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솔깃한 유혹 ‘땡처리 아파트’
-부산문화방송 보도제작팀 박상규기자
취재의 단초는 지난 5월 걸려온 취재원의 전화 한 통이었다.
“최근 부산 구서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경매됐는데, 건설사가 분양가 이하로 특정업자에 판매했던 속칭 땡처리 아파트다. 은행들은 사기대출을 당했고, 세입자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
부동산 경기 하락은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특히 지방은 그 사정이 심각했다. 부산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역건설업체는 물론 1군업체들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까지 20-30%까지 ‘땡처리’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땡처리 아파트가 사기범죄에 이용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우선 취재진은 해당 아파트의 경매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등기부등본 열람 작업에 착수했다. 경매물량 대부분이 비슷한 시기,특정 은행을 통해 시세보다 높게 평가돼
담보대출이 이뤄졌고, 세입자들 역시 비슷한 시기, 특정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입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진은 구서동의 아파트 전체(290가구)로 취재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문제의 땡처리 업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진 연산동과 명륜동, 거제동, 광안동 등 다른 아파트에서 피해사례가 없는지 확인에 나섰다.
문제는 아무 대책 없이 관련내용이 방송될 경우 범죄를 주도한 이들이 모두 잠적하고, 억울한 피해자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취재진은 고민 끝에 부산경찰청에 관련내용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다.
아파트 실소유주와 은행대출 금액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등기부등본 열람이 필수였다. 아파트 천500가구에 대한 등기부등본을 열람하며 시가에 비해 대출금액이 많거나 이와 비슷한 시기에 명의 이전된 아파트를 확인하고 경매와 공매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 또 세입자들과 소재가 확인되는 명의자들을 확보해 설득하고 인터뷰 하는데 5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취재와 경찰의 수사를 통해 건설사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아파트를 넘겨받은 업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기대출을 받고, 아파트를 임대한 뒤 보증금 수억원씩을 챙겨 잠적한 사실이 확인됐다. 확인된 것만, 지난 2년간 부산지역 땡처리아파트 4개단지에서 400여건의 불법대출이 이뤄졌고 300여명이 전세금 사기피해를 당했다. 부산경찰청도 땡처리 조직의 6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60명을 입건하는 성과를 올렸다.
사건의 외양은 복잡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건설사와 은행 그리고 명의대여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사건이었다.부동산 경기침체라는 조건하에서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도덕적 해이가 이런 사기사건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끝으로 짧지 않은 기간 취재과정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이희길 보도제작팀장님과 생생한 영상을 위해 휴일과 야간을 마다 앉고 취재에 임한 입사동기이자 고등학교 동기 박태규 카메라기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회차 심사평
제218회 전체 총평
제21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제 21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부문 5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5편, 기획보도 방송 부문 1편, 지역 취재보도 부문 7편,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2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 13편, 전문보도 부문 2편 등 모두 3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3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1편, 지역 취재보도 1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2편 등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방송의 출품작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공적 설명서와 함께 제출된 엄청난 분량의 제작물 동영상을 심사하느라 진땀을 뺐다.
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국민일보>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는 쌀 직불금에 대한 보도 자체는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 문제의 총체적인 실태와 이봉화 전 차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뉴시스>의 ‘공정택 교육감, 학원 쪽에서 7억 원 이상의 선거자금 빌려'는 사안 자체가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선거자금 내역과 관련자 명단을 추적해 발굴해 낸 '딱 떨어지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사 모두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의 ‘중국 유학생 실태 관련 연속보도’는 일부 알려진 내용이지만 특파원 업무를 하면서 쉽지 않은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들을 잡아내 그 실태를 잘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다만 방송 기획보도로는 좀 내용이 부족하고 오히려 취재보도 부문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토의와 `직권 조정'을 통해 취재보도로 분야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특별기획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언론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기후 문제를 알기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잘 짚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한국경제>의 '뜨는 조직 지는 조직'은 최근의 경제 상황 등에 비추어 매우 유익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 취재보도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혈세지원 하이브리드카, 중고차시장 매물로 직행’은 우연히 중고차 매매시장 근처를 지나다 발견한 하이브리드카 매물을 보고 취재에 착수한 기자의 감각과 꼼꼼한 취재 솜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지식네트워크 구축'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지역인재 활용이라는 좋은 기획 취지와 의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연고주의나 지역주의로 흐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해 수상 대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가장 엇갈렸던 기사였다.
출품작이 가장 많았던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부산MBC>의 ‘솔깃한 유혹 땡처리아파트’와 의 ‘여순사건 60년 특별기획, 잃어버린 기억’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땡처리 아파트'에 대해서는 경찰에 사건 내용을 미리 제보한 것이 저널리즘 윤리에 맞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5개월여에 걸친 밀착 추적을 통해 탱처리 아파트의 실체를 잘 파헤친 수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순사건 특별기획'은 지금까지 묻혀 왔던 여순사건의 민간인 피해 부분을 객관적으로 잘 조명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끝으로, 이번 심사에서는 출품 부문을 기사 성격과 내용 등에 맞게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당부가 있었다. 특히 취재보도의 성격이 강한데도 기획보도 부문으로 내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쉽다. 또 간혹 있는 일이지만 공적 설명서가 너무 부풀려 있거나 첨부된 자료 등에 성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