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의 기자생활을 끝내고 현업에서 은퇴한지 한참 된 60대와 70대 노기자들을 다시 취재 현장에 투입한다는 발상은 신선하긴 하지만 결과물의 성패가 의심되는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중앙일보 기획시리즈 ‘다시 뛰는 실버’를 취재하는데 투입된 7명의 노기자들은 바야흐로 동작은 굼뜨고 눈은 침침해지는 나이일터. 과연 그들이 세월의 중압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홈 커밍 리포트’ 기획자는 “선배님들을 믿겠습니다”라고 말하지만 당하는 선배들은 등에서 땀이 흐를 지경이었다.
시리즈 기획자는 6070세대의 애환을 6070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면 좀 더 생동감 있고 심층적이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은근히 비쳤다. 노기자들은 그런 기대를 전해 들을 때도 역시 모골이 송연해졌음을 이제 고백하는 바이다. 이 시리즈는 ‘다시 뛰는 실버’라는 제목에서 짐작하듯 은퇴자라고 일 손을 놓지 않고 고독이나 무료를 물리치는 활동적인 노인상을 부각시킨 것이다. 평균수명이 급격히 늘고 노령화 역시 급속히 진전되는 현실에선 이런 발굴 보도가 충분히 의의있는 일일 것이다.
1차 시리즈는 쉽게 진행됐으나 2차 시리즈 ‘이제 기업이 나선다’편은 아주 어려웠다. 시니어 리포터들 스스로가 회사의 도움없이 ①은퇴자 재고용 ②고령자 채용 ③정년연장과 임금 피크제 등으로 취재계획을 세분하고 구체적 취재 대상을 고르고 섭외했기 때문이다. 섭외라는 것 즉 취재원 접근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이번엔 다시 한번 절감했다. 머리가 희끗 희끗한 노틀들은 전화통에 매달려 “중앙일보 객원기자 아무개 인사드립니다” 하며 젊은 홍보 사원한테 아양을 떨기도 했다. 때론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나” 푸념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1차 취재에서 ‘6070은 살아있다’ 2차 취재에서 ‘은퇴자는 자원이다’라는 캡션(caption)을 활자화시켜 인구에 회자시킨 결과에 대해선 모두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흐뭇해 했다.
한가지 특기할 일은 2차 시리즈가 끝나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재단에 감사패를 주면서 “시니어 기자들이 이번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할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해 주었다”고 창찬한 점. 과연 전문가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을만한 작품이었는지 “영 쑥스럽구먼!” 그러나 기자협회에서 특별상을 수여한다는 소식을 듣곤 모두 “아니 뭐 그런걸 다!”하며 좋아했다는 후문을 첨가해둔다. 김성호 중앙일보 객원기자
회차 심사평
제214회 전체 총평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종철(한겨레신문)
촛불집회가 6월 내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 탓일까? 이번 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27편에 그쳤다. 그동안 많을 때는 40건을 넘었던 데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 15편이 본심에 올라 최종적으로 8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경찰, 여성 시위자 전투화로 밟아 파문 확산’과 KBS의 ‘미 쇠고기 도축장 특별점검 축소 발표 및 부실점검 실태 고발’ 두 편이 뽑혔다. 국민일보의 ‘경찰, 전투화 밟아…’는 사건 현장에 우연히 있었던 행운이 따른 일회성 기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촛불집회 초기 경찰의 강경 진압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보도라는데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특히 취재 영상을 인터넷으로 즉각 보도함으로써 휴일에 신문이 쉬는 한계를 극복한 점은 복합 미디어 시대가 나아갈 길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이었다. KBS의 ‘미 쇠고기 부실 점검…’도 정부 활동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보 공개 청구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끈질긴 취재 등을 통해 정부 발표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을 잘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광우병 쇠고기 파동 속에서 나온 많은 기사 가운데 하나이며, 상을 받을 만큼 내용이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세계일보의 ‘정신 장애인 인권 리포트’를 두고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사회적으로 절실한 잇슈를 해외 사례까지 풍부하게 취재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으며, 기사에 발품을 판 흔적이 역력하다는 의견이 있은 반면에 탐사기획보도에 걸맞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제목 등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달에도 ‘지역취재보도부문’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9건이 출품돼 본선에는 4건이 올라갔다. 최종적으로는 KNN의 ‘불법 판치는 의료생협’ 한 건만이 당선됐다. 이 작품은 자칫 옥석 구분없이 의료생협은 모두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소재를 다룬 데다가 빗나간 일부 의료생협의 실태를 최초로 의제화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표결에서 아깝게 탈락하기는 했지만, 부산 MBC의 ‘일그러진 불사’와 남도일보의 ‘광주광역시 의원 사회복지법인 허가 비리’는 지역 사회의 성역인 대형 종교기관과 유력 지방 의원의 비리를 용기있고 끈질기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일그러진 불사’의 경우 2006년 12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선행보도가 있었다는 점이, ‘광주광역시 의원 비리’는 유사한 지방 의원 비리 보도가 많이 있었다는 점 등이 각각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획 신문 통신 부문’에 올라온 충북일보의 ‘세계 최고 소로시 볍씨 잊혀지나’는 당국의 소홀한 문화재 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지역민들의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됐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KNN의 ‘HD다큐멘터리 3부작 고인돌 루트’가 학문적인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고인돌을 고대문명 교류라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점과 세계 6개국의 고인돌을 직접 현지 취재해 풍부한 내용을 담은 점, 아름다운 영상 등이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작이 나왔다. 이달의 출품작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민일보의 ‘인간의 침략, 부서지는 백로들의 보금자리’가 그것이다. 백로 둥지가 불도저의 거대한 삽질에 의해 파괴되는데도 백로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을 잘 포착함으로써 보도 사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이었다. 또 파괴 현장을 연속적으로 담아내 다큐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중앙일보 은퇴 기자들이 만든 ‘다시 뛰는 실버 재취업한 6070’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은퇴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 나선 한국 언론 최초의 시도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노인들의 재취업 현황과 문제점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도한 점도 신선했다. 그러나 일회성 기사인데다 은퇴 선배들을 단순히 한번 활용한 것 뿐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번 특별상 수상을 계기로 은퇴 기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지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언론계 전체가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