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회)공무원 해외연수 실태 보고 : 그들은 지금?/KBS 시사보도팀 이충형
해외연수 중인 고급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는 사회지도층 일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왔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마다 국민세금 4백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해외훈련이 일부 공무원들의 장기 안식년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태가 이제는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공론화 돼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시사기획 ‘쌈’의 취재는 제보자 없이 3개월 동안 이뤄졌다.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연인원 6백여 명에 이르는 해외연수 공무원들의 명단을 확인한 뒤 이들의 소속 대학을 분류하고 주소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르포르타주 형식의 취재물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시작했지만 공무원 개인들의 일상생활 영역을 관찰·확인해야 하는데다가 해외에서의 취재 여건상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해외연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있는 미주리 대학으로 취재를 떠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렌터카를 빌린 뒤 직접 운전을 하며 찾아다녔다. 취재진이 예상했던 대로 골프장에는 평일에도 종일 한국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골프장에서 취재진을 피하거나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하는 공무원들을 대하면서 참담한 심정도 들었지만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는 ‘국민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미주리 당국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골프장 2곳의 출입 기록을 확보했고 한 달에 28번씩 골프를 치는 등 평일에 매일 골프를 즐기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소나 공공기관에 적만 올려놓거나, 직무훈련 기관에 나가지 않고 개인적인 여가 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실태는 기관 방문 방식으로 확인했다. 또 자신의 교육훈련은 뒷전인 채 자녀 교육에만 골몰한다든지, 카지노에 출입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현지 교민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0년 동안 잘못된 관행이 지속돼온 배경에는 해외연수를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나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하는 일부 고급 공무원들의 특권의식과, 해외훈련 나가면 맘껏 쉬어도 좋다는 ‘집단 최면’과도 같은 왜곡된 심리가 숨어있다. 또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가능케 한 데에는 정부의 부실한 제도 관리가 숨어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에 한국처럼 해마다 4백여명씩 많은 공무원들을 해외로 장기훈련 보내는 나라는 없다. 국민세금으로 가는 2년간의 해외훈련이 국가적 차원에서의 총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이 진행되거나, 직무능력 향상과 관련 없이 공무원 개인의 학위 취득이나 안식년 제도로 운영된다면 스스로 명분과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은 꿈꾸기 어려운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회차 심사평
제201회 전체 총평
제20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창룡 심사위원(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들이 기자실에 딱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왜곡하고 담함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특종경쟁은 현장에서 계속 됐다. 제20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은 예선, 본선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중앙일보의 ‘공공기관 감사 21명 혁신 세미나 하러 남미 이과수폭포 간다’가 선정됐다.
선정이유에는 이 보도로 인해 노 대통령이 사과하고 일부 공기업 감사는 사표를 제출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평가됐다. 한편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유명무실한 해외출장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와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점, 이번 공기업 감사에는 청와대 식구가 많아 기사가 커진 점, 취재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 등도 거론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도 KBS의 ‘공무원 해외연수 실태보고: 그들은 지금’이 선정돼 해외연수, 해외세미나가 한국사회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됐고 언론보도의 단골메뉴로 정착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심사위원사이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입에서 ‘공무원이나 기자나 해외연수가 마치 골프연수처럼 놀다온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는 자기반성의 발언이 나왔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공무원과 기자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취재가 쉽지않았는데 공이 많이 들어갔다’는데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10개의 우수한 작품이 지원했으나 예선을 통해 5 개가 선정됐고 최종 2개 ‘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동탄2 신도시예정지 난개발 고발 등(경인일보)’, ‘형님이 접수한 자치단체(전북C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형님‘이 접수한...보도는 지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용기있는 기자정신을 바탕으로 구조화된 비리관행을 잘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 통신, 신문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恨 많은 음지인생, 기지촌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이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 희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소외된 지역, 무시된 소재를 의제화 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경인일보는 취재와 기획 두 분야에서 모두 상을 받는 드문 겹경사를 맞이했다.
본선에서 아깝게 탈락한 ‘법무부 장관의 밥값(부산 MBC)' '수해부르는 수해복구(강원일보) 등은 지역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치열한 경쟁에서 수상작에 선정되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별상에 신청한 시사저널의 ’JMS 정명석 4년 추적기-테러에서 체포까지‘는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인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나 중요한 기사가 파업사태로 시사저널에 실리지 못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수상작에서 제외됐다.
취재보도부문 본선에서 경합했던 ‘한화, 평생 먹여살리겠다’회유(YTN) 보도는 해당 수사과장이 옷을 벗는 등 파장이 컸지만 언론에서 ‘외압, 회유’ 등을 사용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에서 ‘외압, 회유를 받은 사람’은 마치 피해자인양 보도하는데 그가 진정한 피해자로 본다면 ‘제 때 제대로 터뜨려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막상 수사지휘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는 침묵을 지키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외압, 회유운운 하는 것은 진정한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