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회)‘형님’이 접수한 자치단체/전북CBS 보도국 이균형
[지역취재보도부문]
지난 2005년, 전북지역에는 태풍과 호우가 몰아치면서 무려 4천3백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미 수해복구를 둘러싼 자치단체와 건설업체간 검은 거래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던 데다 워낙 대규모 공사들이다 보니 국민들의 혈세가 줄줄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제방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업자가 김제 시청 고위간부와 결탁해 10여년 동안 모든 관급공사를 독식해 오고 있으며 모두들 후환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김제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전해들은 제보에는 “검찰 간부까지 개입돼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즉시 김제시로 달려갔고 한 달 이상 걸친 취재 끝에 먼저 명백한 불법 수의 계약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조폭 출신 건설업자와 시청 고위간부가 어떻게 연루돼 있고, 공사는 어떤 식으로 10년이 넘게 독식해 왔는지, 또 이 과정에 검찰 간부는 어떤 식으로 개입돼 있는지를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기사화해 나갔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2월23일 첫 보도가 나갔으며 검찰은 한 달 뒤쯤인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그 뒤 두 달간에 걸친 수사 끝에 조폭 건설업자와 김제시청 국장, 그리고 공무원 2명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시청 계장 1명과 김제시장을 협박한 폭력배 3명,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김제 산림조합장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9명을 사법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체 간부 개입과 관련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아무런 조치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고 이런 내용의 검찰 수사발표가 나오자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질타하고 나섰지만 수사를 원점으로 돌리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제시에서는 전 공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청렴 결의 선언대회를 가지기도 했고, 전주지검의 한 부장검사로부터 이번 사건을 검찰 직원들은 청렴 의무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동안 집에 들어갈 때마다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며 조폭과의 혹시 모를 ‘상봉’에 긴장했던 기억들, 때문에 차량 운전석 바로 옆에 경찰 진압봉을 상비하고 다녔던 일들, 검찰 간부 측으로부터 협박성 항의 전화 등등이 주마등처럼 뇌리 속을 흘러간다.
무엇보다 늦은 밤 술이 만취돼 들어가서 “나 혹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어쩌고”해서 두려움 속에 밤잠을 못 이루면서도 혼자 묵묵히 감내해 냈던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내가 왜 존재하는가를….
회차 심사평
제201회 전체 총평
제20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창룡 심사위원(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들이 기자실에 딱 죽치고 앉아 기사의 흐름을 왜곡하고 담함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의 특종경쟁은 현장에서 계속 됐다. 제20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은 예선, 본선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중앙일보의 ‘공공기관 감사 21명 혁신 세미나 하러 남미 이과수폭포 간다’가 선정됐다.
선정이유에는 이 보도로 인해 노 대통령이 사과하고 일부 공기업 감사는 사표를 제출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컸고 제도개선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평가됐다. 한편 공무원이나 공기업의 유명무실한 해외출장이 관행적으로 이뤄져와 새로운 것은 없었다는 점, 이번 공기업 감사에는 청와대 식구가 많아 기사가 커진 점, 취재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점 등도 거론됐다.
기획보도 방송부문에서도 KBS의 ‘공무원 해외연수 실태보고: 그들은 지금’이 선정돼 해외연수, 해외세미나가 한국사회 고질적인 문제로 고착됐고 언론보도의 단골메뉴로 정착됐다는 점이 확인됐다. 특히 심사위원사이에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 인사들의 입에서 ‘공무원이나 기자나 해외연수가 마치 골프연수처럼 놀다온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는 자기반성의 발언이 나왔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사회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공무원과 기자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선정된 이유에 대해서는 ‘취재가 쉽지않았는데 공이 많이 들어갔다’는데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했다.
지역취재보도부문에서는 10개의 우수한 작품이 지원했으나 예선을 통해 5 개가 선정됐고 최종 2개 ‘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동탄2 신도시예정지 난개발 고발 등(경인일보)’, ‘형님이 접수한 자치단체(전북CBS)'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형님‘이 접수한...보도는 지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사건이지만 용기있는 기자정신을 바탕으로 구조화된 비리관행을 잘 파헤쳤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역기획 통신, 신문부문에서는 경인일보의 ‘恨 많은 음지인생, 기지촌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이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라기보다는 사회구조적 희생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소외된 지역, 무시된 소재를 의제화 했다는 점이 호평을 받았다. 경인일보는 취재와 기획 두 분야에서 모두 상을 받는 드문 겹경사를 맞이했다.
본선에서 아깝게 탈락한 ‘법무부 장관의 밥값(부산 MBC)' '수해부르는 수해복구(강원일보) 등은 지역사회의 감시견 역할을 충실히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치열한 경쟁에서 수상작에 선정되지는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별상에 신청한 시사저널의 ’JMS 정명석 4년 추적기-테러에서 체포까지‘는 끈질긴 기자정신이 돋보인 작품으로 평가받았으나 중요한 기사가 파업사태로 시사저널에 실리지 못했다는 점 등이 고려돼 수상작에서 제외됐다.
취재보도부문 본선에서 경합했던 ‘한화, 평생 먹여살리겠다’회유(YTN) 보도는 해당 수사과장이 옷을 벗는 등 파장이 컸지만 언론에서 ‘외압, 회유’ 등을 사용할 때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에서 ‘외압, 회유를 받은 사람’은 마치 피해자인양 보도하는데 그가 진정한 피해자로 본다면 ‘제 때 제대로 터뜨려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막상 수사지휘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는 침묵을 지키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외압, 회유운운 하는 것은 진정한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어 수상작이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