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조용한 재앙’ 시리즈는 3월 초에 시작됐다. 매주 한 면씩 8개월간 지속됐다. 임항 환경전문기자가 머리가 되고, 탐사기획팀이 수족이 돼서 전담팀을 만들었다.
우리는 먼저 한반도의 기후변화 상황도를 그려보기로 했다. 기후변화는 이미 익숙한 용어였지만,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실감되지 않는 용어였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지금 우리의 문제라는 사실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었다.
제주도를 시작으로 수면상승으로 잠식돼가는 동해안, 아열대성 질병이 확산되고 있는 휴전선 인근을 밟아 나갔고, 쌀 과일 등 농산물과 해산물, 그리고 꽃과 나무의 식생 변화를 관찰했다. 위기는 분명해 보였다. 한반도 생태계는 식은 땀을 흘리며 신음하는 중이었다.
그 신음 소리를 우리가 들었던가? 아마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생물학에서 경제학까지, 쌀에서 빌딩까지, 개인의 생활습관에서 국제관계까지 포괄하는 기후변화라는 주제를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어 나가면서 간신히 글을 뽑아내던 지난 8개월을 설명할 수 없다.
한숨으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면서 기자의 전문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의 문제들은 갈수록 복잡하고 어려워진다. 기후변화가 그렇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렇다. 지난 여름의 광우병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파악되지 않고, 좀처럼 전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전문성으로 무장하지 않은 기사는 점점 더 무기력해진다. 문제의 핵심에 다가서거나, 해결에 기여하지 못 하는 얘기가 되기 쉽다. 매번 기사를 내놓을 때마다 표적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헛방만 날리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를 떨치기 어려웠다. 오십이 넘은 나이에도 현장을 지키며 환경보도의 전문성을 확보해온 임항 선배가 없었다면 우리 시리즈는 갈팡질팡했을 것이다.
연중시리즈는 종종 늘어졌고,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 주제에 대해 압도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매주 한 면이 확보돼 있었기 때문에 우리 신문은 기후변화라는 주제에 관한 한 어느 매체보다 많은 기사를 축적할 수 있었다. 또 평소에는 하기 어려운 장기 해외취재도 가능했다. 하반기 들어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말이 유행하게 되면서 우리 기사를 찾아 읽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회사 홈페이지에 기후변화 코너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우리들의 한 해 노동이 이 상으로 위로를 받는다. 초라한 연말 송년회에 촛불 하나가 켜진 느낌이다. 부끄럽기도 하다. 실수와 속단, 근시안 등 문제가 가득한 저 기사들은 남아서 오래도록 우리를 부끄럽게 할 것이다.
새로운 한 해가 온다. 내년엔 또 어떤 이야기를 내놓아야 할 지 머리가 아프다.
<국민일보 탐사기획팀 김남중 기자>
회차 심사평
제218회 전체 총평
제218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용수(연합뉴스 콘텐츠평가위원)
제 21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취재보도 부문 5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5편, 기획보도 방송 부문 1편, 지역 취재보도 부문 7편, 지역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2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부문 13편, 전문보도 부문 2편 등 모두 35편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19편이 예심을 통과해 본심에서 경합을 벌인 끝에 취재보도 3편, 기획보도 신문통신 1편, 지역 취재보도 1편, 지역 기획보도 방송 2편 등 7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심사에서는 지역 기획보도 방송의 출품작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공적 설명서와 함께 제출된 엄청난 분량의 제작물 동영상을 심사하느라 진땀을 뺐다.
취재보도 수상작으로 선정된 <국민일보>의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불법 수령 사태’는 쌀 직불금에 대한 보도 자체는 전에도 일부 있었지만, 이 문제의 총체적인 실태와 이봉화 전 차관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뉴시스>의 ‘공정택 교육감, 학원 쪽에서 7억 원 이상의 선거자금 빌려'는 사안 자체가 현재진행형이기는 하지만 선거자금 내역과 관련자 명단을 추적해 발굴해 낸 '딱 떨어지는 기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기사 모두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의 ‘중국 유학생 실태 관련 연속보도’는 일부 알려진 내용이지만 특파원 업무를 하면서 쉽지 않은 취재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들을 잡아내 그 실태를 잘 보도했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다만 방송 기획보도로는 좀 내용이 부족하고 오히려 취재보도 부문에 걸맞지 않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토의와 `직권 조정'을 통해 취재보도로 분야가 바뀌는 과정을 거쳐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특별기획 기후변화 조용한 재앙’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언론이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기후 문제를 알기 쉬우면서도 심층적으로 잘 짚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한국경제>의 '뜨는 조직 지는 조직'은 최근의 경제 상황 등에 비추어 매우 유익하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참신한 주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아깝게 탈락했다.
지역 취재보도 수상작인 <경인일보>의 ‘혈세지원 하이브리드카, 중고차시장 매물로 직행’은 우연히 중고차 매매시장 근처를 지나다 발견한 하이브리드카 매물을 보고 취재에 착수한 기자의 감각과 꼼꼼한 취재 솜씨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지역기획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지식네트워크 구축'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으나 지역인재 활용이라는 좋은 기획 취지와 의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연고주의나 지역주의로 흐른 느낌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우세해 수상 대열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가장 엇갈렸던 기사였다.
출품작이 가장 많았던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부산MBC>의 ‘솔깃한 유혹 땡처리아파트’와 의 ‘여순사건 60년 특별기획, 잃어버린 기억’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땡처리 아파트'에 대해서는 경찰에 사건 내용을 미리 제보한 것이 저널리즘 윤리에 맞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5개월여에 걸친 밀착 추적을 통해 탱처리 아파트의 실체를 잘 파헤친 수준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순사건 특별기획'은 지금까지 묻혀 왔던 여순사건의 민간인 피해 부분을 객관적으로 잘 조명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끝으로, 이번 심사에서는 출품 부문을 기사 성격과 내용 등에 맞게 잘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심사위원들의 당부가 있었다. 특히 취재보도의 성격이 강한데도 기획보도 부문으로 내는 사례가 눈에 띄는데 이렇게 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쉽다. 또 간혹 있는 일이지만 공적 설명서가 너무 부풀려 있거나 첨부된 자료 등에 성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