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 김경락 기자
부족한 기사에 이달의 기자상이라는 영예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론의 역할에 걸맞는 좋은 기사를 쓰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기사를 쓰고 난 뒤, 취재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이유가 뭘까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안 자체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는, 좀 더 정확히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원칙 때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이런 원칙에서 다소 벗어나 취재 과정에서 도움을 준 금융위와 금감원 내부 인사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 더 짚고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정보를 쥐고 있는자의 권력이 가지는 재량이란 이름의 전횡에 대해서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지만, 모든 정보를 모두가 공유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게 전체 공익에 더 바람직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판단을 누가 하느냐, 또 정보 공개 재량권을 어떻게 통제할 건가라는 대목입니다.
금융당국은 고발 사건은 일부 공개하지만, 통보 이하 사건은 전혀 공개하지 않습니다. 내부 규정일 뿐, 명확한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당국 내부에서도 언제, 어떻게, 왜 그런 기준이 만들어졌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비약하면 주요 정보가 별다른 기준 없이 유통되기도, 아니면 묻히기도 한다는 겁니다.
사실 본인에게 이번 사건이 동아일보 쪽이 연루된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취재 의욕을 북돋은 것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보를 쥔 금융당국의 석연치 않은 태도였습니다.
사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왜 고발 사건이 통보 사건으로 한 단계 낮춰졌는지에 대해서도 일절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최종 결과만 중요할 뿐이지, 세세하게 알려들지 말라는 태도였습니다.
기자의 사명 중 하나는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보를 쥔 자의 독단적 판단으로 대중이 알아야 할 정보가 은폐된 것을 찾아내는 일이 첫번째이고, 정보를 쥔자의 재량 이름으로 이뤄지는 전횡을 감시하는 게 두번째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자는 평생 정보를 쥔 자와의 힘 겨루기를 해야 할 존재인가 봅니다.
끝으로 기자가 보도한 <동아일보 사주, 주식 불공정거래 조사> 사건을 놓고 향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여러차례 불거질 것 같습니다. 정치권의 헛된 공방이 아닌 실체있는 접근과 조사를 통해 기자가 다 찾지 못한 진실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길 바랍니다.
회차 심사평
제227회 전체 총평
제227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백병규 미디어비평가
‘근성’과 ‘기획력’이 2009년 7월 ‘이달의 기자상’ 승부처가 된 듯싶다.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천성관 법무장관 후보자 자격 검증’(한겨레와 CBS) 보도나 기획보도부부문의 ‘중고차시장 대해부’(서울신문) 같은 경우는 무엇보다 기자들의 예민한 후각과 발품을 판 근성있는 취재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경우다. 지역기획 신문(전남지역 대해부 ‘로컬 와이드’)과 방송(갈색도자기 옹기) 각각 한편씩의 수상작들은 기획력이 특히 돋보인 작품들이었다.
모두 33편이 응모한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 아깝게 탈락한 작품들 역시 바로 그런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었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을 다룬 <광주방송>의 ‘불량맥주, 그 은밀한 수거’와 <부산일보>의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은 그런 점에서 특히 아쉬움이 컸다.
불량맥주의 은밀한 리콜 사건을 파헤친 <광주방송>의 보도는 그 근성 있는 추적 취재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 결정력이 약한 것이 흠으로 지적됐다. 단적으로 심사위원들은 기사만 보고서는 ‘불량맥주’를 비공개적으로 리콜한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려워 별도의 확인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산공동어시장 무자격 사장 선출 파문’ 역시 비슷했다. ‘범죄증명서’ 위조 등 무자격 사장이 선출된 경위와 공동어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비교적 잘 짚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무자격 사장이 어떻게 사장 후보 공모에 응하고, 최종적으로 사장으로 선임될 수 있었던 것인지, 그 사안의 총체적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드러내 주지 못한 점이 아마도 감점 요인이 된 듯싶다.
‘전국연합학력 평가 문제 사전 유출 사건’(SBS) 같은 경우는 학원과의 구조적 유착 관계 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회성 보도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와 의 ‘천성관 보도’는 기자들의 문제의식과 근성, 그리고 순발력있는 취재가 돋보인 작품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겨레>는 천후보자가 고가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알고 지내던 사업가로부터 당초 해명과는 달리 두 배나 많은 15억원이나 빌린 사실, 또 건설업체 리스차량 무상 사용 의혹 등을 현장 확인 취재를 통해 분명하게 제기함으로써 천성관 후보자의 자격 논란에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보도는 천성관 후보자의 고가 아파트 매입 의혹을 다른 언론에 앞서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후속 보도를 통해 천후보자와 관련된 ‘스폰서 의혹’을 강도 높게 이어간 점에서 ‘용기있는 보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역시 취재보도부문 수상작인 ‘동아일보 사주, 주식 불공정 거래 수사’(한겨레)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취재가 쉽지 않은 사안을 정확하게 확인 취재해 용기있게 보도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기획보도(신문․통신) 부문 수상작인 <서울신문>의 ‘중고차시장 재해부’는 말 그대로 발로 뛴 기사였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언론 보도는 그동안에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사처럼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한 경우는 없었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번 이달의 기자상 가운데서도 가장 호평을 받았다.
지역 기획 수상작 가운데 특히 울산MBC의 ‘갈색도자기 옹기’는 기획과 구성, 그 내용 등에서 보기 드문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숨쉬는 옹기’에 대해 현대적이고 심층적, 과학적 고찰을 시도한 것 등 그 내용의 짜임새나 흥미로움은 물론 영상 측면에서도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 신문 보도 부문 수상작인 ‘전남지역 대해부-로컬 와이드’(전남일보)는 말 그대로 전남 지역 곳곳의 문화와 인물, 풍물 등을 오늘의 시각과 관점에서 밀도 있게 재해석해 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기획물로서는 그 기획의 취지 등이 모호하고, 짜임새가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지역 곳곳을 매주 돌아가며 소개하는 식의, 이른바 ‘펼침 기획’에 불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지난 7월 폭우로 인한 부산 연제구 연산동 산사태 현장에서 긴박했던 인명구조 순간을 포착한 ‘사투벌인 구조’(국제신문)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긴박한 구조현장의 생생함이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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