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득보전직불금 관련 첫 제보가 입수된 시점은 사회부 사건팀에 근무하던 지난 2007년 6월쯤이었다. 익명의 제보자는 “감사원이 쌀직불금 관련 감사를 진행했고, 고위공직자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알려왔다. 당장 취재에 착수했다. 감사원과 청와대에 자료 존재 여부를 확인했고, 공개가 가능한지 여부도 따져보았다. 한 달 넘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정기관의 ‘문’을 두드렸지만, 청와대와 감사원의 ‘입’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묵혀두었던 쌀직불금 취재가 다시 시작된 것은 지난 4월이었다. 사회부 경찰팀에서 정치부 정당팀으로 출입처를 옮기면서 마무리를 짓지 못했던 쌀직불금 문제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마침 국정감사 기간을 맞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던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해걸 의원 등과 함께 감사원과 농림수산식품부에 감사결과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다행이도 감사원과 농림부는 1년간 잊혀졌던 쌀직불금 감사 자료들을 하나 둘 공개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사회부 사건팀은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의 강원도 땅 매입 관련 의혹을 취재하던 과정에 쌀직불금 문제에 직면했다. 현지 농민들은 “많은 공무원들이 불법을 저지르며 쌀직불금을 받아간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사건팀은 즉시 지난 4월 재산 현황이 공개된 고위공무원 중 논·밭을 가진 36명을 대상으로 직불금 문제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보건복지부 이봉화 전 차관이 지난 2월 본인 명의 소유 농지에 쌀직불금을 신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첫 보도는 11월2일자 신문부터 시작됐다. 본보는 ‘공무원 4만여명을 포함해 최소 17만명이 쌀직불금을 부당 수령했다’는 사실을 감사원 자료를 인용 최초 보도했다. 사회부는 6일자 신문부터 ‘이봉화 차관의 쌀직불금 신청’ 사실을 단독 보도했다. 7일자에는 ‘이봉화 차관,쌀 직불금 신청 때 허위 자경(自耕)확인서 제출’을 보도했다. 15일자에는 ‘서울·과천 거주 공무원 520명 쌀직불금 수령’ 기사를, 16일자에는 ‘올해도 쌀직불금 22만여명 부당수령 의혹’ 기사를 각각 단독 보도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국가예산 수천억원이 ‘눈먼 돈’처럼 공무원과 도시 거주 지주들에게로 흘러들어갔다는 사실이 공개될 때마다 철저한 진상공개를 요구하는 메일이 빗발쳤다.
직불금 사태는 단순한 한때 보도로 끝이날 사안이 아니다. 부당하게 직불금을 수령한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를 벌하고,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제도 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는 현재 쌀직불금 국정조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여야는 정치적 손익계산에만 골몰하고 있고, 그사이 국정조사는 파행을 거듭하며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정치권이 쌀직불금 부당 수령자 처벌과 제도개선을 모두 처리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볼 생각이다. 또 그래야만 쌀직불금 부당수령 사태에 항의해 도청앞에 나락 가마니를 쌓고, 수확기의 벼를 태운 농민들의 울분도 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원철 기자
회차 심사평
제218회 전체 총평
제21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제 21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부문 5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5편, 기획보도 방송 부문 1편, 지역 취재보도 부문 7편,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2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 13편, 전문보도 부문 2편 등 모두 3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3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1편, 지역 취재보도 1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2편 등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방송의 출품작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공적 설명서와 함께 제출된 엄청난 분량의 제작물 동영상을 심사하느라 진땀을 뺐다.
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국민일보>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는 쌀 직불금에 대한 보도 자체는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 문제의 총체적인 실태와 이봉화 전 차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뉴시스>의 ‘공정택 교육감, 학원 쪽에서 7억 원 이상의 선거자금 빌려'는 사안 자체가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선거자금 내역과 관련자 명단을 추적해 발굴해 낸 '딱 떨어지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사 모두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의 ‘중국 유학생 실태 관련 연속보도’는 일부 알려진 내용이지만 특파원 업무를 하면서 쉽지 않은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들을 잡아내 그 실태를 잘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다만 방송 기획보도로는 좀 내용이 부족하고 오히려 취재보도 부문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토의와 `직권 조정'을 통해 취재보도로 분야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특별기획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언론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기후 문제를 알기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잘 짚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한국경제>의 '뜨는 조직 지는 조직'은 최근의 경제 상황 등에 비추어 매우 유익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 취재보도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혈세지원 하이브리드카, 중고차시장 매물로 직행’은 우연히 중고차 매매시장 근처를 지나다 발견한 하이브리드카 매물을 보고 취재에 착수한 기자의 감각과 꼼꼼한 취재 솜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지식네트워크 구축'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지역인재 활용이라는 좋은 기획 취지와 의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연고주의나 지역주의로 흐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해 수상 대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가장 엇갈렸던 기사였다.
출품작이 가장 많았던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부산MBC>의 ‘솔깃한 유혹 땡처리아파트’와 의 ‘여순사건 60년 특별기획, 잃어버린 기억’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땡처리 아파트'에 대해서는 경찰에 사건 내용을 미리 제보한 것이 저널리즘 윤리에 맞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5개월여에 걸친 밀착 추적을 통해 탱처리 아파트의 실체를 잘 파헤친 수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순사건 특별기획'은 지금까지 묻혀 왔던 여순사건의 민간인 피해 부분을 객관적으로 잘 조명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끝으로, 이번 심사에서는 출품 부문을 기사 성격과 내용 등에 맞게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당부가 있었다. 특히 취재보도의 성격이 강한데도 기획보도 부문으로 내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쉽다. 또 간혹 있는 일이지만 공적 설명서가 너무 부풀려 있거나 첨부된 자료 등에 성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