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 기자>
‘탐사기획-정신장애인 인권리포트’취재는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60명이 넘는 정신장애인, 가족, 정신과 전문의, 정부 관계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취재팀 4명이 한달 넘게 취재에 매달렸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경우 의사소통부터 어려웠다. 자꾸만 초점에서 벗어나는 말을 하는 통에 기사에 필요한‘팩트’를 챙기는 데 엄청난 인내력을 발휘해야 했다. 인터뷰는 4시간을 넘기 일쑤였다.
정신장애인을 돌봐주는 가족들은 힘에 겨워 주저앉아 있었다. 비싼 치료비를 마련하고 행여 잘못되지 않을까 늘 지켜보느라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기에 정신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과 싸늘한 시선은 또 어떤가. 이들은 취재 자체를 기피하거나 설령 응하더라도 민감한 이야기는 꺼리기 일쑤였다.
정신과 전문의나 정신병원에서 일한 적이 있는 전직 간호조무사, 보호사들은‘내부 고발자’에게 가해질 불이익을 우려했다. 아무리 완벽한 익명 처리와 철저한 취재원 보호를 제안해도 망설이는 표정이 뚜렷했다. 몇 차례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정신병원 내부의 부조리에 대해 들려줬다.
부산의 어느 정신병원에 18년동안 강제로 입원당했다가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입해 겨우 퇴원한 이철호(55·가명)씨의 사연은 취재팀에 큰 충격을 안겼다. 그는 "그 곳은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였다"고 증언했다. 아직 환갑도 안됐지만 단 하나의 치아도 남아있지 않았다. 정신병원에서 준 값싼 약의 부작용 등으로 이가 다 빠졌다고 했다.
보도후 각계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을 접하며‘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이 수준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정신병원의 인권침해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 기사가 숱하게 나왔고 2001년 이후론 인권위도 개입해왔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점차 정신병원이 사라지는 선진국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아직도 병상수가 늘고 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정신병원의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정신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정신장애인을 보듬고 같이 산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
마침 인권위가 내년에‘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보고서가 정신장애인 인권 개선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정신장애인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노력을 촉구한다.
회차 심사평
제214회 전체 총평
제214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김종철(한겨레신문)
촛불집회가 6월 내내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한 탓일까? 이번 달의 기자상 출품작은 모두 27편에 그쳤다. 그동안 많을 때는 40건을 넘었던 데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였다. 15편이 본심에 올라 최종적으로 8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국민일보의 ‘경찰, 여성 시위자 전투화로 밟아 파문 확산’과 KBS의 ‘미 쇠고기 도축장 특별점검 축소 발표 및 부실점검 실태 고발’ 두 편이 뽑혔다. 국민일보의 ‘경찰, 전투화 밟아…’는 사건 현장에 우연히 있었던 행운이 따른 일회성 기사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촛불집회 초기 경찰의 강경 진압 분위기를 바꾸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보도라는데 의견이 대부분 일치했다. 특히 취재 영상을 인터넷으로 즉각 보도함으로써 휴일에 신문이 쉬는 한계를 극복한 점은 복합 미디어 시대가 나아갈 길을 잘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는 평이었다. KBS의 ‘미 쇠고기 부실 점검…’도 정부 활동을 단순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보 공개 청구와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끈질긴 취재 등을 통해 정부 발표 이면에 숨겨진 문제점을 잘 파헤쳤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광우병 쇠고기 파동 속에서 나온 많은 기사 가운데 하나이며, 상을 받을 만큼 내용이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 수상작으로 뽑힌 세계일보의 ‘정신 장애인 인권 리포트’를 두고도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다. 사회적으로 절실한 잇슈를 해외 사례까지 풍부하게 취재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으며, 기사에 발품을 판 흔적이 역력하다는 의견이 있은 반면에 탐사기획보도에 걸맞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제목 등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달에도 ‘지역취재보도부문’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 9건이 출품돼 본선에는 4건이 올라갔다. 최종적으로는 KNN의 ‘불법 판치는 의료생협’ 한 건만이 당선됐다. 이 작품은 자칫 옥석 구분없이 의료생협은 모두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지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참신한 소재를 다룬 데다가 빗나간 일부 의료생협의 실태를 최초로 의제화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록 표결에서 아깝게 탈락하기는 했지만, 부산 MBC의 ‘일그러진 불사’와 남도일보의 ‘광주광역시 의원 사회복지법인 허가 비리’는 지역 사회의 성역인 대형 종교기관과 유력 지방 의원의 비리를 용기있고 끈질기게 파헤쳤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일그러진 불사’의 경우 2006년 12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선행보도가 있었다는 점이, ‘광주광역시 의원 비리’는 유사한 지방 의원 비리 보도가 많이 있었다는 점 등이 각각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기획 신문 통신 부문’에 올라온 충북일보의 ‘세계 최고 소로시 볍씨 잊혀지나’는 당국의 소홀한 문화재 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지역민들의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가 됐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지역기획 방송 부문’에서는 KNN의 ‘HD다큐멘터리 3부작 고인돌 루트’가 학문적인 검증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는 했지만, 많은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특히 고인돌을 고대문명 교류라는 비교문화사적 관점에서 접근한 점과 세계 6개국의 고인돌을 직접 현지 취재해 풍부한 내용을 담은 점, 아름다운 영상 등이 호평을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모처럼 수작이 나왔다. 이달의 출품작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민일보의 ‘인간의 침략, 부서지는 백로들의 보금자리’가 그것이다. 백로 둥지가 불도저의 거대한 삽질에 의해 파괴되는데도 백로가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을 잘 포착함으로써 보도 사진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두루 갖췄다는 평이었다. 또 파괴 현장을 연속적으로 담아내 다큐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중앙일보 은퇴 기자들이 만든 ‘다시 뛰는 실버 재취업한 6070’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은퇴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 나선 한국 언론 최초의 시도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노인들의 재취업 현황과 문제점을 같은 눈높이에서 보도한 점도 신선했다. 그러나 일회성 기사인데다 은퇴 선배들을 단순히 한번 활용한 것 뿐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이에 심사위원들은 이번 특별상 수상을 계기로 은퇴 기자들이 보다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지면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언론계 전체가 고민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