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상 기자가 직접 쓴 1인칭 기록 5편
공공기관 감사 21명 혁신 세미나 하러 남미 이과수폭…
(201회)공공기관 감사 21명 혁신 세미나 하러 남미 이과수폭포 간다/중앙일보 경제부 정경민
지난 4월 말 독자 제보를 받은 우리 팀은 고민을 거듭했다. 제보의 사실 여부부터가 불확실했다. 34개 공기업 감사가 남미 3개국에 출장을 간다는 내용만 있었을 뿐이다. 비행기 예약은 했는지, 경비는 어떻게 처리했는지, 감독관청인 기획예산처엔 보고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했다. 그러나 벽에 부딪쳤다. 개인 비밀보호 조항 때문이었다. 항공사나 여행사나 예약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기다리기로 했다. 출국 후에는 상대적으로 확인이 쉬울 거라 판단했다. 감사들이 출국한 5월14일 우리 팀은 34개 공공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
모 감사의 비서는 언론사의 취재임을 알아차리고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연막을 쳐 취재팀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최종 확인과정에서 취재팀은 실수를 할 뻔했다. 모 감사가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비서도 자리에 없었다. 전화를 받은 옆자리 비서는 “감사님이 출장을 가신 걸로 아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 때문에 취재팀은 그 감사가 당연히 비행기에 오른 줄 알고 출국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기사를 출고하기 직전 감사가 출장을 취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전날 심한 독감에 걸려 출장을 취소했으나 몸이 불편해 회사에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취재결과 이번 출장은 기획예산처 주도로 만든 공공기관 ‘감사포럼’의 첫 행사였음이 드러났다. 예산처는 공기업을 민영화하라는 여론의 압력을 비껴가기 위해 ‘공공기관운영법’을 만들었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던 공기업 감독권을 예산처로 통합해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만든 조직이 감사포럼이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겠다고 만든 조직이 첫 행사로 남미 이과수폭포 출장을 기획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중앙일보 편집회의에서도 의례적인 감사들의 행사였다면 모를까 감사포럼이 주관한 첫 행사라면 크게 기사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나중에 추가 취재결과 예산처는 감사포럼의 행사를 미리 보고 받고도 제동을 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출장 간 감사의 대부분이 대통령 주변이나 여당에서 낙하산 인사로 들어간 사람들이었다. 청와대는 그 동안 정치인은 애국심이 있기 때문에 공기업 임원에 더 적합하다고 강변해왔다. 이번 보도로 청와대는 머쓱해졌다. 말로는 혁신을 외치지만 공기업이 속으로 얼마나 썩어있는지도 그대로 드러났다. 대통령까지 나서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고 제도를 고치도록 만든 데서 보람을 느낀다.
이번 보도야말로 살아있는 독자의 제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되리라 본다. 이런 일일수록 숨기고 쉬쉬하기 마련이어서 일상적인 취재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공기업 감독권을 쥔 기획예산처도, 서슬 퍼런 감사원과 청와대도 하지 못한 일을 얼굴 없는 독자가 잡아냈다. 다시 한번 그 독자에게 감사 드린다.
공무원 해외연수 실태 보고 : 그들은 지금? KBS 시…
(201회)공무원 해외연수 실태 보고 : 그들은 지금?/KBS 시사보도팀 이충형
해외연수 중인 고급 공무원들의 ‘모럴 해저드’는 사회지도층 일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로 치부돼 왔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해마다 국민세금 4백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해외훈련이 일부 공무원들의 장기 안식년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태가 이제는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공론화 돼야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시사기획 ‘쌈’의 취재는 제보자 없이 3개월 동안 이뤄졌다.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 연인원 6백여 명에 이르는 해외연수 공무원들의 명단을 확인한 뒤 이들의 소속 대학을 분류하고 주소를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르포르타주 형식의 취재물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시작했지만 공무원 개인들의 일상생활 영역을 관찰·확인해야 하는데다가 해외에서의 취재 여건상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해외연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있는 미주리 대학으로 취재를 떠난 것은 지난 3월이었다. 렌터카를 빌린 뒤 직접 운전을 하며 찾아다녔다. 취재진이 예상했던 대로 골프장에는 평일에도 종일 한국 공무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골프장에서 취재진을 피하거나 심지어 달아나기까지 하는 공무원들을 대하면서 참담한 심정도 들었지만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는 ‘국민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 미주리 당국에 정보 공개를 요구해 골프장 2곳의 출입 기록을 확보했고 한 달에 28번씩 골프를 치는 등 평일에 매일 골프를 즐기는 공무원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소나 공공기관에 적만 올려놓거나, 직무훈련 기관에 나가지 않고 개인적인 여가 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실태는 기관 방문 방식으로 확인했다. 또 자신의 교육훈련은 뒷전인 채 자녀 교육에만 골몰한다든지, 카지노에 출입하는 등의 사례도 있어 현지 교민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30년 동안 잘못된 관행이 지속돼온 배경에는 해외연수를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나 ‘당연한 혜택’으로 생각하는 일부 고급 공무원들의 특권의식과, 해외훈련 나가면 맘껏 쉬어도 좋다는 ‘집단 최면’과도 같은 왜곡된 심리가 숨어있다. 또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가능케 한 데에는 정부의 부실한 제도 관리가 숨어있다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전 세계에 한국처럼 해마다 4백여명씩 많은 공무원들을 해외로 장기훈련 보내는 나라는 없다. 국민세금으로 가는 2년간의 해외훈련이 국가적 차원에서의 총체적인 프로그램이 없이 진행되거나, 직무능력 향상과 관련 없이 공무원 개인의 학위 취득이나 안식년 제도로 운영된다면 스스로 명분과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일반 국민들은 꿈꾸기 어려운 기회와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에 마땅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 - 동탄2 신도시예정…
(201회)난개발 부추기는 개발행위허가제 - 동탄2 신도시예정지 난개발 고발 등/경인일보 지역사회부 송명훈
동탄신도시 예정지역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취재팀이 처음 현장을 목격한 5월초만 하더라도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소문만 무성할 뿐 아직 최종 예정지가 결정되기 전이었지만 보상을 노린 투기업자들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과감했다. 겨우 경운기 한 대 지나갈 만한 논길을 사이에 두고 수십 개의 유령점포가 들어서고 심지어 스키대여점 간판까지 내걸렸으니 순박하던 시골마을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였다.
보상을 노린 막개발 사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동탄의 경우, 그 규모와 수법에서 그동안의 행태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취재진은 일단 현황을 파악한 뒤 ‘과연 어떻게 논 한가운데에 이렇게 많은 유령점포들이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난개발을 가능케 한 근본적인 원인에 주목했다.
역시 틈이 있었다. 우리나라 토지이용의 모법(母法)이라 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의한 개발행위허가제도의 허점을 투기세력들이 교묘하게 파고든 것이었다. 개발행위허가제도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특정지역에서 일정규모 이상의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지만 소규모 점포와 단독주택에 대해서만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형식적으론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낸 것이었다.
이같은 개발행위허가제의 허점은 동탄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화성시 그리고 수도권 전역에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었다. 즉 보상을 노린 단기 투기에 악용된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토지형질변경이 불가능한 논과 밭 그리고 산림도 얼마든지 파헤칠 수 있는 사실상 ‘개발 만능키’로써 위력을 떨치고 있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기초자치단체들도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취재진은 개발행위허가제의 모순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전 국토에 만연하고 있는 난개발의 행진을 끊어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사례별로 분류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은 남아 있다. 과연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시장 군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로 쉽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국토계획법이 소규모 점포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것은 주민생활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시설로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탄의 경우 마을 가구 수보다 점포 수가 훨씬 많은 상태에 이르렀으니 그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은 자명했다. 다시 말해 책임 있는 행정가려면 충분히 불허가 처분을 내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단지 민원이 무서워서, 행정소송이 두려워서, 혹은 ‘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핑계를 앞세워 애써 모른 채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대목이다.
‘형님’이 접수한 자치단체 전북CBS 보도국 이균형
(201회)‘형님’이 접수한 자치단체/전북CBS 보도국 이균형
[지역취재보도부문]
지난 2005년, 전북지역에는 태풍과 호우가 몰아치면서 무려 4천3백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미 수해복구를 둘러싼 자치단체와 건설업체간 검은 거래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던 데다 워낙 대규모 공사들이다 보니 국민들의 혈세가 줄줄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제방 작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본격적인 취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출신 건설업자가 김제 시청 고위간부와 결탁해 10여년 동안 모든 관급공사를 독식해 오고 있으며 모두들 후환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김제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전해들은 제보에는 “검찰 간부까지 개입돼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담겨 있었다.
즉시 김제시로 달려갔고 한 달 이상 걸친 취재 끝에 먼저 명백한 불법 수의 계약 실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조폭 출신 건설업자와 시청 고위간부가 어떻게 연루돼 있고, 공사는 어떤 식으로 10년이 넘게 독식해 왔는지, 또 이 과정에 검찰 간부는 어떤 식으로 개입돼 있는지를 지속적인 취재를 통해 기사화해 나갔다.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2월23일 첫 보도가 나갔으며 검찰은 한 달 뒤쯤인 3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그 뒤 두 달간에 걸친 수사 끝에 조폭 건설업자와 김제시청 국장, 그리고 공무원 2명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시청 계장 1명과 김제시장을 협박한 폭력배 3명,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김제 산림조합장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모두 9명을 사법 처리했다.
그러나 검찰은 자체 간부 개입과 관련해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아무런 조치 없이 수사를 마무리했고 이런 내용의 검찰 수사발표가 나오자 당연히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을 내고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질타하고 나섰지만 수사를 원점으로 돌리지는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김제시에서는 전 공직자가 참석한 가운데 청렴 결의 선언대회를 가지기도 했고, 전주지검의 한 부장검사로부터 이번 사건을 검찰 직원들은 청렴 의무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동안 집에 들어갈 때마다 주차장을 두리번거리며 조폭과의 혹시 모를 ‘상봉’에 긴장했던 기억들, 때문에 차량 운전석 바로 옆에 경찰 진압봉을 상비하고 다녔던 일들, 검찰 간부 측으로부터 협박성 항의 전화 등등이 주마등처럼 뇌리 속을 흘러간다.
무엇보다 늦은 밤 술이 만취돼 들어가서 “나 혹시 어떻게 될지도 모르니…어쩌고”해서 두려움 속에 밤잠을 못 이루면서도 혼자 묵묵히 감내해 냈던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내가 왜 존재하는가를….
恨 많은 음지인생, 기지촌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 경인…
(201회) 恨 많은 음지인생, 기지촌 할머니들의 고단한 삶/경인일보 지혁사회부 최재훈
[지역기획 신문통신부문]
한국의 대표적 미군기지촌으로 알려진 의정부, 동두천, 파주 등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군에 땅을 내주었고 50여년 동안 한 많은 세월 속에 암울한 삶을 살아왔다.
경기북부에 주둔했던 주한미군은 2005년 이라크 전쟁으로 인해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끌어내며 미군기지 이전을 허락한 평택지역을 보면서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또 정부와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할머니들이 쓰러져가는 3평 남짓한 쪽방에서 자신들이 선택한 삶이라며 아무런 말없이 살아가고 있다.
60∼70년대 ‘양공주’ ‘양색시’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꿋꿋이 가족을 먹여 살리고 또 달러벌이 역군으로 나섰던 꽃다운 처녀들이 정부와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인이 돼 버린 것이다.
현재 할머니들은 우리가 선택한 삶이라며 정부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에 원망하지 않으며 그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죽을때까지 살고 싶다고 말한다.
미군이 떠난 빈자리엔 대학과 산업단지, 행정타운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자치단체들이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지촌의 개발바람은 수십년간 쪽방에서 숨죽여 살아온 양공주 출신 할머니들의 얼마남지 않은 인생마저 송두리째 흔들고 있으며 선택한 삶이라는 이유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이것도 모자라 개발로 인해 쫓겨날 처지에 놓여 눈물 흘리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양공주라는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아 온 할머니들의 마음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고 심지어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모진 풍파를 견뎌 온 할머니들의 삶을 취재하기 위해 1년여 동안 봉사활동을 벌여왔고 지금은 할머니들의 ‘짱’으로 불리고 있다.
그동안 만난 할머니들은 대략 1백여명이 넘었고 50여명의 기지촌 할머니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 여성의 실태 등 거액의 예산을 들여 미군기지촌으로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여성의 실태와 인권에 대해 조사한 행정기관의 보고서만 넘쳐나고 정작 이들 양공주 할머니들에 대한 자료는 전무한 상태다.
과거를 잊고 싶어하는 기지촌 할머니들에 대한 대책과 이들의 관심을 끌어내 그동안 모진 풍파를 견뎌 온 할머니들의 한 많은 삶을 보상해 주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