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두눈’으로 세상을 봐야 <이현주 기자>
교육감 선거 비용 관련 의혹은 주경복 후보를 대상으로 먼저 불거졌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주 후보의 자금을 전교조가 대부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 수사까지 착수되는 등 교육감 선거비용 비리의 초점은 주 후보에게 맞춰져 있었다.
취재의 시작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일부 언론들은 낙선 후보인 주경복 후보‘만’ 때리고 있었다. 이미 밝혀진 주경복 후보의 의혹거리보다 훨씬 농도 짙은 ‘학원유착설’이 돌고 있는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기사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선거비용 문제가 정파적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었다.
우리는 공정택 교육감과 주경복 후보의 선거비용 사용 내역을 모두 입수해 분석에 나섰다. 분석 결과 공 교육감의 선거 비용은 수입 내역은 충격적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학원업자들에게 빌린 7억여원. 1번이 아닌 여러 번에 거쳐 비용을 차입했기에 금액을 계산기로 두드려가며 확인에 확인을 또 거듭했다.
일주일에 걸쳐 공 교육감과 주 후보의 선거비용 분석 결과를 정리했다. 두 후보에게 돈을 준 수십명의 사람들 중 신분이 확인된 사람을 추리고, 동명이인일 가능성을 고려해 본인에게 확인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작업이었다. 이렇게 첫 번째 기사인 <공정택 교육감, 학원쪽에서 7억원 이상의 선거자금 빌려>가 출고됐다.
그날 이후에도 분석 작업은 이어졌다. 이후 적게는 몇십만원, 많게는 몇백만원의 격려금을 제공한 사람들 중에 현직 교장들이 수십명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또 학원관계자에게 지원받은 돈이 대출을 포함해 7억여원이 아닌 18여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2번에 걸쳐 보도할 수 있었다.
기자는 남들보다 권력에 쉽게 접근하고, 맞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자가 그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은 사회현상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보도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다만 가장 먼저, 가장 거리낄 것 없이 접근한 것이 ‘특종’을 낳았다. 기자는 사회현장에 대해 ‘외눈’을 떠서는 안 된다는 간단한 취재 공식이 빛을 본 기사였다.
회차 심사평
제218회 전체 총평
제21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제 21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부문 5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5편, 기획보도 방송 부문 1편, 지역 취재보도 부문 7편,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2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 13편, 전문보도 부문 2편 등 모두 3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3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1편, 지역 취재보도 1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2편 등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방송의 출품작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공적 설명서와 함께 제출된 엄청난 분량의 제작물 동영상을 심사하느라 진땀을 뺐다.
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국민일보>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는 쌀 직불금에 대한 보도 자체는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 문제의 총체적인 실태와 이봉화 전 차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뉴시스>의 ‘공정택 교육감, 학원 쪽에서 7억 원 이상의 선거자금 빌려'는 사안 자체가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선거자금 내역과 관련자 명단을 추적해 발굴해 낸 '딱 떨어지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사 모두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의 ‘중국 유학생 실태 관련 연속보도’는 일부 알려진 내용이지만 특파원 업무를 하면서 쉽지 않은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들을 잡아내 그 실태를 잘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다만 방송 기획보도로는 좀 내용이 부족하고 오히려 취재보도 부문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토의와 `직권 조정'을 통해 취재보도로 분야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특별기획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언론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기후 문제를 알기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잘 짚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한국경제>의 '뜨는 조직 지는 조직'은 최근의 경제 상황 등에 비추어 매우 유익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 취재보도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혈세지원 하이브리드카, 중고차시장 매물로 직행’은 우연히 중고차 매매시장 근처를 지나다 발견한 하이브리드카 매물을 보고 취재에 착수한 기자의 감각과 꼼꼼한 취재 솜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지식네트워크 구축'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지역인재 활용이라는 좋은 기획 취지와 의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연고주의나 지역주의로 흐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해 수상 대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가장 엇갈렸던 기사였다.
출품작이 가장 많았던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부산MBC>의 ‘솔깃한 유혹 땡처리아파트’와 의 ‘여순사건 60년 특별기획, 잃어버린 기억’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땡처리 아파트'에 대해서는 경찰에 사건 내용을 미리 제보한 것이 저널리즘 윤리에 맞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5개월여에 걸친 밀착 추적을 통해 탱처리 아파트의 실체를 잘 파헤친 수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순사건 특별기획'은 지금까지 묻혀 왔던 여순사건의 민간인 피해 부분을 객관적으로 잘 조명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끝으로, 이번 심사에서는 출품 부문을 기사 성격과 내용 등에 맞게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당부가 있었다. 특히 취재보도의 성격이 강한데도 기획보도 부문으로 내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쉽다. 또 간혹 있는 일이지만 공적 설명서가 너무 부풀려 있거나 첨부된 자료 등에 성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