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전북 김용완 기자
지난여름 앵무새 취재를 위해 태국에 간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앵무새 한 마리 때문에 해외취재를 가느냐?" 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앵무새를 찾아 머나먼 해외로 날아간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앵무새 밀수가 AI전염의 유력한 용의자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이고 그 밀수가 국내 애완조류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앵무새나 알을 AI발생국으로부터 밀수하는 것은 AI를 전염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밀수꾼에게는 이윤이 높은 밀수품목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태국에서 앵무새나 알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면 수십 배의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자신도 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는 국내 한 조류상의 솔직한 고백이 이를 대변했다.
실제 2007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서 한 남자가 희귀 앵무새 알 32개를 숨겨오다 적발됐는데 "알을 부화해 판매할 경우 그 금액이 자그마치 130만 달러에 이른다"고 현지 신문이 보도했다.
희귀 앵무새 한 마리가 중형 승용차 값에 버금갈 정도로 높은 시세를 보이면서 앵무새 밀수가 국제적으로 마약과 총기류 밀수 다음으로 선호되고 있다.
하지만 앵무새 등 애완조류 밀수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실례가 있다.
2005년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서 밀반입되던 태국산 독수리 2마리가 적발됐는데 검역당국의 조사결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됐다.
이에 앞서 2004년 영국의 한 공항에서도 통관 대기 중이던 앵무새에서 역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5N1)가 확인돼 영국 방역당국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취재진이 AI발생국 태국에서 확인하고자 한 것은 이 같은 위험천만한 앵무새 밀수의 국내 연결고리였고 이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태국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 상인의 입에서 한국인 밀수꾼 리스트가 줄줄이 흘러나왔다. 알을 가져갈 경우 검역에 걸리지 않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앵무새 밀수에 국제범죄조직이 개입돼 있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하듯 태국 현지 취재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방콕 '짜뚜짝' 애완조류시장을 잠입 취재하던 후배 이균형 기자가 낌새를 눈치 챈 현지 조류상가 상인들에게 붙들린 것이다.
이 기자는 캠코더의 메모리카드와 명함까지 빼앗긴 뒤 빠져나올 수 있었고 체류기간 계속된 긴장감은 귀국 비행기에 탑승하고서야 풀렸다.
메모리카드를 빼앗겼지만 다행히 비상용으로 가동한 MD녹음기는 발각되지 않아 태국 현지 조류상인들의 생생한 진술이 무사히 전파를 탈 수 있었다.
해외 취재를 배려한 선배와 회사 신변의 위험에도 100% 임무를 완수한 이균형 기자 그리고 다큐멘터리 음악과 편집에 도움을 준 후배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회차 심사평
제216회 전체 총평
제216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허승호(동아일보)
제216회(8월) 이달의 기자상에는 7개 부문 37건의 기사가 출품돼 7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전체 37건의 작품 중 예심을 통과한 것은 19건이다.
11건이 출품된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청와대, KBS사장 인선 비밀대책회의’, 중앙일보의 ‘레나테 홍 할머니 47년 만에 평양에서 남편 상봉’, 한겨레신문의 ‘군, 대학교재-베스트셀러도 불온서적’ 등 3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KBS 비밀대책회의 보도의 경우 첩보를 접한 취재팀이 끈질긴 취재 끝에 부적절한 형태의 모임이 열렸음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으며 급기야 모임에서 오간 대화 내용까지 복원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파장이 컸던 전형적인 특종 보도로 16명 심사의원이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레나테 홍’과 ‘군 불온서적’ 보도는 각각 13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표를 얻었다. 레나테 홍 보도의 경우 2006년 11월 중앙일보가 첫 보도를 한 이래 2007년, 2008년에 걸쳐 총 59건의 관련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덕분에 남북 이산가족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으며, 결국 가족 상봉을 이뤄내는 결실까지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군 불온서적 보도는 대학교재나 문화부 선정 우수학술도서를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사실을 취재한 사회적 파장이 큰 기사였다고 평가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 유치인의 자살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끈이 있는 브래지어를 압류하는 경찰의 규정은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는 ‘경찰, 촛불집회 여성연행자 속옷 탈의 강요’(한겨레신문) 기사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이에 대해 브래지어 탈의는 촛불집회 여성 뿐 아니라 모든 여성연행자에게 요구하는 것으로 적어도 이를 문제 삼으려면 여성유치인 인권 일반의 문제로 보았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해당 규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반론이 많았다.
기획보도 부문에서는 경향신문의 ‘정부수립 60주년, 국가를 묻는다’와 국민일보의 ‘벌금 90만 원의 비밀-정치인 재판 대 해부’ 등 2편의 기사가 각각 12표를 얻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가를 묻는다’ 기사는 ‘인물선정이 작위적이고 접근방식이 단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국가-개인의 관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이웃이나 주변인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터치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뒤집지 못했다.
‘정치인 재판’ 기사는 그동안 각 매체에서 수 없이 지적돼온 문제이지만 전수(全數) 조사에 가까운 400개의 판결문 수집을 통해 정치적 면죄부 판결이 이뤄지고 있음을 계량적으로 확인시켰다는 대목이 높이 평가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수상작이 없었다. 제주MBC의 ‘여름철의 공포, 중국 가시파래’는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훌륭한 기획이라는데 이견이 없었으나, 가시파래가 과연 환경오염과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문제인지 분명치 않아 긴 논란 끝에 탈락했다.
지역방송부문에서 전북CBS의 ‘조류독감 기획리포트, 앵무새의 경고’가 15표, KNN의 ‘낙동강 불법매립 탐사보도’가 12표를 각각 얻어 2편의 수상작이 결정됐다.
전형적인 탐사기획보도인 ‘앵무새의 경고’는 지역언론의 작품이라고 믿기 힘든 심도와 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발견된 조류독감(AI)이 남방형으로 밝혀진 만큼 당국은 AI와 앵무새 등 관상조류 밀수와의 관련성을 밝혀내고, 밀수를 근절시켜야 할 책임이 있음을 적절히 제시했다는 점도 돋보였다.
‘낙동강 불법매립’은 부산일보가 출품했으나 탈락한 ‘무단점용 불법형질변경’과 취재원 및 분석방법이 같았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두 기사가 독립적으로 진행된 별개의 보도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각 기사의 완성도만 따지기로 했다. 그 결과 ‘낙동강’ 기사가 하천부지라는 소재의 신선함, 불법매립과 형질변경 과정에 대한 취재의 치밀성, 당국의 묵인 및 유착 흔적 등을 종합적으로 밝혀낸 점에서 좀 더 많은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