대책회의가 이뤄진 사실을 보도하자 "우린 듣기만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KBS이사회는 비밀 대책회의에 참석한뒤 사장후보에 공모했던 김은구씨를 심사에서 탈락시킴로써 권력의 방송장악 음모를 '공인'하고 말았다. 대책회의 파문 한달 뒤. 뭔가 크게 바뀌었어야 정상적인 사회다. 그러나 KBS를 비롯한 국내 방송계는 '선진화'를 모토로 내건 현 정권의 힘에 의해 여전히 국민들의 민주화 의식 수준과 점점 동떨어지는 '후진화'의 길을 걷고 있다. MBC 'PD수첩' 수사, YTN의 낙하산 사장 임명 등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미디어가 '권력의 통치기구'라는 인식은 이제는, 적어도 민주사회에서는 화석화된 이론이다. 지금은 민심 이반과 국론 분열을 격화시키는 '역주행식 권위주의 언론정책'을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할 때다.
레나테 홍 할머니, 생이별 47년만에 평양에서 남편 홍…
"꿈은 이루어 진다". 그랬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47년간 품어왔던 북한 남편 상봉의 꿈을 마침내 이뤘다. 외국언론들은 이를 가리켜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맞는 말이다. 북한당국이 정권 출범 후 외국인을 초청해 이산가족과의 상봉을 허용한 것 자체가 기적과 같은 일이다. 물론 운이 많이 따랐다. 그러나 행운이 절로 생겨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홍 할머니와의 첫 만남은 기자가 독일 특파원이었던 2006년 가을이었다. 그는 독일동부의 대학도시 예나의 교민사회에선 알려진 분이었다. 생이별한 남편이 북한출신이란 인연 때문일까. 현지 한국인들을 집으로 초대하거나 때론 자상한 후견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와의 접촉을 그는 처음엔 망설였다. 그해 말 북한방문을 추진하던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 북한대사관이 불편해 할 것이라는 걱정때문이었다. 10월경 다시 할머니에게 문안전화를 드렸다. 그의 목소리가 축 처져있었다. "도와 주세요." 그 즉시 할머니를 만나러 예나로 달려갔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한국 유학생을 통해 인터넷에 사연을 올렸지만 석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다"며 크게 낙담하고 있던 터였다. 무엇보다 할머니의 상심한 마음을 달래주어야 했다. 기자는 "신문에 크게 보도하면 반드시 남편 소식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말았다. 그런 부담감 때문에 기사를 송고하고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한국에서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국내 언론은 침묵했다. 오히려 낭보는 독일에서 흘러나왔다. dpa 통신이 중앙일보 기사를 인용해 본국에 타전하면서 독일언론들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체계적인 여론형성 작업에 나섰다. 독일정부, 적십자사, 북한 대사관에 청원서를 돌리고 평소 친분이 있던 독일 유력지 기자들을 찾아나섰다. 기자는 이들에게 자료제공을 하며 기사화를 부탁했다. "홍 할머니사연은 세기적인 러브스토리에다 인도주의적인 소재, 더욱이 북한문제가 얽혀있는 완벽한 기사거리"라고 설득했다. 대다수가 수긍했다. 덕분에 독일 유력지인 die Welt, SZ, FAZ가 보도를 이어나갔다. 당시 독일을 찾았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첫 결실이 나왔다. 남편 홍옥근씨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특종보도 할 수 있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홍 할머니를 한국에 초청한 일은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금강산·판문점 방문, 적십자사 총재 및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할머니는 상봉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 지난해 여름에는 홍할머니 부부가 44년만에 편지왕래를 재개했다는 희소식을 접했지만 상봉을 위해서 보도를 미뤘다. 다시 1년간 가슴졸이는 사건들이 꼬리를 물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은 최대고비였다. 고진감래라 했던가. 마침내 지난 7월25일. 기자는 평양에서 " 레나테 할머니 일가가 가족상봉을 했다"는 짧은 메일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2006년 11월14일 첫 보도가 나온지 18개월여만이었다.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한…
‘한 편의 촌극이었습니다.’ 지난 7월31일 <한겨레> 지면을 통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및 통제 소식을 전하면서 가장 처음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인터넷만 있으면 전세계 곳곳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2008년, 대한민국 국방부는 23권의 책에 ‘불온’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이 책들의 반입을 통제하기 위한 대책도 기가 막혔습니다. 병사들에게 편지가 도착했을 때 간부 입회 하에 개봉하고 내용물을 확인하라고 합니다. 불시에 장병 생활실을 점검하고 ‘불온서적’ 발견 시 기무부대에 통보하라고 했습니다. 국방부가 지정한 23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이 사실이 기무부대에 통보까지 해야 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을 등치시키는 국방부의 뱃심은 역시 ‘사내’다웠습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불온함의 기준이었습니다. 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담담하게 그린 ‘소금꽃나무’와 박정희 정권의 공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같은 ‘반정부·반미’ 항목에 묶여 있었습니다. 불온서적 저자라는 동류항에 묶인 저자들 사이에서도 의아할 만한 일이었습니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즉각적이었습니다. 해당 서적의 매출은 급격히 뛰어 올랐고, 이는 발빠른 업계의 마케팅 용도로 활용될 정도였습니다. 군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군법무관들은 이념과 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국방부의 지시에 헌법소원 청구라는 용기를 냈습니다. 무엇보다 대중은 창발적이었습니다. ‘불온서적을 읽는 사람들의 놀이터’라는 카페를 만들어 노엄 촘스키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성사시키기도 했고, 서평 공모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의 ‘헛발질’에 누리꾼들은 일본 애니매이션 캐릭터 유형인 ‘츤데레’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까칠하게 표현하는 일본 만화 여주인공 캐릭터처럼, 국방부도 애써 까칠하게 ‘불온서적’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서적 매출에 사실상 도움을 줬다는 조롱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방부는 귀를 닫고 있습니다. 군이라는 조직의 특성 탓에 사상의 통제는 당연한 일이라는 고전적인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여전히 ‘돌격’ 명령에 앞뒤 재지 않고 달려가는 용사를 기대하는 백병전 수준의 역사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합리성과 비판의식이 결여된 군사력이 어떤 참극을 벌여왔는지, 국방부가 우리 현대사의 아픔에서 아직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
정부수립 60년, 국가를 묻는다 경향신문
<기획보도 부문 취재후기> '정부수립 60년, 국가를 묻는다' 기획 보도는 이명박 정부가 단초를 제공했다. 정부는 올해를 '건국 60주년의 해'로 선포하고 8·15를 건국절로 제정하자는 주장 아래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 박정희를 산업화의 아버지로 치켜세우려는 작업을 시작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는 대한민국 60년 현대사를 '승리의 역사'로만 기술하려는 정부의 의도와도 연계된 것이었고 결국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수많은 민초들의 땀과 피의 숭고함은 져버리는 지배 엘리트 중심의 역사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취재팀이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현대사의 주인공을 찾는 일이었다. 개인사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보여주자는 방식을 택했다. 발전과 성장은 국가의 몫이었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었다는 문제의식에 착안했다. 이를 위해 취재팀은 식모, 건설 노동자, 여공, 농사꾼, 관변단체 회원, 민주화운동 등의 경험을 가진 6명의 인물을 선정해 그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누나, 형님, 동생이었다. 구술자들의 삶터와 일터로 직접 찾아가 그들이 펼쳐놓은 흑백사진들을 앞에 놓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과정에서 취재팀도 과거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하나 같이 "저 같은 사람의 삶이 무슨 역사라고…"라는 반응을 보였던 구술자들은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많은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개인의 이야기였지만 모두 한국 현대사에 대한 증언이었다. 이들이 체험한 이야기를 통해 개인의 삶은 국가와 만나 행복해졌는지 불행해졌는지, 국가는 개인의 행복과 불행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등이 명확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술자들과 며칠 밤을 같이 지내며 그들의 개인사를 좀 더 세밀하게 듣지 못하고 반나절 정도 인터뷰한 후 기사가 나가 다소 불완전한 기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반나절 인터뷰로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기사가 나가는 것에 흔쾌히 동의해 주신 구술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쉽지 않은 섭외 및 인터뷰 과정을 거쳐 1부 '현대사의 주인공' 시리즈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2부 '국가정체성을 묻는다'는 보다 어려운 작업이었다. 우선 '국가정체성'이란 개념 자체도 익숙한 것이 아니었고, 만나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달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신문은 학술지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라는 점에서 기사를 최대한 쉽게 작성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취재팀 내부의 적지 않은 독서와 토론 그리고 정치학·사회학·역사학·경제학 교수들을 다수 인터뷰한 결과 실타래가 조금씩 풀렸다. 지난 60년 역사는 국가가 시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온 국가주의 중심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시민이 개인의 이익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가정체성의 변화에 천착해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할수록 취재팀의 머릿 속에는 권위주의 시대로 회기하려하는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이 안쓰럽다는 생각뿐이었다. 끝으로 '정부수립 60년, 국가를 묻는다'를 기획하고 후배들을 독려하신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 이대근 부국장과 취재팀의 졸고를 돋보이게 편집해주신 편집부 권양숙 선배와 채희현씨에게 모든 공을 돌린다. /경향신문 정치부 선근형기자
벌금 90만원의 비밀-정치인 재판결과 대해부 국…
이재용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선고된 항소심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벌금 80만원으로 형량이 대폭 깎였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감경조치였다. 이 전 이사장의 벌금형은 그대로 확정됐고, 그는 곧 18대 총선에 출마했다. 항소심 변호사가 전관이라는 점 때문에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면죄부 판결’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번 기획의 출발점은 이같은 사례가 이 전 이사장뿐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법조팀은 지난 5월말 기획회의에서 최근 2∼3년간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범들의 판결 관행을 탐사보도하기로 결정했다. 매일매일 취재에 바쁜 법조팀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기획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일선 취재기자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탐사보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회부 데스크들도 좋은 기획이라며 격려했다. 벌금 90만원과 100만원은 단 10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가제를 ‘벌금 90만원의 비밀’로 정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관련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하는 작업은 문수정 기자가 맡았다. 검찰 쪽은 이제훈 강준구 기자가, 변호사 업계의 수임 관행에 대해서는 김경택 기자가 취재했다. 문 기자는 1000여건의 판결문을 붙들고 씨름했다. 이 중 시기와 성격 등을 감안해 400여건의 판결문을 추려냈고 항목별로 나누어 MS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분석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각급 법원으로부터 판결 당시 법관사무 분담표 등을 입수한 뒤 변호사와 재판장의 관계를 분석했다. 1차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납득하기 힘든 판결관행이 여실히 드러났다. 변호사가 전관인 경우는 물론 재판장과 변호사가 특수관계인 경우도 많았다. 1심에서는 중형 선고 사유였던 부분이 2심에서는 경감 사유로 돌변한 사건도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직 법관과 검찰 간부, 변호사, 해당 사건의 피고인 등을 상대로 보강취재에 들어갔다. 1심에서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됐는데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는 사례가 일부 드러났고 변호사 선임에 얽힌 문제점들도 포착됐다. 3개월간의 취재를 마치고 지난 8월 4회 분량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보도후 사내외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18대 총선 사범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재판결과를 계속 추적해 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법원도 모든 지적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인 문제의식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합리적 양형 관행이 자리잡길 기대한다. <국민일보 사회부 송세영 기자>
「AI 기획리포트 “잔인했던 봄, 그리고 앵무새의 경…
CBS전북 김용완 기자 지난여름 앵무새 취재를 위해 태국에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앵무새 한 마리 때문에 해외취재를 가느냐?" 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앵무새를 찾아 머나먼 해외로 날아간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앵무새 밀수가 AI전염의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그 밀수가 국내 애완조류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앵무새나 알을 AI발생국으로부터 밀수하는 것은 AI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밀수꾼에게는 이윤이 높은 밀수품목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태국에서 앵무새나 알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면 수십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자신도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국내 한 조류상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대변했다. 실제 200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한 남자가 희귀 앵무새 알 32개를 숨겨오다 적발됐는데 "알을 부화해 판매할 경우 그 금액이 자그마치 130만 달러에 이른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희귀 앵무새 한 마리가 중형 승용차 값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시세를 보이면서 앵무새 밀수가 국제적으로 마약과 총기류 밀수 다음으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앵무새 등 애완조류 밀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실례가 있다. 2005년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밀반입되던 태국산 독수리 2마리가 적발됐는데 검역당국의 조사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됐다. 이에 앞서 2004년 영국의 한 공항에서도 통관 대기 중이던 앵무새에서 역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돼 영국 방역당국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취재진이 AI발생국 태국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이 같은 위험천만한 앵무새 밀수의 국내 연결고리였고 이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태국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 상인의 입에서 한국인 밀수꾼 리스트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알을 가져갈 경우 검역에 걸리지 않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앵무새 밀수에 국제범죄조직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듯 태국 현지 취재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을 잠입 취재하던 후배 이균형 기자가 낌새를 눈치 챈 현지 조류상가 상인들에게 붙들린 것이다. 이 기자는 캠코더의 메모리카드와 명함까지 빼앗긴 뒤 빠져나올 수 있었고 체류기간 계속된 긴장감은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고서야 풀렸다. 메모리카드를 빼앗겼지만 다행히 비상용으로 가동한 MD녹음기는 발각되지 않아 태국 현지 조류상인들의 생생한 진술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었다. 해외 취재를 배려한 선배와 회사 신변의 위험에도 100% 임무를 완수한 이균형 기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음악과 편집에 도움을 준 후배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낙동강 불법매립 탐사보도 KNN
불법 관행의 뿌리는 얼마나 깊은가 낙동강 불법매립 탐사보도” KNN 박성훈 기자 행정기관에 착근된 불법 관행의 고리가 얼마나 깊은지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보도였다. 취재진이 위성사진과 지적도, 하천도면 등을 GIS(지리정보시스템) 기법으로 교차분석해 파악한 낙동강 일대 불법 매립 면적은 100만 제곱미터. 부산 중구의 절반에 이르는 면적이다. 수십 년 간 지속된 부산 낙동강 일대의 불법 매립은 낙동강 하구의 지형 자체를 바꿔놓았다. 낙동강은 문화재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 등 5개의 법안에 규제를 받고 있다. 관련기관도 국토관리청, 낙동강유역환경청, 부산시청 등 최소 6곳에 이른다. 조항도 기관도 많았지만 규제는 없었다. 불법 행위는 수십 년 간 독버섯처럼 자라와 이제는 걷어내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 그간 보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한정되면서 변화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번 보도는 여기에 초점이 놓였다. 통계와 항공촬영, 발이 닿지 않는 곳의 현지 답사가 어우러지면서 낙동강 불법매립의 처참한 실상이 마침내 여론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이르렀다. 각종 행정기관들도 더 이상 미적대지 않았다. 결국 전수조사가 실시되고 최대한의 원상복구가 약속됐다. 이 과정에서 문화재청장과 부산시장, 강서구청장 3명이 환경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문제의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목도한 것은 법보다 책임있는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현실이었다. 불법 매립을 적발하고 시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수없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환경청은 수질 오염만, 국토관리청은 홍수 대비만 그리고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 관리에 한정하고 있다. 모두 불법 매립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지만 인력을 이유로,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다. 부산시청과 강서구청 역시 인력부족을 내세운다. 하지만 ‘습지와 새들의 친구’라는 환경단체가 단 하루 낙동강 일대를 돌며 수십 곳을 발견했다는 지적을 그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비리가 아닌 불법 관행과 맞서는 방법은 이로 인한 피해를 적확하고 실감나게 드러내는 방법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