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지방 기자
네티즌이 먼저 찾아내, 네티즌이 먼저 보도한, 네티즌이 만들어준 특종이었다.
5월31일에서 6월1일로 이어지던 밤은, 처음으로 밤새 시위가 벌어진 날이었다. 청와대 앞까지 순식간에 촛불을 든 사람들로 뒤덮였다.
경찰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살수차를 동원하고 물대포를 쐈다. 청와대 앞길까지 시위대가 진출한 것은 6월항쟁 때도 없었던 일이었다.
시민들은 MT라도 온 듯 집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흥분하고 거칠어진 것은 경찰이었다. 경찰 버스로 만들어진 바리케이트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여성을, 전경이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린 뒤 전투화로 두세차례 걷어찬 것도, 그 장면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기도록 손 놓고 있었던 것도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현장에서 문제의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인터넷 방송팀의 후배는 조심스러워했다. "전투화에 머리를 얻어맞는 장면이 너무 자극적인데요. 이거 공개해도 될까요?"
내 머릿 속에 얼른 떠오른 것은, 4.19의 김주열, 6.10의 이한열이었다. 더 큰 희생이 생기기 전에, 공권력의 폭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감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시위 상황을 전하는 동영상 속에 문제의 장면을 삽입해 인터넷에 띄웠다.
그때까지만해도, 시위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자는 생각 뿐이었다. 전체 기사 중 여성이 경찰 전투화에 맞았다는 내용은 몇줄로 짧막하게 넣었다.
동영상은 삽시간에 퍼져갔다.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조회수가 수십만건을 넘어섰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공권력에 분노를 토하면서 촛불 집회에 참여하겠다는 댓글을 줄줄이 달았다.
그때서야 기자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부랴부랴 동영상 화면을 갈무리해 사진으로 뽑고, 현장에 있던 카메라 기자의 얘기를 정리해 기사를 다시 작성했다. 네티즌들이 기사를 발굴해 낸 셈이다.
그날 밤 각 공중파 방송에서도 우리가 촬영한 화면을 보도했다. 방송사 기자들은 "여성이 맞는 장면을 보도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고 전했다. 동영상 조회수는 며칠만에 2백만회가 넘었다. 블로그를 통해 확산된 것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두가지만 덧붙인다. 첫째, 국민일보는 네티즌이 동영상을 퍼가는 것을 막은 적이 없다. 다만 일부 포털 사이트가 허락 없이 이를 도용해 뉴스로 재가공한 것에 항의했을 뿐이다. 두번째, 이 상은 현장을 취재한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터넷방송팀 이학진 기자가 받아야한다. '이달의 기자상'이 인터넷 매체로까지 문호를 넓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기자상이 되어주길 바란다.
회차 심사평
제214회 전체 총평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종철(한겨레신문)
촛불집회가 6월 내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 탓일까? 이번 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27편에 그쳤다. 그동안 많을 때는 40건을 넘었던 데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 15편이 본심에 올라 최종적으로 8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경찰, 여성 시위자 전투화로 밟아 파문 확산’과 KBS의 ‘미 쇠고기 도축장 특별점검 축소 발표 및 부실점검 실태 고발’ 두 편이 뽑혔다. 국민일보의 ‘경찰, 전투화 밟아…’는 사건 현장에 우연히 있었던 행운이 따른 일회성 기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촛불집회 초기 경찰의 강경 진압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보도라는데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특히 취재 영상을 인터넷으로 즉각 보도함으로써 휴일에 신문이 쉬는 한계를 극복한 점은 복합 미디어 시대가 나아갈 길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이었다. KBS의 ‘미 쇠고기 부실 점검…’도 정부 활동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보 공개 청구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끈질긴 취재 등을 통해 정부 발표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을 잘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광우병 쇠고기 파동 속에서 나온 많은 기사 가운데 하나이며, 상을 받을 만큼 내용이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세계일보의 ‘정신 장애인 인권 리포트’를 두고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사회적으로 절실한 잇슈를 해외 사례까지 풍부하게 취재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으며, 기사에 발품을 판 흔적이 역력하다는 의견이 있은 반면에 탐사기획보도에 걸맞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제목 등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달에도 ‘지역취재보도부문’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9건이 출품돼 본선에는 4건이 올라갔다. 최종적으로는 KNN의 ‘불법 판치는 의료생협’ 한 건만이 당선됐다. 이 작품은 자칫 옥석 구분없이 의료생협은 모두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소재를 다룬 데다가 빗나간 일부 의료생협의 실태를 최초로 의제화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표결에서 아깝게 탈락하기는 했지만, 부산 MBC의 ‘일그러진 불사’와 남도일보의 ‘광주광역시 의원 사회복지법인 허가 비리’는 지역 사회의 성역인 대형 종교기관과 유력 지방 의원의 비리를 용기있고 끈질기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일그러진 불사’의 경우 2006년 12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선행보도가 있었다는 점이, ‘광주광역시 의원 비리’는 유사한 지방 의원 비리 보도가 많이 있었다는 점 등이 각각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획 신문 통신 부문’에 올라온 충북일보의 ‘세계 최고 소로시 볍씨 잊혀지나’는 당국의 소홀한 문화재 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지역민들의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됐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KNN의 ‘HD다큐멘터리 3부작 고인돌 루트’가 학문적인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고인돌을 고대문명 교류라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점과 세계 6개국의 고인돌을 직접 현지 취재해 풍부한 내용을 담은 점, 아름다운 영상 등이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작이 나왔다. 이달의 출품작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민일보의 ‘인간의 침략, 부서지는 백로들의 보금자리’가 그것이다. 백로 둥지가 불도저의 거대한 삽질에 의해 파괴되는데도 백로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을 잘 포착함으로써 보도 사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이었다. 또 파괴 현장을 연속적으로 담아내 다큐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중앙일보 은퇴 기자들이 만든 ‘다시 뛰는 실버 재취업한 6070’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은퇴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 나선 한국 언론 최초의 시도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노인들의 재취업 현황과 문제점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도한 점도 신선했다. 그러나 일회성 기사인데다 은퇴 선배들을 단순히 한번 활용한 것 뿐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번 특별상 수상을 계기로 은퇴 기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지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언론계 전체가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